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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샌디에고에서는 만화 관련 매체의 축제인 코믹콘이 열린다. 코믹콘은 마블만이 아니라 각종 영화 프랜차이즈가 향후의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다. 금년의 코믹콘은 바로 어제, 우리 시각으로 7월 21일이었다. 여기서 마블은 인피니티 사가의 뒤를 이을 페이즈 4의 계획을 발표했다. 어제 발표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본다. 페이즈 4는 총 10개의 영화와 드라마로 채워져 있다.

 

 

2020년

 

 2020년에는 영화 두 편과 드라마 한 편이 확정되어 있다.

 

1. 블랙 위도우 (영화) : 5월 1일 개봉 예정

 

페이즈 4은 영화판 어벤져스의 원년멤버인 블랙 위도우의 솔로 영화로 시작한다. 과거 시간을 다루는 프리퀄이라고 예고되었기에 냉전 말기 시간대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빌 워와 인피니티 워 사이를 다루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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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난 영화들에서 호크아이와 함께 얘기하던 부다페스트 이야기가 나올까? 현재 촬영 중인 현장 푸티지에 따르면 부다페스트는 등장한다고 한다. 반면 윈터솔저 버키와의 과거 인연이 거론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윈터솔저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빌런 역할이 둘인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는 블랙 위도우가 미국으로 전향한 이후 러시아 정부에서 대타 블랙 위도우로 세우는 캐릭터 옐레나 벨로바가 등장한다. 또한 빌런으로 태스크마스터라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 둘이 블랙 위도우와 결투하는 액션 씬이 푸티지 영상에 나왔다고 한다.

2. 팔콘과 윈터솔저 (드라마) : 가을 공개 예정 (8월 루머)

시빌 워 영화에서 큰 인상을 남겼던 빌런, 헬무트 제모가 이 드라마에서 돌아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팔콘과 윈터솔저 버키가 주인공이다. 한편,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에 머물러 버리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연인 샤론 카터도 이 드라마에 등장할 예정이다. 즉, 시간대는 엔드게임 이후다. 각본과 제작 스태프에 존 윅 시리즈의 인사들이 기용되었다고 한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금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국에는 내년(2020년) 초에 들어오게 될,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

 

3. 이터널즈 (영화) : 11월 6일 개봉 예정

거장 잭 커비의 SF+신화 프로젝트의 하나인 이터널즈의 영화 버전이다. 기존 발표 및 예상과는 많이 빗나간 캐스팅이 발표되었다. 이 링크 기사의 ‘심화 과정 : 인물’ 부분을 읽고 오면 빗나간 예상과 루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루머를 다룬 내 잘못이다. 가슴 탕탕.

파이퍼 역은 밀리 바비 브라운이 아닌 리아 맥휴가 캐스팅되었다. 코믹콘 무대에 나온 맥휴는 “현실 같지가 않아요!” 라면서 신나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이 뻔한 이카리스 역에는 왕좌의 게임에서 롭 스타크를 맡았던 리처드 매든이 기용되었다. 안젤리나 졸리는 세르시가 아닌 테나 역이다. 마카리는 여성으로 성별 변환이 되어, 농아 배우인 로런 리들로프가 맡았다. 대장장이 캐릭터인 파스토스에는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캐스팅되었다. 리더 격이라고 소개된 에이잭 역은 셀마 헤이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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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예상대로 길가메쉬를 맡았다. 무대에서 마동석은 “헐크와 길가메쉬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난 길가메쉬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수수께끼였던 쿠마일 난지아니의 배역은 킨고로 공개되었다. 원작의 킨고는 일본 지방에 살던 이터널즈로, 사무라이 계통의 캐릭터인데 남아시아계가 맡았다. 중동계여야 할 길가메쉬를 동아시아계인 마동석이 맡은 것과 같은 변형이다. 영화 이터널즈가 다양성을 테마로 해서 원작을 변주했을 것이 짐작된다.

그 외의 루머 및 보도에 등장했던 소피아 부텔라, 키아누 리브스, 루크 에반스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의 예상 배역이었던 캐릭터들의 캐스팅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2021년의 예정

2021년에는 영화 3편, 드라마 2편, 애니메이션 1편 개봉으로 마블의 풍년이 될 예정이다. 

 

4. 샹치 (영화) : 2월 12일 개봉 예정

샹치(上氣)는 이소룡을 베이스로 한 중국계 무술 캐릭터다. 나 자신, 동아시아계로서 마동석의 출연보다 더욱 관심이 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중국계와 중국인, 그리고 동아시아의 문화 및 사고방식을 그려내야 성공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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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홍콩 무협과 오리엔탈리즘, 양쪽의 명암을 다 가진 캐릭터다. 따라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제거/극복하거나 역으로 승화시키면서 동아시아 무협 액션을 만들어내는 어려운 시도를 해야 한다.

주인공 샹치 역에는 캐나다 드라마인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 역을 맡았던 시무 리우가 캐스팅되었다. 조연으로는 오션스 8에도 출연했던 동아시아계 래퍼 아콰피나도 나온다. 주인공은 몸값이 싸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우를 기용하고 빌런 역에 비싸고 경력 높은 배우를 쓰는 것이 마블의 초기 전략이다. 그래서 샹치의 빌런 역에는 양조위가 기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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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조위가 맡는 빌런의 이름이 무려 ‘만다린’이다. 만다린은 아이언맨 3편에서 벤 킹슬리가 연기했던 페이크 빌런의 이름이었다. 영화 내 언급으로는 아이언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를 납치했던 조직 텐 링즈의 수장이다. 그래서 샹치 영화의 제목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되었다. 아아, 이 떡밥은 모두가 포기하고 있었던 것인데!

DVD 수록 단편인 마블 원샷 중에는 가짜 만다린을 진짜 만다린이 보낸 요원이 납치해가는 내용이 있다. 바로 그 진짜 만다린이, 아이언맨 1편에서부터 등장했던 자신의 조직 텐 링즈와 함께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서 또 위험한 추측을 해보겠다. 만다린은 아마도 샹치의 친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원작 만화에서 샹치의 친부는 푸 만추라는 이름이다. 푸 만추는 서유럽 문학에서 중국인 악당의 전형이 된 고전 캐릭터이며, 푸 만추 계열의 끝에 만다린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영화의 만다린은 둘을 섞어서 재창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푸 만추 캐릭터는 중국과 동아시아에 대한 몰이해와 인종차별에 오리엔탈리즘을 끼얹은 결과물이다.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변형했을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5. 완다비전 (드라마) : 봄 공개 예정

비전과 스칼렛 위치의 로맨스를 다루는 드라마, 완다비전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작중 시간은 엔드게임 이후인데, 마블 내부에 의하면 비전이 살아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전이 어떻게 등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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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캡틴 마블 영화에 등장했던 소녀, 모니카 램보가 이 드라마에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완다비전의 총괄 프로듀서인 잭 쉐퍼는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에 각본으로 참여했다. 연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역시나 닥터 스트레인지 2편 영화와 직접 연결된다고 한다.

 

6. 닥터 스트레인지 2편 (영화) : 5월 7일 개봉 예정

이 영화의 정식 제목을 번역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광기의 평행우주” 정도가 되겠다. 완다비전 드라마와 연계되어 스칼렛 위치가 등장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현재 촬영 중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분위기는 호러물이라고 한다.

 

7. 로키 (드라마) : 봄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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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에 등장한 과거 로키를 다루는 드라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이 돌아갔던 2012년 뉴욕에서 로키가 테서랙트를 갖고 도주하면서 평행우주 하나가 생겼다. 바로 이 평행우주를 다루는 드라마가 된다고 한다. 평행세계 이야기니 스핀오프의 성격일 것이다. 역시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

 

8. 왓 이프...? (애니메이션) : 여름 공개 예정

이 애니메이션 역시 스핀오프 성격이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왓 이프’는 마블 만화에서 정사에 해당하는 전개가 아닌 다른 전개라면 어땠을까 하는 기획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2차대전 막바지에 사라지지 않았다면? 엑스멘이 첫 번째 임무에서 전멸했다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시빌 워의 처음부터 싸우지 않고 타협안을 마련했다면? 벤 삼촌 대신 메이 숙모가 죽었다면 스파이더맨은? 이런 식의 질문들이 왓 이프 기획의 기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런 질문을 영화에서 던지는 기획이다. 아이언맨 등의 몇몇 주요 멤버는 다루지 않는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영화에서 그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성우 연기를 한다.

 

9. 호크아이 (드라마) : 가을 공개 예정

호크아이 드라마의 내용은 2대 호크아이인 케이트 비숍에게 호크아이 이름을 계승하는 스토리라고 한다. 공개된 내용은 거의 없다. 당연히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이 문장을 계속 쓰다 보니까 디즈니 플러스 광고해주는 홍보 기사 같다.

 

10. 토르 4편 (영화) : 11월 5일 개봉 예정

이터널즈와 샹치 이상으로 취재진들이 흥분했던 소식이다. MCU 최초의 4번째 솔로 영화를 토르가 갖게 된다. 감독은 3편 라그나로크의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그대로 맡는다. 부제와 레트로한 로고에서부터 감독의 약빤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부제는 “러브 앤 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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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원작 만화의 토르 캐릭터는 히로인 역할이었던 제인 포스터로 바뀌어가고 있다. 마블 만화가 시도하고 있는 메인 캐릭터의 계승 중 하나다. 제인 포스터의 ‘레이디 토르’는 그중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한 계승에 속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레이디 토르가 등장한다고 한다.

 

제인 포스터 역의 나탈리 포트만은 토르의 2편인 다크 월드를 만들면서 스튜디오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하차했다. 그래서 이후 영화들에서는 제인 포스터와 토르가 헤어진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나탈리 포트만이 엔드게임에 카메오 출연을 하고 홍보 파티에 등장해서 이게 왠일인가 했더니, 레이디 토르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페이즈 4의 판넬은 이렇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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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미정

제작 발표는 되었으나 시기가 발표되지 않은 영화가 많다. 그리고 깜짝 리부트 소식도 있다.

 

1. 블랙 팬서 2편, 캡틴 마블 2편, 스파이더맨 3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

코믹콘의 페이즈 4 계획에서는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았고, 스파이더맨의 경우엔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일단 이 영화들이 어느 페이즈로 계획 중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제작은 확실하다.

2. 판타스틱 포 리부트

조쉬 트랭크 감독의 판타스틱 포 리부트작이 2015년에 나온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안 봤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좋은 배우들과 막강한 자본이 엉망인 각본과 연출에 의해 사정없이 낭비되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마블 만화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판타스틱 포는 폭스가 판권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마블 스튜디오는 그동안 판타스틱 포를 MCU에 등장시킬 수가 없었다. 이제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었기에 조쉬 트랭크의 판타스틱 포를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다. 역시 폭스가 판권을 갖고 있던 엑스멘의 경우엔, 아직 뮤턴트를 언급하고 설정과 스토리를 진행시키기엔 시간상 이르다고 마블은 판단하고 있다. 그리하여 폭스가 판권을 보유한 캐릭터 중에서 판타스틱 포가 먼저 MCU에 편입된다.

 

3. 블레이드 리부트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블레이드 시리즈가 리부트되어 MCU로 편입된다. 현재 공개된 혹은 확정된 사항은 주연 한 명이다. 마허샬라 알리. 

이 캐스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현재 블레이드 역으로 확정된 마허샬라 알리. 상류층 흑인과 하류층 흑인의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복합적인 배우다. 그의 대표작 중에는 마블 드라마 루크 케이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와 마블 텔레비전이 함께 만든 디펜더스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네 명의 히어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면서 각 캐릭터 시리즈마다 어느 정도의 질적/상업적 성과를 낸 바 있다. 마허샬라 알리는 루크 케이지의 시즌 1에서 빌런 중 하나인 코튼마우스 역할을 맡아 시즌 초반의 긴장감을 홀로 만들어내는 호연을 보여줬다.

그런데 얼마 전 넷플릭스-마블 드라마는 제시카 존스 시즌 3을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캔슬 되었다. 그리고서는 주요 캐릭터 중 하나를 맡은 배우를 영화에 중복 캐스팅한 것이다. 이는 디펜더스 시리즈와의 연계 및 조화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디즈니가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준비하면서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는데, 이와 어느 정도 연관된 사유로 인해 양측이 불화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화에서 쓰려고 했던 스토리를 마블 텔레비전 쪽에서 가져가 써먹었다가 대차게 말아먹어버린 인휴먼스 등의 결과도 있었다. 이를 합해서 생각해보면, 마블 영화는 기존의 드라마들을 MCU에서 없는 셈 치고 새로 드라마 시리즈를 쌓아올리려는 심산으로 추측된다.

다른 드라마들은 몰라도 디펜더스 시리즈까지 MCU에서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은 아쉽다. 대신 간지뿜뿜 블레이드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