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4차 산업혁명은 오지 말래도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기계가 인간을 내쫓는 세상이 오고 있다. 아니, 왔다.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 도올 김용옥 선생이 언젠가 안철수  대표를 비판했다.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던 때였다. 도올 선생이 말하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거고, 우리 사회가 진짜로 해야  일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대처할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여러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주 쉽게, 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뉴스에서도  차례 나왔듯,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수년  개발됐다.  미래에는 더욱 보편화할 거다. 그러면 ‘기사 끝나는 직업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일자릴 잃어버린다. 택시기사, 버스기사, 화물차기사 . 도올 선생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지적하는 거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일자리를 잃게  수많은 소시민의 삶과, 그들로 인해 타격을 입게  수많은 소상공인의 삶을, 그리하여 더욱 심화될 양극화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거냐는 거다.

 

c0091033_517e6f8162a6e.jpg

 

기술의 발달은 노가다판에도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기술이 발달하는 바람에 일거리가 줄어버렸다. 노가다꾼이 해야  일을 기계가, 현장 대신 공장에서 하는 추세다.

 

일거리가 줄었단 얘기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노가다꾼 숫자는 그대로인데 일거리는 점점 줄어드니, 우리가 예상할  있는 결과는 뻔하다. 갑은  건너 불구경하듯 상황을 방관하고, 을끼리   깎아가며  튀기게 경쟁하는 시대, 도올 선생이 예견한 그대로의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1년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한다면?

 

 글에서 어떤 기술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설명하는  크게 의미 없을  같다. 중요한  기술 발달이 노가다판에 미친 영향일 테니까.  지금부터 형틀 목수(이하 목수) 예로 들어 설명할 건데, 상황은 다른 공정의 노가다꾼도 비슷하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하나의 현장에서   있는 일거리가 줄다 보니,  현장에 머무는 기간도 짧아졌다. 아파트 현장이라고 해봐야 목수가 일할  있는 기간은 불과 5~10개월 정도다. 1년도  되는 시간마다 현장을 옮겨야 한다. 그게  별거냐고 물을지 모르겠다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우선, 목수 개인의 삶을 보더라도 그렇다. 직장인으로 비유하자면 1년이  되는 시간마다 전근을, 아니 정확하게는 재취업을 해야 한다. 상황이  맞아 다음 현장이 바로 정해지지 않으면 얼마간은 놀아야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타지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101107_44606_26835.jpg

이미지 출처 (링크)

 

 집안의 가장이라고 생각해보라. 지출은 매달 고정적일 텐데 수입이 왔다 갔다 한다면? 수입의 불안정이  가정에 미칠 영향, 굳이   해도  거다.

 

그게 싫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지역 현장을 택해도 문제다. 얼마나 지내게 될지 모르니 보통은 혼자 간다. 기러기 아빠가 되는 거다. 현장에서 기러기 아빠들 많이 본다.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 평생 노가다판에서 뒹군 사람이 밥이나    거며, 빨래는 제대로 하겠느냐고. 라면 끓여 먹거나 외식하고, 신었던 양말 대충 털어서  신을 테지.

 

노가다판에서 기러기 아빠들은  티가 난다. 홀아비 냄새 폴폴 풍기면서 다닌다(가사노동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얘길 하려는  아니다.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노가다꾼들이 타지 생활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거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사랑하는 가족을 보러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 노가다꾼은 토요일까지 일한다. 때에 따라 일요일에도 일하다 보니 잘 해야  달에  번쯤 집에 가는  같다.

 

사실 이런 문제, 부차적일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용 불안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노가다꾼이 현장 옮기는  전근이 아니라 재취업 개념이다. 직장인의 전근과는 상황이 다르다. 노가다꾼에겐 보장된 다음 현장이 없다. 1년도  되는 시간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거다.

 

노가다판은 오야지가 팀을 꾸려 현장을 따내고,  팀에 속한 목수들은 오야지를 따라가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목수 오야지와  팀에 속한 목수의 관계다. 무슨 근로계약서 같은  써서 “앞으로 3 동안 오야지가 가는 현장에 무조건 따라간다.” 하고 꽝꽝 도장 찍는  아니다. 당장 오늘이라도 오야지  밖에 나면 쫓겨나는  노가다판이다.

 

보통 현장 옮길 때마다 오야지 주도로 대대적인, 혹은 부분적인 물갈이가 이뤄진다. 이번 현장 공사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데려간다. 목수 입장에서 보자면 재계약 주기가  잦아진 거다. 기술이 발달해서.

 

 

 

행정은 쌍팔년인데, 기술만 21세기

 

그럼 자기 팀에 속한 목수를 마음대로 자를  있는 오야지 마음은 편하냐. 절대 편하지 않다. 보통 20 안팎이  팀으로 움직이는데, 오야지는 본인 포함 20명의 보장된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 5~10개월마다 하청 소장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2510_42.jpg

이미지 출처 (링크)

 

다들 알겠지만 노가다판에 투명한 입찰 시스템 같은 , 없다고 봐야한다. 입찰 시스템이 없진 않겠으나, 온통 불법 투성이다. 오야지는 현장을 따내기 위해 하청 소장들에게 로비를 한다. 접대도 하고, 모르건대 용돈도  찔러줄 테고,  아니면 리베이트를 조건으로 현장을 따낼지도 모른다. 하나의 현장에 머무는 기간이 짧아졌으니,  빈번하게 말이다. 더욱이 경쟁도 치열해졌으니, 알아서들 단가 후려쳐가며.

 

하청 사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거다. 오야지가 하청 소장에게 하는 것처럼, 하청 사장은 원청 소장 쫓아다녀야 한다. 마찬가지로  빈번하게, 알아서 단가 후려쳐가며(이상의 수주 과정은 주워들은 얘기와 현장 상황을 토대로  합리적 추측이다. 내가 직접 불법적인 상황을 목격한 것은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다).

 

자본사회에서 이윤이 줄어든 사용자가 택할  있는 방법은   하나다. 인건비를 줄이거나 원자재 값을 줄이거나. 혹은   하거나. 오야지와 하청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저기 로비하느라 불필요한 지출 늘고, 공사비 자진 삭감해서 마진까지  오야지와 하청 소장도 인건비 아끼려고 인부 달달 볶고, 단돈  원이라도 값싼 자재 쓰려고 기를 쓴다. 이건 필연적으로 안전사고와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문제다.

 

거기다가 오야지들이   듣고  잘하고 일당 조금만 줘도 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 데려와 부리다 보니(하청과 원청, 심지어 발주처까지 그걸 눈감아주고), 한국 노가다꾼 일거리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경제 살린답시고 건설붐 억지로 일으켜봐야 남의 나라 청년들 배만 불려주는 꼴인 거다. 지금까지  나열한 문제가,  글에서   얘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의 주요한 흐름이다.

 

정리하자면, 노가다판의 행정·인사·계약 시스템은 여전히 70~80년대 수준인데, 기술만 급격히 발달한 거다. 기술이 발달해서 근시안적으로 당장 일하기 편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건설산업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더욱 엉망진창이 됐다.

 

여기서, 기술 발달을 문제 삼으려는  아니다. 도올 선생이 얘기한 것처럼 기술 발달이 노가다판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거다.

 

위에서 구구절절 나열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이 과연 어제, 오늘 문제일까. 혹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문제일까. 아니, 우리나라에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이전에 와우아파트가 붕괴한 것도,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거리가 줄어들었고, 그래서 문제가 심화됐을 뿐이다.

 

그럼 혹시, 높으신 나라님들이 이런 문제를 몰랐던  아닐까. 설마. 노가다 초짜인 나도 금세 알게  문제를, 나라님들이 몰랐으려고. 그냥 쌩까는 거다. 어차피 피해 보는  힘없고 빽없고 가난한 ()이니까.

 

 아직   없는데, 몇몇 현장에서는 벌써 무인 타워크레인을 쓴단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꼭대기에 올라가 운전대를 붙들고 조종하는  아니라, 밑에서 리모컨으로 타워크레인을 조종한다는 거다. 아마 이것도 조만간 보편화할 거다. 이렇듯, 기술은 급속한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아닌 말로 10 뒤에 망치질 대신 하는 로봇, 나오지 말란  없다.

 

무인 타워크레인이 많아졌단 얘길 듣고 좀 무서웠다. 그때가 되어도 왠지 오야지들은 하청 소장에게 로비할  같아서, 아마도 더욱 치열하게 로비할  같아서. 그리고  결과로 제일 말단의 노가다꾼들을 더욱 쥐어짤  같아서 말이다.  그게  소름 끼쳤다.

 

 

AKR20161226118100054_01_i_P2.jpg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