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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맞는 아내(사람) 증후군(Battered Women(Person) Syndrome)

 

지금은 남자도 많이 맞아서 아내 대신 사람이라는 표현도 같이 쓰는 이 증상은 폭력과 억압의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여성(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가정에서 상시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여성(사람)은 초기에는 저항하지만 배우자의 지속적인 폭력 앞에 결국 무기력해진다이를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하며 마틴 세길만 박사가 정립한 용어다.

 

폭력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강하게 저항하지만 배우자의 사과가 이루어지고 다시 폭력이 반복되는 사이 아내는 점차 배우자의 폭력을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고 자신의 문제로 해결하려고 한다.

 

‘내가 좀더 친절하게 말했어야 하는데.’

‘내가 먼저 화를 내서

‘내가 못나서

‘내가 잘못해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폭력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치환하는 순간 무기력은 학습되고 끊임없는 자신의 반성과 폭력이 지속될 뿐이다. 상황에 대한 납득할만한 정황을 구축하는 것. 인간의 본성이다. 그리고 이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성찰은 배우자를 보다 우월한 존재로 이해하게끔 한다. 폭력으로 세워진 권위에 감히 도전조차 못하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2.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자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알고 있는 많은 것이 명멸했고 알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이 탄생했다.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하고 싶었던 박정희는 꿈을 이루었다. 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된 대머리 형은 청빈하게 29만원의 삶을 살고 있고 그 죽마고우 친구와 손잡고 빵에 소풍다녀 오는 신세가 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군부의 핵심 하나회는 김빙삼, 아니 김영삼 대통령 손에 해체되었고 민주화를 위한 정권교체를 위해 IMF를 선물하였다.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 바뀌고도 한동안 위세 등등하였으나 그 역할이 제한되었다. 공작질은 아직도 하고 있으나 80년대 처럼 안하무인으로 살지 못한다. 뿐만이랴. 민주화의 기틀로 영원할 것 같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10년만에 끝났다. 강바닥 삽질에 20조를 쏟아 부은 대통령, 국정을 남에게 떠 맡기는 대통령을 경험하고 나서야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자들도 결국 매맞고 쫒겨났다.

 

한 집단을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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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의 개로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를 고소 고발하던 검찰인사 중 누가 그 죄를 받았나. 수많은 고문과 협박으로 받아낸 진술을 들고 법정에서 사형과 무기징역을 외치던 검찰인사 중 누가 그 댓가를 치루었나. 정권의 시녀로 부정과 부패를 눈감고 기소중지했던 검찰인사 중 누가 반성했고, 재벌의 앞잡이로 세금 탈루와 부의 세습을 모른척 했던 장학생 검찰인사 중 누가 사죄했나. 전관예우와 상명하복으로 자신의 철밥통을 움켜쥐었던 검찰인사 중 누가 읍참마속 했나.

 

없다.

 

검찰은 맞은 적 없다. 때리기만 했을 뿐이다.

 

 

3. 매맞는 국민

 

이겨내야할 거대한 가시적인 적이 사라지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매맞는 국민이었다는 사실이.

 

고문으로 죽어도, 최루탄에 맞아 죽어도,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해도 법은 공정하지 않았다. 판사 뒤에서 형량을 조절하며 기소를 결정하는 존재는 어느덧 영감님이 되어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정의롭고 의협심 강한 존재로 묘사되었고 설사 나쁘게 묘사된다고 한들 일부 정치검사로 한정되게 표현했다.

 

공정하지 못한 법으로 우리는 맞았다. 법봉의 폭력 앞에서 본질로 다가가지 못했다. 정치적 올바름. 우리는 매맞는 아내처럼 우리 자신을 돌이켜 반성했다. 공정하지 못한 법집행 앞에 우리는 우리를 손가락질 했고 우리를 힐난했다. 똥뭍은 저들이 우리의 겨를 이야기하자 내부에서부터 분열이 일어났다. 검찰이 때리면 우리는 반성했다. 우리는 매맞는 국민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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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노무현을 잃었다.

 

 

4. 파도

 

노무현이라는 파도가 지나갔다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가 온다. 검찰이, 아니 기득권이 던지는 그 숱한 매를 맞고 문재인이 일어섰다. 5천만이 맞아왔던 몽둥이를 조국 혼자서 맞고 있다.

 

당신은 매맞는 삶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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