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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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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나름 준수했다. 북한의 포탄에 대응해 해병대가 반격했다. 오후 3시 경 북한의 2차 포격이 시작되자 이명박은 보복공격을 생각한다.

 

“K-9 자주포 말고 다른 전력 없나? 함포 사격으로 날려버릴 수 없나?”

 

(이명박이란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군통수권자로서의 모습으로만 보자. 이명박은 상황이 터지자마자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고, 합참의장과 각 군 작전사령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지시를 내렸다. 503보다는 낫다)

 

대답은 ‘준비된 함정이 없다’였다. 이명박은 다시 물었다. 

 

“다른 공격수단은? F-15K가 떴잖아? 이걸로 지상폭격 가능하지?”

 

한국군은 F-15와 F-16을 띄웠고, 미군은 일본에 있는 F-22를 날렸다(공중급유기는 덤). 아마 결심만 했다면 북한을 때렸을 거다. (F-15K는 제공권 확보를 위해 상공에 대기 중이었다. 북한군이 확전을 각오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게, 우리 쪽에서 F-15를 띄우자 북한도 Mig-23를 3대 띄웠다)

 

이명박은 F-15K를 포함한 타격수단을 동원해 북한군에 대한 보복공격을 준비했다. 국방부장관이었던 김태영을 포함, 미국 정부가 총동원으로(오바마가 말릴 정도였다) 보복공격을 말렸다.

 

문제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끝난 뒤였다. F-15K로 보복을 할 수 있었음에도 미국과 협의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미군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이었던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장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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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위권 행사는 미군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

 

당연했다. 북한이 공격했고 남한이 반격하겠다고 한 거지, 전쟁을 하겠단 게 아니다(확전을 각오하고 밀어붙여야 할 상황이지만). 공격을 받은 후 자위권 차원에서 공격을 준비하는 거다. 여러 옵션 중 하나가 F-15K인데 군 관계자들은 미군과의 협의를 먼저 말했다. 

 

60여 년 가까이 미군에 종속돼 있었기 때문일까? 자발적 의지나 판단이 아니라 미군의 판단과 협의를 먼저 생각했다. 적이 공격을 했다면 즉각적으로 격퇴해야 하는데, 연평도 포격 당시에 우리 군 수뇌부들은 ‘미군’이란 존재를 염두에 두고,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외부의 침략에 대응해 국가를 지키는’ 게 군대의 역할임에도 말이다.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할 대목'

'확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위험관리'

'한미공조를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

 

물론 위와 같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다만 그들의 머릿속에 미군이 먼저 떠올랐다는 것, 그리고 매뉴얼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형식적인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다(연평도 포격 사건 후에 국방부는 미국과 협의해 ‘국지도발계획’을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 합참의장이 제안한 걸 한국 국방부가 받았다. 매뉴얼은 중요하지만 매뉴얼이 없으면 판단하지 못한다는 건...)

 

어느새 한국군은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관리형 군대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국방개혁 307'은 노무현 정부가 만든 ‘국방개혁 2020’을 갈아엎는 것이었다. 

 

병력 50만 명 감축안 정도를 비롯해 몇 가지 계승하고는 아예 갈아엎었다. 전시작전권 환수도 연기됐고, 육군에 다시 힘을 실어주겠다는 움직임이 보였다. 연평도 포격사건의 영향은 크고 깊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됐다. 이것의 탄생 자체가 우리 국군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는 ‘서북도서해역사령부’를 만들어 육, 해, 공의 모든 전력을 통합 지휘하는 형태를 계획했다. 사령관은 해병대 사령관이 맡지만(겸임), 유사시에는 육군과 해, 공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건데, 평시에는 지휘선상에서 빠져 있다가 유사시에만 지휘한다? 미군이 바보라서 평시에도 통합군 사령관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어준 게 아니다. 

 

각 군의 이해가 충돌했고, 결국 백령도와 연평도의 부대를 지휘하는 걸로 타협을 봤다. 북한의 도발 앞에 개혁보다는 안정을 택했다고 해야 할까? (혹은 국민들에게 보여줄 뭔가를 만든 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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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

 

국방개혁이 다시 등장한 건 박근혜 정부 때였다(정권은 출범하면 기본적으로 ‘국방개혁’을 들고 나온다. 제대로 군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이란 걸 만들었고, 박근혜는 이를 승인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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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가는 방향과 비슷하다. 당장 눈에 띄는 게, 

 

“1, 3군 야전군 사령부를 5년 내에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한다.”

 

라는 대목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내려온 지상작전사령부 이야기가 다시 등장했다. 보수단체에서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군 사령부를 해체했다!"는 주장이 허구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부대도 많이 해체하기로 했다.

 

“8개 군단을 6개로 줄이고, 사단도 42개에서 31개로 줄인다. 기갑, 기보여단도 23개에서 16개로 줄인다.”

 

박근혜 정부도 상비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63만 수준의 병력을 52만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지스함 3척 추가 건조, 잠수함 사령부 창설, 해병대 항공단 창설계획 등 나름 시대흐름에 맡게 해야 할 일도 하는 거 같았다. 

 

뜯어 보면 허점이 많았다. 당장 사단 체제를 끝까지 고수하려 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미군부터가 여단 규모로 축소하는 상황이었는데)

 

전력은 확충했지만, 이를 운용할 병력보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이지스함을 3척이나 추가 건조하고, 다른 함선도 추가 건조하는데 해군 병력은 동결했다. 결과 4천 여 명 정도의 병력이 부족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게 어떤 비전이나 정권의 목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를 하지 말자)

 

보수정권답게 일관성은 있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한다.”

 

이명박 때 한 번 뒤로 미루더니, 박근혜 때 다시 미뤘다. 이해범위 안이다. 보수정권이 보기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시기상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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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이 드는 건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한국 측이 요구하면 그러려니 하고 이걸 받아준다. 전작권 환수를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역학구도에서 한국을 통제할 카드로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을 평화 상태도 분쟁 상태도 아닌 구역으로 설정하기 위해서인지. 

 

중요한 건 전작권 환수에 대한 합의가 된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기한이 늘어지고 있다는 거다. 

 

전작권 환수와 별개로 한국군의 개혁 방향은 계속 한 군데를 가리키고 있다. 중구난방인 것 같은데도 개혁의 방향성은 얼추 모아진다. 

 

'더이상 60만 대군을 운용할 수 없다.'

'육군 중심의 군 전력을 해군, 공군으로 재편해야 한다.'

'1, 3 야전군 체제를 통합해서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중요치 않다. 군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건 대세가 됐다. 이건 의지의 문제, 통수권자의 의지가 아니라 물리적인 문제이며 대내외적인 압력의 결과다. 

 

“한국은 60만 대군을 운용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이걸 부정하긴 어려워졌다. 남은 건 어떻게 하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