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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중국 시장 진출과 퇴출의 역사

 

구글 중국어 버전은 2002년에 출시되었고, 2004년 중국판 구글 뉴스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그들에게 불리한 '천안문', '티벳'과 같은 문구가 구글을 통해 검색되지 않도록 금지시켰고, 이는 이익을 위해 기업의 신뢰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갖는 구글의 기업 철학 중 하나인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과 충돌합니다. 

 

기업운영 철학에 따라 구글은 중국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의 검열요구를 거부했지만 중국이라는 시장이 갖는 거대한 사업성으로 인해 구글은 결국 중국의 요구를 따르기로 하고, 2006년부터 독립된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 정치적 내용을 없앤 검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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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검열 속에서 구글은 끝내 2010년 3월 중국 검색사업에서 철수합니다. 대신 법인과 서버를 홍콩으로 옮겨 중국 법망을 피해 '구글 홍콩'을 통한 검색 서비스를 지속하는 우회전략을 펴며, 중국 사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습니다. '구글 차이나'로 연결을 시도하면 구글 홍콩으로 자동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구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구글 홍콩을 통해 국가 지도자의 이름이나 일부 영어단어, 당국이 지정한 금지어 등을 검색하려 하는 경우 사이트 접속을 최대 90초간 중단시키는 방법으로 홍콩 서버를 간헐적으로 차단하였고, 나아가 비정기적인 날짜에 갑작스레 수시간 동안 구글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여러 방법으로 구글 검색이 중국 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견제합니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구글이 중국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사이, 중국의 검색 사이트 '바이두'는 구글이 가지고 있던 중국 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나갑니다.

 

구글의 중국 철수와 관련해서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구글이 중국 시장에 들어올 때 법에 따라 '유해 콘텐츠'를 검열하기로 약속하고는 갑자기 약속을 깨려 한다. 이는 완전히 부당한 행위이며 변한 것은 중국의 투자환경이 아니라 구글 자신"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구글의 중국 시장 철수는 '인터넷 환경에서 자유와 검열은 공존할 수 없다'는 기조 하에 내려진 것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구글이 전격적으로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건 구글의 전체 매출액 중 중국 시장 비중이 매우 낮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당시 구글 전체 매출 240억 달러 중 중국 시장 매출은 2억5000만∼6억 달러 선이었습니다.

 

결국 중국에서 발생하는 낮은 매출을 지키기 위해 중국 정부에 굴복한다는 불명예를 얻는 것보다 중국 시장 철수로 구글은 중국에 굴복하지 않고 인터넷 자유와 인권을 지킨다는 '명분'을 얻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던 중국의 제한된 가치보다 검열에 굴복한다는 이미지로 잃게 될 미래의 기업 가치가 당시에는 더 큰 손실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러나 구글이 표면적으로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2018년 8월 경 뉴욕타임스 등 복수의 언론을 통해, 2010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수용하는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 재진출을 준비했다는 것이 폭로됩니다. 이 폭로로 '구글이 중국의 검열 정책에 결국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구글에게 중국은 14억 인구에 인터넷 사용자가 8억 명이 넘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이 폭로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트럼프의 시야에 중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글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픈소스 '덕'이거나, 오픈소스 '덫'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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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10년 전에 중국에서 철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이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대다수의 스마트폰은 구글의 정식 플레이스토어를 포함한 모든 구글 서비스가 삭제된 채 출시되지만,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기반의 안드로이드OS를 자체적으로 커스텀해 출시할 뿐만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모두 직접 운영, 제공하는 앱 스토어와 서비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까지 더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AOSP를 통해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새로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샤오미를 시작으로 레노버, ZTE, 화웨이 등 중국 단말 제조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포함한 구글의 정식 서비스가 차단된 것이 오히려 대부분 제조사나 서비스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중국 전용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론칭해 서비스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글의 압박이 오히려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를 탄생시켰습니다.

 

구글은 비록 검색 사업은 철수했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위한 중국 업체들의 자체 앱 스토어 운영은 문제 삼지 않습니다. 아니 AOSP로 인해서 관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빠른 시장 안착과 확장을 위해 도입했던 오픈소스 정책이 중국에 도입된 후, 중국 정부의 관련 기업에 대한 무제한적 자금지원과 수 억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인해 중국 시장에 최적화 된 오픈소스 안드로이드OS는 충격적 반전을 가진 드라마처럼 구글의 가장 큰 위협이 됐습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고민

 

현재 미국 증시에 구글은 상장되어 있지 않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상장되어 있습니다. 알파벳은 구글, 딥마인드(알파고 개발), 구글캐피탈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이 중 가장 중요한 구글은 유튜브, 안드로이드, 구글 애드센스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2018년 매출은 153조 1004억 원, 영업이익 29조 4531억 원을 기록했으며, 2019년에는 1분기 약 42조 원, 2분기 약 46조 원, 3분기 약 38조 원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분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40~45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 구글은 유튜브 인수 후 지난 14년 간 한 차례도 유튜브의 구체적인 실적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유튜브의 재무실적은 구글 전체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입니다. -

 

알파벳의 전체 매출액 중 약 80~85%가 구글 검색과 유튜브 광고를 통해 들어옵니다. 쉽게 말해 구글을 가진 알파벳은 구글 검색과 광고, 안드로이드OS와 유튜브 광고를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광고 매출 성장세는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광고 시장 경쟁업체들이 입지를 키워가면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편향된 수익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구글은 지난 1년 동안 약 2만 명의 인력을 증원하여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차, 스마트 뱅크 등 사업확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현재 구글의 총 직원 수는 약 10만 3500명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구글은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과 정체를 빚고 있는 매출 성장세를 타파하기 위해 그 어떤 시기보다 중국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가 커져 있는 상황입니다.

 

2010년 미국은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 동원할 때라 미국 정부는 구글의 중국 사업 철수에 아무런 도움이나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구글의 존재감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았으니까요. 중국 정부의 검열 압박에 굴복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던 구글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9년 동안 아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침묵 할 수밖에 없었던 오바마 시대를 지나 구글의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와 한'은 트럼프의 시대에 와서 정경유착으로 발현됩니다.

 

 

구글 떠난 중국에 바이두가 검색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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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중국 내 사업을 펼칠 수 없었던 시기에 가장 크게 성장한 중국의 '바이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바이두는 2000년 1월,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이두의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묵인 하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MP3 음악파일 검색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주요했습니다. 미국의 IT버블에서 시작된 전세계적 인터넷 열풍은 중국 인터넷 환경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고, 바이두는 불법이었으나 중국에서는 용인되었던 무차별적 MP3 검색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앞세워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을 장악해 나갑니다.

 

바이두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이두는 회원수가 7억 명 이상, 중국 시장 점유율 76.9%, 중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1위, 중국 인터넷 검색엔진 1위, 세계 2위 검색엔진(1위 구글, 2위 바이두), 1일 방문자 1억 명 이상, 월 32억 명 이상 방문, 1일 클릭수 약 50억 회 이상을 기록 중입니다. 이후 바이두는 구글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를 서비스하며 구글의 사업 모델과 유사한 서비스를 자국 환경에 맞게 제공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바이두의 사업영역은 뉴스, 검색,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서비스, 지도 서비스, AI &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플랫폼, 모바일 금융 서비스 'ai뱅크'까지 매우 다양하고, 대부분 구글의 사업 영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바이두를 필두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은 관련 사업에 있어서 후발 주자이지만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중국 인터넷 환경에 맞게 변형, 제공하며 IT 공룡 기업들로 성장합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해외 기업들의 지재권, 특허권 침해 이의제기에 대한 무법(無法)적 자세는 해외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거대한 성장 뒷배경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나스닥에 2005년 8월 5일 상장 된 바이두는 중국 검색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지만 시총 규모는 약 55조 원 규모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약 700조 원),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약 565조 원)의 시총과 비교해 매우 작은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바이두 또한 중국 내 경기침체와 중국 인터넷 서비스 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심화로 검색, 온라인 광고 매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습니다. 구글의 중국 시장 진출이 절실한 만큼 바이두의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검색 시장 진출 또한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러니 바이두와 사업 모델이 대부분 겹치는 구글은 직, 간접적으로 중국 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려는 바이두를 반드시 견제해야 하는 것이고요.

 

알파벳의 매출 중 구글, 유튜브의 광고 매출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 '픽셀폰, 네스트 카메라, 플레이스토어, 클라우드 등 기타부문'의 매출은 분기마다 약 60~65억 달러를 정도의 규모를 갖습니다. '선다 피차이' 알파벳 CEO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8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고, 2~3년 내에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기대를 증명하듯 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올린 매출이 기타 부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분기마다 30% 안팎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알파벳에서 광고와 검색 플랫폼 다음으로 큰 사업입니다. 클라우드 사업은 애플, 아마존을 포함한 구글의 경쟁업체들의 주력 사업이 돼 가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상대까지 나타난 것입니다.

 

바이두의 작은 시총 규모에도 불구하고 구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은 수 억 명의 검색 데이터를 독점하다시피 점유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사업을 펼치는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5G 통신 네트워크 관련 사업 분야는 구글과 바이두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사업적으로도 직접적 마찰을 일으키는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두의 소프트웨어와 화웨이의 5G 장비가 시너지를 낸다면 구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 정경유착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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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P가 결국 새로운 중국 스마트폰 생태계를 탄생시켰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구글의 주요 사업이 갖는 맹점은 쉬운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해외 기업의 지재권과 특허권 보장에 있어서 중국 정부는 무법적 자세로 중국 기업의 해외 경쟁사 기술모사를 방임하며 중국 기업이 급격하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또 다른 형태의 정경유착을 보여줍니다. 정권차원의 해외 기업에 대한 역차별 보호막이 있는 것이지요. 혹여 중국 기업이 해외 지재권, 특허권 사용이 막혀 해외 진출이 어렵다손 치더라도, 중국이 갖는 14억이라는 막대한 내수시장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막강해질 수 있는 기반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세 둔화가 감지되고 있어서 구글은 더 많은 광고와 더 많은 데이터 수집,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킬 새로운 시장이 절실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기업 대 기업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구글이 하려는 더 많은 새로운 사업들이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에서 중국 기업들에 의해 똑같이 복제되고 거대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구글에게도 미국 정부의 막강한 정치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구글이 미국 내에서 수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트럼프와 손을 잡고 화웨이에 대한 구글 서비스 지원을 중단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은 구글이 아무리 트럼프 행정부에 협력한다고 해도 없앨 수 있는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쟁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힘으로 압박하고 없애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글과 중국 기업 간 일어나는 사업 마찰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도 인지하였고,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무제한적 지원이 미국 기업을 공격하고 나아가 미국 경제를 공격하는 국가적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미국에게 중국은 이제 침범하지 않으면 침범당하는 직접적 위협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구글의 중국 시장 재진출이 이루어진다면 단순한 검색엔진 다변화의 하나로 인식되지 않고,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식 민주주의 바이러스의 중국 경제 시장 침식과 중국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사회주의 기반 자본주의라는 변종체제가 미국식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 이제 막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