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헤르매스 아이 추천28 비추천0

 

 

 

“정부가 섬기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싶거든, 돈을 어디에 쓰는지 보라!” 

 

“곳간에서 인심 난다!”

 

“공산당은 말이 아닌 발을 봐야 한다!”

 

 

이 모든 격언들의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정권 그리고 사람 됨됨이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바로 국가 재정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권력자의 발걸음이 최종적으로 어디를 향하는지다.

 

23일 1주기를 맞이하는 고 노회찬 의원은 처음 노동운동가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국민의 대표이자 입법자로 생을 마감했다. 거리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거리 운동가로서 세상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정책결정권을 가진 정치계로 입성, 결국 국회의원이 되었다. 60이 조금 넘은 그의 생애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그가 진정 꿈꿨던 세상의 모습은 국회 발의 법안을 통해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생애만큼이나 국회 의정활동도 부침 많은 세월이었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다고 할 수도 없는 시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시작한 그의 의정활동은 화려했고, 격정적이었다. 국회에서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거리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곁을 지켰다. 그럼에도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여당의 ‘뉴타운 공약’에 밀려 낙선했고, 19대 국회에서 당선됐지만, 삼성 X파일 공개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 1년여의 의정활동이 전부였다. 20대 국회에서 경남 창원에서 출마해 당선됐지만, 자신이 한 ‘거짓말’의 단죄를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물어 의정활동과 함께 생도 마감했다. 

 

그의 삶은 숭고했지만, 세력은 약했다. 그의 철학과 삶에 박수는 보낼지언정 고단한 그 행보에 동행하는 이는 적었다. 늘 주변부에 머물러야 했던 노회찬이었다. 그 힘들다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음에도, 가진 양복이 단 두벌뿐인 궁색한 형편을 벗어나기 힘들었고, 소수당 출신이라 거대 양당의 갑질에 서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런 순간마저도 웃음과 해학으로 응수했던 노회찬. 입법가 노회찬을 제대로 평가하고자, 그가 의정활동 기간 발의했던 법안을 다시 살펴보며 1주기 추모를 대신한다.

 

PYH2018072313720001301_P4.jpg

 

2004년 5월 30일 제17대 국회 시작부터 의원활동을 개시한 노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만 467건의 법안(공동발의 포함)을 발의했다. 2004년 6월 18일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김원웅의원 등 201인)’ 공동발의(170062)를 시작으로 회기 마지막 발의 법안은 ‘사모펀드론스타의 외환은행인수 관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임종인 등 16인)’ 공동발의안(의안번호 178203)이었다. 이 법안들은 법안명만 살펴봐도 대충 어떤 내용의 법안인지 알 수 있는 법안들이다. 주어진 문제로부터 게으름 한번 피우지 않았던 노회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표 발의한 법안이든, 공동발의에 함께 도장을 찍은 법안이든 노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과도한 국가폭력으로부터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근거를 마련하고, 사회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들을 포착하여 타파하고, 일하다 다친 근로자들 치료해주고, 다쳐서 일 못하게 된 근로자들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주자는 법안들이었다. 기득권 타파였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드는 법안에 주력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중 17대 국회에서만 노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중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논쟁 중이거나, 그래도 사람다운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만든 법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04년 9월 18일 대표발의 ‘치료보호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70472)’ 

 

201143448_1280.jpg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삼청교육대의 문제점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 차원에서 만든 사회보호법 제13조 제1항에 대한 개정안이다. 과거 이 법률은 위험한 전과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사회방위의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꾸준히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노 의원 안에 따르면 집행에 있어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부분은 폐지하고,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해서는 보호와 치료의 목적에 맞춰 법안을 개정하여 사회복귀를 돕는 데 치중하였다. 대안반영으로 폐기되었다. 

 

 - 2004년 9월 23일 대표발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0521)’

 

이 법안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자금을 실제로 사용한 정당에도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인이 불법정치자금을 기부받아 형사 처벌되었음에도, 그 자금을 실제로 전달받아 사용한 정당이 그 자금을 반환한다든가 하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때문에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문화 확립을 위해 정당이 전달받은 불법정치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전달받은 액수만큼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5년 9월 27일 대표 발의 “교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2741)”

 

이 법은 교통안전관리자로 취업할 수 없는 사유 중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교통안전법 제7조의2 제3항 제2호)”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개인파산으로 교통안전관리자로 취업이 원천 봉쇄돼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법의 불합리함을 철폐하고자 발의된 법안이다. 

 

개인파산제도란 변제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자들을 개인파산제도를 통하여 경제적, 사회적 재건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이 개인파산제도는 또 다른 낙인이 되어 파산과 아무런 직무관련성이 없는 직종조차 취업이 불가능하도록 해 경제활동과 재건을 막고 있어, 이러한 법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다. 대안마련으로 폐기되었다. 

 

이와 연계된 여러 법안들이 있다. 지하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2751)을 비롯하여,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172750), 정보통신공사업법일부개정법률안(172749),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8), 삭도‧궤도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7), 사법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6),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5), 법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4),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172743),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172742) 등이다. 직접 관련법안으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172752)’이 있다. 

 

 - 2004년 11월 19일 대표 발의 “병역법 중 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0932)”

 

00501593_20180627.jpeg

출처 - <한겨레>

 

이 법안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를 인정하는 법률안이다.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간 법안이었을 수도 있으나, 지난 2018년 11월 1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판결을 살펴볼 때 세상은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진보정치는 그 사회가 나아가야 할 의제를 제시한다는 명제를 확인 시켜 준 법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가 대체복무 근거 법률안 제정에 앞서 14년 전 노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다시 한번 꺼내 살펴볼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노회찬의 섬세한 인권 마인드를 알아볼 수 있는 법안이다.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5년 2월 28일 대표 발의 “삼성에스디아이 주식회사의 재직근로자 및 해고자 등에 대한 휴대폰 불법복제를 통한 위치추적 의혹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삼성에스디아이 주식회사의 노동조합 설립 및 활동 방해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71412)” 

 

이 법안은 삼성SDI 노조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고 하자 사측에서 소속 조합원들의 휴대폰을 복제해 위치추적 등의 방법으로 노조설립을 방해하여 검찰에 고발된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특검을 통한 실체적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특검 도입법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5년 5월 25일 대표발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1857)”

 

임차주택의 경매 시 보증금은 경매를 통해 우선 변제받을 수 있지만, 임차권은 경락에 의해 소멸하여 세입자의 주거안정이 위협받게 된다. 세입자가 경매에 참가해 그 주택을 매수해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하여도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기존 세입자를 다른 경매참가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주거안정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노 전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기존세입자를 임차주택 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가격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안 제3조의6 신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5년 5월 25일 대표발의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1856)”

 

재벌기업 총수 등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발의한 법이다. 특정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등을 제한하고, 특별사면을 할 경우에도 민간인이 참여하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오‧남용되는 데 있어 제재절차를 마련하였다. 대안반영으로 폐기되었다. 

 

 - 2005년 9월 20일 대표 발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172690)”

 

20051203_180704_2.jpg

 

장애인 차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1990년 미국에서 마련된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법안을 모티브로 한 대표적인 적극적 평등조치실현 법안이다. 사회‧경제‧정치‧문화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안마련으로 폐기되었다. 

 

 - 2005년 10월 24일 대표발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3046)”

 

이른바 ‘검피아’ 금지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한 후 재판 중 퇴사하고 삼성구조본부에 상무보로 입사하거나, 기업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간부들이 해당 기업으로 입사하여 공직윤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를 원천차단하고자 발의한 법안이다(안 제17조 제3항).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5년 9월 28일 대표발의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72834)” 

 

이 법은 과거 호적법에 의거하여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의 신분이력사항을 모두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불필요하게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모두 노출되고, 이것이 사회적 차별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시정하기 위해 본인 중심의 이력만 기재하도록 한 법안이다. 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유치원 및 학교 입학과 동시에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 등을 방지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호하는 데 있다. 대안마련으로 폐기되었다. 

  

 - 2006년 4월 17일 대표발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4259)”

 

국가정보원의 업무를 국외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에 한하는 것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담고 있다. 그 동안 국내정보수집, 이용을 통해 국내정치에 개입해왔던 국정원을 개혁하여 본질적으로 대외정보수집 업무로 한정하여 권한남용의 가능성을 방지하고, 명칭 또한 해외정보처로 변경, 그 비용(예‧결산)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법으로 2006년 4월 13일 발의한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법률안(174248)’과 2006년 5월 10일 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174377)’이 있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년 5월 15일 대표발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4388)”

 

지역 간 불균형 발전 해소를 위해 징겨 복지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확대에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지역복지사업계정을 신설(안 제4조 제2항 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6년 10월 12일 대표발의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175155)”

 

기존법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은 호적상의 성별을 변경할 수 없다. 그 결과 결혼 및 가족 형성에 제약이 따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활동에서도 불이익과 차별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일정한 요건 하에 성전환자들에게 성별의 변경을 인정하여 주어 성전환자에게 부당히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되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006년 대법원 첫 판결 이후로 꾸준히 대법원에서는 개별 성전환자들의 호적상 성별 변경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법제도 정비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2019년 현재도 성적소수자나 트랜스 젠더에  가해지는 편견과 사회적 차별과 그로인한 사회 갈등을 감안하면 일찍이 차별 철폐에 대한 노 전 의원의 민감한 인권감수성을 엿 볼 있는 법안이다. 

 

 - 2006년 12월 28일 대표 발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5882)”

 

부동산투기로 인한 취득한 불법적인 수익을 몰수, 추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률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7년 2월 2일 대표발의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176043)”

 

이 법안은 폐지되었던 정당 지구당을 부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과거 인정되었던 정당의 지구당이 고비용, 비효율적 구조라는 판단 하에 폐지하였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정당의 지구당이 사라짐으로써 정당의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중앙당 중심으로 정당운영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 구‧시‧군에 지역위원회를 두어 사실상 지구당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7년 2월 2일 대표발의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6044)”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자 모든 공동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분양가격이 공시되는 주택의 범위를 공공, 민간이 분양하는 모든 공동주택으로 확대하도록 한 법안이다(안 제38조의2 제1항). 대안반영 폐기되었다. 

 

 - 2007년 4월 2일 대표발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6331)”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차별적으로 부과되는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개선하고자 가맹점수수료 체계 정비 및 가맹점수수료 원가내역 표준안 마련, 이에 근거한 가맹점수수료 책정 및 공개, 가맹점 수수료의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제17조의2~4 등).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07년 6월 19일 대표발의 “행형법 전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6902)”

 

스크린샷 2019-07-23 오후 4.jpg

 

수형자에 대한 인권보장 강화를 위해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포함한, 최소공간 확보 및 개인정보보호 등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1년 남짓 활동한 19대 국회에서 노 전 의원이 발의(공동발의 및 대표발의)한 법안은 128건이다. 여전히 비정규직 보호 법안에 빠짐없이 도장을 찍었고, 부자 증세, 차별철폐, 기득권 타파에 흔적을 남겼다. 

 

 - 2012년 9월 12일 대표발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1774)”

 

하도급업자의 보호를 강화한 법안이다. 하도급계약 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게 하고 수급사업자 등에도 고발권을 부여하여 원사업자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여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안반영으로 폐기되었다. 

 

 - 2012년 9월 13일 대표발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1778)”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및 부당한 담합행위, 공정행위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하여 소비자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한마디로 집단소송제도를 통하여 소비자 보호 및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의 목적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12년 11월 26일 대표발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2798)”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공정하게 배분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이익공유제의 개념을 규정하고, 추진본부 설치 및 공공기관의 입찰자격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지원 등 이익공육제 관련 시책을 정부가 수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 2013년 2월 14일 “소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3722)”

 

순직 및 상이 소방공무원의 지원 확대 법안. 기존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으로 사망한 사람 및 퇴직한 사람과 유가족에 한하여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주택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였다가 복귀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은 소방관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지원을 할 수 없었다. 이를 ‘교육훈련, 직무수행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된 업무’로 수정하여 보상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관련법으로 2013년 2월 14일 대표발의한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3721)’이 있다. 대안반영 폐기되었다.  

 

이 밖에도 노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힘쓴 법안은 늘어나는 대부업과 고금리로 피해를 보는 서민들 구제였다. 대부업 등록제한 및 대부업의 명확한 표기를 담은 법안으로 2012년 9월 24일 대표발의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1901927)” 등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노 전 의원은 모두 434개 법률안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00114)’과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안(의안번호 2000079)’,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000109)’과 같이 그가 도장 찍은 법안들을 보면 안전사회를 향한 그의 열망과 동시에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2017년 4월 14일 그가 직접 대표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2006761)”만 살펴보더라도 산업현장 및 기업 내의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및 안전불감 조직문화 속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 경영자에게 직접 형사책임을 묻도록 하였다. 이른바 ‘기업살인법’이라고도 한다. 이 법은 현재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관련하여 고령의 노동자를 사업체에서 심신의 조건에 따라 적정히 배치하도록 하여 노동현장에서 고령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13592)”도 빼놓을 수 없다. 

 

32430_62663_0330.jpg

사진 출처 - <시사in>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만 모두 60개다. 그 중에서 앞선 회기에서 이미 발의한 법안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법안, 사회의 변화를 불러온 법안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대 국회에서 그가 가장 먼저 대표발의한 것은 법안이 아닌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 권고사항 이행 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000378)”이다. 이 결의안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발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건과 집회현장의 차벽 설치 등으로 유엔이사회의 특별보고관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따른 권고사항 이행조치 촉구를 담고 있다. 이 결의안은 2016년 6월 21일 결의되어 본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헌정사를 바꾼 2016년 12월 3일 국회에서 의결된 우상호, 박지원 의원과 함께 공동 대표발의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의안번호 2004092)”과 “박근혜대통령 및 박근혜대통령의 측근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003488)”을 빼 놓을 수 없다.  

 

2016년 7월 21일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2001057)”은 요즈음 가장 뜨거운 이슈인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이다. 핵심은 검사까지도 수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그 밖에 노 전 의원의 꿈이었던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양당제 구조 타파 및 다당제 확립, 소수정당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08413)” 등 다수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안건은 위원회 심사 중이다. 

 

그리고 폭력 국회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로 악용되는 점을 개선하고자 안건신속처리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07386)”도 지난번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주연으로 연출된 동물국회를 떠 올려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법안이다.   

 

노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각 부처의 현황보고서를 토대로 한 재발방지 및 개선의 실효성 마련, 강제적 집행력 확보에 중점을 두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 기본에는 보편적인 ‘인권신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범죄 사건에서 국선변호인 및 국선보조인 선임 의무화하여 학대범죄 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하도록 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010805)”이 그러하고, 17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꾸준히 관심을 두었던 장애인 차별금지와 관련하여서도 그렇다(문화 공간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강화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 ; 의안번호 2005064).

 

 

노 전 의원의 해학, 화려한 수사는 누구나 기억한다. 그리고 그의 진정성 어린 삶에 대해서는 누구나 안타까워하고, 아까워한다. 그러나 실제로 활동했던 기간만 따지면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발의하고, 도장 찍었던 수많은 법안의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가 떠난 지 1년. 바쁜 생활 속에서 어느덧 잊었지만 그래도 그의 죽음을 때때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눈물짓는 이들이 기억해야 하는 건 그가 법안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세상이다. 그가 떠나면서 잠자고 있던 법안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 그리고 임기가 채 10개월도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제대로 된 입법자로서 입법 활동을 강제하게 만드는 게 그의 유지를 받드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1997년 IMF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포의 대상은 ‘가난’이다. 공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가난한 사람이 가장 불안전하고, 가난한 사람이 제일 먼저 범죄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들에게 가혹하게 착취당하고, 가난한 사람이 세상에서 점차로 밀려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가난한 자에 때때로 시혜적인 배려를 베푸는 사람은 있어도, 나 자신은 가난하다 못해 궁핍하면서도 타인들의 가난을 앞장서서 구제하려고 일생을 건 사람은 찾아보기는 극히 어렵다. 그렇기에 두려움과 혐오가 되어버린 가난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손을 잡고 일생을 함께 걸었던 노회찬을 추모하기에 1년은 턱없이 모자라다.  

  

32430_62664_0331.jpg

사진 출처 - <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