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공황의 미국 어딘가에서
1. 이슈, 볼륨, 코믹스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 2차대전
3. 냉전과 실버 에이지 : 냉전, SF, 민권 운동, 베트남전
4. 중간기 혹은 브론즈 에이지 : 오리엔탈리즘, 탄압에서의 탈출, 안티 히어로
5. 모던 에이지 혹은 현재 : 영상화, 시빌 워, 9.11테러, 애국법, 소수자
6. 누구보다 빠른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7)
DC의 확장과 가드너 폭스
1940년대의 왕으로 빌리 뱃슨이란 어린이가 군림하고 있는 동안, 왕좌를 빼앗긴 DC 코믹스의 전신 3회사는 수퍼히어로 장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그들은 이 시장의 선구자들이었고, 1위의 자리는 내줄지언정 프론티어의 위치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양질의 면에서 가장 큰 영역을 개척한 회사들이기도 했다.
디텍티브 코믹스를 발간하는 DC 코믹스 INC.는 배트맨 프랜차이즈로 채워졌다. 이들의 주력 상품은 배트맨, 로빈, 그리고 조커 이하 다양한 빌런들로 충분했다. 배트맨의 빌런들을 늘여가는 것이 이들의 확장 전략이었다.
올 아메리칸 코믹스의 경우엔 가드너 폭스 Gardner Fox 라는 의욕 넘치는 작가가 등장했다. 본래는 법학을 전공했으나 대공황 시기에 취직이 잘 안 됐는지 만화와 소설을 쓰기 시작해 대성한 사람이다. 폭스는 상당한 지식광으로, 늘상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습득한 역사, 과학, 신화 등의 지식을 자기 작품에 주요한 테마나 소재로 집어넣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폭스가 만든 수퍼히어로 중 올 아메리칸에서 만든 둘과 내셔널 얼라이드에서 만든 하나, 합쳐서 셋은 지금도 생명력을 갖고 있다.
올 아메리칸에서 폭스가 만든 여러 캐릭터 중 대표격은 플래시 Flash 와 호크맨 Hawkman 이다. 폭스가 만든 플래시는 본명이 제이 개릭 Jay Garrick 이고 통칭 1대 플래시, 올드 플래시, 오리지널 플래시 등으로 불린다. 빛에 근접한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당시 시장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초능력을 보유했다. 그림작가는 해리 램퍼트 Harry Lampert 였다. 제이 개릭은 위즈 코믹스로 하여금 제목을 바꾸게 했던 플래시 코믹스 Flash Comics 의 #1 이슈에서 1940년 1월자로 데뷔했다. 제목만 보면 플래시의 독립 타이틀로 보이지만, 1년 뒤에 진짜 솔로 시리즈인 올-플래시 All-Flash 가 발간됐다.
제이 개릭이 오리지널 플래시로 불리는 이유는, 암흑기가 지난 이후 실버 에이지에 등장한 플래시의 이름은 제이 개릭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튬 디자인도 다른데, 제이 개릭은 붉은 셔츠에 블루 진, 그리고 날개 달린 철모를 쓰고 있다. 실버 에이지에 리뉴얼된 새 플래시는 그때 이야기하기로 하자. 아무튼 리뉴얼 되었다는 이야기는, 제이 개릭이 암흑기를 버티지 못한 캐릭터라는 의미다. 물론 현재는 올드 플래시로 계속 만화와 드라마 등지에서 출연하고 있다. 이 리뉴얼의 방식으로 인해 암흑기에서 재부흥기인 실버 에이지로 넘어가고 이후 수퍼히어로 장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할 이야기다.
플래시 코믹스 #1의 표지. 발사된 탄환을 달려와 막는 장면으로 플래시의 초능력을 표현했다.
이 표지는 밥 케인의 고스트 라이터 출신이기도 하면서
빌 핑거와 호흡도 맞춰봤던 셸든 몰도프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편에는 함께 연재되고 있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가장 위에 호크맨이 보인다.
SF 계열의 상상력이 발휘된 플래시와 달리 호크맨 Hawkman 은 신화 계열의 수퍼히어로다. 역시 가드너 폭스의 작품이며, 그림작가는 데니스 네빌 Dennis Neville 이다. 플래시와 함께 플래시 코믹스 #1에서 데뷔했으며, 고대 이집트 신화를 반영했다. 그리스 신화를 반영한 원더우먼보다 1년여 가량 빨랐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주요 도시에 세워져 있는 오벨리스크는 미국에 이집트 문명의 영향이 일부나마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품일지도 모른다.
호크맨은 매를 본뜬 헬멧형 마스크를 쓰고, 날개를 달고 있으며, 노랑-빨강-초록을 조합한 코스튬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무기는 주로 철퇴를 쓴다. 초능력의 핵심은 벨트인데, N번째 금속 Nth Metal 이라 불리는 특별한 재질로 만들어져 비행 능력을 부여한다.
호크맨은 고대 이집트의 쿠푸 왕자로, 연인 샤이아라와 함께 한 사제에게 저주받은 단검, N번째 금속으로 만든 단검으로 살해당한다. 1940년대에 쿠푸는 카터 홀 Carter Hall 이라는 남성으로, 샤이아라는 시이라 손더스 Shiera Saunders 라는 여성으로, 사제는 안톤 하스터 Anton Hastor 라는 남성으로 환생한다. 직업이 고고학자인 카터 홀은 자신의 전생인 쿠푸를 죽인 그 단검을 만져 전생의 기억을 회복하고는 하스터가 납치해간 손더스를 구출하기 위해 N번째 금속으로 벨트를 만들고 날개 코스튬을 입어 호크맨이 된다. 구출된 시이라 손더스는 연인의 사이드킥이 되어 호크걸 Hawkgirl 이 된다.
암흑기의 힘겨움을 호크맨과 호크걸은 이겨내지 못했고 60년대에 리뉴얼 된다. 설정이 대대적으로 변경되었는데, 그 변경 또한 가드너 폭스가 담당했다.
창작력이 넘쳐났던 가드너 폭스는 올 아메리칸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내셔널 얼라이드에서도 만화를 연재했다. SF 색채 하나, 신화와 역사 색채 하나를 만들고 있던 1940년 5월, 내셔널 얼라이드에서 신화와 오컬트 색채의 닥터 페이트 Doctor Fate 를 만든 것이다. 닥터 페이트는 모어 펀 #55 이슈에서 데뷔했다.
켄트 넬슨 Kent Nelson 과 그의 아버지는 고고학자 부자로, 고대 유적을 발굴하던 도중 나부 Nabu 라는 고대 마법사의 무덤을 열어 나부의 영혼을 깨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넬슨이 사망하는 바람에 미안해진 것인지, 나부는 자신의 힘과 코스튬을 켄트 넬슨에게 전수해준다. 그 코스튬이란 투구, 망토, 아뮬렛이다. 이제 켄트 넬슨은 초자연적 힘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미국에 돌아와서는 메사추세츠의 범죄와 영적 세계의 위협을 막는 수퍼히어로, 닥터 페이트가 되었다.
닥터 페이트가 표지에 등장한 모어 펀 코믹스 #66 이슈의 표지.
트레이드마크인 노란 망토와 나부의 헬멧, 목에 건 아뮬렛이 모두 표현되어 있다.
이 헬멧은 가끔 턱 부위를 노출하는 형태로도 등장한다.
닥터 페이트의 솔로 스토리는 1944년에 완결 단계로 들어서고, 이후에는 다른 캐릭터들을 뒷받침하는 서브 캐릭터로 후퇴했다. 그렇게 뜸해지다가 암흑기에 사라지고, 먼 미래인 1980년대에 부활해 DC의 마법 계열 캐릭터의 대부격 위치로 대우받게 된다.
스펙터와 그린랜턴
오컬트 계통의 수퍼히어로는 닥터 페이트만이 아니었다. 닥터 페이트의 데뷔 직전인, 1940년 2월에 스펙터 The Spectre 라는 이름의 안티 히어로가 데뷔했다. 짐 코리건 Jim Corrigan 이라는 형사가 약혼식장에서 참극을 당한다. 갱들에 의해 약혼녀를 살해당하고 자신은 시멘트 통에 갇혀 물에 던져진 것이다. 죽어버린 코리건은 복수심으로 인해 사후세계로 가는 것을 거부했고 어떤 목소리에 의해 반 유령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이제 코리건은 스펙터라 불리는 징벌자의 영혼의 숙주가 되어 살아가며 범죄와 같은 악에서 본질적 악까지 모든 종류의 악을 징벌하게 되었다.
스펙터의 첫 등장, 모어 펀 코믹스 #52.
이미 죽어보았기에 징벌자로서의 수위와 과단성은 배트맨 이상이다.
스펙터는 신으로 추정되는 모종의 존재에 의해 창조되어 짐 코리건에게 부여되었고, 그래서 제한적이나마 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이런 오컬트 계통의 설정은, 신기하게도, 수퍼맨의 창조자인 제리 시걸이 만들어냈다. 그림 작가로 버나드 베일리 Bernard Baily 가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미미했다고 한다.
스펙터는 암흑기를 버텨내지는 못했지만 닥터 페이트보다는 훨씬 빠른 1966년에 가드너 폭스의 손으로 재발굴된다. 현재 스펙터는 솔로 시리즈가 없는 대신 닥터 페이트와 함께 마법과 오컬트 계열의 캐릭터들 중 최상위로 취급받고 있다.
한편 올 아메리칸에 가드너 폭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림작가 마틴 노델 Nartin Nodell 은 맨해튼 34번가 지하철에서 선로를 순찰한 순찰꾼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순찰꾼이 선로를 점검하기 위해 터널로 들어갈 때 손에 드는 랜턴, 즉 등불을 보고 그에 기반한 디자인이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보았던 니벨룽겐의 반지 이미지를 결합해보았다. 마법 반지를 끼고 이 반지를 랜턴에서 충전하는 수퍼히어로의 모습이 나왔다. 이름은 전화번호부에서 마음에 드는 이름 두 개를 조합해서 앨런 스콧 Alan Scott 으로 정했다.
이 아이디어가 편집부를 통과했고, 스토리 작가로 배트맨의 빌 핑거가 정해졌다. 그렇게 1940년 7월, 철로 엔지니어 출신의 수퍼히어로 그린랜턴이 올 아메리칸 코믹스 #16에서 데뷔했다. 반지의 능력은 딱히 구체적으로 명시된 적은 없지만 작중 묘사로 보면, 비행 능력과 염동력과 초록색 빔을 발사하는 등의 능력을 부여해준다. 다만 약점으로 나무 재질의 물체에 약하다는 설정이 주어졌고, 최소 24시간에 한 번 이상 충전해야 한다는 제약도 생겼다.
최초의 그린랜턴, 앨런 스콧의 첫 데뷔인 올 아메리칸 코믹스 #16의 표지.
초록 위주에 빨강, 노랑, 보라가 섞여들어간 복잡한 배색을 하고 있다.
앨런 스콧은 수퍼히어로 암흑기를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실버 에이지에 플래시와 같은 방식으로 리뉴얼 되는데, 이 역시 곧 하게 될 이야기다.
최초의 히어로 팀, JSA
이상의 캐릭터들을 모아서 하나의 팀으로 조직하자는 아이디어가 올 아메리칸의 편집부에서 나왔다. 팀업을 맡을 작가는, 역시나 주체할 수 없는 창작력의 가드너 폭스였다. 최초의 수퍼히어로 팀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 Justice Society of America, 통칭 JSA가 탄생했다.
역사상 최초의 수퍼히어로 팀이 된 JSA.
가운데에서 스펙터, 플래시, 호크맨, 닥터 페이트, 그린랜턴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몇몇 캐릭터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현재는 사라졌거나 거의 쓰이지 않는다.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있는 1대 샌드맨도 가드너 폭스의 작품이다.
JSA가 소집된 올스타 코믹스 #3는 1940년 겨울호였다. #1과 #2는 각 캐릭터들의 개별 스토리를 모은 합본이었고, #3부터 팀명이 정해지고 멤버들이 함께 등장하는 팀업 스토리가 시작된 것이다. 스토리는 폭스가 맡았고, 폭스를 컨트롤할 편집자는 셸든 메이어 Sheldon Mayer 가 배정됐다. 메이어 또한 베테랑이었다. 휠러-니콜슨 시절의 내셔널 얼라이드에도 있었고, 이후에는 그 유서 깊은 델 출판사와 맥클루어 조합을 거쳤다. 맥스 게인즈가 DC 경영자 라인업에 합류할 때 함께 올 아메리칸으로 옮겨, 회사의 첫 편집자가 되었다. 그리고 원더우먼의 기획 단계에서도 개입한 적이 있다.
#7에서는 수퍼맨과 배트맨도 잠시 동참하고, #12에는 원더우먼도 JSA에 합류하는데, 메이어의 경력을 고려해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원더우먼이 리더나 메인 멤버가 아닌 비서 포지션으로 정해진 것이다. 원더우먼은 세상을 지배하고 선도할 자격이 있는 캐릭터로 디자인되었기에 비서 역할은 철저하게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다. 게다가 설정상 반신이기에 스펙터를 제외하면 신성도 갖고 있지 않아 자신보다 하급의 존재들, 심지어는 시장에서의 판매량도 훨씬 적은 캐릭터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이 된 것이다. 폭스와 메이어를 비롯한 기획 및 스토리 담당들의 원더우먼에 대한 몰이해를 짐작해볼 수 있다.
올스타 코믹스가 올 아메리칸에서 발간하는 잡지였기에, JSA의 멤버들은 대부분은 올 아메리칸 소속의 캐릭터들로 꾸려졌다. 오컬트 계열의 스펙터와 닥터 페이트만이 내셔널 얼라이드 소속에서 출장 나온 경우다. 따라서 JSA의 주요 멤버들은 곧 올 아메리칸의 주력 상품이기도 했다. 플래시 제이 개릭, 호크맨 카터 홀, 그린랜턴 앨런 스콧, 그리고 원더우먼.
한편 수퍼맨과 스펙터와 닥터 페이트가 소속되어 있는 내셔널 얼라이드에서는 다른 상품으로 어떤 캐릭터들이 있었을까.
모방작들, 아쿠아맨과 그린 애로우
올 아메리칸에 가드너 폭스라는 다작 작가가 있었다면, 내셔널 얼라이드에는 모트 와이징어가 있었다. 수퍼맨의 SF적 설정을 다듬은 편집자이기도 했던 와이징어는 작가로서 두 수퍼히어로를 만들어 후세에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둘 다 모방작이다.
1941년 11월호인 모어펀 코믹스 #73에서 나란히 데뷔한 아쿠아맨 Aquaman 과 그린 애로우 Green Arrow 가 모트 와이징어의 작품이다. 아쿠아맨은 타임리의 네이머를 모방했고, 그린 애로우는 형제 회사의 배트맨을 모방한 결과물이다.
모어펀 코믹스 #73에 수록된 아쿠아맨의 첫 페이지.
아쿠아맨은 데뷔 직후에 2차대전을 맞게 되었다 보니 나치의 악명높은 U보트를 주로 상대했다.
아쿠아맨의 첫 그림 작가는 폴 노리스 Paul Norris 가 맡았고, 이견의 여지가 없는 네이머의 모방작이었다. 아틀란티스를 등장시킨 점, 주인공이 그 아틀란티스의 왕위 계승자인 점, 해저 문명과 지상 문명의 혼혈인 점이 완벽하게 같다. 다만 다크 히어로 내지는 안티 히어로로 전개된 네이머와 달리 아쿠아맨은 전통적 영웅상을 따르고 있다. 특히 부모들의 관계는 네이머와 확실히 다르다. 아쿠아맨 아서 커리 Arthur Curry 의 아버지 톰 커리는 등대지기이고 그에 걸맞게 아틀란티스로 떠난 아내를 하염없이 그리워한다는 순애보 설정이다. 그리고, 후세에 두고두고 회자되며 대부분의 경우엔 비웃음의 용도가 된 능력, ‘바다 생물과의 대화 가능’이라는 능력이 부각되었다.
그린 애로우는 로빈 후드를 배트맨식으로 응용한 캐릭터였다. 여기에 에드가 월레스 Edgar Wallace 의 1932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40년 영화 ‘녹색 궁수 The Green Archer’의 영향도 들어가 있다.
모어펀 코믹스 #73에 수록된 그린 애로우의 첫 페이지.
배트맨과 같은 계열의 비초능력자 도시 자경단 캐릭터다.
첫 그림 작가는 조지 팹 George Papp 이 맡았다. 본명이 올리버 퀸 Oliver Queen 인 그린 애로우는 이름 그대로 녹색 복장에 활을 주무기로 삼으며, 도시에서 자경단 활동을 하는 갑부에 비초능력자다. 배트맨과 똑같이, 붉은 복장을 한 스피디 Speedy 라는 소년 사이드킥을 두고 있는 데다가, 배트 접두사가 붙은 배트맨의 장비들을 본따서 애로우카나 애로우 플레인, 애로우 케이브 등도 등장했다. 활동 지역은 배트맨의 고담 시처럼 스타 시라고 명명된 가상의 도시다.
관련자들이 남긴 증언을 토대로 추측해보자면, 이 두 캐릭터는 스펙터와 닥터 페이트가 주력이던 모어펀 코믹스의 남는 지면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추측에 따르면, JSA는 트리니티 3인방을 받쳐준다고 볼 수 있고, 이 두 모방작은 JSA를 받쳐주기 위한 백업 캐릭터로 볼 수 있다. 그에 어울리게 아쿠아맨과 그린 애로우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고, 인지도도 트리니티와 JSA 멤버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트리니티와 함께 암흑기를 버틴 캐릭터는 JSA에 들어가지 못한 이 둘이었다. 아쿠아맨과 그린 애로우는 연재 잡지를 변경해가면서 꾸준히 살아남아 실버 에이지로 이어졌고, 그래서 설정 변경이 많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다.
다만 그린 애로우는 기원 스토리가 변경되었는데, 변경 이전 골든 에이지 버전에서는 올리버 퀸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적지를 발굴하는 고고학자로 등장했다. 소유하고 있는 박물관이 범죄자들에 의해 전소된 후 허무감에 빠져 외딴 유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유적에는 로이 하퍼 Roy Harper 라는 소년이 비행기 추락에서 홀로 생존한 이래 야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물 전설을 쫓아 퀸을 쫓아온 범죄자들은 퀸과 하퍼를 생포해 노역을 시키려 하고, 두 사람은 그린 애로우와 스피디라는 이름을 짓고 활과 화살로 범죄자들에게 반격해 승리를 거둔다. 반면 유적에 묻힌 보물 전설은 진실이었고, 이 보물을 통해 얻은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하여 반범죄 자경단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실버 에이지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상의 캐릭터들은 1946년의 세 회사 합병을 통해 한 회사로 집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내셔널 피리어디컬, 편의상 DC 코믹스 산하에는 수퍼맨-배트맨-원더우먼의 빅3에 JSA 라인업, 그리고 아쿠아맨과 같은 군소 2군 캐릭터들까지 하여 수퍼히어로의 만신전이 꾸려졌다.
DC가 이렇게 영역을 늘려가고 한편으로 포셋이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할 동안, 타임리 코믹스 외의 다른 회사들도 앞다투어 수퍼히어로 시장에 참여했다. 몇십 개의 회사에서 가히 수백 명에 달하는 캐릭터가 쏟아졌는데, 그중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의미가 있는 캐릭터는 둘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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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 Siegel, Roy Thomas, etc., “The Golden Age Spectre Archive Vol. 1”, DC Comics, 2003
Peter David, ‘Aw, C’mon!’, “Comics Buter’s Guide” #1330, F+W Media, 1999
Roy Thomas, ‘They Were Winners, Every One!’, “Timely Presents: All-Winners”, Marvel Comics,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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