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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엔 연말을 전후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탓에 경제불황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게 있었다. 그에 반해 2019년 시장은 전반적으로 잠잠했다. 금융시장은 좋았다. 전년도의 손해를 털어버리는 상승장이었다. 굵직한 거시경제이벤트(중미 무역분쟁, 중국경제 경착륙)도 '등장'했다기보단, 기존에 있었던 일이 계속 진행된 것에 가깝다.

 

2019년은 그럭저럭 잘 넘긴 한 해였다. 2008년 불황과 언젠가 찾아올 다음 불황 (아마도 곧) 사이에 존재했던, '당시엔 몰랐지만 지나놓고 보니 좋았던' 시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황의 주기가 길어지는 것과, 불황 때 고통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에 대한 문제는 다음에 한번 다루도록 하자.

 

대신 이번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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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에 집을 샀다. 갖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정리하고, 빚을 영혼까지 모아서 산 집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애가 딸린 가장이라 전 재산을 주식에다가 몰빵하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 그동안 주식으로 계속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밑천을 떼서 집을 사는 것이 아까웠다. 거기다 구입한 집은 투자자산으로써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전에 살던 사람이 이 집을 산 게 2005년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전, 미국 부동산시장이 고점인 시기라 150만 불에 구입했다. 거대한 집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데다가, 해외발령이 난 집주인은 급매로 집을 내놓았다. 가격은 115만 불.

 

본인이 14년 전 지불한 가격보다 약 35만 불 낮은 가격이었다. 최근 지붕, 마룻바닥, 지하실, 냉・온방시스템 등을 싹 갈았기 때문에, 손실은 그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 사람이 구글링하면 나오는 저명한 경제학자라는 사실이다. 세계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권의 저술을 남긴 바 있다. 이런 사람도 고점을 못짚는 걸 보면 부동산은 정말 운인 것 같다)

 

'케이스-실러 인덱스'라고, 집값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부동산시장에 버블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동산 지표가 있다. 동일한 단독 주택의 실거래가가 얼마만큼 변화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어떤 집이 10년 전에 5억에 거래되었는데, 최근 5억 5천에 팔렸다고 가정해보자. 이 집의 가격은 10년 동안 10%가 오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가격추이를 조사해놓은 것이 케이스-실러 인덱스다.

 

이 케이스-실러 인덱스에 따르면, 1890년도 미국의 집값이 100일 때, 1990년도의 집값은 108이다. 해당기간 동안 미국의 집값이 (인플레이션 등을 제하고) 8% 올랐다는 것이다. 연평균 8% 올랐다는 게 아니라 100년 동안 겨우 8%다. 미국의 주식지수인 S&P 500이 연평균 6~7% 올랐단 걸 감안하면, 미국에서 부동산은 그리 좋은 투자자산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지수가 미친듯이 올랐던 때가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전, 2000년대 초반이다. 미국의 부동산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국민은 부동산은 돈이 된다고 믿었다. 집을 살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도 쉽게 대출을 받아 백만 달러가 넘는 집을 샀고,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은 투자용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집을 구입했다.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케이스-실러 인덱스는 200까지 치솟았다. (케이스-실러 인덱스가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 시기 부동산의 과열 양상을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주택가격은 조정기를 거친다.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부터 집을 압류당했고, 압류당한 집이 매물로 나오면서 집값은 빠르게 하락했다. 2006년 200에서 고점을 찍었던 케이스-실러 인덱스는, 2012년에는 130대까지 떨어진다. 고점대비 약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두 번째로 케이스-실러 인덱스가 떡상한 것은 최근이다. 2012년도 저점(130)으로부터 최근 몇 년 동안 상승해 218까지 올랐다. 2006년도 고점을 넘는 역대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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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집은 2005년도 고점(당시 케이스-실러 인덱스는 약 200)에서 전주인에게 팔렸다가, 다시 2019년도 고점(최근엔 약 218)에 나에게 팔렸다. 그러나 내려간 집값(150만불 -> 115만불)에서 보듯, 케이스-실러 인덱스는 개별 집값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남들 집값이 다 오를 동안에도 내 집값은 내려갈 수 있는 게 부동산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집은 불필요하게 크다. 땅이 1천 평에 건물이 2백 평이다. 집이 이렇게 크다는 건 유지/관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당에 비료를 주고 가지를 쳐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잔디를 깎아야 되는데, 깎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린다.

 

예전엔 미국 동부(마침 나도 지금 북버지니아에 살고 있다)에 식민지를 개척하러 온 정착민들이 왜 떼죽음을 당했는지 이해를 못했다. 이렇게 평화롭고 풍요로운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집을 사고 나니 이해가 됐다. 워싱턴 D.C. 인근인데다 인구밀도가 높은 북버지니아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의 강인함에 영향을 받는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온갖 잡초가 창궐하고, 각종 병충해가 마당을 공격한다. 겨울이 되면 쥐들이 다락방에 똬리를 틀고, 이들을 사냥하려는 올빼미가 집에 들어온다. 사슴이나 토끼도 수시로 출몰해 잔디밭을 헤집고 다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D.C.에서는 20분, Tyson’s Corner라는 상업도시와는 6분 밖에 안 떨어진, 인구밀도가 높은 동네다. 그런데도 이모냥이다. 

 

돈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긴 하다. 조경업자에게 조경과 잔디를 맡기고, 방역업자에게 쥐나 해충을 맡기면 된다. 다만 돈이 졸라 많이 든다. 조경만 해도 전부 맡길 경우 한 해에 천 만원이 우습다. 게다가 이 집은 나보다 딱 두 살 어리다(91년에 지어졌다). 내 몸에도 슬슬 하나씩 이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비바람을 견뎌온 이 집은 오죽하겠는가.

 

미국은 단독주택(Single Family)이 기본이고 내 집도 단독주택이다. 아파트는 집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전기가 안 들어온다'거나 '물이 샌다'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문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설계하기 나름이다. 같은 건설사가 지은 집이라도, 구조나 자재가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따로 관리해주는 곳이 없다. 집주인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했냐에 따라 집의 상태가 전혀 달라진다는 말이다. 아파트가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된 공산품이라면, 단독주택은 중고나라에서 파는 수공예품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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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국에서는 보통 집을 사기 전 '검사업자(Inspector)'를 고용한다. 나도 약 2백만 원을 주고 여러 업체를 고용해, 콘센트부터 라돈 수치, 정화조까지 모든 것을 탈탈 털었다. 책 한 권 두께의 검사 보고서가 작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집주인과 다시 협상을 했다. 나는 집값을 3백만 원 깎는 대가로, 부엌 싱크대에 물이 새는 것, 다락방에 쥐가 있는 것 등을 퉁쳤다. 대신 거실의 일부 콘센트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배선 공사를 요하는 큰 작업일지 모르니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 집계약의 모든 과정은 협상과 타협으로 이뤄진다.

 

집을 구입한 뒤로 무수한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갔다. 이사에 앞서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을 다시 칠하고, 상처투성이인 마루바닥 일부를 새로 연마했다. 여기에만 5천불 이상이 깨졌다. 이사하고 나서도 싱크대 U파이프 교체부터 배수구 재정비, 내장재 교체, 방충제 수리작업 등을 했다.

 

어떻게 했냐고? 아파트에서만 살던 촌넘이 뭘 알겠는가. 유튜브 찾아보거나, 동네 홈디포(종합 철물점 비슷하다) 들락날락 거리면서 물어물어 해결했다.

 

"행보관님. 당신의 속을 매번 뒤집어 놓던 고문병사는 집을 사고 나서야 당신의 피눈물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진지공사 땐 제가 참 죄송했습니다."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몰랐다. 집을 사고 나서 느긋하게 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책을 볼 수 있는 여유는 완전히 사라졌다. (집 관리도 덕질같은 거라 돈을 들이고자 하면 끝도 없이 쏟아 부을 수 있다. 나는 다행히도(?) 원금 갚느라 경제적 여유가 전혀 없어 별 걸 못하고 있지만, 현상유지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한 가지 중요한 걸 아직 얘기 안했는데, 세금이 졸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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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부동산을 보유한 이에게 재산세를 때린다. 문제는 재산세를 내는 데 사용되는 공시지가가 졸라 높다. 내가 구입한 집은 먼저 밝힌대로 115만불이었다. 그런데 공시지가는 무려 125만불이다.

 

재산세는 이 125만불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공시지가가 실거래가 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진 않지만 공시지가가 시장가격을 꽤나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낸 가격보다 1억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내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재산세는 1.15%지만, 여기에 카운티에서 받아가는 재산세가 더해져, 한 달에 약 1400불의 세금을 낸다. 연간이면 1만 5천불 이상이다.

 

더 후덜덜한 건 버지니아는 보유세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뉴저지나 텍사스는 1.8% 이상이다. 여기에 카운티 세금 등을 더하면 세금은 집값의 약 3%까지 치솟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시지가가 실제 주택가격을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나보다 비싼 집 살면서 한국 종부세 높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은 새해 변비 한 번씩 걸렸으면 좋겠다(아 농담입니다).

 

재산세는 내기 싫다고 안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할 때 '재산세를 낼 수 있는지까지'를 종합한다. 재산세랑 모기지를 낼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출 자체가 안된다는 말이다. 재산세도 정부가 아닌 은행에 내기 때문에 안 낼 수가 없다(은행이 지방세를 걷어 정부에 건네준다). 따라서 집을 경매에 넘길 게 아니면 '재산세를 안 낸다'는 선택지는 없다.

 

시간과 돈이 많이들기 때문에 미국에서 큰 집은 별로 인기가 없다. 미국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 잘 안 하고, 애는 더더욱 안낳는다. 그러니 큰 집을 살 이유가 더더욱 없다. 최근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새 집이나 관리비 내면 다 해결해 주는 아파트가 인기란다.

 

미국에선 2008년도 이후로 신규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전 미국의 주택공급은 대형개발업자가 교외에 거주단지를 재개발하는 식으로 이뤄졌었다(우리나라 아파트 공급과 비슷하다). 하지만 대형개발업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직격탄을 입었다. 개발중이거나 분양을 앞둔 재고주택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주택개발업자들은 몸을 사리게 되었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신규주택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틈을 메운 것이 '리모델링(House Flipping)'이다. 다 쓰러져 가는 집을 헐값에 매입한 다음, 구매자가 바로 입주할 수 있을 정도 수준으로 싹 다 고친 뒤 비싼 가격에 되판다. 개발시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약 6개월 걸리니까 봄에 산 집을 고쳐 가을에 되파는 거다. 보유기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재고부담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총 개발비용은 한 채 당 약 3-4억으로 많지 않다. 목표수익은 약 3-4천만 원. 대박을 노리기보단 단타로 짧게 치고 빠지는 식이다. 내 주위에서도 일반 직장인들이 투잡으로 리모델링을 하거나 아예 전문업자가 되어 여러 채의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리모델링의 확산은 케이스-실러 인덱스 상 집값을 상승시킨다(기존 집들을 계속 더 비싼 가격에 되파니까). 하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는 좀 동떨어지게 된다. 부동산이 진짜 돈이 된다면 대형업자들이 다시 달라붙어서 대규모 단지를 개발했겠지. 나는 리모델링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주택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본다.

 

집 소유가 감소하자,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이 늘었다. 위에서 적은 대로, 단독주택엔 유지비가 많이 들고, 재산세와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프레디맥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입자의 약 78%가 월세를 내는 것이 집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응답했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집을 샀을 고소득자들도 요즘엔 신규 아파트에 월세 내고 살고 있다. 집값이 미친 뉴욕,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휴스턴, 시애틀, 덴버 같은 대도시에도 세입자 평균연봉이 10만 불이 넘는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보유율도 당연히 역대 최저치다. (전세대인 X세대보다 8% 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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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길게 썼는데, 결론은 적어도 미국에선 부동산이 좋은 투자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단독주택은 더더욱. 

 

지난 10년 간 대박을 쳤던 건 누가 뭐래도 주식시장이다. 미국 주택시장이 2006년 고점을 겨우 회복할 동안, 미국 종합지수는 3배가 올랐다.

 

여기에는 제도적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부동산은 재산세를 발생시키지만, 주식은 세금을 줄여준다. 미국에는 기업이 보장해주는 연금제도가 거의 없어졌다. 대신 각 개인들이 알아서 은퇴자금을 저축하고, 이를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은퇴플랜(대표적으로 401k)이 있다. 개인들은 여기에 세전으로 저축할 수 있다.

 

10만 불을 번다고 치자. 여기에 대해 연방정부에만 1만 8천불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방정부에다가 내야되는 돈이고, 주정부세금, 소셜시큐리티,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떼이는 세금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세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의 일부를 은퇴플랜에 넣는 것이다. 은퇴플랜에 넣는 돈 만큼 현재 과세기준으로 잡히는 소득이 줄기 때문이다.

 

은퇴플랜에는 1년에 최대 1만 9천불까지 납입할 수 있다. 최대로 납입(1만 9천불)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0만 불 연봉의 과세기준 소득은 8만 1천 불이 된다. 세금은 약 1만 3천불. 이로써 세금은 5천불 이상 줄고(1만 8천 -> 1만 3천), 은퇴플랜에 돈을 저축할 수 있으며,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개인들한테 여유자금(은퇴자금)으로 주식을 하라고 판 깔아준 것에 가깝다.

 

미국인들은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의 보유 비율이 매우 높다. 부자들만 주식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은퇴자금으로 대부분 주식을 한다. 이렇게 은퇴자금이 끊임없이 주식판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미국 종합지수는 계속해서 우상향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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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넌 왜 그렇게 큰 집을 샀는데?"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족 때문이다.

 

나는 주식 중독자라 주식으로 돈 벌 때가 제일 즐겁다. 수익을 실현해 내가 옳았음이 증명될 때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하다. 구제할 길 없는 중독자지만, 가족은 다르다. 특히 양가 부모님은 아무리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기뻐하시기보단 조심하라는 말만 하셨다. 그런데 주식을 정리한 돈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집을 사서 돈을 펑펑 쓰니까 너무 기뻐하셨다. 계좌에 숫자로만 찍혀있던 돈이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제설작업 할 때마다 현타가 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족과 모시고 사는 장모와 장인어른이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한테도 유년시절을 보낼 '고향집'에 대한 기억을 남겨주게 되어 솔직히 기쁘다. 이젠 대출금 다 갚을 때까지 회사 안 짤리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생전 처음으로 생명보험도 가입했다. 대출금 갚기 전까진 편하게 눈 감을 수 없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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