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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져 반팔 입었을 뿐인데

 

노가다꾼으로 맞이한  여름 때다. 날씨가 더워져 자연스레 반팔을 입고 나갔다. 남들이  입는지 신경   없던 시절이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같이 일하던 용역 아저씨가 이렇게 물었다.

 

근데,  군은  반팔 입고 다녀?  불편해?”

 

…?”

 

점심이 되면 밥을 먹듯, 배가 아프면 화장실 가듯, 날이 더워져 반팔을 입은 건데, 이럴 수가! 너무 당연해서 의식조차  했다. 그제야 주변을 보니 반팔은 나뿐이었다.

 

그렇다. 노가다꾼은 여름에도 긴팔 입는다. 나도 반팔 입으며 ‘살이 많이  텐데 괜찮을까?’ 정도는 생각했다. 반팔 입어보니  타는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저기에 손목, 팔뚝이 긁혀 연고 마를 날이 없었다.   또한 노가다꾼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긴팔은 정말 상상도  했다. 지금도 오른쪽 팔뚝에,  시절 긁혀 남은 흉터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더워서 반팔 입어야겠으면 팔토시라도  해야 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살짝 쌀쌀하다 싶은 정도의 복장이 좋다. 겨울에도 부지런 떨며 움직이다 보면 금세 열이 올라온다. 오전 9시만 넘어가도  나기 시작한다. 춥다고 두꺼운 패딩 입고 출근했다간 난처해질  있다. 더워서 벗자니 땀이 식어 감기 걸리기  좋고, 계속 입고 일하자니 더운 데다가 몸까지 둔해  일하기 불편하다. 제일 좋은  도톰한 가을 점퍼 두어 개를 껴입는 거다.  정도 복장이, 출근길엔  추워도 일하기엔  알맞다. 일하다 더워져도  꺼풀만 벗으면 되니까 감기 걸릴 일도 없다. ,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 때는 무조건 껴입어야 한다. 추위 앞에 장사 없다는  노가다판 와서 느꼈다. 한파 때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도통 땀이  난다.

 

바지는 노가다꾼마다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제일 많이 입는  등산 바지다. 운동복 바지나 면바지 입는 사람도 있다. 나도 이것저것 입어봤다. 개인적으로는 스키니 청바지가 제일 좋은  같다. 소재는 둘째 치고, 바지통은 무조건 좁아야 한다. 통이 넓으면 여기저기에 걸려  찢어지거나  걸려 넘어질  있다. 노가다꾼이 발목에 차는 각반, 괜히 있는  아니다. 스키니 청바지 입으면 각반  차도 된다. 대신 스키니 청바지 입을 거면 신축성 좋은 거로 사야 한다.  그럼 작업할  자꾸 엉덩이가 바지를 잡순다.

 

내구성으로 따져도 청바지만   없긴 하다. 등산 바지나 면바지 같은  살짝만 걸려도 쭉쭉 찢어진다.    입고 버리게 된다. 청바지는 어지간히 걸려도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재질처럼 쭉쭉 찢어지진 않는다. 툭툭 긁히는 정도다.

 

하긴, 원래 청바지라는  광부들 작업 바지로 나온 거라니까. 우리가 패션으로 아는 워싱 청바지나 찢어진 청바지도 실은 광부들이 입다 버린 청바지를 히피들이 주워 입으면서 유행한 거라니까. 믿거나 말거나.

 

대신, 한여름에는 청바지가 다소 답답할  있다.  같은 경우는 계절 관계없이 청바지를 입긴 하는데, 노가다꾼 대부분이 여름에는 ‘냉장고 바지 입는다. 입고 다니는 사람들 말로는 정말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시원해지는 기분이라고.

 

덧붙여, 한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스조끼, 냉풍조끼, 목에 두르는 휴대용 선풍기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는  같다. 심지어 선풍기 달린 안전모도 있다. 직접 착용도 해보고, 착용해본 사람들 얘기도 종합해본 결과,  의미 없다. 그런 소소한 아이템들이 현장의 열기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 감당하지 못한다. 뜨거운 물에 얼음  조각 띄우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여름에는 진짜 방법 없다. 그냥 시원한  벌컥벌컥 마시고 틈틈이 쉬면서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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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화! 브랜드냐 시장표냐

 

안전화는 선택지가  개다. 10  안팎의 브랜드를 신을 거냐, 3  안팎의 시장표를 신을 거냐.   신어본 결과, 브랜드건 시장표건 길어야 서너 달이다. 물론, 어떤 공정이냐에 따라   신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작업하는 전기공이나 인테리어 목수 등은 6개월 이상도 신는  같다. 어쨌거나  정도 신으면 앞부분이 해지거나 밑창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노가다꾼들이  브랜드를 신느냐. 쿠션감이 확실히 다르다.  그래도 종일  써야 하는 노가다꾼이 발까지 피로하면  피로감이  배다. 해서,  비싸더라도 브랜드를 신는 거다.

 

그래봤자 고작 서너  신고 버리게  텐데 10 원짜리 안전화는 도저히  사겠다! 방법이 있긴 하다. 시장표 안전화에 푹신한 깔창을 깔면 얼추 비슷한 쿠션감을 느낄  있다. 깔창은 ‘다있어에서 싸게 판다.

 

겨울에는 털안전화를 추천한다. 손발이  사람이라면 더더욱!  같은 경우도 몸은 차라리 괜찮은데, 손발이 차서 겨울엔  털안전화를 신고 다닌다.

 

안전화와 더불어 노가다꾼의 필수 아이템이 하나  있다. 목토시라고도 하고, 넥워머라고도 부르는 그것. 노가다꾼들은 계절 관계없이 넥워머를 하고 다닌다. 목만 감싸는  아니라 코까지 덮고 다닌다. 말하자면 눈만 빼꼼 내놓고 얼굴과  전체를 가리고 다니는 거다. 알리바바와 40명의 도둑들처럼.

 

넥워머를 하는   이유는 먼지 때문이다. 넥워머 없이 일하고 집에 오면 목이 칼칼하다. 코에서도 새카만 먼지가  움큼씩 나온다. 건강 생각해서라도  하는  좋다. 넥워머 하면 얼굴 타는 것도 조금은 막을  있다. 여름에 답답하다고  했다간… 와일드하고 섹시해진 나를 발견할  있을 거다. 하하. 겨울에는 넥워머가 방한 역할도 해준다. 다른 것보다 겨울엔 귀가 진짜 시리다. 이러다  깨지겠네, 싶을 때도 있다. 기모 소재로  넥워머라도 하면 그나마 한결 낫다.

 

 필요한  아닌데, 주머니 왕창 달린 낚시조끼도 걸치고 다니면 편하다. 지갑이야 차에 놓고 다닌다 쳐도 핸드폰,  , 경우에 따라 담배, 라이터까지도 들고 다녀야 하는데, 노가다꾼에겐 이것도 짐이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니 은근히 거치적거리고, 외투 주머니에 넣자니 고개 숙일  많은 노가다판에서 틈만 나면 툭툭 떨어진다. 핸드폰 성할 날이 없다. 재수 없게 물웅덩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는 날엔 일당 그냥 날리는 거다.

 

낚시조끼 주머니엔 보통 지퍼가 달려 있다. 핸드폰 떨어트릴 일도 없고, 바지 주머니에 넣는 것처럼 거치적거리는 느낌도 없다. 노가다꾼들이 한여름에도 낚시조끼 걸치고 다니길래 왜들 그러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노가다판에서는 비싼 것도 비지떡

 

개인적으로는 선글라스도 추천한다. 자외선이 여름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죄송) 1 365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노가다꾼은,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이건 내가 예민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서   안다. 햇빛 짱짱한 ,  하고 집에 오면 정말 눈도 피로하다. 실제로 계절 관계없이 선글라스 끼고 다니는 노가다꾼, 제법 많다.

 

선글라스 껴야 하는  다른 이유는 눈을 보호가기 위해서다. 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모래나 콘크리트 부스러기 같은 것도 눈에 곧잘 들어간다. 못질하다가 못이 튀어  찌르는 경우도 있다. 같이 일했던 용역 아저씨한테 들은 얘긴데, 자신도 눈에 못이 튀어 두어 바늘 꿰맸었단다. 자칫하면 한쪽 눈이 실명될 뻔 했었다고.

 

선글라스가 부담스러우면 보호 안경이라도  껴야 한다. 요즘은  들어간 보호 안경도 있다. 어지간한 햇볕은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안전화나 선글라스처럼 기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아이템이 아니라면, 무조건   좋다.   비지떡이라고? 아니다. 노가다판에선 비싼 것도 비지떡 된다. 비싸나 싸나, 브랜드건 아니건 어차피 오래  간다.  원짜리 바지든, 10 원짜리 바지든 길어야 두어달이다. 해서,  같은 경우는 인터넷 최저가나 구제샵을 이용한다. 구제샵 가면  ,  오천 원짜리 도톰하고  좋은 점퍼, 편한 청바지 널렸다.

 

이상, 시시콜콜하지만 초짜에겐  필요한 노가다 패션 가이드였다. 이런 얘기? 아무도  해준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 살아있는 얘기다. 아차차, 너무 당연해서 깜빡했다. 안전모는 필수다. 손가락만한 쇳조각도 10, 20층에서 떨어지면 무기다.  끈도  조여야 한다. 현장에선 이렇게 말한다.    조인 안전모는 그냥 플라스틱 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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