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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19. 화요일

스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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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 덕내는 어디서 나는 거지? 혹시 너도? 


몰라도 지장 없고 안다고 돈 되는 것 아니지만,

어렴풋이 알아두면 행복한 명랑잡지식 총출똥! 


손쉽게 후딱 끓여 잡숫는 딴지인의 정보 야식, 


'덕후라면'




[지난기사 보기]


덕후라면 <1>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타임머신 "지우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60%는 평생 한 켤레 이상의 컨버스를 소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의 신발장을 한번 열어보자. 그 곳에는 낡고 냄새나지만 어쩐지 만만해 보이는 컨버스 한 켤레쯤 눈에 들어오지 않은가? 더이상 사람들은 컨버스를 사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거리엔 이미 너무나도 다양하고 화려한 신발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관에서 오늘 뭐 신고 나갈지 옷에 맞춰 고민을 하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컨버스를 꺼내고 신발 끈을 묶는 자신을 발견하곤 할 것이다. 왠지 컨버스를 신고 갈 수 없는 곳은 없을 것만 같고, 왠지 컨버스와 어울리지 않는 옷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유연성을 가진 패션 아이템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컨버스 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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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E사는 1905년 미국에서 고무를 만들던 회사가 만들어 낸 신발 브랜드다. 처음에는 고무 밑창을 만들었고 곧 신발로 이어졌다. 눈이 와도 미끌어지지 않는 고무 밑창으로 운동화를 만들 생각을 한 것에서 시작된 건데, 사실 초창기 컨버스의 명성은 농구 코트에서 시작되었다. 목이 올라오는 하이탑 스타일의 디자인 덕분에 발목까지 끈으로 꽉 조여 잡아주니 점프를 하거나 드리블 할 때도 안정감이 있었던 게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냥 ‘컨버스’ 운동화로 불렸지만 1915년 고등학교 농구 스타였던 척테일러가 경기를 뛸 때마다 이 신발을 신었던 것이 결국 유행으로 이어졌고, 그로인해 '척 테일러'라는 애칭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훗날 은퇴한 농구선수 척 테일러는 컨버스의 세일즈맨이 됨은 물론, 기꺼이 자기 이름을 컨버스에 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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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까지만 해도 컨버스는 여전히 ‘운동할 때 신는 운동화’ 였다. 하지만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이미 ‘스포츠계의 스타’로 떠올랐던 탓에 딱딱하고 점프력 상승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던 이 모노톤의 운동화는 점점 쇄락의 길을 걷고 만다. 이렇게 빌빌대던 와중에 벼락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스타일을 따지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던 스타들이 컨버스를 운동화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딘이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영화 촬영할 때 컨버스를 신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1960년, 컨버스는 중대한 결정을 한다. 10대 청소년을 타겟으로 잡고 컨버스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의 컨버스는 블랙과 화이트, 단 두 모델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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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코베인 팬이라면 누구나 그가 즐겨신던 지저분한 척 테일러를 기억할 것이다.(나도 커트 코베인을 추모하며 그의 기일에 짙은 색 컨버스를 꺼내신곤 한다.) 허나 그저 '커트 코베인이 즐겨 신었던 신발'이면 좋았을 것을, 뭐가 그리 조급했던지 컨버스는 2008년에 <컨버스×커트 코베인> 에디션을 출시하고야 만다. 


생전에 상업적인 도구로 자신이 소모되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커트 코베인의 성향과 반대되는 것은 기본, 스타일리쉬한 커트를 모독하는 더럽게 못생긴 디자인까지 더해져, ‘커트코베인 사후 그의 명예를 실추한 최악의 사건 TOP 7’ 에 당당히 랭크 되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그외 순위로는 Guitar Hero 5에 나오는 커트 코베인 아바타,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 그리고 그의 생전 일기장을 복사해서 출판한 사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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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00년 초반까지해도 한국시장에서 컨버스라는 브랜드는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었다. 사람들은 컨버스 운동화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운동화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신발 메이커들이 쓰러져가는 컨버스의 인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저마다 컨버스를 멋대로 베껴서 출시, ‘컨버스 운동화’라고 이름 붙여 시장을 선점해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003년, 나이키가 전격 컨버스를 인수하면서 신나게 브랜드 리커버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나이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상표권 소송이었다. 나이키는 총 31개사를 대상으로 컨버스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소송엔 스케쳐스, 랄프로렌, H&M, 월 마트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보나마나 이후 짭짤한 부수입을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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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컨버스를 갖고 있니?"라는 질문은 살짝 지루하다. "어느 쪽이야? 척 테일러? 잭 퍼셀?" 이렇게 물어야 옳다. 둘 중 하난 반드시 갖고 있을 테니까. 농구선수였던 척 테일러의 이름을 딴 척 테일러 올스타즈가 물론 컨버스하면 '척' 떠오르는 이름이긴 하지만 우아한 테니스 선수의 발과 함께 활약한 잭 퍼셀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아이템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척 테일러는 $55, 잭 퍼셀은 $60로 잭 퍼셀이 $5 더 비싸다. 척 테일러는 다양한 컬러로 승부를 던지는 반면, 잭 퍼셀은 색상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고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들과의 콜라보에서 비싼 가격을 받는 건 잭 퍼셀 쪽, Commes des Gagcon, Maison Martin Margieal와의 콜라보는 100$~200$에 육박하 는 금액으로 팔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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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지난 긴 세월 동안 스타건 일반인이건, 직장에서건, 일생생활에서건 싼 가격 때문이건, 팬심에서건, 아무튼지간에 우리는 다양한 순간을 컨버스와 함께 걸어왔다. 영화 '록키'의 록키 발보아가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오르던 순간에 신고 있던 것도, '스탠 바이 미'에서 집나온 리버 피닉스가 신고 있던 것도, 마놀로 블라닉(나름 고가의 구두) 타령만 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신고 있던 것도, 모두 우리 신발장 안에 들어있는 것과 똑같은 바로 그 컨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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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너무 흔하고 단순한 신발이라고 무시해오진 않았었나? 컨버스는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풍부하다. 그리고 앞으로 그 어떤 신발보다 더 끈질기게 오래 살아 남을 것이다. 


그게 바로 컨버스다. 

 

 

 

 

[역자후기]


유명인사들 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 한가지만 주구장창 고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티브 잡스의 뉴발란스 992나, 피카소의 세인트 제임스 줄무늬 티셔츠 등이 바로 그 고집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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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관성은 쉬운 게 아니다, 잘못 선택했다간 금방 질릴 것이고, 아무데나 어울리지 않아서 포기해야하는 순간을 쉽게 맞딱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버스는 다르다. 묘할 정도로 어디에나 다 잘 어울린다. 만약 죽을 때까지 단 한가지 종류의 신발만 신어야 한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나는 컨버스로 할란다. 가격도 쌀 뿐더러, 낡거나 잃어버려도 당장 손쉽게 새로 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참고문헌

패션의 클래식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

니나 가르시아의 머스트해브 100

Black Brand 2


**참고사이트

http://en.wikipedia.org/

http://www.gigwise.com/photos/89923/the-7-worstways-kurt-cobains-legacyhas-been-exploited-sincehis-death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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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벙커깊수키 통합3호 : 결혼 특집1(14년 12월호>에 실린 

스곤의 연재물 <덕후라면 : 컨버스>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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