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저자 주

 

입덧 땜에 기력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음

 

 

 

 

 

 

피카츄.jpg  

짤방은 요즘 내 심정. 입덧 중이라 목구멍으로 주먹이라도 튀어나오는 것 같음

 

첫 임신과 동시에 유산이라는 걸 겪은 후로, 나는 더 조바심이 났음내가 나이가 많아서 유산이 쉽게 된 것 아닐까? 몸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닐까? 

 

임신 전 검사 중에 '습관성 유산 검사'라는 것이 있음. 그런데 이게 비용이 100 정도가 드는데, 유산을 3번을 하게 되면 보험 적용이 되어 비용이 싸짐. 나는 아직 1회인 데다가 '내 몸을 믿어보자'는 각오를 다지고 영양제를 먹으며 때를 기다림 

스피닝 자전거는 안 타기 시작했음. 너무 격한 운동이라 유산에 일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꺼려짐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짐. 테스트기에 두 종류가 있는데, '배란테스트기' 라는 것도 있음. 언제 배란이 되는지를 매일 소변 검사를 하면서 확인하는 거임. 드디어 때가 왔고... 새해가 시작되던 날, 해돋이를 보고 와서 나는 남편을 덮침. 다음날도 덮치고 그다음 날도 덮침. 남편은 그 후 급 면역력 저하로 입이랑 얼굴에 헤르페스가 올라오고 장염에 걸림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전투적일 수밖에 없었음. 해가 바뀌어서 한 살 더 먹었고, 조금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가져야 할 것 같았음. 유산을 겪었기에 혹시나 내 몸이나 남편 몸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난임 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매우 조급했음(알고 보니 내 주변에 시험관 시술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 

 

그렇게 약 열흘 뒤, 나는 해내고야 말았음. 테스트기에 두 줄이 쫙 떴고 나는 다시금 남편과 부둥켜안고 울었음. 다른 때보다 더 조심했음. 허리도 숙이지 않고, 오래 서 있으면 배가 아파서 살림도 최대한 조심조심했음드디어 병원에서 아기집을 볼 수 있었음. 처음에 초음파 기구가 들어갔을 땐 아무것도 안 보여서 심장이 덜컹했는데 지난번과는 달리 의사쌤이 "녹화 시작합니다" 하더니 조금씩 기구를 움직여 아기집을 찾으심. 의사들 눈엔 뭔가 보였나 봄.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침. 남편과 같이 행복감에 젖어 듦. 이젠 임신 초기의 계류유산을 조심해야 하기에 안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었음. 그렇게... 남들 다하는 임신 과정 나도 그냥 순탄하게 겪을 줄 알았음. 

 

임신 극 초반, 아랫배 통증으로 배를 잡고 굴렀음. 생리통 같았음. 아이가 잘못된 건가? 싶을 정도였음. 가슴이 붓고 통증이 심해서 옷깃만 스쳐도 짜증이 났음. 아랫배, 사타구니, 골반, 허리까지 다 묵직하고 아팠음. 근데 그게 자연스러운 임신 초기 증상임. 자궁에 있는 아기집이 점점 커지면서 세포와 근육들이 늘어나느라 아픈 거임. 잠이 너무 쏟아져서 수면제라도 먹은 것 마냥 정신이 몽롱하고 기면증처럼 졸고 쓰러져 자고 그랬음. 이것도 임신 증상임. 그래도 그 정도만 견디면 임신 중반엔 괜찮아지겠지 했음. 

 

드라마입덧.jpg

이럴 줄 알았음

  

입덧이 시작됨. 다들 한 번 이상 겪어봤을거임. '숙취'. 그냥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상상 이상의 고통임. 

 

티비나 영화 보면 여주인공이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네요~" 하다가 갑자기 우웁! 하고 화장실 가서 웩웩 하고 임신했음을 알림. 그리고 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개운한 표정으로 나온다던가, 아니면 혹시! 하는 표정으로 달력을 세어본다든지 하는 거 많이 봤을 거임. 

 

드라마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고 하자. 구역질 미친듯함.계속 토하고 구역질 하다 보면 얼굴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눈 흰자랑 얼굴 피부에 핏줄까지 터지기도 함. 토하면 기력이 다 빠져서 헉헉거리고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나옴.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어머, 설마 임신?! 하는 표정 따윈 없음. 

 

현실입덧.jpg

현실은 이랬음

  

계속 위액이 넘어오니 역류성 식도염도 와서 목이 따가움. 냄새에 너무 예민해져서 냄새 때문에 토하러 뛰어감. 입덧 시작한 후로 모든 살림을 남편이 하게 됨. 냉장고도 열 수 없고, 싱크대를 쳐다볼 수도 없고 음식을 만들 수도 없음. 밥 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물 냄새도 비려서 물 마시다가 토함. 며칠 완강하게 버티다가 결국 탈수가 왔고, 병원가서 수액을 맞고 입덧약을 처방받음. 

 

요즘은 입덧약이라는 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음. 하지만 입덧약도 어디까지나 음식을 조금은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정도이지 그 숙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음. 냄새도 여전히 견디기 힘들었음. 

 

입덧엔 여러 종류가 있으니 배워보도록 하자. 

 

1. 토덧 - 먹으면 토하고 먹지 않아도 토함. 살 빠짐. 

 

2. 먹덧 - 위가 공복이 되면 속쓰림이 심해지고 구역질이 올라와서 뭐든 먹어야 편해짐. 살찜. 

 

3. 먹토덧 - 1,2번 합쳐짐. 먹어야 하고 토해야 함. 내 맘대로 안됨. 

 

위의 입덧들과 함께 오는 보조 입덧들에는 

 

1. 냄새덧 - 세상의 모든 냄새가 저주스러움. 냄새 맡으면 바로 구역질과 토함, 그중에 자기에게 맞는 괜찮은 냄새가 있음.

 

2. 양치덧 - 이 닦다가 토함(짜증...) 

 

3. 침덧 - 목에서 신물도 올라오고 계속 입안에 침이 흥건하게 고임. 이 침을 삼킬 수 있는 사람, 못 삼키고 뱉어야하는 사람으로 나뉨

  

아주 사람 미쳐버리게 만듦. 나는 먹토덧, 냄새덧, 양치덧, 침덧 다 있음. 

 

남자들 중, 여자가 생리혈을 그냥 오줌 누듯 한번 피 흘려보내고 마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 그런데 입덧도 마찬가지임. 입덧은 평균적으로 임신 5~6주부터 시작해서 짧게는 임신 12주 정도에 끝난다고 하나, 최근 임신 연령이 높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14~16주가 평균이 되었고, 애 낳으러 가서 입덧 땜에 토하면서 애 낳는 산모도 점차 늘고 있음. 숙취+소화불량+구토+어지러움을 최소 2개월에서 4개월, 심하면 애 낳을 때까지도 하는 거임. 

 

집에서 음식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무조건 외식을 하게 됨. 그나마 나는 먹토덧이라 입덧약을 먹으면 뭘 먹을 수는 있어서 땡기는 음식을 먹으러 나감. 하지만 식당에 내가 견딜 수 없는 냄새가 나면 바로 구역질하러 나가야 함. 남편의 희생이 시작됨. 새벽에도 내가 입덧 증상 때문에 몸부림치면 자다 말고 부엌에 가서 과일을 깎아오고 빵을 데워옴. 편의점 가서 음료수를 사 오기도 함. 신랑이 출근해있는 동안엔 주스와 담백한 크래커로 연명함. 

 

내가 스스로 할 수도 있고, 많은 산모들이 직장 다니면서도 잘 이겨내고도 있지만(정말 존경) 내 경우엔 다른 문제도 있었음.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음. 병원에 가니 '절박유산'이라고 함. 또 청천벽력 같았... 으나, 절박유산은 유산된 상태가 아니라, 유산 위험이 있는걸 말하는 거임. 자궁은 엄청 연약한 상태인데, 무리하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상처가 생겨 피가 나는 거임. 피가 심하게 나면 혈액이 아기집을 흘려보낼 수 있기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함. 

 

그때부터 나는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누워지내게 됨.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은 입원을 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소변줄 꽂는다고 함. 임신관련 카페에서 보니 정말 많은 산모들이 절박유산을 겪고 있고, 실제로 유산된 이들도 적지 않았음. 유산방지약을 처방받고 무조건 누워지냄. 누워있다고 몸이 쉬어지는 게 아님. 두통과 심장 두근거림이 시작됨. 

 

임신 초기에 아기에게 보낼 혈액을 만들어내는데, 한창 입덧하던 시기에 이미 내 몸에 있던 혈액량의 절반 정도 되는 피가 새로 생성된다고 함. 엄청난 양임. 그 피들을 몸에서 굴리기 위해 심장이 미친 듯이 뜀. 저혈압이었던 나는 심장 뛰는 게 감당이 안 되었음. 숨 쉬는 것도 힘들고 가만히 있으면 발가락 끝에서 심장 뛰는 게 느껴지고 누워있으면 목구멍이랑 정수리에서도 심장이 펄떡거리는 느낌이었음. 그러다 보니 뇌에 혈류량이 늘어나며 두통도 찾아오는 거임(임신 중기엔 철분 부족으로 두통이 오기도 함). 

 

대환장쇼였음. 입덧하지, 심장 펄떡거리지, 두통 심하지, 온몸에 체온 올라가서 몸살 걸린 듯 몸이 아려오지, 자궁 커지느라 배 아프지, 피는 조금씩 나지... 이런 상태인데 절박유산을 이겨내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갖고 쉬란닼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너무 힘들어서 눈 뜨고 있는 시간엔 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며 한없이 우울감에 빠져들게 됨. 그나마 남편의 헌신적인 간호로 버티고 있음. 세상에 이런 남편 없을 거임. 

 

그렇게 힘든 과정에서 불안했던 마음과 달리 아기는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머리와 몸통이 생기고, 팔과 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임신 3개월 차에 아기에겐 머리,가슴,,,다리,엉덩이가 다 생김. 내가 1월 초에 임신했는데 지금이 3개월 차임

, 임신인 거 확인한 지 한 달 며칠만 지나면 애가 팔다리 다 생기는 거임. 그때 크기는 3cm가 안됨. 임신인 거 확인한 지 두 달 되면 아기 크기는 5cm 남짓이 되는데, 이미 사람의 형태를 다 갖추고 있음. 그 상태에서 크기만 커지면 되는 거임. 그래도 안심할 수가 없음. 

 

임신 12~14주를 임신 안정기라고 하는데, 안정기라고 하는 이유는 이때 태반이 완성되어 탯줄로 영양분을 받아먹기 시작하기 때문임. 그전에는 동그란 난황을 달고 거기서 영양분을 받아먹음. 그래서 입덧이 심해서 잘 먹지 못해도 아기에게는 큰 영향이 없음. 

 

그런데 그 12~14주 이전에 계류유산이 많이 일어남. 원인을 알 수가 없이 아기 심장이 멈추는거임... 스트레스, 무리한 운동, 염색체 이상 등 여러 가지로 추정한다고 함. 보통 임신 8주 때 가서 검사하면 이제 4주뒤에 오세요~ 이러는데 한 달 동안 아무런 이상 증세 없이 잘 있다가 병원 가서 아이 심장 멈춰있는 거 보고 펑펑 우는 산모들 너무 많음...병원 가기 전날까지도 아이에게 태담해주고 입덧도 하고 잘 있겠지 하다가 청천벽력 맞는거임. 아이가 죽은 지 몇 주가 지났는데 그 죽은 아이를 품고도 몰랐다며 자책하는 산모들도 너무 많음... 12~14주 이전 유산율이 전체 산모의 20%라고 함. 결코 적지 않은 퍼센트임.. 

 

그래서 산모들은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음. 입덧과 싸우느라 지치고, 몸의 변화와 통증과 싸우면서도, 호르몬 영향으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우울해서 울고 분노하고... 또 아기가 잘 있는지 불안해하는 마음으로 임신 과정을 겪는 거임. 알고 보니 아는 동생도 임신 12주에 유산을 했고, 거래처 사장님 딸도 지난주에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음..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런 정보를 알게 되고 나니 주변 사람들도 겪고 있는 일이라는걸 비로소 알게 됨. 

 

그렇게 남편에게 둘째는 없다고 선언함. 남편도 처음엔 아쉬워하더니 내가 받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임신 두 번 했다가는 사람 잡겠다고 인정하기에 이르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