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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판을 알려준  번째 스승

 

지난 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인력사무소는 인맥을 사고 파는 곳이다. 인력소 사장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일용직 노동자는 일자리를 소개받는 대가로 일당의 10% 인력소 사장에게  준다. 2019 기준, 잡부 일당이 12~13 원이니 일자리 하나당 보통 1만 2~3,000원이 오가는 거다. 자본과 노동, 그리고 사회가 만나는 가장 기초단위라고 해야 할까.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일자리 플랫폼쯤 되겠다. , 어렵다. 쉽게 말해 알바몬의 노가다 버전이다.

 

, 그럼 궁금해 할 만한  얘기해보자. 나도 인력소 다니기 전엔  궁금했던 거다. 인력소 사장은 건설 관계자를 어찌 그리도 많이 아는 걸까. 이건  간단하다. 인력소 사장 또한 노가다 출신인 경우가 많다. 노가다판에서 20~30 지내다 보면 자연히  바닥 인맥이 쌓이게 된다. 이건  노가다판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이지만.

 

인력소 차릴 정도로 사업수완 있고 사교성 있는 사람이라면,  인맥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수준보다는 좋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나이도 먹었겠다, 계속 노가다 일하자니 힘도 달리겠다, 노가다판에 아는 사람 많겠다,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인력소를 차리는 거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모든 인력소가  되는  아니다. 세상은 보기보다 정직하다. 내가 다니던 인력소 사장이 언젠가 슬쩍 해준 얘기다. 사장은 내가 아들 같아선지, 이따금 퇴근하려는 나를 붙들고 한참 수다를 떨곤 했다.

 

 내가 가만 앉아서 노는  알지? 아침에 잠깐 나와서 일거리 나눠주고, 죙일 놀다가 니들 퇴근할  와서 돈이나 받아가는  같지? 그지? 나도 처음엔 사무실 차려놓기만 하면 알아서 일거리 들어오고 어련히 인부들이 오는  알았어. 절대  그려. 처음 6개월 동안은 일거리도 없고 인부도 없어서 가만히 앉아 담배만 폈다니까. 진짜여. 너도 알지? 저기 사거리부터 여기까지 인력소가 얼마나 많은지. 자그마치 7개여.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5 걸렸어, 5.”

 

얘길 들어보니, 다들 출근시켜 놓고는 오전 10시쯤부터 차에 명함을 잔뜩 싣고 골목골목 뒤지고 다닌단다. 아무리 작은 공사 현장이라도 건너뛰는  없이 쫓아 들어가 현장 소장한테 명함 주고, 인사하고, 오후 3시쯤에서야 사무실로 돌아온다고.

 

니들이야 쉬고 싶으면 맘대로 쉬잖어. 나는 1 365 하루도  빠지고 사무실  연다고. 괜히  닫았다가 니네들 헛걸음할까 . 하루 쉬려다가 중요한 현장 놓칠까 .  소원이   알어?  하루만 늦잠  잤으면 좋겄어. 그리고 니들 데마 맞고 돌아가면  마음은 편하겄냐? 나도 노가다꾼이었는데, 데마 맞는 기분을 모를까 ? 내가 제일 기분 좋은 날이 언제인  아냐? 일거리랑 사람이랑  맞아 떨어지는 날이여. ~ 그런 날이 있어. 데마  명도  맞는 .”

 

사장의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후로, 나는 사장을   좋아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노가다판을 알려준  번째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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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 칸의 후예와 뜬금없는 동포애

 

바로  인력소에서 있었던 우스운 에피소드 하나. 얘기했듯, 인력소 사장 또한 노가다 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력소 일거리는, 사장의 출신 성분(?) 따라간다. 우리 인력소 사장은 철거 오야지였다. 그러다 보니 들어오는 일거리의 절반 이상이 철거 현장이었다철거 현장은 별 거 없다. 무식하게 말하자면, 오함마랑 빠루 가지고 때려 부수거나 뜯어내는 거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참고로 그 인력소엔 한국인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몽골인이었다. 몽골인이 누군가. 칭기즈 칸의 후예 아니던가. 농담이 아니라, 나도 몽골인들과    해봤다. 뭐가 달라도 달랐다. 체격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뭐랄까. 통뼈에서 오는 농밀한 파워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당연히 철거 오야지들은 몽골인을 선호했다.

 

상황은 이랬다. 어쩐지 며칠 내내 철거 현장 일거리만 들어왔다. 으레 철거 현장은 몽골인들 몫이었고, 해서 한국인들은 줄줄이 데마를 맞게 됐다. 계속 데마 맞는 것도  받는 데다가, 한국 땅에서 몽골인들한테 밀린  같아 괜히 자존심도  상했을 . 그런 찰나에 누군가 선동적으로 이렇게 외쳤다.

 

한국 사람끼리 이럴 거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순간, 뜬금없는 동포애가 발현되면서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단체로 인력소를 옮기겠다는 , 철거 현장에 한국인도 보내 달라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로 말할  같으면 젊은 데다가 체격도 좋고 힘도  쓰는 축이다 보니 철거 현장도 곧잘 보내진 터였다. 그저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하하. 어찌나 웃프던지. 한국인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 빼는 사장의 모습하며, 애꿎은 몽골인들에게 화풀이하는 꼰대 어르신까지. 한편의 콩트를 보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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