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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목요일


파토


 



팻 매씨니


 


지난 호에 좀 파격적인 내용으로 충격(?)을 드린 바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지금 당장 그렇게 연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니 절대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댓글에도 썼지만 스케일과 코드 등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본의 아니게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면이 많다 보니 집중해서 공부할수록 그렇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아는 스케일과 코드 이론에 맞지 않으면 조금도 용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이론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는 것이다.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나의 음악 연주에 틀거리를 제공하고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이지, 수학 공식을 대입해서 정답을 내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을 먼저 이해하고 이론 공부를 하자는 거다.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재즈를 가르치는 조 디오리오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케일이니 코드니 생각하지 말고 일단 기타를 잡고 아무렇게나 한참 치라고 말하고 있다(그래도 리듬은 신경 쓰고 쳐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존 스코필드 역시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타 솔로는 코드 톤 + 크로마틱 경과음이며 스케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건 훌륭한 연주자들이 이미 공부할 거 다 하고 나서 하는 이야기고 우리가 마냥 답습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인드는 기억을 하고 있자는 소리다.


 


음악은 음악이지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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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주 내용으로 전면 돌입해 보자꾸나.


 


스케일이란 대체 뭐냐?


 


그냥 음계다. 즉 도레미파솔라시도다. 이걸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변형해서 늘어놓느냐에 따라 수많은 스케일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일 뿐이다.


 


그럼 열분들이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모드는 뭐냐?


 


이것도 그냥 스케일, 음계다. 똑 같은 거다. 다만 그 형태와 이름의 기원이 중세 교회 음악에서 왔다는 이유로 교회선법, 모드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며 이는 우리의 목적과는 하등 상관없는 것이니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둘 다 스케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타 솔로를 위해 필요한 스케일 적용의 컨셉은 아주 간단해서, 아래의 한 가지뿐이다.


 


곡의 코드에 연동되는 가장 적절한 스케일이 무엇인지 찾고 연주하는 능력


 


일단 이렇게 전제해 두고 조금 더 이론적인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코드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것은 조 바꿈이 없는 곡과 있는 곡이다. 우리가 아는 록이나 메탈, 가요 등등의 70% 정도는 조 바꿈이 없다. 동요의 100%는 조 바꿈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악의 경우 조 바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면 맞는데, 이런 음악을 전문 용어로 다이어토닉(Diatonic)이라고 한다. 이 말은 외워 두자. 어려운 뜻 아니고 그냥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가 하나라는 의미다.


 


그럼 조가 하나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물론 악보를 보고 조표가 하나 뿐이라면 조바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아래는 C 메이저 스케일, 즉 도레미파솔라시도이다.


 


               


                          C    D    E   F   G   A   B  


 


C , 즉 다 장조의 곡에서 등장하는 모든 코드 중, 코드의 구성음이 위 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즉 도샵이나 시플렛 등 C 메이저 스케일 외의 음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C 다이어토닉이다.


 


그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의 음들을 요리조리 조합해서 코드를 함 만들어보자


 


도 미 솔 = C 코드


파 라 도 = F 코드


솔 시 레 = G 코드
(
요것들은 학교 때 음악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거다)


 


레 파 라 = Dm 코드


미 솔 시 = Em 코드


라 도 미 = Am 코드


시 레 파 = B 디니미시 코드


 


즉 다 장조에서 조바뀜이 없는 곡, C 다이어토닉의 곡이 되려면 이것 외의 코드는 등장해서는 안 된다, 이 말씀이다(노래 멜로디는 관계없다).


 


물론 3개의 음 대신 4개의 음으로 코드를 만들면 아래와 같은 7코드가 만들어진다. 이것 역시 C 장조의 다이어토닉 코드들이다.


 


도 미 솔 시 = Cmaj7 코드


레 파 라 도 = Dm7 코드


미 솔 시 레 = Em7 코드


파 라 도 미 = Fmaj7 코드


솔 시 레 파 = G7 코드


라 도 미 솔 = Am7 코드


시 레 파 라 = Bm7b5 (B 하프 디니미시) 코드


 


씨바 어렵다하고 열받을 필요 없다. 지금 이것들을 다 외우라는 게 아니다. 그저 개념을 설명하고 있으니 큰 틀만 이해하면 된다. 나중에 다 다시 설명해 드린다.


 


그럼, 이런 C , 다 장조의 다이어토닉 곡이 있고 여기에 솔로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우리는 어떤 스케일을 사용해야 할까?


 


물론 C 메이저 스케일, 즉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답이다. 곡 전체에 걸쳐서 모든 코드가 도레미파솔라시도로만 만들어져 있으니, 이 음으로만 솔로를 하면 모든 코드에 대략 다 들어맞게 되어 있다. 마찬가지 개념으로 D 장조의 다이어토닉 곡이라면 D 메이저 스케일을 사용하면 된다.


 


이런 식이다.


 


, 이렇게만 음악이 만들어졌다면 코드 치기도 노래 부르기도 솔로 치기도 참 편했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단순한 형태에 질려 점점 복잡미묘한 것을 만들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논 다이어토닉(Non Diatonic), 즉 조가 중간에 바뀌는 곡들이다.


 


이런 곡에 솔로를 연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바뀐 조에 맞춰 스케일을 바꾸는 거다. , 8마디가 C Key 라면 C 메이저 스케일로 치다가 D Key로 바뀌면 D 메이저 스케일로 치는 거다. 이건 앞의 다이어토닉 연주 방법을 조가 바뀌는 곳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문제는, 이런 방법은 조가 자주 바뀌거나 중간의 한 두 코드만 논 다이어토닉 코드가 있는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거다. 재즈는 물론이고 요즘은 팝이나 록에도 이런 곡들은 널려 있다. 이래서 결국, 기타 솔로를 하는 가장 궁극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매 코드에 맞춰서 스케일을 바꾸는 것이다.


 


 



조 디오리오


 


 


그럼 여기에 대해 설명을 좀 해 보자.


 


아래는 전형적인 다이어토닉 코드 패턴이다.


 


C - Am - Dm -G


 


이런 것을 1-6-2-5 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나중에 알아보고, 일단 기타를 잡고 코드를 쳐 보시라. 포크 송 등에 많이 등장하는 아주 귀에 익은 진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C 다이어토닉이기 때문에 C 메이저 스케일로 치면 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생각해보자. 앞서 다이어토닉의 의미에 대해 나름 설명을 했고 스케일 하나로 모두 연주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곡 전체와 관련된 이야기다. 저 코드를 하나하나 떼놓고 생각한다면 아래와 같이 된다.


 


C   코드 : 도 미 솔 (C  E  G)


Am 코드 : 라 도 미 (A  C  E)


Dm 코드 : 레 파 라 (D  F  A)


G   코드 : 솔 시 레 (G  B  D)


 


이렇게 봤을 때, C 코드 상황에서는 가장 잘 맞는 음은 C 스케일 내에서도 C E G, Am 코드 하에서는 A C E… 이런 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코드와 스케일을 보다 세밀하게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매 코드에 맞춰서 코드 톤(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아르페지오. 다음에 다시 설명한다)를 쓰거나, 보다 적합한 스케일을 매번 바꿔 쓰는 것이 더 좋다는 거다. 다양한 스케일을 외우고 연주하는 능력은 바로 이런 곳에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모드가 등장한다.


 


그럼 위의 코드들에 맞는 스케일을 함 골라 보자


 


C 코드  - C 메이저 스케일


Am 코드 - A 마이너 스케일


Dm 코드 - D 도리안 모드


코드 - G  믹솔리디안 모드


 


.. 이상한 이름의 모드들이 드디어 등장했다. 그러나 겁낼 필요 없다. 위의 4개의 스케일을 아래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되는 거니 말이다.


 


C 메이저  - 도레미파솔라시도


A 마이너  - 라시도레미파솔라


D 도리안  - 레미파솔라시도레


G 믹솔리디안 - 솔라시도레미파솔


 


대체 이게 뭐냐? 전부 똑 같은 스케일을 그저 시작음만 다르게 잡고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도리안이니 믹솔리디안이니 그리스어로 꼴값을 떨고 있을 뿐이다. 그럼 그냥 C 메이저 스케일이라고 하면 그만이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 이게 바로 포인트다. 비록 구성음은 같지만 그 나열한 순서가 다르다는 점이 실제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 개그콘서트의 LA쓰리랑을 보면 한국어 문장을 단지 영어의 어순으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비록 뜻은 같아도 굉장히 다른 느낌(웃음)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미묘한 차이들을 코드에 따라 맞춰 사용한다는 것이 바로 코드에 따라 각각의 스케일을 사용해 연주한다는 접근의 핵심인 거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앞서 말한 논 다이어토닉 곡에서 사용할 때 그야말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조바꿈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중간중간 이상한 코드가 나온다면 매번 조를 바꾸는 개념으로 솔로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다. 이럴 때 코드별로 스케일을 생각해 연주한다면 조바꿈 자체를 생각할 필요가 아예 없어진다. 무슨 괴상망측한 음악이라 한들 마디마디의 코드에만 충실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래 연주를 함 보시라. 이것은 존 콜트레인 작곡의 ‘Giant Steps’라는 곡인데 재즈 스탠더드 중에서도 악명 높은 난곡이다. 이유는 한두 마디 마다 계속 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코드와 스케일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건반 연주는 스티비 원더다. 그의 알려진 노래 몇 개만 듣고도 그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걸 함 보셨으면 한다


 


 



 


 


이제 정리해 보자.


 


1.     음악에는 다이어토닉 음악과 넌 다이어토닉 음악이 있다.


 


2.     다이어토닉 음악에서는 하나의 스케일만 갖고도 솔로가 가능하다


 


3.     논 다이어토닉 음악에서는 조바꿈에 따라 스케일을 따로 사용해야 한다.


 


4.     그러나 두 경우 공히, 가장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방법은 각각의 코드에 맞는 스케일들을 따로 적용하는 것이다.


 


5.     우리가 스케일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 오늘은 이 정도 하자. 다시 말하지만 오늘 한 것을 시시콜콜 다 외우라는 것은 아니다.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 다음 시간부터 스케일에 대해 하나씩 해부해 드린다.


 


그럼 수고덜.


 


 


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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