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와 취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발굴 사업의 지도를 대략적으로 만들어봤다.

11개의 시군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표시된 하나의 마크마다 수 개에서 수십 개의 고분, 집터, 성곽 등의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 앞으로도 2019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펴낸 <가야 문화권 중장기 조사·연구 종합계획>에 따라 가야사 발굴은 지속될 것이다. 필자가 언론 보도만으로 취합한 지도가 위와 같으니, 실제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발굴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다(그런 거 딱 지도로 만들어서 딱 언론에 뿌리면 참 좋을 텐데 왜 아무도 안 하는 거지!).

이번 기사에서도 비화가야, 소가야, 대가야의 따끈따끈한 발굴 소식은 제대로 담지 못했다. 조금 더 쌓여야 뭔가 스토리로 엮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동네에 사시는 분들껜 죄송...

물론, 수많은 시군구에서 모두 가야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오버하는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구지가 방울 유물’ 에피소드가 그렇다.

사진보다 훨씬 작아서 이 유물의 발굴은 눈썰미 좋은 한 조사원이 세척하던 도중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출처 - <한겨레>

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 머리를 내어라.

若不現也 내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 구워서 먹으리.

기원후 43년, 구지봉에서 웬 놈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 지역의 대빵들이 사람들을 우르르 이끌고 가봤더니 위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라는 신의 음성이 들렸단다. 뭔가에 홀린 듯 구지가를 부르다 보니 하늘에서 알 6개가 내려왔고, 수로왕을 포함한 6개 가야국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구지가는 원효의 ‘도끼 드립’과 더불어 한국 고대사를 대표하는 섹드립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카지만, 거북이 목은 오래도록 XY 염색체의 심볼이었으며 구지가의 다른 버전에선 모신(母神)의 잉태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좌우간, 어린아이의 무덤에서 부장품으로 나온 이 유물을 발굴한 곳에서 단 열흘 만에 유물과 구지가를 연결 짓는 해석을 내놓자, 학계에선 띠꺼운 반응을 내놨다. "오버하는 거 아니냐", "과한 해석 아니냐" 등등. 사실 그럴만하다. 사진처럼, 정말로 구지봉을 그려놓은 것인지, 관을 쓴 남자를 그려놓은 것인지 파악하기에 열흘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워낙 전례가 없는 유물인지라 비교 분석은 어렵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좀 더 조심성 있게 접근했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또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김해 원지리 고분군에서 발견된 유물이 하나 있다.

출처 - <한겨레>

자라 모양의 토기는 일본 고분에서 주로 발굴되는 유물이다. 이미 가야와 왜의 활발했던 교류는 사서에서도 유적에서도 충분히 증명되지만, 자라 모양 토기에서 소위 ‘거북이 문화 코드’를 공유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나아가 위의 거북 모양 방울과 연결해보면, 가야 문화권에서 거북이나 자라가 얼마나 중요한 상징이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구지가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문화적 코드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는 얘기 되시겠다. 자라 모양 토기에도 문양이 있는데, 연구원 측에서는 ‘더 자세한 분석을 하겠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방울 유물을 발굴한 분들도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업적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오버가 드문드문 눈에 보이긴 하지만, 그 업적으로 인해 가야사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선의를 훼손하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것이 정말 다행으로 보인다. 건수만 잡히면 물고 뜯을 비판적인 언론과 정치세력이 눈을 시퍼렇게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잘못됐다면 프로젝트의 동력이 상당히 상실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그려놓은 가야사 발굴 프로젝트는 여전히 첫 삽을 뜨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2047년까지 지속되는데, 발굴과 연구를 넘어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교류하며 활동하는 방안을 그림까지 그려놓고 있다. 저마다 자신들의 가야를 주장하는 지자체들이지만, 유물과 유적이 분산되어 있다 보니 개별 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워낙 인구가 적은 도시들도 있어 가야문화를 강조한 지역 축제 역시 낮은 효과를 내고 있다. 학계가 김대중 정부에서 시행된 가야지역 발굴 사업을 비판한 큰 이유는, 공원이나 박물관만 딸랑 조성해놓고 차후의 체계적인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예산이 감축되고 프로젝트가 중단된 배경에는 정치적 변동이 상당한 이유를 점하지만, 그 계획과 관리가 부실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문재인 정부의 프로젝트는 토목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시민들, 특히 지역 주민의 현재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것으로서의 ‘가야 문화권’을 꿈꿨다. 그래서 2047년에 이르는 길고 긴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다.

근 2년간 첫 삽은 아주 훌륭하게 펐다. 허나 임기가 종료되는 순간 가야사 프로젝트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부디 순항에 순항을 거듭해, 어영부영 끝나버린 그간의 정부 주도 발굴 프로젝트와는 다른, 소외 받아왔던 지역이 역사라는 컨텐츠와 결합하여 새로운 삶의 배경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47년이면 필자의 나이가 거의 50살일 텐데, 비록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현장을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그날이 오면 ‘역덕 정부’를 음미하며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전국의 역덕들이여 단결하라. 잃을 것은 예산뿐이요, 얻을 것은 가야일 테니.

출처 - <경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