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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8뉴스

 

1. 대법원 2심 파기환송, 환호가 거기서 왜 나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근혜와 최순실(판결문에서는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으로 기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셋이 왜 재판에 회부됐는지는 온 동네 길냥이들도 알 것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1심에서 박근혜는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뇌물 수수 혐의를 추가로 인정받아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이 늘어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순실 또한 2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이 뇌물공여 및 횡령에 해당해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는데, 2심에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한 뇌물공여 및 횡령이 무죄로 뒤집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된 바 있다. 그 덕에 2017년 구속됐던 이재용은 2018년 봄에 감방에서 나와 그해 가을에는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도 가고, 백두산에도 올라 함께 간 SK 최태원 회장 등과 함께 해맑은 미소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선고가 내려지자, 박근혜를 사랑하시는 우리공화당 당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박근혜 대통령 복권’이라는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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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링크)

 

‘파기환송’이란 이전 재판 결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니, 다시 결정하란 소리다. 쉽게 말해 이날 대법원은 국정농단 핵심 인물 3인방에 대한 2심 재판이 모두 잘못되었으니 다시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벌을 깎아주라는 게 아니라. 우리공화당이랑 태극기부대는 아마도 2심이 틀려먹었으니 이건 모두 무효라는 뜻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고령인구에서 문자해독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던데... 정녕 사실이었단 말인가.

 

 

2. 말, 그거 뇌물 맞잖아요

 

대법원이 2심 재판을 한 서울고등법원에 "여기가 잘못됐어"하고 콕 찝어준 곳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준 말 3마리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은 뇌물이 맞다는 것이다. 말 세 마리 값만 34억원이다. 액수를 잘 기억해야 한다. 나중에 뇌물로 인정된 금액이 또 나온다. 금액이 중요하다. 왜? 뇌물이 늘어나면 이재용이 삼성에서 횡령한 금액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뇌물을 회삿돈으로 줬기 때문에(밑장빼기 쩔어..) 뇌물로 인정되는 돈이 적어져야 횡령액수도 작아진다. 뇌물이 무죄여야 횡령죄도 무죄다. 그리고 횡령죄의 법정형은 액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이걸 기억해두고, 대법원 판결문 원문을 보자. 

 

“피고인 이재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할 때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을 요구 받고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하였음. 두 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전 대통령으로부터 ‘좋은 말을 사줘라’는 요구를 받았고 2차 단독 면담에서 재차 요구를 받은 다음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승마 지원을 진행하였음. 그 과정에서 지원의 구체적인 최서원 측에서 정하는 대로 이루어졌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서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피고인 이재용 등으로서는 최서원이 가급적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그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였다고 볼 수 있음. ...(중략)...피고인 이재용 등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구입한 말들에 대한 점유가 최서원에게 이전되어 최서원이 원하는 대로 말들을 계속 사용하였음. ...(중략)...이러한 경우 피고인 이재용이 최서원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들이라고 보아야 하고, 비타나와 라우싱은 구입대금을 뇌물로 볼 수도 있음. 이와 달리 뇌물로 제공한 것이 말들에 과한 액수 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남. ...이재용이 최순실에 줬다 후에 독일 회사에 매도한 말운송 차량과 살시도는 비타나, 라우싱과 함께 최순실에게 준 그 순간 살시도 그 자체에 대한 횡령, 비타나와 라우싱 구입 대금에 대한 횡령이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함.”

 

대법원은 이재용이 최순실에게 준 말 3마리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일종의 대가를 기대하고 준 뇌물이 맞다고 보았다. 당연히 삼성에는 포괄적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자연적으로 횡령죄와 연동된다.

 

 

3. 부정한 청탁은 느낌으로 아는 거야

 

2심 재판부는 '박근혜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매개로 영제센터를 지원한다는 묵시적인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 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함. 그리고 이러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므로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중략)...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음. 위에서 본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추어 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함.”

 

자연적으로 횡령죄와 연동된다. 말 3마리(34억)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16억원)을 합치면 50억원이고, 이 뇌물이 늘어날수록 이재용의 삼성 회삿돈 횡령액수가 비례해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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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죄는 뇌물액수와 상관없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이나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한다 해도 뇌물공여죄의 형량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나 뇌물이 모두 회삿돈으로 지급된 것이기 때문에 뇌물액수=횡령액이 된다. 횡령죄에서는 액수가 중요하다. 어차피 이 부회장의 입장에선 유죄냐 무죄냐가 문제가 아니라 양형이 문제다. 전과자 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빵살이만 다시 안하면 된다구!

 

그런데 횡령 액수가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의 횡령죄가 적용돼 법정형 하한이 징역 3년이다. 그리고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 선고형이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4. 사실상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느니라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공무원 아닌 일반인 최순실에게 준 말 3마리가 뇌물이 되려면, 공무원이었던 박근혜와 일반인 최순실이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피고인들(근혜,순실,재드래곤)은 당시 대통령이 사실상 최순실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였고 최순실은 일반인이었으니, 이재용이 최순실에게 준 말은 뇌물도 아니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도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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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기각을 통해 사실상 대통령이 최순실 맞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문 원문을 보자.

 

“원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에 관한 뇌물을 요구하고 최서원은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 촉진하는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으며,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이 비공무원인 최서원에게 모두 귀속되었더라도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최서원 사이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대법원 2018도2738 다수의견)”

 

이재용 부회장한테 인정된 횡령액수가 에누리 없이 50억원이다. 최소 5년 이상 유기징역이기에 집행유예는 불가능하고,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형법학자들과 현직검사, 법조인들의 전망이 그렇다. 헤헷.  

 

 

5. 하나로 퉁 치지 말고, 각자 계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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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놈이 있으면 반드시 받은 놈이 있고, 준놈 받은 놈 다 벌하는 게 뇌물죄다. 거기에다 대법원은 '2심에서 박근혜에게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전부 합쳐서 하나로 형량을 선고했는데, 이것이 위법하니 각각 따로 선고'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뇌물수수죄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형이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해졌다. 대법원은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 있어 반드시 분리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적으로 사실상 대통령이었던 최순실의 형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던 재산국외도피죄(가장 형량이 큼)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부회장이 허위 지급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삿돈 36억여원을 최순실 소유인 코어스포츠 명의의 독일 계좌로 송금했다는 혐의다. 2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등의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도피하겠다는 범죄의 고의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그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고,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받는다. 만약 재산국외도피죄까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났으면 이 부회장은 5년 이상의 징역에서 또 5년 이상의 징역형인 죄가 추가 돼 실형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상당히 오랫동안 빵살이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무죄 3개 중 2개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돼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수십, 수백억을 로펌 변호사에게 지불해야 할 판국이다.

 

이 부회장은 51세, 징역 25년 받은 박근혜는 67세, 징역 20년 받은 최순실은 63세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들의 형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 침실을 좋아했던 박근혜는 아담한 침실 분위기와 다르지 않는 빵에서 잘 적응해 최근엔 밥도 잘 먹는다 하니, 다행이다. 평화로운 앞날이 기대된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특식으로 제공되는 송편도 곧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파기환송심에서도 집순이 박근혜의 행복을 그대로 지켜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