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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의 추억 beginning


벤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되도록 실명은 뺄 것이고, 모두 개인적인 글이라고 전제하겠습니다.


가장 오래 근무했고,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는 ‘G마켓’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와 HR, 노력과 영광과 좌절의 순간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G마켓의 성장 과정과 노력,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때는 2003년 12월 초, 다니던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직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벤처 기업의 연구소 소장(이하 Y소장)에게서 온 전화로, 면접을 제의했습니다. 저는 Y소장님과 당시 여의도 사무실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제가 면접을 본 곳은 ‘구스닷컴’이었고 곧 ‘G마켓’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G마켓은 1999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 ‘구스닥’ 팀에서 시작했으며, 이후 독립 법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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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닥 사이트입니다. (http://goodsdaq.com/)


당시 구로 쪽에서 근무했던 저는 7시쯤에 사무실로 왔습니다. 모두 퇴근한 듯 어두운 사무실 한 쪽 구석에 옷상자 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무슨 다단계 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5평 남짓한 사장님실에서 앞서 말한 Y소장님과 G대표님과 면접을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 대해서는 별로 물어보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G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데 보냈습니다. 10년도 지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말은


“G마켓은 옥션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이베이와 경쟁하는 사이트.”


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옥션’은 온라인 마켓의 최강자인데 반해 G마켓은 구스닥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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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켓플레이스(지금의 오픈마켓) 시장의 10%를 구스닥이 점유하고, 나머지 90% 가까이는 옥션이 점유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옥션은 미국 이베이에 인수되고 영향력이 더 커진 상태였습니다. 옥션과 자매 회사인 맥스무비에서 근무했던 저는 옥션이 얼마나 큰 회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옥션이 목표가 아니라 미국 이베이가 목표?


솔직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나름 개발자로서 IT업계에 종사해온 나도 모르는 사이트가 옥션이 아닌 이베이와 경쟁한다는 걸 믿기 힘들었습니다. 여의도 약간 허름한 빌딩의 작은 방에서 들은 그 이야기는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대표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네요. 불과 몇 년 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왜 이직했냐구요? 이전 회사에서 비해서 연봉을 좀 올려 준다고 해서 이직했습니다. 물론 전 회사에서 위급(?)한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저의 G마켓의 생활은 시작됐습니다.


2003년 12월 22일, 저의 첫출근 일입니다. 아래는 출근과 가장 가까운 날짜에 체크한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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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에서의 파란만장한 직장 생활이 시작됩니다.



G마켓 머플러의 추억


구스닥에서 G마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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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G마켓 로고


면접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지만 다른 분들은 재미없어하실 것 같아 당시 G마켓의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G마켓의 전신인 구스닥(www.goodsdaq.com)은 주식처럼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사고파는 ‘인터넷 상품거래소’로 시작했습니다. 인터파크는 증권거래소의 주식매매시스템을 상품거래에 도입한 구스닥(goodsdaq.com)을 설립해 2000년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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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타임스>


구스닥 시스템에 대한 건 나중에 다시 정리할 예정이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일종의 ‘구매 체결 시스템’입니다. 증권거래소의 주식매매시스템을 그대로 채택해 특정상품을 매도하고, 매수자들로부터 호가 및 수량을 접수 받은 뒤 가격‧시간‧수량 등 우선순위에 따라 거래를 체결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사자주문(매수), 팔자주문(매도), 체결이라는 용어를 회사 내부에서도 썼습니다. 상품에 확정 금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고팔듯이 사는 사람의 금액과 파는 사람의 금액이 맞으면 체결이 완료되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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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닥 체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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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인터파크의 사내 팀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2003년 초까지도 그야말로 ‘듣보잡’ 사이트였습니다. 당시 전자상거래 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의 인터파크와 이마켓플레이스(e-Marketplace)의 옥션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입사해 보니까 제가 구스닥에 이미 가입이 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언제 가입한 거지? 당시는 그냥 막 가입하던 시절입니다)


아무튼 2000년에 시작한 회사는 분사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습니다. 사이트를 처음부터 만들다시피 한 Y소장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결론은 '무지 무지 힘들었다!'입니다. 웹 개발자도 많지 않고 알바생들을 모아서 작업하던 시절에 트래픽이 늘면서 사이트가 다운돼, 주문이 실패해서 고생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그냥 저냥 전설처럼 들었습니다.


2003년부터 매출이 늘면서 투자도 받고 모회사에서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3년 10월, 구스닥은 지금의 ‘G마켓’으로 이름을 변경합니다.


구스닥으로 시장에 진입할 당시 회사는 B2C(Business-to-Customer. 기업-소비자 간의 전자거래이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거래)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이 모델은 기업 구매자 위주의 경매 모델로, 시장 참여자가 판매자와 구매자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경매 참가자에게도 일정 자격 조건을 둔, 혼재된 경매 모델을 고수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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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2004년, 구스닥은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C2C(Customer-to-Customer. 소비자끼리 직접 거래) 형태의 G마켓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물론 옥션과 같은 C2C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옥션과는 다르게 ‘개인 사업자로서의 Customer 서비스’였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 사업자들이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오픈 마켓으로 ‘이마켓플레이스’라고도 합니다. 이 부분은 차후에 총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픈마켓의 역사도 기대해 주세요)


G마켓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제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왜 ‘A’마켓도 아니고 ‘B’마켓도 아니고 ‘G’마켓이지? 사내에서도 10대 의문점 중 하나였습니다. 도메인 산 게 그거다, 사장님 성씨가 G씨라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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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사이트에 있는 G마켓 미션


기사를 찾아보니 초창기부터 그런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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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아무튼 2003년 12월, 공식적으로는 2004년 1월에 G마켓을 오픈합니다. 나중에 사명도 ‘인터파크 G마켓’으로 변경합니다.


2003년 말, G마켓 역사에서 사명 변경보다도 더 큰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B사 머플러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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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아시죠? B사 머플러


G마켓은 ‘공동구매’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공동구매이지 그냥 판매자를 섭외해서 상품 개수를 정해 놓고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공동구매로 올라온 물건 중에 이 머플러가 있었습니다. 저는 모르고 있었지만 인터넷 카페 중심으로 B사 머플러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원래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G마켓에 등록된 이 머플러의 가격은 3만 원대였습니다. 엄청 싸다, 안 사면 손해라는 이야기가 엄청나게 퍼졌습니다.


사이트 트래픽은 급속도로 올랐고 엄청난 사람들이 가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이 머플러를 사려고 엄청나게 가입을 했습니다. 물량을 대지 못해서 당시 고객센터 팀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짝퉁 논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2003년 초 일일 주문 건수가 몇 천 건이 안 되었던 사이트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나중에 G마켓의 HR과 인센티브에 대해서 정리를 다시 하겠지만 G마켓에는 '건수 인센티브'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일일 건수가 1천 건이 넘으면 10만 원을 전 직원에 무조건 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어제 3,000건이었는데 오늘 4,000건이면 10만 원을 그달 월급에 더 넣어주는 겁니다(물론 세금은 냅니다). 그래서 백오피스 시스템에서 주문 건수를 볼 수 있는 마케팅 부서들이나 팀장들, 그리고 IT 부서 사람들은 그걸 확인하기 위해 12시까지 남아 있곤 했습니다. 저도 일부러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입사한 12월 22일에 8천 건을 넘어서 직원들은 2003년 안에 1만 건을 넘기를 기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넘지는 못했지만 연말 파티에서는 무용담들이 엄청났습니다. 판매자들을 유치하게 위해서 새벽 동대문을 뛰어 다닌 일, 머플러의 성공을 위해서 중국으로 출장 간 일 등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MD(상품기획자), CA 등 영업 담당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2003년 말에 있었던 머플러 공동구매는 G마켓이라는 사이트를 세상에 알렸고, 저의 개발자로서의 도전도 시작되었습니다.



G마켓 경매의 추억


제가 입사한 2003년 12월 22일의 다음 다음날에 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이름하야 ‘경매 서비스’입니다. 당시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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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G마켓의 경매서비스는 천원경매나 중고품 경매는 물론 ‘행운경매’로 구성된다. 행운경매는 경품경매, 1/10경매, 할인경매로 구성되며, 낙찰가격이 시중가의 1~10% 수준으로 사전 예고된 최저 최고 낙찰가격 안에서 입찰하면 된다. 경매가 종료되면 추첨을 통해 낙찰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에 가깝게 입찰한 가격 순으로 낙찰되는 형태다. 구영배 구스닥대표는 "G마켓은 기존의 경매사이트와는 차별화된 제품 구성과 서비스에 중점을 두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어리버리하게 있었는데, 개발팀(당시 순수 개발자는 5명이었습니다) 몇 명이 매우 분주했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경매 시스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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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경매 페이지입니다. 그냥 리스트 페이지는 평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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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상세페이지에 들어가면 또 상품 상세페이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주문 페이지를 찾을 수 없고, 그것까지 공개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듯해서 더 이상 검색하지는 않았습니다. 경매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마감 시간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마감까지 금액을 입력하면 해당 건수 내에 금액을 분류해 자릅니다. 예를 들어 경매로 얻어갈 수 있는 상품이 10개라면 상위 금액 10위까지는 해당 상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결제는 경매 마감 시점에서 이루어집니다. 10원 경매는 10원부터 시작하고, 행운 경매는 난수 발생으로 그 금액 내에서 경매 낙찰자를 정해줍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뭐 별다른 것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만, 결제 시점에서 경매를 낙찰 받은 사람이 결제를 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카드 결제는 그나마 문제가 없습니다만, 무통장 입금을 할 때 낙찰 받은 시점에 돈을 입금한 게 확인이 되지 않아 해당 화면을 찾느라 담당자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은행과 제휴해서 자동으로 매칭을 시켜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만, 개발 이전에는 경매 담당자와 DBA(DB 관리자)들은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재미를 주기 위해서 한 경매 시스템이었지만 옥션의 경매 시스템에 비해선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매 상품을 올려야 하는 판매자들이 원래 가격으로 경매를 올리면서 경매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에 반해 이벤트 성으로 가끔 하는 행운 경매는 대단했습니다. 솔직히 초창기에는 직원들도 응모했지만 이후로는 직원들은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요즘 스타트업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면서 재미와 취지가 좋더라도 결국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서비스에는 좋은 컨텐츠가 있어야겠지요.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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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