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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국 딸 표창장 수사’를 위해 지난 두 달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조국 장관 집에서 짜장면 배달까지 시켜먹으며 8명의 수사관이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199만 9999명(박지원 의원 추산)의 시민들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다시 촛불을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짜장면 배달시키신 분’이라는 플래카드를 매단 관광버스도 상경, ‘검찰개혁’, ‘조국수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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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만의 밤: 서초동 검찰개혁 2차 촛불집회 중(링크)>

 

 

이에 질세라 태극기 부대 2000만 명(어디까지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추산)은 하늘이 열린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다. 이 날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5일, 서초동 앞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바야흐로 다시, 촛불의 시절이다.

 

 

1. 검사들도 잘 모르는 특수부 

 

검찰의 힘 있는 부서는 예로부터 공안부와 특수부다. 과거 ‘빨갱이’ 정치와 담론이 지배했던 시절에는 공안이 조금 더 힘이 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김진태 의원이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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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모'한 도전으로 주목받았던 이 사람이 대표적인 공안통(사진 출처: 한겨레)> 

 

공안부는 4개 분야의 범죄를 담당하는 데 간첩잡기, 학원비리(주로 대학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말한다), 공공안전(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기업 산업재해(삼성 등과 같은 기업에서 벌어지는 파업 내지 안전사고를 담당하는데 최근에는 공안검사 출신 중 이 파트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 후 돈을 많이 번다), 이렇게 크게 네 개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냉전 이데올로기가 많이 사라지고, 간첩이 없어진 세상에선 특수부가 더 잘나간다. 윤석열 총장은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전국 특수부 라인을 자신의 측근들로 심으면서 조직을 장악했다. 

 

그렇다면 특수부란 무엇인가? 막연하게 중요한 범죄를 수사하는 막강 부서로 알고들 있다. 한마디로 특수부는 주요 인지수사 부서를 말한다. 보통 검찰에서는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한다. 이것만 해도 일이 무지 무지 많기 때문이다.

 

헌데 인지수사란 특수부에서 자체적으로 범죄사실을 인지(내사를 벌여서 알고 있는 범죄혐의사실을 말한다)해서 수사한다. 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한다.  

 

‘특수부가 담당하는 업무가 정확히 뭐냐? 특수부 인원은 얼마나 되냐?’ 라고 검찰에 오래 몸담은 검사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도 모른다!” 다. 그리고 ‘특수부’라 명패 달린 특수부가 전부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형사부지만 담당하는 사건이 특수부 성격을 띄면 그걸 특수부 아니라 할 수 있겠나. 

 

자, 그럼 도대체 특수부는 어떤 근거에 의해서 그렇게 활동하고 힘이 센지 함 보자.  

 

 

2. 특수부의 근거  

 

명목상 특수부 설치 및 업무에 관한 근거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11조부터 제16조에 규정되어 있다. 물론 법에는 주요 인지수사나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사건 등을 수사한다고 나와 있지는 않다.

 

이들의 업무는

 

1.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

 

2.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에 관련된 정보 및 자료의 수집·정비에 관한 사항

 

3. 1과 2에 필요한 모든 사항

 

이다.

 

한마디로 잡범들 말고 자신들은 돈 되고 힘 있는 놈들 사건만 타겟으로 해서 처리한다는 거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총수 그리고 검찰가족 수사는 특수부만 손댈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특수부 출신들은 대형로펌으로 이직할 때 몸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정경심 교수 측도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검사들이 특수부 검사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을 고용했다. LKB 파트너스에서 정경심 교수 사건을 맡았는데, 대표가 이광범 전 부장판사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의 특별검사를 역임하기도 했고, 그의 친형이 이상훈 전 대법관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들과 굵직한 전관들이 몸담은 로펌으로, 하도 사건을 끌어와 한창 뜨는 로펌으로 법조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뭐, 이 정도는 되야 특수부 상대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현재 특수부는 어디에 누가 있을까? 서울중앙지검 제 3차장 휘하엔 특별수사 1부부터 4부까지 4개의 특수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특수부 중에서도 최정예 엘리트 검사들만 간다는 부처다. 국세청으로 치면 세무조사 중 특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 4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수원지검, 인천지검, 대전지검, 대구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이렇게 7개 지검에 설치되어 있다. 서울중앙지검 제 3차장은 송경호이고 휘하에 특수 1부장 구상엽, 특수 2부장 고형곤, 특수 3부장 허정, 특수 4부장 이복현이 있다. 대전지검 특수부장은 김형석, 대구지검 특수부장은 김민형, 부산지검 특수부장은 황금천, 광주지검 특수부장은 최임열, 인천지검은 김형록, 수원지검 특수부장은 전준철이다. 

 

그리고 모든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가장 중요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한동훈이다. 한동훈도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를 지휘하던 제 3차장 출신으로 이들 모두 윤석열 총장이 취임하고 첫 인사를 단행한 2019년 8월 1일에 특수부 자리를 배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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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의 한동훈 검사.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동훈이 중앙지검 제3차장 시절, 그가 지휘하는 특수부에서 담당했던 사건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건 수사(부장검사 신봉수)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법원 정보화 사업을 담당하면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500억원대 입찰비리 의혹 사건 일명 ‘법원 정보화 사업’ 입찰 특혜 의혹 수사(부장 구상엽)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몰래 변론 및 가족 비위 의혹 재수사(부장 신봉수)

 

△공정거래위원회 정직 위원장들이 공정위 내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공정위고위직 중 내부 승진이나 재취업이 곤란한 인사 18명을 채용하도록 하는 등 취업 특혜를 강요했다는 의혹의 일명 ‘박근혜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 취업 특혜 비리 의혹’ 수사(부장 구상엽)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중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자신 혹은 동료 의원들이 연관된 재판관련 각종 청탁을 한 혐의가 드러난 일명 ‘국회의원 7인의 재판청탁·거래 사건 수사(부장 신봉수) △홍문종 의원의 기업뇌물수수 및 교비횡령 의혹 수사(부장 신자용)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한국e스포츠협회 비리 사건 수사(부장 신봉수)

 

△이재용 승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수사(부장 송경호) 등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문재인정부 2년 검찰보고서(2018.05~2019.04)』 참조 -

 

최근 소위 말하는 ‘거물’들 사건은 모두 한동훈의 손을 거쳤다. 한동훈은 또 검찰 안에서 소윤이라는 불리는 윤대진과 함께 윤석열의 왼팔이기도 하다. 검찰청에서 한동훈은 냉정하고 이성적인 스타일의 책사겸 최측근 보좌로 알려져 있다.

 

특수부 검사들이 검사 안에서도 에이스고 능력이 출중한 건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허나 능력과 검찰의 권한 개혁에 관한 사안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일일이 모두 실명을 거론한 건 이들의 발자취와 자리가 곧 윤석열 검찰총장의 뜻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맛만 보고 중요한 건 검찰개혁이니 거기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하자. 

 

 

3. 특수부 축소는 왜 꼼수인가   

‘짜장면 배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자성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경고를 보냈다. 이어 199만 9999명의 시민들이 바로 코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쫄린건지, 객기인지 조 장관 일가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 200여명에게 떡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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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자 딴지만평>

 

이후, 윤 총장은 검찰개혁안 몇 가지를 발표했다. 이 안의 핵심은 현재 7개 지청에 있는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 외 2개청에만 신설하고 줄이겠다는 거다. 특수부를 남길 2개의 청은 지역 특수성과 검찰 특별수사 수요를 살핀 뒤 지정하기로 하겠다 한다. 특수부 축소는 대검이 법무부에 검찰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건의하고, 이 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하면 바로 시행된다. 즉,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다. 

 

바꿔 말하면 이것은 국무회의 사항이고, 법무부장관이 할 사항이지, 윤석열 총장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특수부 폐지, 축소안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시절에도 합의된 내용으로 특별할 것도 없다. 큰 거 내주는 척 하는데, 실제론 꼼수다. 조국 장관이 ‘법무부장관 사항!’이라는 한마디로 ‘reject!’ 해버린 건 이런 맥락이다. 

 

중요한 건 '서울중앙지검 외 2개청만 신설하고 줄이겠다' 인데 이는 권력형 비리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수원이나, 인천 아니면 부산 지검 정도에는 특수부를 남겨두겠다는 소리다. 고로 이름만 그럴싸한, 딱히 필요없는 발 뒤꿈치 각질 정도만 털어버리겠다는 말이다.

 

좀 더 들어가보자. 본질적으로 현재의 문제는 비상식적인 검찰의 권력 독점이지 특수부 그 자체가 아니다. 특수부가 상식적인 권력으로 상식적인 수사를 하면 누가 뭐라하겠는가. 문제는 특수부가 하는 업무를 이름만 바꿔 형사부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다.

 

어떻게? 특수부란 이름이 없어져도 사건 몰아주면 그게 특수부가 되기 때문이다. 사건배당을 달리하면 된다는 말이다. 울산지검도 특수부가 없어졌지만 사실상 사건 배당을 특수부 사건으로 해서 실제로 살펴보면 특수부가 없어진 게 아니다. 그러니까 검찰은 특수부라는 이름을 포기할 순 있어도 특수부가 휘두르는 힘은 얼마든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검찰은 2017년 8월, 전국 지청 41곳의 특별수사 전담 부서를 없앴고, 지난 해에는 ‘부패수사 총량 줄이기’ 방침에 따라 창원지검과 울산지검의 특수부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특수부가 있는 검찰청은 9곳에서 7곳으로 줄었지만, 특수부의 위세는 여전하다.

 

 

4. 마이 무따. 이제 고마해라.  

드라마 ‘펀치’에는 검사들이 나오고 이들이 주로 특수부 소속이다. 본래 검사는 ‘Prosecutor’ 즉, 기소하는 사람이다. 기소하고 공판에 참여해 재판에서 이기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특이하게도 한국의 검찰은 수사지휘권, 종결권, 기소권 모두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구속영장 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다. 어마무지한 힘이다. 왜, 안 되는 게 없거든. 그게 어떤 사건이든 '내'가 시작하고 '내'가 수사하고 '내'가 끝낼 수 있으니까. 

 

그간 미디어에서 그려진 검찰은 온갖 수사에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 범죄자들을 잡는가 하면 어떤 때는 총까지 들고 범죄현장에 나타나 조직폭력배들과 바로 다이다이를 뜬다. 검찰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적폐스럽지 않았던 이유도 미디어의 검찰에 대한 미화가 한몫 단단히 했었다. 반면 경찰들 그린 모습 봐라. 며칠 못 씻고 못 자서 퀘퀘한 냄새나 풍길 거 같은 형사 모습이나, 지역민들 삥 뜯고 부패한 경찰만 부각시켰다. 

 

한국의 대통령 권력은 막강한 편이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고로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잘 굽히기만 하면)’ 되겠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우병우 구속이 제일 늦었던 점만 돌아봐도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보다 우병우가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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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병우. 이 때까지만 해도 정신 못 차리고 레이저를 쏘며 살았으나...>

 

검찰적폐임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켜준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빙자한 온갖 모욕과 본인, 가족은 물론이요, 함께 정치 인생을 걸었던 측근들까지 토끼몰이를 당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게 대검 중수부 수사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자, 검찰청은 중수부를 폐지했지만 그 중수부의 명맥을 이어 받은 게 지금의 특수부라 생각하면 되겠다. 특수부를 폐지하면? 뭐 또 다른 이름이 생기거나 형사부가 이름만 바꿔서 사건을 몰아받겠지 뭐.  

 

특수부가 무슨 일을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같은 검사도 잘 모르지만 그 폐해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건 이제 말장난은 그만하고 본질적인 개혁의 때가 왔다는 소리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창 교수는 “기본적으로 검찰안의 특수부라는 것이 1등의 엘리트 코스, 파워로 진입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 역할을 하는 검찰 내의 또 하나의 조직”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죽자사자 형님, 동생하면서 사조직을 만드는데, 그게 다 특수부가 존재해서 그렇다. 이번 윤석열 총장의 특수부 축소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것도 회의적이다. 한마디로 윤석열스러운 발상” 이라고 냉소했다.

 

김기창 교수는 “그냥 기본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안하면 된다”면서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건데, 특수부 축소고 뭐고 간에 수사는 경찰이, 검찰은 기소를 하면 된다. 지금 때가 무르익었다. 수사하고 싶은 검사는 경찰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100% 동감한다. 이름만 바꾸거나 이름만 빼고 뭘 축소하겠다, 늘리겠다는 현란한 말빨은 이제 사양이다.

 

그 정도 해먹었으면 됐으니 이제 그 무시무시한 권력 좀 내려놓자. 그거 좀 내려 놓는다고 너네 안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