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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냐? 기본소득이라니...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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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The Telegraph


거기다가 스위스에서도 핀란드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의 기본소득을 국민투표에 회부했다는 얘기도 기사로 나온다. 핀란드는 월 100만 원 정도인데 반해 스위스는 월 280만 원 정도를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말만 있지 실체는 없는, 기본소득은 마치 유니콘 같은 존재 아니냐는 비아냥을 뚫고 현실 세계에 기본소득이 슬슬 구현되고 있는데 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즐겁지 않은 츤데레 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럴까?


바로 이 기본소득이라는 시스템이 가지는 광범위한 '자유도'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얘기를 아주 간단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다뤄 보기로 하자.




기본소득


본 필진은 기본소득 덕후다. 기본소득을 이 사회에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틈만 나면, 말할 기회만 되면 어떻게 해서든 기본소득 이야기를 한다. 관련 글도 많이 썼다.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라면 교통비보다 적은 강연료를 받고라도 어떤 지역이건 어떤 단체건 상관없이 가서 이야기를 해줬고, 어떤 모임이건 가리지 않고 쫓아가서 떠들었던 기억도 난다.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기본소득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고, 관련된 글도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은 '기승전기본소득 물뚝심송' 또는 더 나아가서 '기기기기기기기기본소득'이라는 것이다.) 


왜? 너무 맘에 드는 시스템이니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차원이 아니다. 그걸 넘어서서 인류가 만들어낸 최적의 시스템인 자본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 바로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엄청나게 감소해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튀어나온 배를 내밀면서 TEDxSNU에 나가서까지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 버렸다. 잠깐 자기 자랑이라면, 이날 나온 다 그렇고 그런 얘기들 중에 이 얘기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자랑이라기 보다는 자기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맞다. 이러저러한 골치 아픈 문제들이 다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 자본주의의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 바로 노동 시장이 붕괴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노동의 대가를 잘 안줘서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문제라고?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결함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건 별문제도 아니란 얘기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인류가 어찌 막을 수 없는 본질적인 곳에서 튀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가 그것이다. 


모두가 신이 부여한 임무인 것처럼 미친듯이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바로 그것, 생산성의 향상이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매출대비 수익률이 높아지니까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시는가? 딱 세 걸음만 뒤로 물러나 우리 사회 전체를 보시라.


어차피 시장의 규모는 전 인류가 먹고 소비할 수 있는 양이 맥시멈일텐데 이렇게 생산성이 높아지다 보면 전 인류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전 인류의 10%도 안되는 사람들의 노동력만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니 점점 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10%만 일하고 나머지는 놀고먹으면 되겠네'하고 환호를 지르지는 말아 주시길 당부한다. 왜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무시무시한 교훈이 시스템 차원에 딱 박혀 있기 때문이다.


즉 10%를 제외한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소득이 없어서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재화를 구매할 능력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구매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전체 시장의 규모를 더 줄이게 된다. 시장의 규모가 더 줄어들면, 10%라는 숫자는 더 줄어들고 일자리 또한 더 줄어들게 된다.


이런 네거티브 피드백이 순환되기 시작하면 자본주의의 시장 구조는 순식간에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운 좋게 10%에 포함된 사람들이 거대한 재화를 보유하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 실업 문제, 이런 것들이 바로 다 그 전조인 것이다. 그 끝에는 시장의 종말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그 단계에 가기 전에 아마 대공황 비슷한 것이 먼저 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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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바로 이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매트리스가 될 수도 있다.


늘어난 생산성으로 인해 축소된 일자리, 그 일자리에 참여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그냥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균일하게 나눠주자는 아이디어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 좁은 일자리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 역시 생존을 위한 소비에 나서게 되고, 그 소비가 이어지는 한, 시장은 붕괴하지 않는다. 즉 10%의 노동이 계속되고 사회적으로 재화가 계속 생산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조만간 만나게 될 종말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 현재로써는 실제로 거의 유일한 수단이 기본소득인 것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하다


이런 기본소득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일종의 사상체계인 기본소득이 있고, 또 하나는 현실에서 구현될 제도인 기본소득이 있다. 사상체계로서의 기본소득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사상의 안전장치로 가동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구현될 기본소득은 그 얼굴이 매우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우파 경제학자 프리드먼(그는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음의 소득세'라는 것을 주장했지만 유사한 구석이 많은 주장이다)의 제안에서처럼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타 모든 복지시스템을 다 없애버리자는 주장을 생각해 보자면,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주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복지 서비스에 들어가는 재원을 모두 기본소득으로 돌릴 수 있으니 국가 예산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더 쉽게 수긍이 갈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도 연간 정부 예산 350조가량 되는 돈 중에서 100조 이상이 복지예산이다. 이걸 모두 없애고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라면 기본소득의 도입은 훨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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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경우도 이런 것 아니냐는 해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핀란드의 수상 유하 시필레가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체계의 간소화를 뜻한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다른 복잡한 복지체계를 다 털어 버리고 기본소득 하나로 퉁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성급한 추론들이 난무한다. 그렇게 되면 복지축소라는 얘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핀란드의 수상이 프리드먼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극우적인 경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보장 서비스 중에서는 분명히 기본소득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털어버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기본소득이 도입되더라도 털어버릴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핀란드 수상의 표현은 다른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기본소득은 그 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 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자.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진 사람들에게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누가 그 지급대상이 되는가 하는 '선정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의 규모는 2000년대 초반에 150만 명을 상회하는 규모였다가 이명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그 규모가 급속히 줄어 130만 명대의 규모가 되었다. 먹고살기 편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선정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다.


어찌되었거나 100만 명 이상의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이 선정과정은 복잡한 심사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서류상의 내용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매년 이 심사를 반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수급자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공무원이 몇 명이나 필요해질까?


공무원 한사람이 수급 대상자 100명을 관리한다면, 이 업무만을 위해서 공무원 만 명 이상이 고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공무원들이 소모하는 인건비나 기타 경비들 역시 복지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이런 복지체계는 복잡성이 있으며 그로 인한 추가경비가 지출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에는 이런 게 없다.


그저 주민등록 기준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금액을 조건 없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매달 계좌이체만 해 주면 끝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체계를 간소화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부수적인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제도라는 뜻이다. 만약 복잡한 복지체계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본소득 금액 수준을 설정만 해 준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가 기본소득이다. 핀란드는 그 이점을 채택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공무원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기본소득은 작은 정부를 만들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줄어드는 부분은 사회복지 관련 업무의 감소일 뿐이며 이게 바로 좌파들이 주장하는 '큰 정부'에 반하는 '작은 정부'를 초래하는 일은 아니다.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주장이다.




기본소득은 복지 축소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함정은 어디에 있냐면 기본소득 금액의 규모에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 수급제도 같은 것을 없애고 기본소득으로 대치하는데 그 금액이 월 20만 원수준이라면 복지는 축소된 것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월 120만 원이라면 복지는 강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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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금액, 즉 월 지급액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매우 다양한 변화를 유발한다. 기존의 복지체계 중에 기본소득 도입과 함께 없어질 것들, 남아 있게 될 것들을 모두 비교하고, 거기에 기본소득으로 주어질 금액을 같이 산정하여 국민들이 받게 될 복지 혜택을 산정해 보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이 문제를 놓고 기본소득은 복지축소를 유발한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거기다가 기존의 복지체계는 특정 계층을 상대로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제공된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게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면서 기존의 복지체계와는 다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기도 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월 소득 천만원이 넘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으로 주어진 몇십만 원은 아무 의미 없는 돈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그는 기본소득 도입으로 인해 늘어난 세금으로 인해 전체 재정상황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게 있어서는 매달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바로 소비 여력으로 직결될 것이다. 거기다 더 중요한 측면이 있다. 기존의 복지 서비스는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불안한 것이었지만 기본소득은 고정적으로 영구히 주어지는 금액이므로 이 사람은 좀 더 안정적으로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그렇게 오매불망 고대하는 내수시장 활성화에는 기본소득이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하게 된다. 단순히 액수 비교만으로 복지축소 여부를 판가름하기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동의욕 저하


사실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논점은 모두 걷어내고 나면 오로지 이거 하나로 통일된다.


"왜 일하지도 않는 자에게 돈을 주는가, 그들은 그 돈을 받으면 평생 일 안 하고 놀고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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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 반드시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문제는 사회적 비율이다. 그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음식만 먹으며 일체의 문화생활을 안 하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이 과연 전 인구의 몇 %나 될까?


천 명 중에 한 명씩 그런 인생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빈축을 사면서 살아갈 것이고, 그런 사람도 사실은 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최소한 그들도 '소비'를 하지 않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자본주의 사회하에서는 그냥 앉아서 숨만 쉬고 있어도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에 기여를 하는 셈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또 있다. 선별복지의 위험성인데, 기초수급 제도의 자격문제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즉,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들은 어떤 일자리가 생겨 내 소득이 늘어나면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안 한다는 뜻이다. 어떤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도 음성적으로 하기를 원하게 된다. 왜냐면 그에게는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주는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핀란드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도 복지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없애고 기본소득을 주게 되면, 즉 내 소득이 늘어도 사라지지 않는 돈을 정부가 주게 되면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 소득을 올리기 위해 저임금 일자리라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일 안 하고 놀면 정부가 120만 원씩 주는데 100만 원짜리 일자리를 갖게 되면 그 돈을 못받게 된다. 일을 하는데도 오히려 수입이 20만 원이 줄어드는 모순인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 모순을 제거해 준다. 일하건 안 하건 한달에 100만 원씩 주는 거고, 거기에 내가 50만 원짜리 일이라도 하게 되면 내 수입은 백오십이 된다. 이래도 일을 안 할까? 그리고 이걸 복지 축소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원래 노동의욕이 없고, 일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극소수의 특수한 성격의 인간들 빼고는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고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기다가 뭔가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내 생존을 지켜줄 돈이 꼬박꼬박 매달 나온다면, 모험정신까지 같이 고양된다. 즉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한강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맨날 구걸한 돈으로 산 술만 먹고 늘어져 있던 빈민들이 기본소득이 주어지자 하다못해 밀가루를 사다가 빵이라도 구워 파는 가게라도 시작하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빵을 사 먹을 돈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른 지역의 실험에서도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고취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해볼만한 실험 아닌가?




왜 못하는가


핀란드나 스위스는 하고 우리는 왜 못하는가? 그들은 부자고, 그들은 인구도 적어서 예산도 많이 안 들고, 그들은 원래 복지가 충만한 세상이었고, 그들은, 그들은, 결론은 우리는 안될 거야, 라고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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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얘기다. 그들의 일 인당 생산량은 우리를 압도한다. 사실 수학적인 관점에서 인구는 문제가 안 된다. 총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일인당 생산량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점은 쉽지 않은가.


그렇다면 일 인당 생산량이 현저히 적은 우리는 절대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은 '자유도'가 높은 제도라고 이야기 했다. 모든 사람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월 같은 돈을 준다는 원칙에는 '얼마'를 줄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에게 매월 10만 원씩 준다? 연간 60조의 재원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50만 원씩 준다? 연간 300조의 예산이 필요하다.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는 예산 지출만 생기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질 경우 세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소한 소비세라도 엄청나게 많이 걷히게 될 것 아닌가? 핀란드 역시 이 점을 고려하고 있다. 그들이 세운 기본소득 예산은 실제로 그들의 기본적인 세수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조만간 늘어난 세수가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본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조건 없이 쿠폰을 준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쿠폰은 소비를 늘리지 못하고 야쿠자를 통해 '깡'을 한 다음에 저축으로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랬을까? 그 쿠폰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니라 한시적인 제도였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금액을 매월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은 반드시 소비를 증가시킬 것이고, 이 늘어난 소비는 국가 재정에서 세수를 확실하게 늘려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예산이 360조 수준인데 300조가 필요한 기본소득을 어찌 도입하겠는가 하고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이미 우리는 100조 이상의 예산을 복지에 쓰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기본소득 도입과 함께 사라질 금액이다. 여기에 공무원 중에서 복지 분야 담당 공무원의 숫자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이는 별도로 줄어들 예산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기본소득으로 인해 포지티브 피드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소비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기업의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면서 고용도 늘고 국민 총생산도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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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모험이다.


우리나라의 총생산은 약 1,200조가 넘어간다. 그 중 25%를 투자해서 국가 경제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칠 수 있는 시도라면, 그리고 그 결과가 매우 낙관적이라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왜 안하는 걸까?


물론 그래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그런 실험적인 제도를 도입해서 남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할 이유는 없다. 핀란드나 스위스가 하는 걸 보고 하면 된다. 그 결과가 좋으면 그때 가서 따라 해도 된다. 그들이 해봤는데 결과가 나쁘면 '거봐, 그런 건 안되는 거야'하면서 돌아서도 된다.


대신 우리가 지금 할 일은, 과연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어떤 것인지를 미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겠다.


최소한의 관심, 이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일 아닐까?



뱀발 


심지어 본 필진, 최근에 이런 책도 써냈다.


그 책에서는 기본소득은 아주 콩알만큼, 개미 똥만큼만 다뤄지는데도 불구하고 책 홍보 툰의 제작을 맡아준 전설의 '굽시니스트'님께서도 기본소득을 주제로 잡아 툰을 그려주신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본소득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어찌되었거나 책 좀 사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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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