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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는 이런 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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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기사도 났고, 네이버에서 가장 큰 고양이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도 관련 글이 올라와 있었다. 카페를 잘 들어가지 않는 일개 인스타그래머에의 눈에 들어온 것 보면 나 말고 세상 집사들은 다 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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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줘도 안 가질 것 같은 색동목도리가 눈을 때리고, 고양이에게 밥도 주지 말고 총기를 써도 된다는 문구가 마음을 때렸다. 이건 마치 고양이가 사냥도 못 하고, 밥도 못 얻어먹고, 산에서 싹 잡혀 죽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쓴 정책 같잖아.

 

어찌나 괴랄한 정책인지 해당 정책에 대한 청원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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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링크)

 

 

그런데, 이 고양이 대학살 정책은 진실일까?

 

정답: 고양이에게 목도리를 두르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맞다. 그러나 나머지는 다 틀렸다. 한 글자도 안 맞아 이 새기야…

 

 

2.

 

고양이는 우리나라 토착종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 생태계에 들어오게 됐을까? 

 

지금 야산을 뛰어다니는 들고양이도 한때는 우리 가족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당시 표현으로) 애완고양이가 유기되면서 야생화된 것이 들고양이로, 주변이나 인근 야산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인간이 문제다.

 

유기된 들고양이들은 그때부터 쭉 생태계 교란종이 되었는데,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고양이는 상당한 포식자이자 사냥꾼이다. 몇몇 섬에서는 실제 고양이로 인해 멸종되는 종이 생기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세계자연보건연맹(IUCN)에서 2000년에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 중 하나로 고양이를 지정했다.

 

그럼에도 인간은 계속 고양이를 유기하고, 유기된 고양이는 지금도 계속 산으로 유입되고 있다. 역시 인간이 제일 문제다.

 

들고양이가 되면 우리가 아는 동물보호법의 길고양이와는 다른 카테고리가 된다. 야생으로 간 고양이는 조류를 잡아먹는, 거기다 보호해야 할 조류도 잡아먹는, 편견 없는 포식자 중 하나다. 즉 야생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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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사망 원인, 들고양의 사냥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출처 - Sibley Guides(링크)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양이로부터 조류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얘네가 실질적인 위협이 되니까. 동시에 이미 생태계에 들어와 버린 고양이를 보호하기도 해야 한다. 이게 들고양이 문제의 디폴트인 것이다. 

 

 

3.

 

2019년 7월 24일. 환경부가 색동 목도리 정책을 발표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5개월이 지나 이 정책이 ‘고양이 대학살 정책'으로 떠돌고 있다.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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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괴랄한 색동목도리의 유래

 

색동이라 한국 디자인인 줄 알았지만, 사실 이건 미국에서 시작됐다. 목도리의 색이 화려해서 고양이가 다가가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것처럼 새가 금방 알고 도망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고양이가 1년에 14억 마리 이상의 조류를 죽이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세인트로렌스대학에서 연구해봤을 때 목도리를 찬 고양이의 새 사냥률이 87%까지 줄었다. 

 

그럼 고양이는 굶어 죽으란 말이냐. 그건 아니다. 지리산 권역에 서식하는 들고양이가 뭘 먹고 사는지 환경부가 2001년에 이미 응가를 뒤져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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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와 사람들이 주는 음식물의 비중이 가장 높다. 조류는 12%.

(기타는 이물질, 모래, 종이 등)

 

출처 - 들고양이 서식실태 및 관리방안 연구

 

 

고양이가 먹는 먹이의 비율 중 조류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 고양이의 주된 사냥감은 쥐나 토끼 같은 작은 포유류들이다. 새를 못 잡아도 굶어 죽지 않는다. 그리고 고양이가 취미로 째끔(?)만 먹고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 버리는 새도 많다.

 

근데 목도리 하면 새도 못 잡는데 쥐는 잡을 수 있냐고?

 

응. 쥐는 색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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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색동 목도리의 밝은색을 보고 금방 도망갈 수 있지만, 색맹인 쥐는 도망을 못 간다. 그러니 포유류 사냥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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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색동 목도리 착용 후 새 사냥 확률은 급격히 줄었지만, 포유류 사냥은 감소폭이 적다

 

출처 - Birds be safe: Can a novel cat collar reduce avian mortality by domestic cats (Felis catus)?

 

집사라면 알겠지만, 목도리는 고양이를 고장 나게(?) 만드는 넥카라 크기가 아니다. 훨씬 작다. 그마저도 원한다면 고양이가 벗을 수 있다. 

 

그럼 애들이 다 벗어버리지 않겠냐고? 호주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80% 정도는 잘 차고 있었고, 17% 정도는 이틀 안에 벗었다고 한다. 미국 세인트로렌스대학 연구 결과도 약 70%의 고양이가 문제없이 적응했고, 23% 정도는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일부 고양이라도 벗을 수 있는 걸 왜 돈 들여 하냐고? 첫 번째, 완벽하게 고양이의 새 사냥을 막으며 동시에 고양이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아이템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두 번째로는 고양이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다.

 

https://youtu.be/xhPXXuteBE0

 

지난 정부 시절에 국립공원에서 들고양이를 관리하는 방식은 포획해 안락사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에 대한 보도가 2017년 대선 전에 있었다. 그때 동물보호단체는 유입경로를 차단하고 중성화를 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기를 제안했다.

 

환경부는 색동 목도리를 두르는 정책과 동시에 들고양이 중성화를 발표했다. 길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TNR(수컷의 정소를, 암컷의 난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소와 난소를 그대로 두되 정자와 난자가 나가는 길을 막는 TVHR방식의 수술이다. 쉽게 말해, 본능이 남고 기능은 없다.

 

TNR을 하면 고양이들이 세력권 다툼까지 하지 않게 되어 야성이 무뎌지는 특징이 있는데, TVHR을 하면 고양이의 영역 확보 본능과 생식 본능이 유지되기 때문에 번식을 하면서 동시에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한다. 생식 기능이 사라져 개체 수 조절이 되면서 동시에 영역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들고양이 밀도가 높아지는 걸 막기 쉽다. 

 

 

슬프게도 고양이 대학살 정책으로 가짜뉴스가 돌면서 환경부가 중성화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정리하자면 결론적으로 목도리를 하게 된 이유는 전 정부처럼 고양이를 안 죽이기 위해서다. 전에는 황소개구리 때려잡듯 고양이를 잡아 죽이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이미 들어온 고양이와 국립공원에 사는 조류들을 동시에 보호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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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토착 교란종

 

 

2) 밥을 주지 말자는 건 굶겨 죽이자는 걸까

 

목도리로 사냥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사료도 주지 말라는 말인 줄 알고 사람들이 분노했던 부분이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탐방로에서 먹이를 주지 말자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했는데, 좀 더 찾아보니 이렇다. 

 

우선 내가 파악한 환경부의 스탠스는 다음과 같다.

 

하나, 들고양이가 원래 생태계에 있던 포식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입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길이나 집으로 돌아가게 유도해보자.

둘, 이미 존재하는 아이들은 고양이의 본능대로 살게 하자.

 

환경부에서 말하는 들고양이는 길고양이와 다른 환경에서 산다. 도시의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이유는 인간이 그들의 자연을 다 파괴한 후라 고양이들이 사냥해서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냥으로 연명할 수 없는 길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캣맘, 캣대디들이 사료를 주어 관리한다. 

 

반대로, 사냥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양이를 고양이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 위에서 말했듯 고양이가 원래 생태계에 있던 종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종들은 보호하는 선에서. 왜냐, 우리의 생태계에 고양이만 살게 할 수는 없으니까. 개체 수를 조절하는 중성화계획은 여기에도 연결된다.

 

그래도 먹을게 부족할 텐데 사료를 주고 싶은 짠한 마음이 든다면?

실제 북한산 같은 경우는 산 정상에서도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양이 입장에서 먹을 게 부족하면 산 아래쪽으로 자연스레 내려갔겠지만, 사료가 공급되니 내려갈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등산로에 남아 새들을 죽이고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에 사는 들고양이 수가 다른 산악 서식지보다 많다. 인간이 고양이에게 버프를 주었기 때문에.

 

산 입구는 어쩔 수 없더라도 ‘등산로에서’ 사료를 주지 않으면, 고양이가 버프 없이 자기 능력껏 살만한 곳으로 오게 된다. 사냥 경쟁에서 삵이나 담비 같은 포식자에게 밀린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산을 빠져나와 궁극적으로 인간 거주지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밥을 주지 말자는게 굶기자는 게 아니다. 고양이가 귀여워서 아파트를 뿌시더라도 생태계는 뿌시지 말자는 거다. 생태계에는 다른 동물들도 사니까 고양이를 고양이답게 살게 하자는 것이다.

 

 

3) 총기 사용을 포함한 포획, 생포 후 안락사 가능

 

이 소식을 접한 집사들의 삼단분노가 터지는 모먼트는 총기 포획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읽을 때였다. 1, 2번은 억지로 넘어가더라도 고양이한테 총을 쏜다는 얘기에 당장이라도 청원 게시판에 달려가야 될 것만 같다.

 

먼저 확실히 해두자. 이번에 환경부에서 발표한 들고양이 관리방안에는 총기와 관련된 말이 아예 없다. 1도 없음. 그럼 포획하고 총기를 사용한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번 정책과 상관없이 원래 있었던’ 환경부의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 보면, 들고양이의 포획 도구로 생포용 덫(트랩)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거봐 있자나!!!!! 하고 화내지 말자. 이 정책은 2005년에 생겨 가장 최근에 개정된 게 2015년이다. 이 정부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관리지침이 너무 후지니까, 진짜로 고양이를 예전처럼 잡아 안락사시킬 수만은 없으니까 만든 게 이번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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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에서 이랬었으니까 이러지 말자고...

 

출처 - 생태계위해성이 높은 외래종의 정밀조사 및 관리방안 V

 

들고양이에게 총을 쏴도 된다는 지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들고양이한테 총 쏘는 건 너무 구리니까 최대한 고양이를 안 힘들게 하면서 생태계를 보호해보고자 한 방식이 목도리와 중성화다. 그렇게 해서 인간 버프 없이 고양이의 능력껏 자연에서 살게 하고 야생에서 생존할 능력이 안 되면 도심으로 다시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인데 뭐가 잘못된 거죠.

 

 

4. 

 

완벽하지 않지만, 환경부는 칭찬받을 일을 했다. 새로 도입하려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시도해서 연구된 방식이라 안전하고, 국립공원에 한해 시행하는 데다 시행 대상이 될 332마리의 고양이를 6개월간 cctv 뒤져가며 확인한 상태다. 보호해야 하는 조류와 들고양이 중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고안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갑자기 정부가 고양이 나치가 되었다.

 

가짜뉴스라는 네이밍조차 이제 너무 흔하지만, 지금까지의 가짜뉴스는 개인적으로 먼 일이었다. 쉽게 생각했다. 안 속으면 되지, 찾아보면 되지.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나의 첫 가짜뉴스 관전기다. 약간의 사실과 사실 사이에 자연스레 섞인 거짓말을 원문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볼수록 소름이었다. 누가 원문을 다 찾아볼까. 하지만 그사이에도 좋아요는 올라간다. 분노는 너무나 쉽다.

 

2017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동물권에 대한 공약을 마련할 정도로 동물권에 관심 있는 유권자가 많아진 때에 동물권에 관한 가짜뉴스는 그런 유권자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얘네도 다 똑같네'가 부르는 정치혐오에서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 

 

쏟아지는 커뮤니티의 글과 기사들 속에서 눈을 크게 뜨자.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이놈도 저놈도 다 싫다고 하는 사이 누군가만 개이득을 본다. 자세히 보자.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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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들고양이 구제 및 관리 지침서. 2001. 환경부.

들고양이 서식실태 및 관리방안 연구. 2001. 환경부.

생태계위해성이 높은 외래종의 정밀조사 및 관리방안 V. 2010. 환경부.

S.K.Willson, IA.Okunlola, J.A.Novak(2015). Birds be safe: Can a novel cat collar reduce avian mortality by domestic cats (Felis catus)?. Global Ecology and Conservation, vol3(2015, 1), P.3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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