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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갑옷, 아크 원자로

 

똑똑한 발명가이며 유능한 경영자라 해도, 갑옷을 입고 날아다니지 않으면 아이언맨이 아니다. 아이언맨의 시그니처 장비는 역시 가슴에 단 아크 원자로다. 이게 있어야 아이언맨이 공중을 날 수 있고, 맞을 때 깡 소리를 낼 수 있. 아이언 1편 영화는 아크 원자로와 아이언맨 갑옷을 개발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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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순한 망치질이 아니다. 최초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로의 첫 담금질이다!

 

아크 원자로가 전력을 공급하지 않이는 첨단 기술이 들어간 갑옷도 방탄 수의일 뿐이다. 때문에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를 반드시 자기 가슴에 붙여둔다. 이게 있어야 근력 강화도 되고 갑옷의 손발에서 리펄서도 쏘고 흉부에서 유니 빔도 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크 원자로, 리펄서 건, 유니 빔 등의 모든 원천 기술은 토니 스타크의 발명품이다. 아크 원자로는 크기에 비해 말도 안 될 정도의 효율성이 강점이고, 게다가 부산물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다. 덕분에 토니는 아이언맨이 되는 동시에 자기 회사도 살릴 수 있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는 군수 산업에서 철수한 후 클린 에너지 시장에 진출해 대박 성공을 거두었다. 역시 될 놈은 된다.

 

아이언맨 아머 - 영화에서는 수트와 아머가 혼용됐다 - 는 토니 스타크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장비이기도 하다. 그는 외강내유의 인물이다. 그가 군수 산업을 때려친 이유는 자기가 발명한 무기가 사용되는 현장의 참혹함을 견디지 못해서다. 원작 만화에서는 히어로가 되고서도 히어로 활동의 불안, 긴장, 부담, 비극 등을 이기지 못하고 알콜 중독에 빠지는 것이 초기 스토리였다. 영화에서도 외계 침공을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울트론을 만드는 삽질을 했다. 여린 내면을 억만장자 플레이보이의 모습으로 가리는 토니 스타크가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갑옷을 입는다는 것은 완벽한 설정이다.

 

 

무한 업그레이드, 그런데 조작은 어떨까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갑옷을 계속 업그레이드 한다. 목적에 맞는 별도의 모델도 만든다. 아크 원자로를 활용한 무기가 먹히지 않는 적에게는 기존 재래식 화기를 장착한 모델을 만들고, 이건 후일 친구에게 주어 그가 워머신이 되게 한다. 헐크를 알게 된 후엔 대헐크 전용 갑옷인 헐크 버스터를, 토르를 알게 된 후엔 대토르 전용 갑옷인 토르 버스터를 만든다. 이런 식이라서 처음 만화에서 데뷔했을 때의 갑옷은 현재와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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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3월의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 #39에서 데뷔한 아이언맨의 최초 갑옷.

문자 그대로의 '철남'이다.

 

모델 1 혹은 MK. 2이라고 불리는 이 갑옷의 디자인은 투박한 철가면이다. 창조자 중 그림 담당이었던 잭 커비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이 위압적이라는 지적이 작품 내외에서 있자, 잭 커비(작품 바깥에서)와 토니 스타크(작품 안에서)는 도장을 황금색으로 다시 한다. 그래봐야 철가면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디자인을 스티브 딧코가 했다. 현재도 쓰이고 있는 디자인의 베이스가 되는 황금색과 붉은색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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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2월의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 #48에서 처음 등장한 스티브 딧코의 디자인.

 

토니의 업그레이드는 끝이 없다. 수중 활동이 가능한 아머, 우주 활동이 가능한 아머 등도 계속 만들어졌다. 그럼 이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저 아머의 기능은 어떻게 조작하는 걸까? 내부 여기저기에 버튼이 있나? 비행과 공격이 가능한 손발의 리펄서 건, 묵직한 한 방을 날려주는 흉부의 유니 빔, 여러 파츠 간의 동력 전달, 바이저의 정보 제공 기능 등을 섬세하게 조작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작가들은 처음엔 혀로 조작이 가능하다(...) 등의 설정으로 대충 때우면서 넘어갔다.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은 무려 2006년이다. 작중에 익스트리미스라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의 신경계를 해킹하여 기능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토니 스타크는 자기 뇌파로 네트워크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버전의 익스트리미스를 시술받고 나서야 갑옷을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원격 착용이 가능해진 것도 이 덕분이다. 영화에서는 센서를 체내에 이식하는 모습이 나왔고, 익스트리미스는 3편에 등장했지만 용도는 많이 달라졌다. 영화에서는 언제나 조작을 보조하는 AI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영화 쪽 작가들이 더 성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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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은 신체의 신경계 신호와 갑옷을 연결해주는 내피를 입어야 한다. 즉, 황금 내복(!)이다.

익스트리미스 시술을 받은 후로는 이 내복(!)을 체내 뼈 안에 저장해둘 수 있어 편리해졌다.

 

2010년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내복 뿐 아니라 갑옷까지 나노 입자로 바꿔서 몸 안에 저장해두는 방식이다. 익스트리미스 설정으로 조작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저장까지 그 설정에 깔끔하게 맡겨버린 것이다. 이 버전의 아머들은 착용되는 모습을 본따 블리딩 엣지(Bleeding Edge) 아머라고 부른다. 이 버전이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영화에 반영된 버전이다. 블리딩 엣지에 와서는 무기를 갑옷에 다는 방식이 아니라 나노 입자로 즉석에서 무기를 만들어내게 되면서 범용성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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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딩 엣지 아머의 간지. 원작을 아는 덕후들에게는 간지가 두 배였다.

 

현재는 이 블리딩 엣지 버전에다가 베놈의 세포 기능을 결합해서 만든, 액체금속 기반의 엔도 심(Endo-Sym) 아머가 나왔다. 만화에서의 최신 버전은 블리딩 엣지와 엔도 심의 기능을 팔찌 하나에 집어넣은 모델 프라임 아머라는 버전이다.

 

 

아이언맨 아머, 그 어려운 걸 양덕이 해냅니다

 

무수한 양덕들이 현실 아머 제작에 도전해왔다. 몸 전체에 입는 것이라서 장난감으로는 흔치 않았고, 대부분이 코스플레이어였다. 외형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강도를 재현하는 것은 어려웠으나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비행 기능은 어떨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양덕 중에서 아담 새비지(Adam Savage)라는 공학자가 있다. 특수효과 전문가로, 방송인 활동도 오래 한 사람이다. 지난 6월, 아담 새비지는 비행이 가능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었다. 이 과정은 미국 사이언스 채널과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크 원자로는 당연히 불가능하니 추진력은 제트팩에 의존했다. 영국의 발명 스타트업인 그래비티 인더스트리가 만든 제트팩 5개를, 콜로라도 광업대학에서 3D 프린팅으로 만든 티타늄 아머에 달아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가장 원본에 근접한 아머다. 과연 비행이 가능할까? 결과는 공개된 푸티지 영상에 있다. 결론만 보고 싶은 사람들은 7분 경부터 보면 된다.

 

https://youtu.be/U1wEO-pHiz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