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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

 

출산 땜에 기력이 음슴으로 음슴체로 가겠음

 

 

 

 

드디어 아기 낳고 돌아왔음. 

 

 

양수 문제가 생긴 경우가 아니면 간호사들이 진통 3~4분 간격일 때 병원에 오라고 함. 그때쯤에나 자궁 경부가 2~3cm 이상 열릴 가능성이 크고 어떤 조치를 해줄 수 있기 때문임. 근데 문제는 난 1박 2일간 계속 6~7분 주기였음.. 너무 규칙적이고 힘은 드는데, 병원 가니까 자궁 경부가 1cm밖에 안 열려서 빠꾸 당한 상황... 큽ㅠㅠ 며칠을 진통 중인데 여전히 1cm라니...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입원하겠다고 하고 분만실에 짐을 풀고 누웠음.
 내진이라도 틈틈이 받아볼 수 있어서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으니까.

 

내진이란?


의료진이 직접 손을 넣어서 자궁 경부가 열린 사이즈를 가늠해봄. 아기가 통과할 속골반뼈 넓이를 가늠해주기도 함. 내진 시 통증은 진통 없을 땐 뻐근한 정도인데, 진통 올 때 내진하면 헬... 경부가 점점 열릴수록 헬... 자궁경부가 다 열렸던 마지막 내진때는 비명을 질렀음....그 이유는 이따가 설명하겠음.

 

입원 후, 2박3일째 진통이 이어짐.
 자궁 경부가 3~4cm 정도 열려야 무통주사를 맞을 수가 있는데, 나처럼 아직 1cm밖에 안 열린 상태에선 그저 아플 수밖에 없었음. 물론 이때의 통증들은 엉덩이에 맞는 진통제 주사나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 약이 전혀 듣지 않음.



 

무통주사란?


척추뼈에 직접 관을 연결해서 약으로 하반신 감각을 마비시킴. 물론 아예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님. 자궁 경부가 3~4센티 열렸을 때 맞을 수 있고, 9~10센티 열려서 아기가 나올 준비가 되면(힘 줄 준비가 되면) 약을 끊음. 그래야 하반신 마비가 풀려서 진통에 맞춰 힘을 줄 수 있음. 딱 자궁 경부가 다 열릴 때까지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임. 약발 떨어지면 쌩으로 고통이 느껴짐. 문제는 약발이 안 받는 산모들도 있음. 

 

어쨌든 밤새 소파에 누워서 잠자는 남편을 성실하게 7분 간격으로 깨워가며 이불을 쥐어뜯고 남편 팔뚝을 쥐어뜯으며 아파하는데, 마침 옆 분만실 산모의 분만이 시작되었음. 
간호사들이 정말 열심히 하더라. 하나둘셋 신호하면 힘주라는 외침소리, 딱 세 번만 힘주자는 응원 소리... 그사이에 들려오는 산모의 힘주는 소리와 비명까지... 나중에 들었지만 그 산모는 골반에 아기 머리가 걸려서 못 나오는 바람에 난산이었다고 함. 아기는 쉽게 나오지 않고, 
남편과 나는 오랜 시간 계속되는 그 소리에 너무 긴장하고 겁먹어서 그냥 수술시켜달라고 하자며 덜덜 떨었음.
 

 

그 시각이 새벽 4~5시 사이었는데 그때 내 자궁 경부는 고작 1.5cm 열려있었음. 나는 절망했음.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자궁경부는 안 열리고, 옆방 분만 소리에 넋은 나가고. 그런데 간호사님이 내 손을 꼭 붙들고 포기하지 말자고 조곤조곤 말씀하시길래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몇 시간을 더 아파함(??)

 

아침 6시쯤부터 진통이 더 강해짐. 진통 주기도 5~6분대가 됨. 2박 3일간 아예 잠을 못 잔지라 너무 자고 싶었음. 아파서 못 자니까 그냥 살기가 싫더라. 아침 7시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간호사를 불러 달라고 함.



 

간호사 : 내진하게 보호자분 나가 계세요. 


나 : 저 수술시켜주세요ㅠㅠ


간호사 : (못 들은 척 내진) 어머... 3센티 열렸어요! 8시에 마취과 원장님 오시면 무통 맞고 한숨 자면 되겠어요^^


나 : (잠이라고?! 잘 수 있다고?!)

 



드디어 8시에 무통주사라는걸 맞음ㅠㅠ 
무통의 약발은 길어야 2시간...
 척추에 주삿바늘과 관을 삽입하고 약물 투여하고 주치의 원장님 오셔서 촉진제 투여하자는 설명 듣느라 잠을 잔 건 채 한 시간이 안 되지만, 2박 3일 만에 그래도 잠이라는 걸 자서 행복했음. 심지어 깬 후에 약발 떨어질 때까지 남편하고 셀카도 찍고 영상도 찍으며 아가야~이따 만나~^ㅁ^ 하는 희희낙락한 순간을 누리기도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헬지옥의 문은 반도 안 열렸다는 걸 잠깐 잊어버린 나란 인간..)

 



주치의 쌤이 진행이 너무 느리니 촉진제를 쓰자고 하심.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었는데 촉진제는 유도분만을 할 때 쓰는 약임. 강제로 자궁수축을 강하게 일으켜서 아기를 낳는거임. 때문에 자연진통보다 더 아픔. 

총 3단계로 강도를 높여가는데, 나는 이미 무통주사가 듣고 있는 상태에서 촉진제를 맞아서 고통이 덜했음.

 무통천국 덕분에 한숨 자고 일어나니 이미 3단계 촉진제가 들어오고 있었고, 내진 결과 경부가 5~6센티가 열려있다고 함. 원장님이 이 정도 속도면 오후 5시 정도에 아기 만나겠다고 하시면서 항문에 묵직한 느낌이 날 때마다 힘을 줘서 아기를 밀어 내보내는 연습을 하라고 하심.
 원장님이 나간 후, 간호사님이 들어오더니 빨대 같은 기구로 살살 경부 속 양막을 찢어가며 드디어 양수를 터뜨려주심. 
막 뜨거운 물과 피가 수돗물처럼 쏟아져나옴ㄷㄷㄷ

 



오후 1시가 되니까 무통 약발이 다됨...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간다는 약발이 3시간이나 간 거임. 그때부터 다시 생지옥 고통이 밀려오는데, 간호사님이 아기 잘 내려오게 일어나서 걸어 다니라는 거임. 스쿼트를 해도 좋다고... 일어설 수도 없는 진통이 오는데 뭐라구요???? 그래도 덜덜 떨며 일어나기를 시도했다가 분만실 바닥에 남은 양수를 콸콸 쏟아내고는 주저앉아서 무통 한 번만 더 놔달라고 사정사정함ㅠㅠ
 진통이 최고일 때 두 다리로 서 있으려니 누가 허리랑 골반뼈를 쌩으로 으스러뜨리는 것 같았음.
 무통 들어가면 진행이 좀 늦어지니까 그냥 참고 빨리 진행하자고 하시길래 
무통 줄 거 아니면 수술시켜달라고 요청했더니 무통을 놔줌.

 

환자복이 양수와 피로 젖은 채 침대로 간신히 기어 올라와 무통을 맞자 다시 천국이 찾아옴. 나는 열심히 항문에 힘을 주며 힘주기 연습을 하는데 두 번째 무통은 1시간 반 만에 끝남. 
또다시 파도치는 통증에 제발 수술시켜달라고 간호사님을 불렀는데, 

두 번째 무통을 맞으며 힘주기 연습을 한 덕에 드디어 자궁 경부가 다 열렸다는 거임. 수술시켜달라는 말을 못 들은 척 한 간호사는 원장님을 호출하고 다른 간호사들이 모이자 순식간에 침대가 트랜스포머처럼 분만용으로 변신하기 시작함. 내가 다닌 병원은 르봐이에 분만이라는 방식으로 아기를 낳게 되어있음. 
눈부신 조명이 있는 수술실이 아닌, 따뜻한 방처럼 꾸며진 분만실에서 은은한 조명에 음악을 켜주는 등 최대한 아기와 산모의 긴장을 덜어주는거임.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간호사의 마지막 내진이 있었음. 

그동안의 진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음. 
하반신 전체가 산산조각 나는 고통이 그 정도 아닐까 싶었음. 그때부터 나는 이성을 잃었지만, 현실은 분만실. 간호사들은 나를 붙잡고, 응원해주며 하나둘셋 할 때마다 힘을 주라고 지도를 해줌. 

시키는대로 힘을 주면서 계속 양껏 비명도 질렀다.

 

나 : 나 이제 못해요! 더는 안돼! 못해! 제발 수술시켜주세요!! 살려주세요!!!!



간호사 : 잘 들어봐요? 지금 수술하면 수술 준비에만 30분 걸려요. 그럼 30분 동안 애가 골반에 머리 낀 채로 기다려야 하는데, 그 진통 참을 수 있겠어요?
 지금 딱 5분만 힘주면 바로 병실 가서 밥 먹고 걸어서 신생아실에 아기 만나러 갈 수 있는데, 수술하면 밥도 못 먹고 아기도 바로 못 만나고 일주일 동안 누워있어야 해요. 어떡할래요?




 

분하지만 너무 설명이 현실적이라 납득이 갔음. 동시에 집 나갔던 정신도 돌아오는 것 같았음. 아기도 지금 인생 최초의 목숨을 건 노력을 하고있을 거임. 그 좁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 얼마나 힘을 쓰고 있을까. 그 어린것이 목숨을 걸었는데 어른인 내가 약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속으로 아기의 태명을 외치면서 힘을 주기 시작했음.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주자, 간호사들이 내 몸 위에 올라가 배를 눌러서 도와주기 시작함.

그렇게 열심히 힘을 주자 뜨거운 무언가가 후두둑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사라지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음.

 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원장님이 핏덩이를 받아올리는 모습이 보였고, 간호사들이 활짝 웃으며 축하해주고 있었음. 감동이 마구 밀려왔음. 
내가 해냈구나... 내가 아기라는 걸 낳았구나!
 하면서 눈물이 밀려 올라오려는 찰나, 남편이 오열하며 우당탕 뛰어들어옴.
우리 남편이 좀 건강한 고릴라 같은 스타일인데, 그 큰 근육돼지가 오열하며 탯줄을 자르는 걸 보니 순간 빵 터져서 감동이 사라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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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애 낳자마자 간호사들이 손가락 발가락 눈코입 확인 시켜주고 양수만 닦아서 품에 안겨줌. 캥거루 케어라고 하는데, 아기가 자연스레 엄마 냄새를 기억하게 하고 심장소리를 듣게 하는 거임. 이때 간호사들이 폰으로 아기 안고있는 사진도 찍어주고 셀카봉으로 남편이 동영상도 찍는 등 
훈훈하고 따듯한 시간을 가짐. 
상반신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의료진들은 내 배를 눌러 태반을 꺼내고, 국소마취를 하고, 다 찢어진 회음부를 꿰맴. 요즘 히알루론산 성분을 회음부 피부에 주사해서 부드럽게 늘어나게하는 회음부열상주사라는게 있는데, 진통에 너무 정신없어서 맞겠다고 말씀드리는 걸 까먹었더니 
앞짱구 뒷짱구인 우리 아기가 태어나면서 항문쪽까지 다 찢어짐.

 



어쨌든 아기를 낳았으니 이제 모유수유하며 키울 일만 남은 줄 알았음. 근데 
입원실에 오니 침대에 강아지 배변패드처럼 생긴 패드를 깔아주더라.

 오로(자궁에 남은 혈액과 태반찌꺼기)가 배출되기 시작하는데, 양이 많아서 생리대를 해도 잘 새서 깔아준다고 함. 애만 나오면 다 나오는줄 알았더니, 그때부터 오로 배출을 두달간 했음.
 하루에 생리대를 10개씩 갈았음. 훗배앓이라고 자궁이 원래 크기로 돌아오기 위해 수축하면서 배에 통증이 오는데 이게 엄청 아프다고 들었는데 나는 훗배앓이가 없었음. 이거라도 안 아프니 좋다 생각했는데,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 안고 방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바닥에 대량의 피를 쏟아서 병원에 실려감. 정상적인 자궁 수축을 통해 오로와 피가 흘러나왔어야 했는데 수축을 하지 않아서 고여있던 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함.
 내 몸에서 피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걸 처음 봐서 공포심에 무릎이 다 떨렸음. 애기 낳을 때 힘주느라 얼굴이랑 팔뚝, 눈의 모세혈관들이 터져서 한동안 뻘겋게 다녔음. 



 

그리고 모유수유 쉽다고 누가 그랬냐... 
아기가 물고 빨면 유두가 찢어질 것 같이 아픔. 진짜 칼로 저미는 통증임.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배출 안되는 젖이 고여서 젖몸살이 남. 
가슴이 딱딱해지고 열이 나고 통증이 옴. 이거 해소 안해주면 유선염으로 발전함. 
젖몸살이오면 아기가 빨아도 젖이 안 나오고 유축기로도 안 나옴. 가슴마사지를 해서 빼줘야함. 
가슴으로 또 하나의 애를 낳는 고통이었음.ㅠㅜ 

젖몸살은 마사지와 타이레놀 복용으로 금방 해결되었지만 유두통증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짐. 피도 나고 수포도 생기고 껍데기가 벗겨져 나감. 
너무 아파서 아이가 먹어도 되는 성분의 연고를 바르고 엉엉 울면서 젖을 물려야함. 유두보호기라는 실리콘 보호기도 있지만 소용없었음.

 

또 예상치 못했던 건 
슬픈젖꼭지증후군이었음. 
처음에 젖을 물릴 때마다 세상 외롭고 눈물이 나고 우울해서 산후우울증인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슬픈젖꼭지증후군이었음. D-MER라는 전문용어가 따로 있음.
 수유부들이 젖을 물릴 때 도파민 분비가 되면서 생겨나는 느낌이라고 함.
 이 증후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
 갑자기 기분이 너무 슬프고 눈물 나려고 찡~한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젖이 차는 느낌이 듦. 옷이나 어딘가에 가슴이 스쳐도 막 슬퍼짐..ㅠㅠ



 

재작년 겨울부터
 임신에 대해 많은 걸 배운 것 같음. 여성이었지만 임신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몰랐던 것이 많았음.
 준비를 하고 아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무서운 순간들과 걱정들이 있었고,
 출산 후 집에 오는 날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음. 
그리고 주변에서 물려받고 선물 받은 아기용품이 엄청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기를 위한 용품 구비에만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음.
 확실히 경제적 부담도 커짐. 그리고 여유 갖기가 어려움. 지금도 아기가 보채고 울고... 
쉴 틈을 안줌ㅠㅠ

 그래도 아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힘들고 피곤하고 우울한 감정들이 누적되었다가 아기 웃음 한방에 사라짐. 부부가 육아에 지쳐 짜증 내다가 싸우게 되더라도 아기가 이쁜짓 한번 하면 어느샌가 감정이 누그러져서 화해도 쉽게 되는 것 같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아기는 낳아서 키워볼 만 함. 

 



긴 글 읽어줘서 너무너무 감사함. 
내 글이 정답은 아님. 다양한 케이스들과 상황들이 누구에게 닥칠는지 모르는거임. 
아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여기까지 왔듯이,
 님들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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