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 나고 이런 건 첨 본다. 야당 정치인들이 머리를 빡빡 밀기 시작했다. 하나도 아니고 다섯씩이나.
가히, 삭발 정국이라 할 만하다.
처음엔 웃었다. 조국으로 물고 늘어지다 모멘텀을 빼앗기니, 기껏 한다는 게 삭발이라니. 그 빈곤한 상상력과 끔찍한 비주얼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 한켠에 불안이 가시질 않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고, 동네 양아치랑 싸움이 붙었을 때 친구를 버리고 튄 적도 있는, 섬세하고 예민한 촉수를 지닌 사람이다.
모두가 자유한국당을 손가락질하며 조리돌림하지만, 어쩐지 나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는 오래된 격언이 내내 떠올랐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자유한국당이 바보, 똥멍청이, 등신, 빡대가리, 쪼다도 아닌데,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될 짓을 그냥 하겠는가? 불과 몇 년 전에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자 대한민국 제1야당 자유한국당인데!
해서, 나는 두뇌를 풀가동해 자유한국당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언주, 박인숙, 황교안, 김문수, 강효상의 삭발 영상을 반복 재생해서 봤다.
그리고 이들의 삭발 사진을 일자로 늘어놓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봤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계속, 뚫어져라 보꼬 또 봤다.
왜 머리를 밀었을까... 날씨도 쌀쌀해졌는데... 체온 유지도 안 될텐데... 왜 밀었을까...
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수강효상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수강효상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수강효상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수강효상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수강효상이언주박인숙황교안김문사갛요상이언주바깅화굥시ㅏ가앟 ㅣ..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드느라 정신이 혼미해졌을 바로 그때.
저 깊은 곳 아래, 무의식이 내게 놀라운 신호를 보냈다.
결국, 나는 자유한국당의 이 거대한 음모의 한 끄트머리를 잡아채고야 말았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예로부터, 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곤룡포를 떠올려보자. 용이 그러진 문양은 오직 왕과 왕세자만 입을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그렇다. 대통령의 공식 상징은 봉황이지만, 우리는 곧잘 대통령을 용에 비유하곤 한다. 대선후보를 용 혹은 잠룡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용. 뜬금없이 왜 용 이야기를 하느냐.
2000년간 쌓아올린 인간의 이성과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유한국당의 이 삭발 정국은, 오직 용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 거대한 음모를 밝히기 위해 이 사진을 빠르게 도리도리-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그것과,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허헛!
보라. 이 명백한 증거를.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소오-름이 돋았다. 삭발한 이들의 모습은 드래곤볼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세상에, 이런 우연은 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선 깨달았다. 그들은 지금 단순히 삭발 퍼포먼스를 하는 게 아니다. 연쇄 삭발식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냥 삭발이 아니라, 드래곤볼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드래곤볼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7개를 모으면 용신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전설의 레전드 아이템이다.
자, 천천히 정리해 보자.
이들은 용신을 불러 소원을 이루기 위해 드래곤볼을 모으고 있다. 용신이라 함은 왕, 즉 대통령을 뜻한다. 말하자면, 차기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드래곤볼을 모으는 제사 혹은 굿판을 벌이고 있다. 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얼핏 보기에는 머리가 없나, 등신인가 싶은 퍼포먼스를 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남은 두 개의 드래곤볼
사실 지금까지 삭발식을 거행한 야당 정치인은 모두 7명이다. 그럼에도 용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7명 중 5명만 드래곤볼이 되었고, 나머지 둘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언주, 박인숙, 황교안, 김문수, 강효상은 드래곤볼이 되었고, 신력이 부족했던 김숙향 당협위원장, 송영선 전 의원은 드래곤볼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둘 남았다.
어떤 정치인이 나서서 남은 두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아들 제1저자 논란의 나경원일까, 아들 음주운전 논란의 장제원일까. 그도 아니면 샛별처럼 누군가 떠오를 것인가. 유승민이 자유한국당에 회귀하며 드래곤볼이 될 수도 있고, 안철수가 드래곤볼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도 있다.
나는, 모르겠다. 이건 용신만이 알 수 있는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대로 자유한국당의 거대한 음모를 막지 못한다면, 민주 진영의 미래는 없다. 지금 조국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조국이 문제인 것이다.
일단 저들이 드래곤볼을 다 모으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용신을 막을 순 없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용신은 흑염룡 두 마리보다도 강하다고 한다
무척이나 긴박한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얼른 계룡산에 사람을 급파하여 용한 무당을 불러오든, 바리깡으로 민 머리털을 다시 심든 손을 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거대한 음모의 수렁텅이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P.S.
끝으로 천기누설 하나.
다음 드래곤볼이 되고자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님이 계시다면, 꼭 황교안 대표가 썼던 바리깡을 쓰시실 권한다. 황 대표가 쓰신 바리깡은 바리깡계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웰라 엑스퍼트 제품으로, 이언주 의원이 썼던 히타치 CL-8300KN 모델보다 비싸다. 최악은 김문순데, 박대출 의원이 자기가 집에서 쓰던 가정용 바리깡으로 밀어줬다. 어지간하면 업소용을 쓰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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