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주
지난 8월, 일본 야후 뉴스에 올라온 한 기사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日韓關係の惡化は長期的には日本の敗北で終わる (한일관계의 악화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패배로 끝난다)
한일관계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평으로 SNS 등에서 많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딴지 편집부는 한일관계에 대한 기고를 요청했고 후루야 유키코(古谷有希子)씨는 이에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물론 다양한 주제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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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링크)
얼마 전 '한일관계의 악화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패배로 끝난다'는 기사를 일본의 뉴스포털 사이트(야후 뉴스)에 기고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한테서도 큰 반응이 있었다.
위 기사에서는 일본 정부가 아무리 역사수정주의적 '역사전'을 전개해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입장에서, 왜 최근 한국이 일본(일본 정부, 일본인)에 대해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하여 논했다. 이와 함께 민주화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르며, 지금의 한국 국민들은 (독재정권 하에서 국민에게 내용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나아가 최근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교섭을 하려고 한다는 것 등을 논했다.
왜 한국 정부가 기존의 한일관계를 바꾸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왜 한국 사람들이 '반일'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일본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일본인 독자들은 “왜 일본인인 당신이 한국의 입장에서 말하는가?”라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요즘 일본에서의 혐한
요즘 일본의 혐한적인 상황은 '이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국에 있기 때문에 일본 사회나 일본 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접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일본 사람들이 항상 혐한적인 보도에 노출되어 그것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넷우익 같이 '위안부', '징용공' 등 역사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논하면 “이미 한일기본조약으로 보상은 끝났기 때문에 일본은 관계 없다”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일 양국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마이너스를 띈다.
언론 NPO가 실시한 제7회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50%의 일본인 응답자가 한국에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답은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을 비판해서(52.1%)”이며, 올해에는 “징용공 판결(15.2%)” 과 “레이더 조사(9%)”도 상위에 올라갔다.
약 50%의 한국인도 일본에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다고 나온다. 역사와 영토문제를 이유로 삼는 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는 “한국을 침략한 역사를 바로 반성하지 않는 점”도 76.1%로 높았다.
이러한 반응을 보면, '한일관계가 근본적으로 좋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경제 산업성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대해 9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각종 보도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50%에서 70%의 응답자가 이번 조치를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과의 관계는 포기하라'는 논조도 대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 국가 제외로 반 아베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일본의 일상적인 혐한 분위기는 아베 정권의 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아베 정권이 혐한적인 일본 여론의 후원을 받고 있다. 아베 정권이 적극적으로 혐한을 선동하고 있다는 생각은 일본 전체가 혐한이라고 여기고 싶지 않은 사람의 믿음일 뿐이다.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따라 한국도 안전보장 수출관리 우대 조치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GSOMIA를 파기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책에는 GSOMIA 파기 결정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약 50%의 응답자가 파기를 지지했던 사실도 영향을 미첬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차원에서도 양국간 우호관계를 구축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 우호관계를 구축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일본이 역사수정주의를 거듭하고 한국이 계속 일본에 강경책을 쓴다면 양국관계는 언제까지나 불안정 할 것이다.
역사수정주의적 사상은 일본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선 일본의 정부 요인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거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 역사수정주의적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 양국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일본의 주요 미디어는 정치인이 역사수정주의적 발언을 해도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일본의 여론도 그러한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본인
NHK의 18~19세 대상 여론조사에서 14%가 '패전 기념일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종전기념일은커녕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폭기념일을 모르는 일본인도 젊은 세대에서는 적지 않다.
일본의 역사 수업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식민지화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 역사 수업에서 배우는 일제지배에 관한 내용과 비교하면 일본에서 가르치는 한국 식민지배에 관련한 내용은 적지만 제2차 세계대전 전체로 보면 나름대로 깊이가 있다. 매년 여름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흐르고 원폭 기념일에 관한 뉴스나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TV 프로그램도 방영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를 검정하지 않고 학술상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정도만 심사한다. 현 정권의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서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은 자신들이 한 일도, 자신들이 당한 일도 잊어버린다. 요즘은 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대를 넘어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인과 역사를 잊는 일본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역사를 계속 기억하는 한국인은 조상들이 받았던 처사를 자신들의 기억으로 내면화하고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와 싸우는 자국에 자신들을 중첩한다. 역사를 잊어버리는 일본인은 뉴스에서 '일본은 국가로서의 대한 배상을 끝냈다'고 배우고, 이미 해결된 문제를 불합리하게 책임지라는 한국에게 괴롭힘 당하는 자국에 자신들을 중첩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보복이지 역사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일본의 조치를 역사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복 측면이 강하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일본기업의 재산이 압류되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서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서는 양국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고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게다가 청구권 협정은 한일기본조약에서 1910년 한일병합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 후 체결되었다.
한일 양국의 정부·사법부는 수십 년 간 이러한 입장을 공유해 왔지만,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위안부', '피폭자', '사할린 한국인'에 대해서는 개인 청구권은 소실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판단을 뒤집었다. 한편, 징용공에 대해서는 65년 합의에 포함되어 있고 앞의 세 문제와는 다르게 “법적으로 해결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에는 당시 노무현 정권 고관이었던 현 문재인 대통령도 관여하고 있었다.
- '이미 무효'와 '원래 무효'
그러던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한국 합병은 '이미 무효'가 아니라 '원래 무효였다'라는, 한국 국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장을 채용해 징용공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인정했다.
'이미 무효'와 '원래 무효'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식민지 지배가 당시 국제법상 효력이 있었는지, 당시 국제법상으로도 무효였는지의 문제로, 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의 근본을 뒤집는다. 즉, 한국 대법원은 식민지 지배는 원래 불법이므로 청구권협정과 상관없이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징용공'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십 년 동안 양국이 공유해온 법 해석을 한국 사법부가 바꿨다는 사실과 그것을 한국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일기본조약의 근저에 있는 식민지 지배(한국합병)에 대한 법적 해석을 뒤집는다는 것은 현재 한일관계의 근간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 대책도 하지 않는' 것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러한 일본의 입장과 시각이 단순화된 채 전해져 '일본이 역사문제의 보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역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자신들이 한 일도 당한 일도 포함해 역사를 잊어버린다. 미국에 대한 태도 차이를 예로 들 수 있다.
한국 국민의 대미 감정은 항상 좋지만은 않다. 주한미군이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악화된다. 한국정부는 국민감정에 따라 지위협정 개정을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일본보다 미국에 대해 강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주일미군이 문제를 일으켜도 대미 감정은 악화되지 않는다. 미일지위협정은 성립 이래 한번도 수정된 적이 없었다.
만약 한국이었으면,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자국에 원폭을 투하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을 손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불합리한 요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잊어버리는 일본인들에게 역사를 기억해 현재의 한일관계를 끊으려 하는 한국의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일본을 무시하는 태도로 보인다.
일본 국내에는 뿌리 깊은 재일교포 차별이 있고, 식민지주의적 “한일병합은 한국의 발전을 도왔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특히 노인층에 많다. 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역사수정주의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일본을 무시하는 한국”, “언제나 화내는 한국인"에 대한 짜증과 피로감이 있다.
민주화운동에 성공한 한국인은 일본관을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은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 민중의 힘으로 정치를 변혁하고 사회를 바꾸어 왔다. 민중운동에 참여해 진보파로서 인권문제와 노동문제에서 투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도, 한국 국민이 박근혜 정권에 대해 '정의'를 추구한 결과다.
정의를 추구한 민중들이 사회운동으로 사회와 정치를 바꿔온 한국에서는 인권문제나 식민지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일본은 정체되고 뒤처져보인다.
일본인들에겐 그러한 한국인의 사고방식, 태도가 불합리하고 감정적으로 비친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민중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 원래 일본은 민중의 힘으로 문제를 발본적 그리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보다 적정한 법적 수속을 통해서 문제를 조금씩 수정하는 것을 중시한다.
민중의 힘에 따라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감각이 희박한 일본인은 기존의 법적 합의를 뒤집는 듯한 한국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정의”를 추구하며 대대적으로 데모나 파업을 하는 모습도, 민중의 요구를 정치와 법률에 반영해서 한일 양국간의 법적 합의를 어기는 한국 사법부와 한국 정부의 모습도 일본인에겐 감정적이고 폭력적으로까지 비친다.
일본인의 대부분이 개인의 권리보다 의무를 우선하고, 민중에 의한 사회변혁보다 법에 따르는 것을 우선한다. 또 사법부가 “국가 통치의 기본에 관한 고도한 정치성”에 관한 법적 판단을 피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본인은 민중이 사회변혁을 요구하며 운동을 일으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사회변혁 요구를 받아 한국 정부·사법부가 법 해석을 바꿔서 대일 관계를 변혁시키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본인의 생각을 “삼권분립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 “개인의 권리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 “민주사회가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사회에 대한 거리를 잡는 방법이 애당초 다르다고 생각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웃을 사랑하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일 양국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두 가지 차이가 있다.
①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인과 역사를 잊는 일본인
② 민중의 힘으로 사회를 변혁시키는 것에 의의를 찾는 한국인과 법적 절차에 의해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에 의의를 찾는 일본인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일관계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일본에 사는 한국인, 한국에 사는 일본인은 이것을 해내고 있다. 그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서 타협하지 않고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상대방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곳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고 양보한다.
이웃은 아무리 싫어하다고 해도 완전히 상관 안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먼 곳에 살고 있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옆에 살고 있으면 약간의 소음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 등으로도 짜증난다.
하지만 약간의 소음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이 이상하다고 이웃과 싸움을 해서, 완전히 관계가 결렬되어 그 집에서의 생활 자체를 더욱 불편하고 불쾌하게 할 만한 가치가 그 싸움에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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