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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나쁜 이란 핵 합의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 (2018년 5월 8일 트럼프)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미국 등등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이유. 아니, 콕 찍어 혁명 수비대의 어느 한 부대를 지정해,

 

“이란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육성 테러단체”

 

라고 말하는 이유. 이 모든 건 알 쿠드스(알 꾸드스) 여단 때문이다. 2천 명 수준이란 말부터 5만 명이 넘어선다는 말까지, 이 부대 구성원이 몇 명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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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대는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엔 쿠르드족을 지원해 무장투쟁을 시켰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무렵엔 헤즈볼라를 만들어서(헤즈볼라는 알 쿠드스가 만들고, 키웠다고 봐도 된다) 이스라엘 옆구리를 찔렀고, 미국이 이라크 쳐들어갔을 땐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 육성해 미군의 뒤통수를 때렸고, 아프가니스탄 내전 땐 북부동맹을 지원했고, 시리아 사태가 터졌을 땐 시리아 정부를 지원했다. 예멘 내전 땐 후티 반군을 지원했다. ISIS가 설칠 땐 쿠르드족을 지원해 IS를 때렸다. ISIS의 전략 요충지였던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알 쿠드스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통설이다.

 

ISIS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후세인 시절 오피니언 리더로 살던 애들이 미국이 쳐들어오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거 같아서 창업하기로 결심.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나라를 만들었네. 상호명은 ISIS!”

 

종교의 탈을 쓴 구직활동이 ISIS라는 게 내 판단이다. IS는 수니파다. 그리고 후세인의 잔당들이다. 이걸 이란이 내버려 둘까? 이란은 쿠르드족과 손잡고 ISIS 격퇴전에 나섰다. 미군과 나토군이 폭탄 떨어뜨릴 때 땅바닥을 구르며 ISIS를 박살 낸 건 이란이다.

 

당시 ‘부모 죽인 원수보다 더한 놈’이었던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라인’이 있었다는 게 통설이다. ISIS란 공통된 적이 있었으니 힘을 합쳐 싸우는 거 까진 아니어도 서로 발목을 잡아선 안 되지 않았겠나(쿠르드족과 이란이 ISIS를 타격하는데, 미국이 뭣도 모르고 공중폭격하면? 미국과 이란이 최소한의 교감과 연락을 했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까지 보면 알 쿠드스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군에 필적할 만한 실력과 배경, 실전경험을 갖춘 부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의 수장이 솔레이마니다. 그를 좋게 표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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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BC

 

“중동 지역의 체 게바라”

 

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중동 지역에 ‘혁명’을 수출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 미국 입장에서 나쁘게 표현하면?

 

“악마”

 

다. 2003년 이라크 침공 건만 한정해서 봐도 그렇다. 미군의 뒤통수를 친 게 이란이다. 이란이 직접 개입한 건 아니지만, 이라크 내의 시아파 세력을 지원해 미군의 뒤통수를 계속 내려친 게 이란이다(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는 6천 번 이상 미군을 공격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의 20%가 알 쿠드스가 제공한 폭탄에 의해 전사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였다).

 

솔레이마니는 전쟁영웅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두각을 보였고, 나름 카리스마도 있다. 실전경험도 많고, 실적도 있다. 종교가 삶의 기준인 나라에서 솔레이마니는 이상적인 전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런 그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뻔한 일이 생겼다.

 

2015년 연말 미국과 이란은 핵 동결을 전제로 한 이란 핵 합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2016년 1월 미국이 이란의 경제 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게 된다.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13년 만에 국제 사회에 이란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이란이 다시 세계 경제로 나올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진 거다. 경제지에서는 이란 특수를 말했고(이란의 뒤통수를 신나게 때리던 한국은 얼떨떨했던 상황이다).

 

이란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수출품이 없었다. 이런 나라에서 석유를 팔지 말라고 하는 건 굶어 죽으란 소리였다. 경제 제재 당시 이란은 터키 같은 나라에 ‘쿠션’을 먹여서 기름을 팔았다. 이 모든 건 미국이 눈을 감아준 덕이다(목줄을 쥐고 쥐락펴락하며 이란을 가지고 논 거다).

 

핵 합의는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 이란, 중국, 영국, 프랑스 등등을 포함해 6개국이 했다. 이제 이란의 경제는 살아나는 듯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올랐고, 이란 국민들의 가슴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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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했던 것의 정반대 정책”

 

만을 말하는 트럼프가 등장한 거다. 트럼프는 2018년 5월 8일 이란 핵 합의를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그리곤 이 합의에 따라 해제했던 對 이란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당시 이란 상황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지표가 환율이다.

 

이란의 화폐는 리알이다. 2018년 이전까지(트럼프가 핵합의를 박살내기 전까지) 달러대 리알 환율은 1달러당 4만 리알이었다. 그러나 2018년 핵합의를 깨자 1달러당 18만 리알까지 치솟았다. 18만을 넘어 19만 리알까지 올라섰다. 이란 정부는 부랴부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달려들었고, 겨우겨우 12만 리알 방어선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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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 리알은 이란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환율이다. 즉, 명목상의 환율일 뿐이다. 이미 암시장에서는 공식 환율보단 훨씬 높은 가격으로 달러가 거래되고 있다. 당장 의약품 구매와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달러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핵 합의를 깬 이후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 얼핏 체감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우리나라가 IMF 때 환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3배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걸 상기해 보기 바란다)

 

이란이 제대로 빅 엿을 먹었다. 이란과 미국은 다시 철천지원수가 됐다.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미국은 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셰일가스가 터지면서 미국은 ‘유일한 약점’인 에너지마저 손에 넣게 됐고, 중동지방을 마음대로 주무를 ‘권리’를 획득하게 된다.

 

자, 문제는 미국이 아무리 중동을 우습게 보고, 이란을 바보로 봐도 이란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한 가운데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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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지도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나라 몇 개만 봐도 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5%,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20%가 이 바다를 건넌다.

 

2019년 봄부터 이 해협에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유조선 4척이 피격됐다. 6월 12일에는 노르웨이와 일본의 유조선이 피격됐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건 이란의 기뢰다!”

 

미국의 반응에 이란이 발끈한다.

 

“너희들이 저지르고 우리한테 덮어씌우는 거잖아!”

 

서로 으르렁거리며 노려보던 그때 또다시 사건이 터진다. 미 해군의 MQ-4C 트리톤이 격추된 거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항공모함 파견을 명령한다.

 

이란 정부는 아주 여유롭게 트리톤 잔해를 언론에 공개하며, 미국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으며 이란군이 즉각적으로 대응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미국 중부군 사령부가 반박성명을 냈다.

 

“미군 무인 정찰기가 이란 상공에 있었다는 이란 측 주장은 거짓이다. 미군 정찰기는 국제 영공에 있었다. 이란은 미국의 감시 자산을 이유 없이 공격한 것이다.”

 

누가 맞는 말을 하는지는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둘 다 감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거다.

 

이 상황에서 이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2019년 9월 후티 반군이 드론을 날려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날려버린 거였다. 이 드론의 출처가 ‘이란’이라는 강력한 심증이 있지만, 어쨌든 날린 건 후티 반군이 아닌가?

 

효과는 엄청났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5% 줄어들었고, 하루 만에 원유가는 20% 가까이 치솟았다. 이때 미국이 들고 일어난다.

 

“SPR을 방출한다!”

 

미국이 쟁여 놓은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을 내놓은 거다. 2019년 9월의 위기를 극복한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속한 복구가 아니라 미국의 SPR 덕분이었다.

 

미국과 이란… 이미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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