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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로 잘 알려진 백성들의 슈퍼히어로 박문수. 자신보다 3살 어린 영조와 티격태격 하면서도 환상적인 호흡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오직 백성만을 위해 살아왔던 인물이야. 기득권 층에겐 돌+I 취급을 받았지만.

 

한국구비문학 대계의 기록에 따르면 암행어사 박문수가 인물설화 부분에서 97건으로 오성과 한음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유독 그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1691년 숙종 때 태어나 1756년(영조) 사망할 때까지 오직 백성들의 편에서 살아온 그의 일생을 알아보기 전에, 그에 관한 구전설화 먼저 살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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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의 과거시험

 

박문수는 8살 때부터 자신을 홀로 키워온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과거에 급제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과거가 있던 해 33세의 박문수가 느꼈을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야. 어머니는 아들의 부담감을 눈치채고 있었어.

 

"문수야! 이 애미는 너 뒷바라지 하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으니 재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험을 망치지 말아라. 네 실력이 월등히 장원급제 할 실력이 아닌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다."

 

어머니의 팩트 폭력에 박문수는 말을 잃고 말았어.

 

“다만 한양으로 가는 길에 안성에 있는 칠장사에 꼭 들르도록 하여라. 칠장사 나한전은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우리 같은 서민들의 소원을 곧잘 들어준다고 하더구나. 여기 이 어미가 정성으로 빚은 찹쌀유과를 챙겨줄 테니 반드시 합격기도를 올리도록 하여라.”

 

박문수는 홀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수행해. 그 덕에 합격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칠장사는 오늘날도 수능시즌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심지어 이 곳에는 박문수 길까지 있다고 해.

 

예전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길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들판을 가로 지르는 국토대장정이었어. 박문수가 칠장사에 들러 공양한 후 다시 한양으로 향하던 어느 날, 그만 길을 잃어. 구글지도가 없어서였는지 산중에서 잠을 청하게 될 위기에 빠졌지.

 

산중의 밤은 순식간에 주위를 암흑으로 만들어버렸어. 박문수는 겁이 났지만 우선 지친 몸을 나무에 기대고 한 숨을 돌렸어. 바로 그 때 흰 소복을 입은 여인이 먼 발치에서 걸어와.

 

‘아이코, 내가 배가 고프고 어둠에 놀라 정신이 혼미해져 헛것이 보이는 구나. 정신 차리자 문수야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내가 여기서 귀신에 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소복 입은 건 귀신이 아니라 여인이었어. 표정도 없고 감정도 없는 말투로 여인이 박문수에게 말을 걸었어.

 

“보아하니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시다 LOST 하신 것 같은데,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여기서 이러다가는 시험 보기도 전에 산짐승의 먹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녀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박문수는 일단 숙식해결 및 생명보존의 본능에 따라 그녀를 따랐어. 하지만 그녀를 따라가는 내내 그는 불안하고 음침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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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설의 고향>

 

“저기 헌데 소복을 입으신 걸 보니 집안에 상이 났나 봅니다.”

 

“네. 제 서방님이 오늘 그만… 외동아들이고 시부모님도 경황이 없어서 제가 잠시 급한 일을 처리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아… 네…”

 

‘기묘한 일이로고. 어찌하여 이 여인의 눈에는 슬픔이 전혀 담겨 있지 않구나. 부부금슬이 좋지 않았었나?’

 

집에 도착한 박문수는 눈치껏 요기를 한 뒤 새벽에 떠날 요량으로 구석진 자리를 찾아 쪽잠을 청했어. 그런데 허기진 상태에서 급하게 먹은 음식 때문인지 새벽에 배가 아파 잠에서 깨어 볼일을 보러 가던 도중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해.

 

“밤이 깊어서인지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구나. 우리 어머님은 오늘 새벽도 장독대에 냉수 올려놓고 내 합격을 기원하시겠지. 헉! 아니 저... 저런!”

 

박문수가 본 것은 자기를 이 집으로 데려온 여인과 외간남자가 손을 맞잡고 대화를 주고 받으며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어.

 

‘이런... 어쩐지 여인의 분위기가 묘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죽은 날 새벽에 외간남자와 손을 잡고 있다? 이건 치정살인이구나. 내 과거에 급제하면 반드시 이 사건을 해결하리라. 에이, 이런 부정한 집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

 

박문수는 서둘러 짐을 챙겨 새벽의 산 속을 홀로 걷기 시작했어. 잠시 후 뒤에서 누군가 자기를 쫓고 있는 강렬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데,

 

‘혹시 아까 그 여인의 내연남이 내가 눈치챈 것을 알고 뒤쫓는 것인가? 아까 보니 8척 장신에 완전히 통뼈던데, 어쩐다. 차라리 귀신이라면 나을 일이로다.’

 

이때 박문수를 부르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어

 

“나리! 나리! 게 잠깐 서 보시오.”

 

박문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하며 소리를 질렀어.

 

“난 아무것도 못 봤소이다. 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니 날 죽일 생각일랑 말아주시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리다 어두운 산속에서 돌 뿌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고, 그를 뒤쫓던 사내는 어느새 박문수의 앞에 와 있었어.

 

“나리. 무슨 죄를 지셨습니까? 왜 그리 급히 달아나십니까? 저는 다만…”

 

박문수 앞에서 말을 하는 자는 아까 그 여인과 손을 잡고 있던 내연남이 아니었어. 뒤 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더 충격적이었는데.

 

“나리. 저는 오늘 상갓집의 죽은 자의 원혼입니다. 제가 너무나 억울하여 이렇게 나리께 부탁을 드립니다. 제 처는 외간남자와 정을 통한 후 저를 계획적으로 살해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나 억울하여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집 주위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아… 네… 님 사정은 잘 알겠으나. 내가 지금 당장은 어찌 할 수가 없소이다. 대단히 미안하오나 일단 나를 무사히 돌려 보내 주면 내가 필히 님의 민원을 해결해주리다.”

 

“나리의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리를 도와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지금 나리 실력으로는 과거에 급제 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번 과거에 나올 기출문제들을 이렇게 준비해 왔습니다. 이 족보만 집중해서 보시면 합격은 따논 당상입니다. 제 덕에 합격하시면 반드시 제 원한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과거 급제에 관한 설화가 전해져 내려와. 귀신이 전해준 기출문제가 정확도가 낮았는지 박문수는 전체 합격자 41명 중 20위권의 성적으로 합격을 했다고 해. 하지만 시험성적과는 별개로 셜록급의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을 갖추고 있었어. 백성들에게 행운이었던 건, 이런 능력을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해 쓸 줄 아는 인성까지 갖췄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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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해지>

 

 

 

경상도 관찰사 재직 시

 

“관찰사 나리. 지금 영일만에 미확인 물체들이 떠다니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백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 현장으로 가보자.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에 비상대책 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도록 하지.”

 

이런 것이 우리가 바라는 리더의 모습 아닐까? 망망대해에 물건들이 떠다녀도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탄 배가 가라 앉고 있는데도, 행방을 알 수 없는 리더란…

 

“이것은 각종 가재도구가 아니더냐? 이게 어찌된 일인고? 가만 있어 보자. 조류와 바람의 방향을 살펴보니… 옳거니, 이것은 필시 지금 함경도 지방에 홍수가 난 것이다. 지금 당장 함경도 지방에 쌀 3천 석을 보내도록 하라.”

 

박문수의 느닷없는 지시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어.

 

“저기 나리. 방금 내리신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2가지의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째, 나리가 대단한 분인 건 알지만 소인은 당최 여기 경상도 영일만에 떠다니는 집안 살림을 보고 함경도에 물난리가 났다는 나리의 추리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우치 급의 도사도 아니고 셜록 급의 추리력을 가지고 계신 건 아니잖습니까?

 

둘째, 관할의 문제가 있습니다. 임금님이 계신데 경상도의 곡식을 왕 결제도 없이 함경도로 보내기에는 우리 조선의 행정절차가 너무나 복잡합니다. 나리가 다시 중앙정계로 올라갈 때 이번 일은 필시 커리어에 스크래치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상부에 보고나 하시고 가만히 뒷짐 지고 나라에서 시키는 일이나 하시는 게 상책인 줄 아뢰오”

 

“네 이놈! 문책을 당해도 내가 당할 것이니 너는 당장 불경한 주둥이를 닥치거라. 지금 출발한다고 해도 함경도에 곡식이 도착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우선 백성을 살려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이놈아. 그리고 내가 출세나 개인의 영달에 목매는 자로 보이느냐?”

 

놀랍게도 함경도 지방에 물난리가 난 것이 후에 확인이 되었어. 박문수의 억지(?)로 인해 함경도 백성들이 큰 도움을 받았음은 물론이요. 박문수는 셜록이나 전우치 급 맞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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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박문수

 

송강호, 아니 영조 집권 6년차인 1729년, 조선에는 극심한 가뭄과 자연재해로 인하여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해. 심지어 시체를 먹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어.

 

이때 박문수가 기상천외(?)한 법안을 발의해서, 문무백관의 압도적인 반대에 부딪치게 되는데...

 

“주상전하. 지금 온 나라에 가뭄이 들어 굶어 죽는 백성의 수가 헤아릴 수 없다고 하옵니다. 이는 임금의 덕이 모자라 백성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박문수 저… 저자가 지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만들하시오. 그 참, 당사자 앞에 두고 무안하게시리. 이보시오 박대감. 나도 내 덕이 부족한 건 알고 있소.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온 정성을 다하여 기우제를 지내고 있잖소. 그 너무 심하게 타박 마시고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 보시오.”

 

박문수는 지금부터 말하려는 법안을 발표하기 위해 일단 임금부터 까고 본 거였어.

 

“주상전하!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이옵니다. 우선 당장 전하의 특수활동비부터 50% 삭감하시고, 장차관 이하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자진삭감하여 백성들을 구휼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바입니다.”

 

“주상전하, 지금 박문수 저 자가 지껄이는 말은 광란한 잠꼬대일 뿐만 아니라 속되고 패려한 말입니다.”

 

이에 박문수는 격분하여 욕부터 튀어 나왔는데,

 

“이런 개…”

 

“어허. 그 참 내가 그래도 왕인데, 쌍욕은 하지 말라니까 참 내.”

 

“네… 황공하옵니다. 지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에 생민이 곤궁한 것은 전하의 덕이 부족함이 아니라 바로 사대부가 염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모든 대신들의 녹봉을 삭감하여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리십시오.”

 

박문수의 법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영조는 기득권에게 돌+I 취급 받는 박문수를 그 누구보다 아꼈다고 해. 박문수도 백성들을 위해서 영조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았고. 대인배 영조는 이런 박문수의 애민정신을 이해했음은 물론이야. 그래서 둘은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지.

 

박문수가 외교특사로 청나라를 방문하기 전날 밤 회식에서 있었던 일이야.

 

“그 … 참… 나라 내부 일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외교문제까지 겹치니 참으로 왕 노릇하기 힘들구만. 과인은 그저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소이다. 쩝."

 

“전하. 한 나라의 왕으로서 어찌 그런 무책임한 멘트를 하시옵니까? 군주가 어찌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하늘만 올려다 보고 계십니까?”

 

“어허! 저 자가 보자 보자 하니 임금님을 보자기로 아나!”

 

그렇게 어색한 상태로 연회가 마무리 된 후 영조의 최측근이 박문수의 행동이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을 하자.

 

“그, 경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백성들 민생에나 신경쓰시오. 박문수 그 자가 아니면 감히 누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겠소? 그런 자가 많을수록 나라가 잘 굴러가는 법이요.”

 

영조와 박문수는 관리들의 사치근절에도 환상의 호흡을 보였어. 모든 대신들이 모인 어느 날.

 

“이보시오. 박 대감! 내 건강의 비결이 궁금하지 않으시오?”

 

영조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요하는 조선의 왕이라는 직업에 52년이나 종사하면서, 80살을 넘겼어. 오늘을 사는 우리도 그의 장수 & 건강 꿀팁을 들어 보고 실천해보자고.

 

“전하 참으로 궁금하옵니다. 어서 빨리 정보를 공유하여 저희들도 무병장수 할 수 있는 길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생각보다 간단하오. 내 건강의 비결은 왕이 된 후에도 꾸준히 소식과 채식위주의 식단을 지켰기 때문이요. 또한 용포도 비단이 아니라 무명 아니면 모시옷만 고집하고 있소. 고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랄까?”

 

“주상전하, 신들도 오늘부터 당장 소식으로 인하여 남게 되는 곡식은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비단 옷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집 안에 남는 옷은 전국에 헐벗은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소인이 관리들의 의상과 식습관을 관리 관장하는 업무를 맡게 해주시면 열과 성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대신들은 박문수가 얄미워 죽을 정도였을 거야.

 

‘끄응, 저 놈이 언제부터 저렇게 임금님 말 잘 들었다고…'

 

그 날 이후로 신하들은 입궐할 때 일부러 안 좋은 옷을 입고 입궐을 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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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729년 흉년이 일어 났을 때로 돌아가보자고. 관리들의 급여차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문수는 다른 제안을 하였어.

 

“주상전하가 신하들을 이기지 못하였으니, 왕실에서 그 책임을 지셔야 할 줄로 아뢰옵니다.”

 

“아... 그 참… 끈질긴 자로구나. 나도 당신만큼이나 백성을 구하고 싶소. 일단 대책이나 들어보고 내가 책임을 지든지 양보를 하든지 결정을 하겠소.”

 

“왕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소금 생산에 대한 독점권을 풀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신다면 제가 직접 현장에 나가 생산해낸 소금으로 돈을 벌어 굶어 죽는 백성들을 구하겠나이다.”

 

영조는 박문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는데, 감히 왕실이 독점하고 있던 소금 생산을 민간에 잠시나마 이양하자는 것은 영조가 아니면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야.

 

“헌데 내가 대감의 성격을 모르지 않기에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오만. 소금 굽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들었소. 뜨거운 가마 속에서 10시간 넘게 일을 하다 보면 과로사로 죽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하던데. 공은 성격이 지랄 맞아 분명히 현장에 가면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인데, 부디 건강은 해치지 말도록 하시오.”

 

박문수는 영조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지랄 맞은 성격을 이기지 못한 채 소금 생산에 임했다고 해. 때로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입궐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때 잘난 우리의 기득권들은 박문수를 향해 손가락질과 뒷담화에 여념이 없었어.

 

“말세야 말세. 사대부 체통에 어디.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쯔쯔.”

 

“이번 기회에 아주 소금장수로 전업을 하려나 봅니다. 소금장수 박문수라! 어감이 괜찮은데요? 껄껄껄”

 

“며칠 저러다 말겠지요. 어지간한 장정은 버티기 어려운 힘든 극한작업이라고 합디다.”

 

박문수는 기득권의 비웃음과 예상을 뒤집고, 오직 애민정신으로 버티며 6개월 만에 소금 3만석 생산에 성공했어. 진심으로 열정을 다한 박문수와 현장의 직원들은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박문수는 소금으로 생긴 돈을 한 푼도 착복하지 않고, 쌀을 사서 전국의 위급한 지역에 보급했음은 물론이야.

 

이 소식을 들은 영조는 이렇게 한 마디 하지 않았을까?

 

“으이구. 지독한 인간. 내 저 인간이 반드시 해낼 줄 알았다. 저 고지식한 인간 따로 챙긴 거 하나 없이 열정페이로 6개월을 버텼을 터. 내의원에 연락해서 보약이나 한 재 지어 보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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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편 박문수

 

영조시대에는 16세에서 60세까지의 남자는 병역대신 군포 2필을 내야 했어. 물론 양반은 제외야. 왜냐고?

 

“어허 무엄하도다! 어딜 양반이 천한 것들과 같은 책임을 진단 말이냐? 우리는 오직 권리만 가질 뿐이다. 신분도 실력이다. 네 부모를 탓하거라. 개돼지들아.”

 

생업을 일체 중단하고, 밤새 풀 가동하면 10일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여 군포 1필을 짤 수가 있다고 해. 1가구에 아버지와 아들 2명이면 총 6필의 군포이고 1년 중 2달의 시간이 필요해.

 

그런데 말이야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인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어. 탐관오리들이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해, 60세 이상의 남자는 물론이요 갓난아기에게까지 군역을 지게 한 거야. 온 식구가 군포 짜는 데만 매달리면 소는 누가 키우고 농사는 누가 짓냐고!

 

군포에 의한 폐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군포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고 해. 지난 밤에 철수네 다섯 식구가 야반도주를 하면, 옆 집 사는 영희네는 철수네 군포까지 책임을 져야 했어.

 

이제 돌+I 박문수가 나설 차례야.

 

“주상전하! 군주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듯이 백성들도 나라를 위한 책임을 지어야 합니다. 헌데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양반들은 이중국적자로서 조선의 국적을 포기한 자들입니까? 어찌하여 60평 대 집에 살면서 위장전입을 일삼는 양반들은 군포를 내지 않고, 전월세에 노후대책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만 죽으라고 군포를 내야 합니까? 이에 신은 신분에 관계없이 각 호당 포를 내자는 호포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어떻게 됐겠어? 재벌과 검찰 아니 양반 사회에서 난리가 났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상소와 날마다 이어지는 집회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였어.

 

영조도 당연히 알고 있었어. 하지만 검찰과 재벌 아니 양반세력의 개혁이 어디 쉬운 일이야? 박문수는 홀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영조에게 결단을 촉구했어.

 

“양쪽 다 시끄럽다. 그만 짖어라. 너희들이 보기에는 반상의 구별이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모두가 나의 백성이다. 고로 양쪽의 의견을 반반씩 수용하여, 백성들에게 군포를 1년에 1포만 받도록 하겠다.”

 

양반새X들 아니 기득권 세력은 절반의 승리라고 자화자찬 하면서도 이렇게 말해.

 

“주상전하 그리하면 국가의 세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허나 저희가 더욱 더 노력하여…”

 

가만히 듣고 있던 박문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랄 맞은 성격을 다시 한 번 여과 없이 드러냈어.

 

“에이 시끄럽다. 당장 그 요망한 주둥아리 닥치지 못할까! 당신들 하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요. 주상전하! 이런 미봉책으로는 우리 백성들의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양반새끼들도 모두 군포를 내게 하면 세수가 줄어 들지도 않고, 백성들의 삶도 나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신의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저는 주상전하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충주목사로 내려 가겠습니다.”

 

영조는 박문수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했어.

 

“거 참 경의 고집도 알아줘야 하오. 이 정도면 병이요. 병! 여기까지 했으면 나도 할 만큼 한 거요. 사람이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 할 줄도 알아야지. 당신 말이야. 내가 덜컥 내일 죽기라도 하면, 어쩔 작정이오? 나니까 당신 같은 돌+I랑 일하는 거요. 그러니 이번 한 번은 내 면을 봐서라도 당신이 좀 양보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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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가 병조판서로 재직할 당시 영조 앞에서 훈련대장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인 일이 있었다고 해. 물론 욕도 했겠지. 참다 못한 영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

 

“이것들이 미쳤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당쟁이다. 이 둘을 당장 죽여서 효시하라.”

 

박문수가 죽고 난 후 영조는 박문수를 영의정으로 추존했어.

 

1758년 4월24일 영조실록에 그의 넋두리가 기록되어 있어.

 

“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영상 밖에 없었다. 이제 그 누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겠는가?”

 

영조는 이런 허전한 마음을 안고(?) 박문수 보다 무려 20년을 더 사셨어. 가까운 미래에 애민정신으로 똘똘 뭉친 영조와 박문수 같은 환상의 콤비를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저 두 남자가 있어 저 시대 백성들은 적어도 마음만은 든든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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