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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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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2019년 1월. 조국 민정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SOS 쳤다. 지금의 국회 상황에서는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 개혁 과제가 좌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할 또 하나의 주체인 국회 사법개혁특위 활동 기간도 올 6월 말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은 지금 기회를 놓치면 검찰을 개혁할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고, 잠시 움츠린 검찰이 다시 살아나면 더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검찰 개혁이 미완으로 끝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위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2. 40대, 여성, 비검사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민주주의의 시스템화'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이 권력기관을 사유화하는 일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 명분을 쥐고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개혁 또한 멈출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정치와 행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른바  권력기관은  동안 정권을 위해 봉사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질서가 무너지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생략…) 이제 이들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이상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당당한 정부로서 국민 앞에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2003년 3.1절 기념사

 

참여정부의 구체적인 검찰 개혁 실행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부터 시작된다비검사 출신의 40 여성 변호사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임명 검찰 개혁의 화려한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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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획기적이고 매우 생각하기 어려운 인사였다 평가했을 정도로 파격적 인사였다. 오랜 세월 검찰에서 굳어져  조직순혈주의관료이기주의기수중심주의남성중심주의가 인사 한방으로 깨진 것이다동시에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정도와 방향을 명확히 보여줬다.

 

그러나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활약은  화려한 등장에 미치지 못했다검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검찰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 세력의 카르텔 또한 상상 이상으로 견고했다인물 한명으로 오랜 세월 기득권을 누리며 뭉쳐온 검찰 조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 공수처의 아버지, 고비처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모태가   참여정부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일명 고비처)’ 설치안이다.  제도는 특별검사제의 발전된 형태로서 특검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1999 검찰총장 가족의  로비 사건으로 처음 도입된 특검은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킨 사건 때마다 실시됐지만,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첫째로 특별검사제는 국민적 의혹 사건 또는 검찰의 미진한 수사에 대한 발동이 국회에서 결정돼야 해서 시작하기가 어렵고 둘째, 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략적인 차원에서 결정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며 셋째, 검찰수사 이후 특검이 실시되니 재수사, 이중수사라는 문제가  따라다녔고 넷째, 상시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부패 추방에는 적절한 기구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인적구성에서도 기존의 검찰, 경찰  수사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활동 시한도 60~90 밖에 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러한 특검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부정부패추방을 위해 ‘고비처이외에 한시적 특검제의 상설화를 과제로 제시했. 그러나 한시적 특검제의 상설화는 여전히 특검제의 한계를 안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상설된 조직 ‘고비처 설치하려 했다.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 사건 추방, 정경유착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것이다.

 

2004년 11월, 국회에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이 제출되었다. 일명 ‘공수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구체화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이 이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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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은 공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해 국가청렴위원회 소속하에 공수처 신설하고, 처장은 정무직, 차장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처장은 국가청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은 불가능하도록 했다. 처장은 검사와 동일한 신분을 보장하는 장치를 두었고, 특별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임명해 수사권을 발동할  있도록 하였다. 직원은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수사권은 인정했지만, 기소권은 인정하지 않아 수사 실시  검찰에 송치하도록 했고, 만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청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재정신청을   있도록 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원래 검찰 개혁이 아니라 부정부패 추방을 위한 개혁 방안이었으나, 수사 대상에 검찰과 국회의원이 포함된다는 논의가 시작되자, 국회에서조차 좌절되었다.

 

이러한 짧은 역사를 되짚어   ‘대통령  학번이십니까?’ 남은 '검사와의 대화'는 검찰은 대화가  되는 상대임을 스스로 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의 말로와 이어진   대통령의 비극의 예고편이었다.

 

당시 대통령 바로 옆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지켜봤던 문재인 대통령도 “완전히 대한민국 검사들의 수준만 국민들한테 보여준 이라며 성품상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분노와 자괴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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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저항, 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카르텔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정권초기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검찰 답지 않게 잘하는 바람에,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안대희 검사장은 팬카페까지 생길 정도였고, 화환과 음식이 대검 중수부에 배달되었다.

 

그 결과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상실되었고, 참여정부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그 안대희 검사장의 퇴직 이후 행보와 검찰이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준 행태는 ‘개꼬리 삼년 묵는다고 황모  된다 격언만 확인시켜주었다.

 

 

4. 참여정부가 남긴 것

 

그렇다고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시도가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있는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2005 7 28 국회법 65조의 2 개정, 2003 2 4 검찰청법 34 2 개정).

- 검찰총장 제외한 모든 검사 직급 일원화를 통한 검찰총장과 검사로 일괄 직급 구분(2004 1 20 검찰청법 6 개정).

- 검사동일체 원칙 규정을 검찰 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관계로 개정(2004 1 20 검찰청법 7 개정).

-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보직과 관련하여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개정(2004 1 20 검찰청법 34 1 개정).

-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시켜 검찰 인사의 공정성 제고(2004 1 20 검찰청법 35 1 개정).

- 검사적격심사 제도 도입하여 검사 임명  7년마다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서 적격심사를 받도록 (2004 1 20 검찰청법 39 개정).

- 법관의 구속영장실질심사제 도입  구속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피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함.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강금실 장관 이후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장관들은 검찰 개혁 추진의 선봉에 나서지 않았고, 정권과도 입장을 같이 하지 않았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검찰 출신으로 검찰 개혁이라는 새로운 과제나 임무 자체에 대한 필요성,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사법제도개혁위원회가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에서 정면 부정하고 나서자,  장관이 덩달아 가세하면서 정권을 흔들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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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장관 이후 임명된 천정배 장관은 검찰 개혁에 관심이 많았으나, 법무부 장관 취임 당시(2005 6 29)에는 검찰 개혁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지를 일찌감치 접었다.   장관 스스로도 자인한  있다.

 

제가 장관이 되었을 때인 2005 6월. 솔직히 말하면 이미 검찰 개혁을 밀고   있는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런 인물은 아니라고 봤죠. 때는 이미 의회의 과반수도 깨졌고 여러 가지로 인심도 굉장히 나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검찰 개혁을 밀고 나갈 처지는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천정배 장관의 취임으로 검찰 개혁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 살아났으나, 검찰과 갈등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수사 지휘 건이었다. 강 교수는 2005 7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글의 기고를 통해 남북전쟁을 후삼국시대와 비교하면서 “북한의 지도자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 하여 검찰에 기소되었다.

 

당시  장관은 김종빈 검창총장에게 불구속수사를 지휘하였고,  총장은 이틀   장관의 불구속 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인터넷 매체에  개인의 주관적인 글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기소된 것도 우스웠고, 검찰 내에서도 불구속 수사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이유만으로반발하고 사표까지 내던진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 몽니였다.

 

가장 검찰 개혁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천정배 장관이 대통령 임기 중후반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 일찌감치 검찰 개혁 의지를 꺾었고, 말기로 향하는 정권과 대통령이 무서울  없었던 검찰은 기세등등하였다.

 

이후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은 임채정 장관까지 포함하여 언감생심 개혁에 대한 기대도   없는 인물들이었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정권에 대한 인심도 사나웠기 때문에 무얼 시도해  용기를   없었다.

 

 

참여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 개혁을 시도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과제  많은 부분을 개혁했다. 검찰의 인권친화적 개혁도 이루었고, 사법개혁을 통해 고전적 의미의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도 복원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는 못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도 검경수사권 조정도 이루지 못했다. 검찰화되었던 법무부 개혁도 이루지 못했고, 참여정부가 이뤄냈던 성과인 과거사 정리에서도 검찰만  빠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가 국민들에게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년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가한 집요하고, 치졸하고, 야만적인 보복이 검찰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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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수사권 조정이 국가적 과제로 상정되었고, 이명박 정부인 18 국회에서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중심으로 경수사권 조정이 시도되었으나 좌절되었다.

 

18 국회 후반기인 2011 국회에서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은 응할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서 그대로 좌절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19 국회에서 검찰 개혁은 잊힌 과제나 다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2011 18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한 특별수사청은 고비처의 축소된 형태였으나, 수사대상을 판사와 검사로 한정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이 격렬히 저항해 좌절되었다.

 

 

5. 패스트트랙  검찰개혁법, ‘조국 구할 것인가?

 

수차례 시도되고 좌절되었던 검찰 개혁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에 강한 상징성을 가진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입명했고, 인물 교체 없이 집권 2년을 함께 해오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경찰은 모든 사건에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고,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이다(관련기사 - 링크).

 

이를 받아, 국회에서는 지난 4월, 검경수사권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일부와 공수처설치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다. 예상했던대로 자유한국당은 이를 사활을 걸고 저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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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도 이와 같은 공수처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반발하고 있다. 물론, 임기를 다해가는 문무일 총장의 이러한 반발을 내부 반발 무마용 ‘액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검찰 개혁 법안은 패스트트랙을 탔다. 이것으로 검찰공화국이었던 우리의 조국을 구하고, 검찰 개혁의 상징 '조국'도 구할 수 있길 바란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제를 실현시켰던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는 날, 권력에 빌붙는 정치검찰을 그만두는 그 날,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고,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검찰 개혁의 과제가 마침내 완수되는 날일 것이다. 

 

 

 

참고자료

 

- 문재인김인회 지음,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오월의봄

- 김인회, “문제는 검찰이다”, 오월의봄

- 최강욱 지음, “권력과 검찰”, 창비

- 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삼인

-   다수의 언론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