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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배우, 문소리를 만나다 -첫만남

2006.4.28. (금)
딴지 편집국

 

 

여배우 시리즈 그 두 번째. 문소리. 그녀는 그 이전 대한민국에 없던 유형의 여배우다. 그녀는 젊은 여배우다. 그런데 온 몸이 뒤틀린 장애인 연기로 주연을 시작한다. 다음은 고삐리와 바람난 주부. 당대의 여배우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민노당 당원이다. 모든 공식이 깨졌다.

 

그녀는 대체, 누군가.

 
 

인터뷰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개봉 4일 전인 3월 12일, 대학로의 한 일식당에서 이뤄졌다. 본지에선 총수 시포, 곰돌이 피디가 출동했고 그녀는 연극에다 인터뷰까지 해치우느라 이미 어느 정도는 지친 어깨로 등장했다.

 

 
 
 

식사 주문 하고 옷 갈아입고 하느라 한참 부산한 후 마주 앉았다. 첫 인상. 낯을 가린다.

 

총 : 연극은 몇 시에 끝나요?
문 : 일요일 날은 6시 안돼서 끝나요. 5시 한 반쯤에?

 

총 : 그러면 한 시간 반쯤 인터뷰를 이미 하고 오셨네요? 진이 빠지셨겠네.

 

문 : 방송팀 하나랑요, 일본에서 온 일본 방송 하나랑... 일본 방송은 또 통역을 해야 되니까 시간이 더 걸리죠. 또 연극은 노메이크업이에요. 연극에서도 이 티 입고 그냥 가디건 하나 걸치고 메이크업 안 하고 머리 그냥 틀어 올리고 그냥 그래서 약간 단장하느라 또 시간이 걸렸었어요. 지웠다가 다시 했다가 지웠다가 다시 했다가. 매일 이게 뭔짓인가 모르겠네.(웃음)




 
 

 

총 : 영화 때문에?
문 : 예, 오전에 홍보하고 오후에 공연하면 또 다 씻고 공연하고 끝나고 인터뷰 있으면 또 다시 해야 되고. (웃음)

 

총 : 저희 인터뷰 보신 적 없죠?
문 : 사이트 들어가서 봤어요.

 

총 : 뭐 보셨어요?
문 : 임상수 감독님꺼랑, 윤여성선생님꺼랑.

 

문 : 그 헤어스타일 오래 되셨어요?
총 : 꽤... 오래됐죠? 맘에 안 들어요? (웃음)
문 : 아니요.(웃음)

 

총 : 저희가 인터뷰를 할 때 왜 하는지부터 설명하는데, 영화 때문은 아니구요.. 영화는 봤어요.
문 : 아 보셨어요? 예.(조심)

 

총 : 대한극장에서…
문 : 아 기자들 있을 때… 기자들이랑 같이 보면 재미없는데. 헤헤헤

 

총 : 그러니까요.(웃음) 그럴 듯하게 말하면, 정치색을 가진 최초의 영화배우다..
문 : 아하하하하.

 

총 : 혹은, 정치색을 드러낸 최초의 배우다. 혹은, 정치색을 가지거나 드러냈는데 그걸 뒷받침할만한 지적능력도 있는.. 있어 보이는! (웃음)

 

문 : 있어 보이는~
총 : 있어 보이는 최초의 영화배우다.(웃음)
문 : 아무도 확인한바 없는..(웃음) 그래서 확인하러 오신 거예요? 오늘? 하하하

 

총 : 하하 그 이전에 비교할 만한 유형이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엔. 외국엔 수잔서랜던 + 메릴 스트립. 좋잖아요? (웃음)
문 : 캬~ 훌륭하신 분들이죠.

 

총 : 하여튼, 그런 거 같다... 저희가 배우 인터뷰는 잘 안 해요. 어..잘 모르기도 하고. 근데 윤여정씨 이후 찾았죠. 누굴 해야 하나. 예뻐야 할텐데. (웃음) 근데 스크린 쿼터 1인 시위하실 때 봤어요. 길 지나가다. 우연히. 그래서 어… 저 사람 한번 해봐야겠다. 마침 영화도 개봉하니까 섭외도 쉬울 것 같고. (웃음)

 

문 : 할 때 몰아서 해야죠. (웃음)
딴 : 저희가 예전에 한 번 인터뷰 섭외를 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죠.

 

문 : 제가 이건 영화홍보 때문에 하는 인터뷰 아니라는 건 알아요. 제가 근데 영화홍보기간이 아니면 인터뷰를 안 해요.

 

총 : 그런 것 같더군요.
문 : 네. 그 기간 외에 다른 작업을 할 때는 인터뷰를 잘 안 해요. 사실 인터뷰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기자들 만나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야 몰아서 빠짝 하고 아닌 기간에는 안 해 이런 주의라서, 아마 기간이 잘 안 맞을 거예요.

 

총 : 인터뷰 하고 나면 남사스럽잖아요.

 

문 : (피식) 뭐 이렇게 내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야 하는 것 자체가… 배우는 연기하면 됐지.

 

총 : 그 인터뷰한 결과가 자기도 아니고.

 

문 : 그렇죠. 그죠. 이창동감독님이랑 예전에, 제가 인터뷰 한창 하고 오면은 "어떻게 오늘 사기는 어때?" 하면 "아니 뭐… 잘 쳤죠 뭐"(웃음) 이런 대화 하는데 사실 아무리 진실을 전달하려고  해도 어떻게 전달될 지 잘 모르겠고 그 쪽도 진실을 원하지 않아요.

 

총 : 우린 진실을 원해요. (웃음) 우린 최대한의 진실을 원해요. 네.
문 : 기자들과 인터뷰하면 그 비즈니스 상의 그 뭔가를 그냥 같이... 그래서 뭐하는 짓인가? 생각할 때가 많아서 잘 안 하는데.

 

총 : 그래서 딴지인터뷰를 해야 하죠.
문 : 예... 그래서... 근데 저도 약간 바랬는 지도 몰라요.
총 : 하하 나 이런 사람이야, 사실은.. 밝히려고.

 
 

약간 바랬는 지도 몰라요.

 

문 : 물론 다른 인터뷰도 거짓되지 않게 할려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힘들죠. 차라리 거짓말로 하자면 뭐…  쉽겠죠. 근데.. 모르겠어요. 그냥 제의가 들어오셨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총 : 윤여정씨나 임상수 감독 딴지 인터뷰는 어땠어요.

 

문 : (웃음) 재밌더라고요. 근데 임상수 감독은 술을 좀 많이 드셨구나…라고 생각돼서 나는 과음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으로 왔는데. (웃음)

 
 
 

본격 시작.

 

총 : 우린 배우를 인터뷰 한다기 보단 사람을 인터뷰 하거든요. 근데 본인이 연기를 하기 전에 연기를 할 징후가 보이는 삶을 사신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죠? 우린 또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어디서 태어나셨어요?

 

문 : 부산이요.
총 : 부산, 부산에서 언제까지 사셨어요?
문 : 5학년 때까지

 

총 : 제가 또 부산에서 살다가. 중학교 때까지 살다가 올라왔는 데. 부산 어디서 사셨어요?

 

문 : 아 그러셨어요? (웃음) 저기...저기 평지 수원지 쪽 옆에.
총 : 전 어렸을 때라 부산 지리를 잘 모르겠는데.

 

문 : 어..서면에서 더 저쪽으로.
총 : 서면으로 더 저...남포동쪽에?

 

문 : 아뇨. 아뇨. 부산 진구 인데요. 어린이 대공원 있는데.
총 : 예 예. 저는 범어사라고 아세요? 범어사 밑에서 살다가.

 

문 : 범어사 알죠. 범어사 거기 묘지 있는데…
총 : 묘지도 있죠.

 

문 : 거기 우리 할아버지 가 계신데...
총 : 아 그래요? 범어사 아래 청룡국민학교. 제가 거길 나왔어요. 그러면 부산에 사셨고. 그래서 공부는 잘 하셨나요? 하하

 

문 : 예, 잘했어요. 참..(웃움)

 

 

총 : 그럼 부산에서 국민학교 다니다가 언제 올라왔다고요? 서울에?
문 : 6학년 때요. 그러니까 6학년이 되는 그 해에.. 2월 26일 인가?

 

총 : 왜? 왜 올라왔어요.
문 : 집이 망해갖고 올라왔어요.

 

총 :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이 부도가 났다던지, 보증 때문에?
문 : 보증금 잘못 서고 그래서 밤중에 몰래 짐을 싸가지고.

 

총 : 야반도주? 음허허
문 : ..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총 : 아버님이 사업을 하셨어요?
문 : 음.. 그게 정확하게 뭔지 기억이 안나요. 근데 잘 안됐어요.
총 : 음.. 그럼 국민학교때 경제적으로 어려웠겠네요.
문 : 네, 엄마도 고생을 많이 하셨고.

 

총 : 제가 어디서 보니까 포장마차도 하셨다고…
문 : 잠시 하셨었죠.
총 : 88 때?
문 : 86, 87, 88 때 한창.. 하하하.

 

총 : (웃음) 그럼 그때 어렸을 때 아니에요? 중학교?
문 : 예. 제가 88 때 중학교 2학년이었죠.
총 : 88 때. 그게 영향을 미쳤나요? 왜 어릴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잖아요.

 

문 : 근데 저는 학교에서 제가 되게 부잣집 딸인 줄 알았어요.(웃음)
총 : 으허허.. 뭐 어떻게 했길래?

 

문 : 그게(웃음), 전 도시락도 엄마가 참 정성스럽게 싸주셨고. 도시락 딱 열어보면 알잖아요.
총 : 우리 엄민 제 학창시절 다해서 도시락 10번쯤 싸주셨어요.

 

문 : 어머 정말요?
총 :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뭐 대단한 교육에 있어 철학이 있으시다거나.(웃음) 그런 줄 알더라구요. 예를 들어 맛있는 게 있잖아요? 어릴 때는 먹으라고 이렇게 집어 올려주기도 하잖아요? 우린 부모님들이 먼저 드셨어요. 하하하 니들은 먹을 날이 많잖아~

 

문 : (웃음) 멋있으시네요. 어머니.

 

총 : 이런 얘기 하면 남다른 교육철학 있으신가...들 하더군요. 그게 아니라 도시락 싸기 귀찮아서. (웃음)

 

문 : 저희 아버지는 진짜, 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있으면..
총 : 자식들에게?

 

문 : 저한테. 아들 있는데 아들 안주고요.
총 : 오빠에요?
문 : 아뇨. 남동생인데요.
총 : 그럼 일남 일녀?

 

문 : 예. 사나이는 아무거나 먹어! 사나이는 아무거나 해도 돼.. 이런 주의 였어요. 나 태어날 때 제 이름도 그래서 소린데요. 음.. 그게 제가 태어날 때 미숙아였어요. 큰 병원에서 진짜 난산으로 엄마 돌아가실 뻔하고 그랬어요.

 

총 : 근데 왜 이름을 소리로?

 

문 : 제가 양가 집안의 첫 아이에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 문씨 집안과 오얏리씨 집안에서 중간에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작을 소자를 넣어서 문소리라고 한 거예요.

 

총 : 리는?
문 : 오얏 리자. 리씨 집안

 

총 : 아~
문 : 그래서 착안 하셨고 착안하실 때 할리우드 배우 중에 셜리 맥클라인이라는 여배우가 있어요. 근데 아버지는 옛 분이라 샤리 막내인.. 샤리 막내인.. 이렇게 부르셨는데 샤리가 떠오르시더래요.

 

총 : 진짜 배우를 떠올리셨네요?
문 : 예.. 소리 하니까 샤리 막내인이 떠오르면서 외국 사람들 부르기 쉽겠고 이래서 좋아하셨대요.

 

총 : 그럼 다시 6학년 때로 돌아와서.. 그 나이면 집이 어렵다는 건 아는 나이잖아요.

 

문 : 저는 장녀고 집에 동생들밖에 없어서, 사촌 동생도 없고... 그러니까 사촌 언니 오빠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힘든 사정을 빨리 안 편이죠.

 

총 : 그런 건 애를 소극적으로 혹은 조용한 아이로 만들거나 아님 정반대로 반항적으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아요?

 

문 : 저는 굉장히 소극적인 조용한 아이였어요.
총 : 그 시절의 영향이 있었겠군요.

 

문 : 있겠죠.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사실은… 강하게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총 : 결과적으로?

 

문 : 그러니까 제가 부산에 있을 때만 해도 정말 내성적이고 약하고 늘. 우리 아버지가 주시는 것도 제가 어렸을 때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많이 아파했기 때문에 그게 평생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거고. 저는 서울 올라오면서 진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총 : 오... 직접 삶에 영향 미친 예 같은 건 없었어요? 친구들 어디 갈 때 못 간다던가? 그런 건 없었어요?

 

문 : 그런 거 있었어요. 우선 공부를, 초등학교 6학년인데 밤 12시까지 하고 그랬어요.

 

총 : 으허허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일조해야지.. 뭐 그런 생각이었나요?

 

문 : 어쨌든 집안 상황이 어려우니까 살아남아야 하고.. 그때 제가 연습장 한바닥 가득 썼던 게 그리움이란 말이에요. 너무너무 친구들 친척들이 보고 싶은데.. 하루아침에 떨어졌잖아요. 그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는데 2월말에 부산은 봄이었어요. 근데 점점 서울로 가면서 겨울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게 기억이 나요. 겨울로 가는.

 

그래서 제가 너무 춥고 무서운 겨울나라로 가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딱 올라와서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게 형벌 같고.. 밤마다 너무 울어서 애들이 내 눈이 원래 빨간 줄 알았어요. 그러면서 부산에서 1등하면 서울에서 30등 한다고 막 이런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럴 순 없다. 그래서 부모님도 안 계신데 혼자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총 : 국민학생이? (웃음)
문 : 예. 그런 과정이 되게 안으로 좀…

 

총 : 갑자기 어른이 된 셈이네? 어리광 부리면 안 된다는 걸 갑자기 깨달아 버린거네요.

 

문 : 원래 어리광도 없었고 때도 안 쓰고 저는 그랬는데.. 그래도 어쨌든 부산에서는 어머니가 치맛바람도 좀 날리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저 혼자 살란 말이잖아요. 나를 아무도 모르고…

 

총 : 그런 긴장감 같은 게 중,고등학교까지 쭉 이어졌어요?
문 : 조금은 이어졌던 것 같아요.

 
 

(아주머니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들여옴.)

 

 
 

문 : 어머 이건 뭐에요? 안 시켰는데?
아주머니 : 안 시켰어요? 잘못 왔나보네요.
총 : 주시면 다 먹기는 하는데요.(웃음) 이 많은 음식 다 먹었다는 건 비밀로 해주세요.(웃음)

 

총 : 중,고등학교 돌아보면 특징적인 건?
문 : 너무 말 잘 들었어요. 서울에서 학교랑 집 말고 단체로 뭐 가는 거 말고는 어디도 가본 적이 없어요. 극장구경도 안 갔어요. 친구들이랑 어울려 어디 간 적이 없어요. 딱 한 번 간 게 연극 보러 간 거예요. <에쿠우스>.

 

총 : 친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고?
문 : 친구들도 많지는 않았어요.

 

총 : 그게 혹시 부산에서 서울에 왔기 때문인가요?

 

문 : 친구도 많지 않았고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고 중학교 3년 내내 나랑 말해 본 남자애들은 손가락 꼽아요. 남녀 공학이었는데, 짝도 남자고 그랬는데도, 말도 잘 안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땐 또 왕따였어요. (폭소) 

 

총 : 왜?
문 : 왕따가, 자기가 왕따인 이유를 알까요? 거의 1년 동안 왕따였는데(웃음), 이유를 모르죠.

 

총 : (폭소) 안 껴줬어요?
문 : 안 껴줄 뿐더러 엄청 날 괴롭혔어요. 전 남녀공학중학교를 다니다가 잠실여고에 왔는데, 잠실여고는 절반가량이 일신여중에서 와요. 학교가 붙어있어요. 한 재단이어서. 그래서 일신여중 나온 애들은 새로운 학교라기보다 절반이 같이 생활하던 친구들이니까...

 

총 : 자기 나와바리.

 

문 : 응 응, 자기 나와바리죠. 그런데 저는 남녀공학 다니다가 왔는데. 그러면 이 나와바리에 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욕하는 것도 싫어하고.. 그때 깜짝 놀랐던 게 애들 말의 반이 욕인 거에요. 중학교땐 안 그랬는데 미친 년, 이년아 저년아..

 

총 : 흐흐흐 여자들끼리니까.
문 : 그것도 너무 놀랍고, 좀 얼굴 하얗고 눈 동그랗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고 그러기만 하니까.

 

총 : 재수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애들하고 어느 정도 같이 망가져야 하는데.
문 : 예. 재수 없었나봐요.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좀 절 예뻐했어요. 초반에.

 

총 : 왜.
문 : 제가 지금도 그러는데 어른들이 절 좀 좋아하세요. (웃음)

 

총 : 우하하하..
문 : 그런 이미지가 좀 있나봐요.
총 : 그것도 상처가 됐겠네요?

 

문 : 근데 그게 거의 4~5월부터 11월까지 그랬는데, 11월 말쯤에 한 친구가 버스에서 나한테 말을 시켰어요. 그 날 우리가 되게 싫어하는 국어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이 사이트 보시면 안 되는데.. 뻑지라고 뻑하면 지랄한다고 뻑지에요. (웃음)

 

총 : 하하하..

 
 

(아주머니 또 엉뚱한 음식 들고 들어옴)
아주머니 : 실례합니다. 가츠돈 시키셨죠?
문 : 아니요.
총 : 자선단체인가 여기? (폭소)

 

문 : 하하하.. 근데 제가 그 오랜 생활동안 전혀 개의치 않고 저는 공부할 거 다하고 웃으며 학교생활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 분이 자습을 시켜놓고 참 저를 뒤에서 예뻐하시면서 소리는 참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참 엄마아빠도 참 기대를 많이 하시겠다.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뭐하시니? 이러는 거예요.

 

아버지가 운수업 쪽에서 종사하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내가, 나도 그 인간이 너무 싫었어요. 분명히 뭐 은행집 딸이거나 나를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딱 쳐다보면서 택시운전 하시는데요? 이랬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놀라시더니 아우~ 그래 그럼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네~ 뭐 이러셨어요. 근데 그 때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나 봐요, 2학기 반장한테.

 

총 : 우리가 생각했던 그 애가 아니었구나..
문 : 우리 집에 수영장이 있다는 둥 별소문 다 있었으니까.

 

총 : 쟤는 부잣집 딸네미가 공부만 하고 애들하고 놀지도 않고. 예쁜 척하고..

 

문 : 네. 그래서 버스에서 그 친구가 말을 걸더라고요. 야, 너 오늘 잘했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걔가 우리 집에 와봐도 되냐고… 그때는 대충 회복이 됐을 때에요. 고등학교 때는 집이 좀.

 

총 : 어느 정도는..

 

문 : 그래서 와 봤더니 걔가 더 놀랜 건 우리 집에서 제가 왕따 당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는 거예요. 엄마는 제가 학교생활 잘 하는 줄 알고 친구들도 많지는 않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웃음). 그래서 걔가 그러는거에요. 아니 네가 힘들어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서 좀 왜 그러느냐 이러면서 애들한테 그러기도 해야 애들이 관두지, 너 이렇게 혼자 할 거 다하고..(웃음)

 
 

그녀의 자존, 드물게 튼튼하다.

 

총 : 더 얄밉다..

 

문 : 수업시간에 웃을 거 다 웃고 그러니까 애들이 더 그러는 거다.. 그러면서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됐어요. 그러면서 걔도 처음으로 자기 집 데려가고 같이 놀기도 하고. 근데 신기하게 고2 때부터는 친구가 되게 많았어요. 그렇게 많이 안 사귀는데 한 7명이 무지 친해졌어요.

 

총 : 1학년 때 알던 사람들?

 

문 : 음, 아니요. 다 모르던 애들인데 2학년 올라가니까 한 달 동안은 나를 경계하더라고요. 그런데 한달 뒤에 걔 아니던데?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참나…걔네들 다 뭐하고 있나 모르겠네.

 

총 : 그럼 상당히 모범적으로 공부 열심히 하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간 거네요.
문 : 예. 예.

 

총 : 대학도 연영과로 안 갔고.
문 : 예. 엄마아빠가 사범대 가라고 해서 사범대 갔죠.

 

총 : 그러니까 왜 보통 연예인 쪽 하는 사람들 보면,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거나 최소한 연영과 가거나 그렇잖아요? 그럼 본인은 적어도 이십대가 되기 전까진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거네?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연예계 롤모델도 없었고.

 

문 :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어요.
총 : 음…

 

문 : 없었어요. 전혀…
총 : 미팅은?

 

문 :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총 : 중고등학교 때도?
문 : 예. 대학교 때도 미팅은 안 해봤어요.
총 : 대학교 때도?

 

문 : 소개팅만 두 번 해보고.
총 : 그럼 어떡해?

 

문 : 제 생각에.. 그쪽으로 좀 느렸어요. 2차 성징도 좀 늦게 나타났고. 중학교 반창회 나가면 중3 때 친구들이 날 좋아하던 애들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난 한 명도 좋아하던 남자도 없었냐? 이러면 너는 그때 초등학생 같았어. 이래요. 전 성장발육도 느렸고 사춘기도 늦게 왔어요. 전 사춘기도 대학 초 때 온 거 같아요.

 

총 : 모든 게 유보됐었나.. 그러니까 내가 안전하게 이런 감정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었나..

 

문 : 그랬었을 수도 있어요.

 

총 : 그러고 대학에 갔어요. 그럼 첫 연애는 언제 했어요.
문 : 대학교 1학년. 우하하하하.. 이것 참..

 

총 : 하하.
문 :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부터.
총 : 그게 얼마나 갔어요?
문 : 일 년 반 정도. 근데 그때 연애라는 게.. 진짜.. 등하교 같이 하고요. 학교 식당에서 어쩌다 같이 밥 먹고 그런 거 밖에 없었어요.

 

총 : 중학생 연애를 했네요. 대학교 때. 하하하
문 : 예 진짜~ 그냥 편지만 주고받고. (웃음)

 

총 : 뽀뽀도 한 번 안하고?
문 : 뽀뽀는 했어요. 뽀뽀는 한번 했네.(웃음)

 

총: 그리고 군대 가고 끝나고?
문 : 군대 안 간 사람인데 제가 연극한다고 헤어졌어요. 어느 날 내가 학교를 안나가고 극단 간다고 가버렸어요. 3학년 때.

 

총 : 3학년 때 왜? 갑자기?
문 : 제가 학교생활을 굉장히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어느 때부터 갑자기 몸도 너무 건강해지고요. 살도 찌고 막 체력이 남아돌아요. 뭘 하든지 그리고 다 즐겁고.

 

총 : 발달되기 시작했구나(웃음)

 

문 : 그래서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연극도 열심히 하고.. 제가 동아리 활동도 국악동아리 했어요. 가야금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 제가 부산에 있을 때까지 피아노 치다가, 오면서 피아노가 없어져서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사줘서.. 집이 안 좋아져도 그 당시 무리를 하셨어도 바이올린을 계속 하게 하셨어요. 그러니까 부잣집 딸인 줄 알았지. 바이올린 들고 다니고 내가.

 

총 : 음, 그럴 만 했네.
문 : 그러다가 국악반 합주를 가봤는데 국악소리가 너무 예쁘고 생소하고 해서 배워봤어요.

 

총 : 뭐든지 늦깍이었네요.

 

문 : 네. 그래서 국악반도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  3학년 되니까 모든 것에서 중책이 주어지는 거예요. 저한테. 그리고 제가 졸업도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앞이 깜깜하고 어떻게 생활할 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나가서 그냥 선생님이 될 걸 생각하니 답답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총 : 선생님 할 생각은 없었고?
문 : 있었는데, 그래도 평생을 할 거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총 : 부족했어요?
문 : 예, 뭔가 도전하고 싶은 걸 더 해보고 싶었어요.

 

총 : 사범대가 대학치곤 고등학교의 연장 같죠?
문 : 예. 예, 남 녀 20명이었는데 애들이 다 반듯하고 착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엠티를 가도 밀가루에 찹쌀떡 넣고 먹는 이런 놀이나 하고.

 

총 : 하하하.. 더욱 성장을 지체시켰네요(웃음)

 

문 : 그러니까요. 아우 정말 고지식한 놈들… 성대 사범대면 오죽했겠어요? 그래서 그때 5월 달에 혜화역에 내려서 학교 가야하는데 그냥 대학로로 나와 버렸어요. 그리고 그냥 선배한테 전화해서 극단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간 거예요.

 

총 : 왜 극단을 탈출구로?
문 : 연극이 그때 제일 절실했어요. 제일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총 : 왜?
문 : 제일 재미났고 고등학교 때 본 연극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총 : 고등학교 때.

 

문 : <에쿠우스>라는 연극, 아 그때 최민식 선배가 주연이었는데 반해 가지고, 그리고 땀 흘려서 제가 뭘 해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그때는 체력이 안 되서 공부하고 집에서 그냥 자고.. 근데 땀 흘려 일하고 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 반응하고.. 이런 게 정직하게 느껴지고.

 

총 : 고등학교 때 그러면 <에쿠우스>를 안 봤다면?
문 : 아마 대학교 때 연극반을 안 들어 갔을 꺼에요.

 
 

삶의 팔할은 우연이 결정한다.

 

총 : 그게 고등학교 생활의 냄새가 연장되는 사범대라면 그렇게 파격적인 연극도 아니었을 거 아니에요?
문 : 그럼요.

 

총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제일 재밌었나요? 대학생활 하는데 연극을 할 때가 제일 재밌었나요?
문 : 아니요.

 

총 : 그럼 왜 하필 연극이었을까.

 

문 : 글쎄요… 팔잔가? ( 웃음) 왜 하필 연극이었을까..
총 : 그 시절 정도면 배낭여행도 가고 싶을 때고..

 

문 : 응.. 그래서 그때 아버지가 막 제가 데모도 하고 그러니까, 차라리 어디 가라고 막 이러는 데도..

 

총 : 데모도 많이 했어요?
문 : 음.. 같이 나가보고 했죠. 많이 했죠.

 

총 : 몇 학번이죠?
문 : 93학번.
총 : 말기잖아요.
문 : 예. 말기였죠. 거의..
총 : 잡혀가기도? (웃음)

 

문 : 잡혀갈 때? 하하.. 그때 진짜 웃겨요. 제가 긴 머리 틀어 올리고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가디건 하나 입었어요. 근데 같이 있던 어떤 애가 티셔츠가 다 찢겨져서 제가 가디건을 벗어서 덮어줬어요. 그래서 딱 붙는 티셔츠 입고 뭐랄까 약간 운동권 여학생 답지 않은 복장.. 뭐 그렇게 잡혀갔는데.

 

총 : 하하..
문 : 조서를 쓰는 데 제가 그때 교양수업으로 에어로빅 수업을 듣다가 온 거거든요? 그런 데 제가 그러고 잡혀 갔더니 무용과라고 소문이 나가지고 (웃음) 의경들이 그 뒤로 집에 전화 오고. 아 진짜..

 

총 : 의경들이? 나중에 전화번호 알아내서?
문 : 예~ 나중에 집에 전화 오고. 용평경찰서로 가 가지고 아…참.

 

총 : 용평경찰서? 하하
문 : 용평경찰서에 참 감사해요.

 

총 : 왜?

 

문 : 거기가 데모학생들 잡혀오는 데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분배하다 보니 용평경찰서로 간 거에요. 근데 갑자기 예쁜 여학생들이 떼로 잡혀오니까.. 참 잘해줬어요.(폭소) 자기들 비벼먹는 고추장도 막 갖다 주고 음식도 주고.(폭소)

 

총 : 하하하하.
문 : 근데 제가 그때 고학번이었어요. 그때 94학번부터 즉심 넘어가고 돈 내고 나왔데요. 95부터는 훈방. 근데 저는 93인데 훈방으로 나온 거예요.

 

총 : 복장 때문에? (폭소)
문 : (웃음). 그러니까 운동권 사상 미인계로 훈방 나온 앤 네가 처음이다.. 막 놀리고 그랬죠.

 

총 : 근데 다시 돌아와 왜 연극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안가고 극단으로 간 건데?

 

문 : 예 그때 경험해보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았어요. 지금 한 번 해보고 어떤 건지..
총 : 학교를 안가고? 휴학하고?
문 : 그냥 안 갔으니 올 에프 받았죠.

 

총 : 수업 빼먹고 극단에 그냥 갔다.. 그래서 극단에 가서 어떻게 했어요?

 

문 : 극단 한강인데.. 아는 선배가 소개시켜줘서 좀 운동권 극단이었어요. 성격이. 근데… 튀김 하나 드세요.

 

총 : 하하.. 네.. 이게 제일 맛있다.
문 : 근데. 음. 가 가지고 6개월 동안 우편 붙이는 작업만 했어요.

 

총 : 극단에 가서 뒤치닥꺼리만 했지 실제로 연극한 건 아니다?
문 : 공동창작으로 워크숍을 하나 했어요. 무대에 올렸어요. 1주일 정도.

 

총 : 그게 그 극단에서 유일하게 했던 연극이고?
문 : 뒤치닥꺼리 하느라 고생했다고 극단대표가 어여삐 여겨서 한번 껴준 거예요.

 

총 : 단역으로?
문 :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도 제가 낀 이유가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해야 되는데 악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다 리코더, 기타 끝이에요. 음악회는 해야 하는데 그래서 바이올린..

 

총 : 그래서 육개월 만에 끝났어요?
문 : 좀 더... 있었고요. 좀 더 있다가.

 

총 : 그래 봐야 뭐 방학기간 동안이라면..
문 : 아니에요. 그 다음에 휴학했어요.

 

총 : 아예 3학년 2학기 때?

 

문 : 네. 그래서 제가 6년 만에 졸업했어요. 군대 가면 애들한테 야 걱정 마 내가 기다릴게! 이랬는데 정말 기다린 거예요. 하하하.. 군대 갔다 온 애들하고 똑같이 졸업했어요.

 

총 : (웃음) 그러면 그 극단을 해서 한번 연극을 했고 그다지 중요한 역할은 아니었을 테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어요?

 

문 : 그 다음에는 방황 했어요.
총 : 학교에 돌아가지도 않고?

 

문 : 어떻게 할지 몰라서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총 : 무슨 아르바이트?

 

문 : 별의 별 걸 다 했어요. 과외도 하고, 교육학과였으니까. 찻집에서도 일하고 음…모의고사 채점 아르바이트도 했었어요. 고등학생들 채점. 방학 때 어린이회관 청소년수련관 가서 어린이 원어 연극지도 뭐 이런 것 했고. 사잔가? 동물들 많이 나오는 거 있잖아요. 그런 우화 같은 거 연극으로 올리고, 그런 거 지도도 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해서, 혼자 무용도 배우고 판소리도 배우고 그랬어요.

 

총 : 혼자? 그냥 학교 휴학하고? 그때 연극판에 있는 사람하고 연애도 했나요?

 
 

그녀가 대체 누군가. 연애는 그 사람을 드러낸다. 해서 끊임없이 연애를 물었다.

 

문 : 음, 아니요. 연극판에 있는 사람하고 연애 안했어요.

 

총 : 어쨌든 연애를 하긴 했군요. 그 사람이 혹시 연극 하는 것을 찬성했기 때문에 동력이 더 생겼나?
문 : 나한테 큰 동력이 되진 않았어요.

 

총 : (폭소) 아니 그럼 동력이 뭐였죠. 궁금하네.
문 : 나도 그게 굉장히 희한한데.. 당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도전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자신 없는 게 연기였어요.

 

총 : 그랬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특별히 그런 걸 원했던 것도 아니고.
문 : 그리고 극단에 있을 때도 그랬고 과에서도 그랬고 연극할 때도.. 연기 잘한다.. 이런 소리 못 들어봤어요.

 

총 : 근데 왜 연기를 했냐 이거죠. 휴학한 2년 동안이나 뭐했어요?
문 : 극단에는 거의 1년 넘게 있었고요. 그 담에 나와서 아르바이트 한 것도 한… 8개월. 그러니까..
총 : 백수였네?
문 : 백수로 지냈죠.

 

총 : 학교로 딱히 돌아가기도 싫고.
문 : 아~ 학교를 제가 9학기 만에 졸업했으니까 1년 반을 쉰 거죠.
총 : 1년 반.
문 : 응.
총 : 극단에 있다가 나온 건 그럼 왜 나왔어요. 여기서는 내가 못 크겠다?

 

문 : 어차피 저는 학생이고 잠시 온 것같은... 이걸로 내가 먹고 산다거나 프로페셔널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그때 극단사람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에너지가 너무 넘쳐나서 막 상대방을 찌르는 사람들 있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왜 저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총 : 연기하면서?
문 : 살면서도 그래요. 에너지가 너무 넘쳐나서 서로 팍팍팍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총 : 에너지가 넘치는 게 아니라 공격성이 넘치는 거 아닌가.
문 : 모르겠어요. 저는 근데 그렇지 않아서. 그런 타입이 아니어서. 그리고 난 어차피 이걸 제대로 하기 위해선 어떻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했었죠. 그리고 내 동생이 저희 학교거든요. 성대였는데 데모하다가 구속이 됐어요. 그래가지고 서울구치소까지 갔어요. 갔는데 기소유예로 거의 한 달 있다가 풀려났는데. 그것도 좀 영향이 있었고. 아니었으면 저는 학교 안 돌아가고 계속 연극판에..

 

총 : 동생 관리 책임?
문 : 이건 거의 네 책임이야.. 이런 것도 있었고요.
총 : 누나가 옆에서 봐주고 해야지.. 그런 거?

 

문 : 네가 데모한다고 좇아 다니니까 동생도 따라 데모했지.. 어쨌든 그게 상당히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얌전히 있다가 졸업한 거예요. 일단 복학을 하고 일단 빨리 졸업을 하자. 빨리 졸업을 하는데 졸업을 하되 연극을 제대로 다시 하자..  

 

총 : 왜 연극에 대해 미련을 못 버린 거예요? 연극하면서 아무한테도 인정 못 받았다는데. 하하..

 

문 : 아하하하하..
총 : 남들이 잘 한다 잘 한다 그런 것도 아니고.

 

문 : 어. 그러니까 참… 그러고 보니 똥고집이네.. 그땐 그렇게 좀 수동적으로 보수적으로 살고 싶지가 않았었어요. 어린 마음에. 피가 끓어서.

 

총 : 선생님이 되기 싫었던 건가. 연극이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선생님이 되는 거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문 : 아니오. 아니오.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되도 재밌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연극을 꼭 한 번은 제대로 해봐야 되겠다고 늘 생각했었어요.

 

총 : 자신이 살면서 저지른 유일한 일탈?
문 : 그랬을 수도 있어요. 음..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굉장히 정직한 일 같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웃음)

 

총 : 뭐가 그리 정직하다고. (웃음)
문 : 하하하, 나도 몰라. 하하, 제일 정직하고 제일 공격적인.. 내가 할 수 있는 한..

 

총 : 음.. 여태 모범생으로 살던 거 하고는 다르게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그러는 게 공격적으로 느꼈었나요?

 

문 :음.. 나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너는 늘 이래..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렇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그렇지도 않을 수 있을 텐데.. 내가 꼭 이래야만 하나.. 이런 생각. 그리고 많은 부담감.. 너는 집안 큰언니, 큰누나니까 네가 모범이 돼야 하고 부모님 앞에서 웃어야 하고 네가 이렇게 보답해드려야 하고.. 뭐 온갖 친척들도 아이고.. 우리 소리는 우리 소리는... 이런 것도..

 

총 : 부모 말 잘 듣고 정규코스를 잘 밟아온, 속 안 썩이는.. 어른스러운..
문 : 뭐 그냥 입 댈 것 하나 없고 손 댈 것 하나 없는… 이런 것들도 속으로 참 부담스럽고 싫었나 봐요.

 

총 :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문 : 많았는지도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총 : 부모한테 반항할 수도 없고.. 그런 억압된 에너지가 분출되거나 터져나갈 구멍이 필요했나 보죠?
문 : 음..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총 : 그래서 일단 복학해 학교를 빨리 끝냈다.. 그리고 또 다시 연극판으로 갔어요?

 

문 : 졸업하고 혼자 몰래 서울예전 연극과를 준비했어요. 그래가지고 시험을 봐서 합격을 했어요. 나는 왜 시험 운이 이리 좋지? 뭐 또 그냥 한 달 준비해서 합격을 했어요.(폭소)

 

총 : (웃음)무슨 과로?
문 : 연극과요.

 

총 : 그때는 그 결정으로… 이제 선생님은 멀어진 거네요?
문 : 네. 완전 포기하고.

 

총 : 그 결정적인 요인은 뭐에요. 하긴 유명한 사람들 보면 사실은 대부분 우연히 그 자리에 가게 되긴 하지만..

 

문 : 그러니까요. 아니 무슨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복선이 깔리거나 터닝 포인트가 있거나.. 살면서 그런 걸 아나요? 난 모르겠던데.

 

총 : 지금 지나서 생각해보면?
문 : 지금 생각해보면…

 

총 : "그때 맞아! 그 지점에서 내가 버스를 탔더라면". 뭐 그런 건 없어요?
문 : 음… 그런 건 없었어요. 가장 대단했던 건 그 첫 연극, <에쿠우스> 기억 밖에 없고요.

 

총 : 최민식씨한테 따져야 되는 거네?
문 : (웃음) 그럼 신구 선생님은? 이주은 선생님께? (웃음) 그리고 내가 공연을 하면서 또 워낙 공연 보러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로에… 고등학교 때 그 <에쿠우스> 본 이후로… 제일 가까운 극장이 거기였어요. 저기… 롯데월드 예술극장이었어요. 그때 롯데월드 예술극장이 있었고. 전속 뮤지컬 팀이 있었어요.

 

총 : 잠실 사셨구나.
문 : 예. 그래가지고 가까워서 뮤지컬 보러 진짜 자주 갔어요. 고3 때. 그래서 뮤지컬 다 봤어요. 그때. 어쨌든 그렇게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 거 만들어 보고 싶고 늘… 판소리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총 : 고등학교 때?
문 : 아니아니.. 대학교 때 실제로 배우기도 해보고. 클래식 공연도 보고. 공연 보는 게 되게 좋아했어요. 그런데 빠져 있는 거를. 영화극장은 좀.. 오히려.. 안 갔죠. 옛날에 피카디리며 단성사며 서울극장이며 좀 지저분했잖아요. 냄새도 나고 그런 데보다는, 작은 소극장이나 공연장. 뭐 그런 게 유일한 뭐라 그러나.. 내가 나이트를 다녀요? 뭐, 진짜 남자를 만나 잠을 잤나? (폭소) 내가 풀게 없었나 보다..

 

총 : 그랬으면 연기 안 했을 텐데. (폭소)
문 : 푸하하하하

 

문 : 더디어 가지고 좀 성장이..
총 : 이 모든 게 성장지체가 원인이구먼. (폭소)
문 : 푸하하하.

 

총 : 서울예전을 남들보다 나이 많을 때 갔네. 그게 몇 살이죠? 25살?
문 : 갔는데.....26살이죠. 26인데.

 

총 : 담배 한 대 줘요?
문 : 하나 주세요. 그 당시에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아, 이 부분에서 남자친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어요.

 

총 : 3번째 남자친구에요. 그럼?
문 : 에? 어떻게 아셨어요?

 

총 : 두 번은 등장했다가 사라졌잖아.. 한 번은 뽀뽀 한 번 하고 사라졌고, 두 번째는 극단 갔을 때 있었고.

 

문 : 음… 암튼 사귀었는데 이 사람이 늘 지지해주는 그런 편이었어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근데 저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했고.. 이런 걸 늘 다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총 : 그냥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구나.

 

문 : 응.. 그냥 뭐 해결되면 해결됐습니다. 뭐 이러는 스타일이에요. 서울예전 합격했다고 했더니 아.. 잘했다고, 뭐 해 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이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여섯 살 많았어요. 나 보다. 나는 당시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보기엔 전 아직 시작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서울예전 시험 본 걸 유일하게 안 사람이에요. 아무에게도 얘기 안 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어느 날, <씨네21>을.. 아, 그 사람이 영화를 좋아해요. 그 사람 때문에 극장 많이 다녔는데… 근데 그 사람이<씨네21>을 한 장 찢어왔어요. 중간에. 그게 <박하사탕> 오디션 광고였어요.

 
 

그 찢어온 한 장의 광고로 일은 시작된다. 




 
 
 

총 : 오.

 

문 : 남녀노소 불문, 신인기성 불문, 영화의 모든 캐스팅을 오디션으로 뽑겠다. 그리고 배우 아카데미도 같이 운영하겠다. 거기서 가능성 있는 배우들을 찾아내서. 그리고 이창동, 문성근, 명계남. 여균동 감독이었나.. 얼굴도 쫙 실리고 그걸 보면서 오디션을 한번 봐 보래요. 영화 괜찮았다고. 그래서 괜히 나한테 헛바람 넣지 말아라. 난 연극을 다시 천천히 공부하고 싶고 영화배우는 별루 생각도 없는 사람이니까.

 

총 : 영화배우 된다는 상상도 못했던 거죠?
문 : 못했죠, 전혀.
총 : 연극 정도?

 

문 : 제가 아직 이런 게 서툴러요.(담배 쥔 손을 바꾸며) 흡연을 한지 얼마 안 되서.
총 : 흡연을 한 게 다행이지. (웃음)

 

문 : 예. 그래서 안 한다고 했었는데.. 아주 우연히.. 결혼을 준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딱 영화를 시작할 때 그 친군 딱 결혼을 했는데.. 지금 애가 초등학생인데.. 그 친구가 집을 양재동에 얻고 가구가 들어오는 날인데 혼자 가구 받기 그렇잖아요. 아무 것도 없는 집에. 그래서 같이 가자 해서 갔는데 남자친구가 전화 와서는 너 안 가봤지? 원서 안 냈지?

 

그래서 안냈지~ 그랬는데 그 사람이 너는 나이가 많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없는데 무조건 내 말 안 들으려 하고 도움이 되는 얘기도 안 듣고.. 막 이러는 거예요. 막 우리 둘 사이 관계의 문제를 제기하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 심각한 얘긴지… 그냥... 아.. 알았어. 알았어. 이러면서 끊고..

 

총 : 그 남자 직업이 뭐였어요? 나이차를 계산하면 31살..

 

문 : 그 남자는 음반 쪽에…  근데 그러고 보니 원서를 내는 데가 그 친구 집에서 100미터에요. 음! 뱅뱅 사거리 근처에 영화사가 있었고. 그래서 바로 앞이더라고요, 보니까… 가구 다 받고 나서.. 7시 접수마감인가? 그랬는데 해가 질 무렵 순댓국 하나 먹고 야 잠깐만 이리 와봐라 그래서 문구점 가서 뭐 자기소개서 이런 거 쓰라는데, 자기소개서는 <뭐 이만 줄입니다> 뭐 이렇게 쓰고, 딴 친구 결혼식 때 찍은 하얀 정장 입은 사진이 다이어리에 있었어요. 

 

그거 붙여서 친구보고 야 잠깐 저기 들렸다 가자 해서, 그냥 잠깐 친구랑 들려서 접수 하고 왔어요. 갔더니 우리가 아는 배우들도 있고, 매니저들 왔다갔다 하고, 굉장히 컸어요. 원서접수 하는 데만도 큰 강당 같은 데였어요. 친구가 너 여기 왜 왔는데? 해서, 몰라 잠시 들렸어. 별거 아냐. 그리고 그냥 오디션 본 거에요. 오디션을 5차까지 하고 두 달에 걸쳐서 했는데 마지막까지 된 거죠.

 
 

역시 팔할이다. 친구 집이 뱅뱅 사거리만 아니었어도.  

 

진짜 그건 뭐 운명인지… 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2천 명이 왔다는데 그래서 한 번에 한 타이밍에 한 20명이 쫘악 들어갔다가 나오면, 열 시 타임 들어오세요.. 하면 들어가서 주어진 과제 연기하고 얘기하고.. 4차는 개인면접 이창동감독님하고..

 

총 : 뭐 물어봤어요?

 

문 : 뭐 별거 다 물어보셨어요. 저는 얌전하게 얼굴 빨개져서 얘기하고.. 크크크.. 그때 정말 될 지는 몰랐는데 되고 나서도 영화 찍는단 소리가 없는 거예요, 2~3월까지. 이제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해봤어요. 이창동 감독님한테… 제가 서울예전 다니는데....

 

그때 조감독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는 뭐라고 얘기 못 해주겠고 이 감독님한테 직접 전화를 해보래요. 그래서 번호를 받아서 어렵게 전화를 했는데 이 감독님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날 캐스팅하겠다고 했는데 주변에 반대가 너무 심해서 투자자랑 이쪽에서…

 

총 : 신인인데다가.

 

문 : 남자 신인은 이해한다. 설경구까지는. 근데 여자신인은 걔는 안 되겠다.. 해서 강원도로 도망가고 있었데요. 핑계 삼아. 근데 그때 제가 전화 드린 거예요. 잠깐 차 좀 세우고 그러더니 감독님이 확답은 못 주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 맘은 널 캐스팅하는 게 목표다.. 난 최선을 다해 볼 꺼고. 어쨌든 네가 다시 연극가로 가서 연극을 시작한다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다..

 

총 : 왜?
문 : 권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총 : 왜?

 

문 : 자세한 이유를 물어 볼만 한 능력도 안 되고 그런 관계도 아니었어요. 너무 어려웠고 무서웠기 때문에. 제가 근데 뭐 그냥 신뢰가 갔어요. 그냥 왠지, 그분이 선생님 같이 인자해 보이시고…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는 <박하사탕>을 못 찍는 거였어요. 그래서 알았다고… 그냥 학교 안가고 기다렸어요. 학교. 포기하고.

 

총 : 합격해놓고?

 

문 : 등록금도 냈는데 그래서 그건 제가 떼 써서 다시 받았어요. 그때 한창 IMF여서… 우리 아버지 도망가고 어머니가 대출받아 준 건데 흑흑.. 이러면서.(폭소)

 

총 : 또 쉰 거네? 얼마나 쉬었어요?
문 : 뭐 오디션 보고서는… 움.. 한달?
총 : 오디션 보고 한달. 오디션 정말 얼떨결에 됐네.

 

문 : 예. 정말 몰랐어요. 나중에 사람들이 워낙 물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되셨어요? 뭐 때문에 되신 것 같아요? 막 이러는데 나도 난처하고.. 제가 알아요, 그거를? 이렇게만 답했는데 그래서 어느 날 한참 세월이 지나서 나중에 감독님한테 물어봤어요. 어떻게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날 뽑을 생각을 하셨냐?

 

그러니까 처음 1차 때 봤을 때부터.. 우선 자기 말로 해야 하는데 다들 대사를 하고 있는데.. 넌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용이, 주어진 텍스트가 그거였어요. 자기 소개하는 건데 오디션에 와서 저는 몇 번 누구인데요..

 

그게 드라마 대사로 씌여져 있는거죠. 대사로. 누군데 아침에 나올 때 잘 차려 입고 나오니까 아버지께서 어디 회사 면접 보러 가냐고 물어보시는 데 차마 오디션 보러 간다고 말을 못하고 나왔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냥 저잖아요. 그거는.

 

진짜 아버지가 어디 가냐 그래서, 아니 그냥요.. 하면서 그냥 나왔거든요. 생전 안 그러던 애가 친구 원피스를 빌려 입고 나가니까.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 나왔어요. 아버지가 간암 말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걸 하다가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제가 말문이 딱 막혔어요. 진짜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날 뻔해서 진짜..

 

총 : 첫 오디션 때?
문 : 네. 첫 오디션 때

 

총 : 운도 좋아… (폭소)

 

문 : 하하하하, 그러니까요.. 운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대사가 멈춰서 전 떨어질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진짜 자기감정이고, 두 번째는 자기 말로, 그냥 자기 말로 소박하게 한 게 젤 인상적이었데요.

 

그리고 2차 땐가 뭐 시켰는데. 너무 좋아하는 선배한테 고백하는 건데, 그 선배는 씨씨에요. 내가 너무 친한 여자 선배랑… 내가 오랫동안 좋아하던.. 근데 대사는 다 똑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상황은 다 다른데. 아 밥 먹었었어? 닭도리탕 먹었는데.. 옛날 생각나더라.. 어떤 사람은 뭐 어떤 남자랑 불륜을 저지르고 와서 남편한테 전화해라.. 뭐 이런 걸 똑같은 대사로 저보고 그걸 하래요.

 

하는데 흰 티셔츠 입고 좀 파인 걸 입었어요. 그때 화장도 하지 말고 머리 다 묶고 오라 그랬어요. 근데 다 화장하고 머리 묶고 앞에서 크린징 티슈 나눠주고. (웃음) 근데 하는데 얼굴이 너무 시뻘게 진 거에요. 너어어무... 난 사실 남자한테 고백해 본 적도 없고, 그런 통화를 해본 적도 없어요. 너무 당황스럽고 그래서 시뻘게 졌는데 전 빨개지면 목까지 다 빨게져요, 제가… 아니 요즘 연기하는 애중에 진짜 저렇게 붉어지는 애가 있네..

 

총 : 운도 정말 좋아. (폭소)

 

문 : 하하하하, 그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데요. 그러더니 그냥.

 

총 : 연기를 훈련 받은 것도 아니고 떨어져도 뭐 그냥 해보자 부담 없이. 게다가 자기 상황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설정이 주어지거나, 그런 경험이 없어서 부끄럽기도 해서, 그때그때 감정이입이 무척 잘 된 거군요.

 

문 : 어, 그때는 그냥 푹 빠져서 했고… 이거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지도 않았어요. 그냥 진짜의 내가 팍팍 들어나는. 그리고 제가 지금도 좀 그런 편인데 포커페이스를 못해요. 잘 드러나요. 싫으면 싫은 거 좋으면 좋은 거 잘 드러나는 편이에요. 그때는 그냥  정말 무방비 상태였어요. 사회적 관계라는게 대학 선후배들 밖에. 그냥 너무 절친하고 좋은 사람들..

 

총 : 겸연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남사스럽고.

 

문 : 그런 것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그 오디션. 당신은 왜 영화를 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하고 여러 배우 감독들의 인터뷰, 사진을 담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창동 감독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냥 영화가 내 손을 잡고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뭐 이런 말이었나? 그게 너무 와 닿았어요. 내가 막 쫒아 다닌 것도 아닌 데 어느 날 그냥 내 손을 잡고 그냥 같이 스윽 온 것 같은..(웃음)

 

 

총 : 그 영화를 하고 변화가 뭐 였어요?
문 : 변화는 별루… 그 남자하고 헤어졌어요. 하하하하하(폭소 이어짐)

 

총 : 푸하하하하.. 왜?
문 : 별로 안 좋아했나봐요. 마음이 식었나봐요.

 

총 : 아... 왜?
문 : 그냥...

 

총 : 남녀관계가 일으키는 감정은 대체가 되는 감정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남녀관계는 사람을 변화시키잖아요.

 

문 : 맞아. 사람이 참 안 변하는데 사랑을 하게 되면 변하는 거 같아요. 사랑이 사람을...

 

총 : 근데 그 세 번째 사랑 후 변했어요?
문 : 변했겠죠. 한 번 한 번마다 좀. 그리고 연애를 열심히 하는 편이었어요. 최선을..

 

총 : 열심히? 구체적으로.
문 : 구체적으로 뭐… 그러니까..
총 : 매일매일 만나고..

 

문 : 아, 매일매일 만나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잘 해주려고 하고. 최선을 다해요. 그래서 연극 시작하고 나서도 헤어지고…

 

총 : 잘 못해주니까?
문 : 뭐 별로 그 사람 생각이 안 나니까. 하하하 봐도 썩 좋은 줄 모르겠고. 하하 그래서 헤어지는 거 아닌가?

 

총 : 하하.. 영화를 하고 나서도 그런 이유로?
문 : 예 예.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총 : 그러고 나서 <오아시스>까진 얼마나 걸렸죠?
문 : 2년 정도.
총 : 그럼 2년 동안은 어떻게 지냈어요?
문 : 단편영화 한 6편 찍었고요. 그냥 뭐 봉사활동도 하면서(웃음) 그냥 뭐... 힘들게 지냈죠.

 

총 : 그때까진 뭐 그렇게 유명하고 잘 나가는 배우도 아니고 개런티가 많았을 때도 아니니까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먹고 살기 위해 뭐라도 했어야 될 텐데.

 

문 : 아버지가 저한테 주신 카드가 있어요. 용돈 대신 그걸로 일정량 썼는데 할 수 없이… 정말 최소한의 돈만 쓸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때.. 집에 기댄 거죠. 엄마, 아버지는 나한테 어떻게 할 거냐? 이런 거 묻질 않았어요. 그러고 2년을 보냈으니 얼마나 맘 상하셨겠어요. 뭐를 하러 다니는 것 같은데 영화는 한편 찍었는데 앞으로 배우는 계속 할 건지 어쩔 건지..

 

아버지가 어떻게 아는 분 소개로 SBS 드라마 본부장인가 누군가를 만나보랬어요. 전 죽어도 안 간다 했는데. 근데 이미 얘기가 오고 갔대요. 그래서 가서 전 아직 드라마 할 생각도 없고, 준비가 안된 배우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오라고 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이러고 왔어요. 그러니까 애 속을 모르니까 굉장히 힘들어 하셨고..

 
 

준비 안된 배우라고 거절했단다.

 

총 : 그때부터 <오아시스>까지가 제일 힘들었겠네요?
문 : 그때가 제일 힘들었죠. 그때 제게 가장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총 : 그 중에 말할 수 있는 건? 말 할 수 없는 것 빼고.
문 : 하하.. 말할 수 있는 건… (웃음)
총 : 말할 수 없는 건 남녀관계인가..

 

문 : 아니 남녀관계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었고요. 그전에 저 연애 3번 했지만 그전 사람들은 별루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웃음)

 

총 : 하하하..
문 : 그 전에는 그냥 같이, 여가시간 같이 보내고 그런 게 재밌게 느껴졌던 거지 너무너무 사랑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안 되는 거더라고요. 그때 만났고, 어.. 그때 되게...

 

총 : 얼마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문 : 헤어졌어요. 암튼 한.. 6~7년 됐나? 6~7년 넘었다.

 

총 : 6~7년 정도, 그럼 헤어진지도 별루 안됐네요.
문 : 예.
총 : 그럼 지대한 영향을 받았겠군요. 그 사람한테.

 

문 : 그 사람한테는 감사한 게 참 많죠. 영화 하는 사람이어서 영화에 대해 많이 배웠고.(웃음) 그리고 나한테 영화에 대해 소질이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열심히 기를 쓰고 하게 해준. (웃음) 연기를 열심히 하게 해준 사람이기도 하고.

 

딴 : 근데 왜? 하긴 나이가 먹으면 헤어진다기보다, 끝나는 거죠. 그냥 스르르..
문 : 글쎄요.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총 : 음... 그럼 어른이 된 거네. 그 사람 만나서.

 

문 : 진짜 그랬나봐요. <박하사탕> 찍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신연령이 20~21살이었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 영화를 봐도 그때 제 모습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순간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요.

 

총 : 그러면, 그럼 실질적인 첫사랑을.. 어른의 사랑을 만난 게 그때... 뭐 애들의 사랑은 사랑이라 그러면 안 되지.. (웃음)

 

문 : (웃음) 만남.
총 : 만남. 하하하. 그리고 나서 영화를 찍은 거네요?
문 : 예.

 

총 : 그 영화. <오아시스>. 개인적으로는 저 <오아시스> 싫어해요.
문 : <오아시스>? 예,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총 : 개인적으로 뭐랄까..날 나쁜 놈으로 만드는 영화라고 할까, 하하..

 

문 : 근데 이창동 감독님은 작업을 할 때 배우한테 그런 고통을 주시는데.. 뒷덜미 딱 잡고. 야, 이게 똑바로 봐 이게 너야 이게 너야 너. 한 번 딴 사람 되고 싶지? 아냐 이게 너야. 똑바로 봐 인정해. 이런 식의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 아니에요 전 안 그럴 수  있어요 그러면서 억지로 끝내고 나면.. 아, 이게 나구나 인정해요. 인정하고 넘어가야되요. 뭐 그런 고통을 주는 작업방식이 있어요.

 

 

총 : 그런 말을 하니까.. 원래 사람들은 자기를 속이잖아요. 실제 자기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하고는 간극이 있잖아요.

 

문 : 옛날에.. 정치경제시간인가? 불어 잘 하세요? 무꼬메뜨루 메꼬메뜨루 이런 단어를 말씀하시면서. 정확하지 않아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나는, 나를 이해하다.. 이런 건데 메로 쓰이면... 오해하다 라는 뜻으로 쓰인대요. 그 단어는. 그때 선생님이 그랬어요.

 

우리가 살면서 자신을 얼마나 오해하는지 모른다. 매스미디어나 여러 가지 것들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면서 사는 경향이 있다.. 뭐 이런 말씀을 그때는 이해도 못하고 그냥 들었어요. 중요한 말 같았어요. 근데 정말 그 말이 제가 <박하사탕> 작업하고 <오아시스> 작업하면서도 이창동 감독님도 그런 말씀 많이 하시고..

 

그러니까 기어이 자기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인정하고 들어가보고 나와야 그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겪게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진짜 난 너무나 밝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긍정적이고, 콤플렉스도 없고,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그래도 남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줄도 알고 이런 사람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뭐 교회 다니는 청소년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웃음) 영화를 시작하고 정말, 아... 내가 이런 애구나. 나한테 이런 면도 있구나. 내가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이런 데서 나온 거였구나.. 하는 걸 많이 알게 됐죠. 

 

딴 : 근데 자기를 아.. 내가 이런 애구나.. 하는 걸 그냥 아는 거 하고, 아.. 내가 이런 애인 걸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하곤 다르잖아요. 내 안에서 갈등도 일으키지 않고. 내가 천사도 아니고 착하지도 않고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야비한 면도 있고 사기도 치고... 그런 사람이라는 걸 갈등 느껴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실망도 않고..

 

문 : 그건 너무 무서운거다. (웃음)
총 : 그러지는 않고?
문 : 그러지는 않고... 그래도 더 괜찮은 인간이 되려고..
총 : 노력하는 쪽으로?
문 : 그래야 되지 않나?

 

총 : 하하..

 

문 : 아니 뭐 그냥 몰라~ 한평생 놀다 가자~ 술이나 먹고 그냥 배굶는 거 걱정 안하고 난 짧게라도 놀다 갈래... 그러면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때. 그렇지 않고 그래도 뭐 좀 만들어 보려고 하고 뭐를 좀 배워보려고 하고 생각을 해보려고 하면 그래도 조금 더.. 내가 지금 많이 모자란 인간이지만 조금 더 괜찮아 질려고 생각을..

 

총 : 좋은 사람이 아닌 나를 있는 그대로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

 

문 : 아니 뭐 그런 지점이 있어요. 저는 진짜... 집안에서는 참 성격 좋은 아이였거든요? 지금은 영화판에서 성깔 있단 얘기도 많이 듣고. 와 걔 장난 아니더라~. 이런 소리도 많이 들어요.

 

총 : 왜? 뭘 어쨌는데.

 

문 : 몰라요. 별루 큰 건 안하고 그냥 열심히 했는데.(웃음) 한때는 너무 예민한 게 싫어서 굉장히 털털한 척 하고. 예민하지 않은 척, 무딘 척 하고 막 내가 터프한 척 하고 이런 적도 있었는데, 한때는.. 뭐 이젠 예민한 거 받아들여요.

 

총 : <오아시스> 이후로는 변했잖아요. 굉장히 널리 인지되고 상도 받고.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거고. 갑자기 한꺼번에 유명해지면 혼란스럽잖아. 내가 그렇게 잘났는지도... 착각 들기도 하고. 혹은 그게 아닌 걸 들킬까봐 겁나고.

 

문 : 내가 그렇게 착각하고 정신 못차릴까봐 가장 걱정했던 사람이 이창동 감독님이에요.
총 : 하하하

 

문 : 그분은 내가 그렇게 못되게 원천봉쇄를 했어요. 너 이거하면 끝이야. 다음 작품 못해. 한국영화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지 아니? 장애인 역할 이런 거 하고 나서. 아이고, 아무도 안 찾아 줄 거야. 너. 그 전에 <박하사탕> 때보다 더 안 찾아 줄 거야. 이제는. 맡길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랬어요. 아 끝이구나 이제는...

 

총 : 근데 왜 그 배역 받아들였어요?

 

문 : 모르겠어요. 오기였는지 뭐였는지... 그냥. 어쨌든.. 저 중간에 못하겠다고 도망가고 막 그랬어요. 감독님이 잡으러 오고 오지혜 선배가 데리고 와서 혼내고. 막 그랬어요. (웃음) 근데 뭐 받아들인 거죠. 내 운명이 그러면 두 작품 좋은 작품 하고 관둡시다. 그리고 설마 입에 거미줄 치고 살겠어요? 학원 선생 하며 살면 되지? 그리고 그냥 한 거고. (웃음) 그래서 이 작품이 상을 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50만을 할까.. 100만 넘었거든요? 꿈도 못 꿨어요.

 

베니스 상 탄 것도 꿈에도 생각 못하던 거였어요. 어쨌든 상을 탔어요. 집에 왔어요. 공항에 내렸는데 무슨 이거 뭐 귀순용사 반기듯 막 플랜카드 들고 있고. 막 이제. 아..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서 딱 가서 상을 싸서 침대 밑에 넣어 버리고 우리 엄마 아버지에게, 절대 내가 상 탔다고 누구한테 한 턱 내고 주위에 한턱내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냅시다..

 
 

침대 밑에 넣어 버렸단다.

 

총 : 그렇게 하게 된 것도 감독님 때문인가요?
문 : 예. 영향이 크죠.
총 : 운이 좋다..

 

문 :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띄워주지만, 한순간에 땅바닥에 떨어지고 대가리 깨지고 피 흘리는 건 너야. 그땐 아무도 옆에 없어. 이런 말을 누누이 들었어요. 근데 훈장도 준데요. 나라에서.. 무슨 춘사관 개관 기념으로. 우리 아버지 또 딸내미 훈장 받는다니까 얼마나 자랑하고 싶으셨겠어요. 절대 못 오게 했어요.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절대 오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오지 말라고 그랬다고 얼마나 서운해 하셨는지..

 

딴 : 그건 자기가 잘못했다. 왜 자기만 생각해? (웃음)
문 : 제가 유난을 좀 떨었죠. 정말.. 내일 모레면 나는 그냥 상 받았어. 워워(박수) 이러고 끝일 수도 있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바람난 가족>이란 영화, 그런 영화를 할 수 있을 지도 생각 못했고..

 

총 : 오히려 무서워했네요?
문 : 굉장히 무서웠죠. 예, 겁이 많아요. 저.

 

총 : 오히려 그런 상을 받아서 더 큰 추락이 될까봐. 상처 받거나. 그래서 아무 일 없던 듯이 묻어두고 꼭 누르고 갈려고 했던 거네요? 무서워서?

 

문 : 예. 그랬나봐요.
총 : 그러고 나서 <바람난 가족>이었나요? 이건 또 얼마죠? 관객이?

 

문 : 크으. 관객은 얼마 안되요. 베니스 가기 전에. 8월에. 9월인가? 그 쯤에 시나리오를 받았고, (그 뒤) 감독님 전화가 왔는데.. 아, 저희가 좀 인지도 있는 스타랑 이번에는 좀 해야될 것 같습니다.. 먼저 그러더라고요. 제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그 작품에 대해서 그 쪽에서 먼저.

 

임상수 감독님이 직접 시사회 와서 시나리오도 주시고 그랬는데, 저도 그 작품에 대해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아, 예 알겠습니다.. 그랬어요. 그리고 그냥 그렇게 전활 끊었는데 10월 말인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급히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분이 못하시게 됐다고 나보고 하자 그러더라고요. 그때 다시 고민하게 됐죠.

 

총 : 그게 김혜수씨 였죠?
문 : 예.

 

총 : 참 운도 좋아.
문 : 참 운도 좋아..

 

총 : 김혜수는 운도 없고. 그 <바람난 가족>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환데. 그 영화 굉장히 잘한 거 같아요. 물론 <오아시스>도 덕분에 존재감 생기고 누가 뭐래도 상도 받고. 이젠 배우라고 불러줘야 마땅한 사람이 됐지만, <오아시스>의 장애인연기 얼마나 힘들게 해냈어? 이런 게 아니라, 그야말로 배우로 인정받게 된 건 그 영화 이후 아닌가요? 야, 연기 잘한다.. 이런 거. 그러니까 <오아시스>는 뭐라 할까. 서커스.. 같은 느낌이 난 있었어요. 파하..

 

문 : 서커스가 얼마나 어려운건데요!! (웃음)
총 : 아 고난도 아크로바틱. 하하. 이건 정말 상을 줘야해. 그 노고에 대한 치하.. 이런 거였다면, (<바람난 가족>은) 아 정말 연기 잘하는구나……. 이거.

 

문 ; 근데 <오아시스>가 없었으면.
총 :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문 : <오아시스>를 안 하고 그 연기를 했다면 아마 그 판단도 유보됐었을 거예요.

 

총 : 되게 운이 좋아요 그죠? 앞의 세 개 영화가 모두.
문 : 참. 굉장히.

 

총 : 그 영화 이후로. <바람난 가족> 이후로 주연급이 된 거죠?
문 : 그죠.

 

총 : 그러고 나서 영화가 많이 쏟아졌나요?
문 : 그렇게 많이 쏟아지지 않았어요.

 

총 : 많이 쏟아 지진 않았어요? (웃음)
문 : 그 이후 찍은 영화가 송강호선배님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였으니까. 조연으로.

 

총 : 그러고 나서 이번에 이 영환가요?

 

문 : 아뇨. 그 전에도 <사과>란 영화가 있어요. 아직 개봉을 안 했어요. 김태우 선배랑 한 거. 그리고 <사랑해 말순씨>라고, 효자동이발소에 만난 이재웅이라는 어린 아이의 엄마로 나온 박흥식 감독의 영화 또 하나 있고. 이번에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에요.

 

총 :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면.. 잠깐만. 전 사실 재밌게 보진 않았어요. 내가 기준도 아니고 표준도 아니지만. 음... 이건 감독한테 할 얘기지만 보고 나서 느낀 건 음 이건 위선에 관한 이야기구나. 위선..

 

문 : 위선..

 

총 : 근데 영화화된 위선의 총량이 너무 적다.. 혹은 위선의 총량이 적더라도 그걸 제대로 표현할 만큼 섬세하지 못하다.
문 : (귓속말 하듯) 맞아요.

 

총 : 혹은 섬세한 부분도 있으나 감독이 혼자 말한다.
문 : 되게 개인적이죠?

 

총 : 그러니까 밤에 연애편지 쓰면 자기만 알아듣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자리 저는 부분 보고 저건 감독이 페티시가 있나보다.. 자리 저는 여자한테.. 이런 생각했는데.. 근데 그건 자기한테만 중요하잖아요. (웃음) 기자시사회 때 썰렁하다가 대박 난 영화도 많지만.. 아 이건 흥행하기 힘들겠다.. 그리고 감독이 좀 어린 듯 하다..

 

문 : 실제 나이가 어려요.
총 : 뭐 물리적 나이 떠나서 저 양반은 좀 어린 것 같다.. 자긴 저런 게 대단한가보다. 저런 위선 정도는 실제 살다보면 뭐 조또 아닌데.. 그런 생각하면서 봤는데. 그러고 나서 문소리씨 인터뷰하는 것도 봤는데 무슨 느낌을 받았냐면 아.. 감독 스스로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분명히 잡고 있지 못하구나.. 그래서 문소리씨가 영화를 찍으며 그 캐릭터를 만들어 갔구나.

 

문 : 크으.

 

총 : 배우는 순간순간 그 장면 속에서 자기를 만들어 내는 거지만 감독은 처음부터 일관된 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문 : 음..

 

총 : 그런데 난 인물이 일관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여하간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이제 영화를 고르는 기준도 생겨나고 초반 세 번 너무 운도 좋았어. 덕분에 배우도 됐어. 근데 한번 삐끗하면 안되는 게 영화판이잖아요? 그러니까 영화를 고를 때 배우들이 자기들만의 기준들을 만들어 가잖아요. 그래도 역시 운도 있어야 하지만. 영화를 뭘로 골라요?

 

문 : 한 가지 기준으로 평생 영화를 고르지는 않겠죠? 그리고 그 기준도 변하겠고? 그런데 제가 <사과> 때부터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도쿄필름엑스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그게 되게 영향을 많이 미쳤을 수도 있는데, 너무 한국 영화가 다 똑같은 거예요. 시나리오도 똑같고, 캐릭터도 비슷하고. 그래서 좀 새롭고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가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한다고 해서 뭐 그런 다고 해서 죽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제 생각에.

 

완전히 외면당할까? 모르겠어요. 근거 없는 낙관론일 수도 있지만 아니 뭐 내가 그래 지금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고... 오히려 이럴 때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 가까이 된다는데 제가 지금까지 20억짜리 넘은 게 <효자동 이발사> 밖에 없거든요? 그것도 조연이었고. 지금까지 <사과>랑 <..말순씨>, <여교수..> 전부다 17억, 18억 저예산 영화들이에요.

 

그리고 <사과>나 <여교수..>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었고, 신생제작사 작품이라서 들어가기도 어려웠고. 어쨌든 별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독특한 캐릭터라 거나 흥행하기 어려운. <..말순씨>도 성장영화라고 해서 될 영화가 아니었어요. 한국에 그런 성장영화도 없었고. 한국영화에서 그런 아이가 나오는 어중간한 성장에 대한 영화가 잘 되지 않으니까. 근데 좀 그런 다양한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총 : 근데 그건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생각하는거잖아?
문 : 여기가 내 직장이에요.

 

총 : 그러니까 그건 좀 운동가적인 마인든데.
문 : 푸하하하하하 (폭소)

 

총 : 내가! 어떻게 돋보이고 어떻게 잘 살아남나 보다..
문 : 나 혼자서 살아 남을만한 밑천이 없어요. 물론 내가 그런 미모를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한국영화가 잘 돼야 제가 살아 남을 수 있는거구요.

 

총 : 그걸 자기가 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걸 왜 자기가 해야 하는 거죠?

 

문 : 전 태생이 다르잖아요. 제가 뭐 이미지를 청순 발랄 상큼으로 뭘 만들어서 나온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는 뭐 쓰여진 거잖아요.

 

총 : 사람이 험블 하네. 허허..
문 : 험블이요?  제가 홀리 하단 소린 들어봤어도(웃음).
총 : 자기 욕심은 어디서 챙겨요? 그럼.

 

문 : 그건 제가 또 알아서 하면 되죠. 그 작품 안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으면. 그러면서 저는 다음 작품 하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나씩만 할 수 있어도 그러면 몇 년 할 수 있잖아요. 모르겠어요. 주위에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 많지만 전 그런 사람들보다 엄청 많이 버는 거에요. 더 뭐 성공해서 CF 하고 한류스타.. 전혀 안 바래요, 저는. 지금 버는 거 만큼 몇 년만 더 벌어도, 아마 제가 교육학과 나와서 평생 버는 돈 넘어설 거예요. 아마.

 

총 : 그럼 영화판이 직장이고 영화를 찍는 게 내 직업, 생활이다. 그렇게 영화를 바라보는 거에요? 내가 영화가 직업이라고 말한 사람은 최민식씨 빼곤 본 적이 없는데.. 예를 들어 정반대의 최민수같은 사람도 있잖아.(웃음) 그 분은 무대에서 안 내려오잖아.(폭소)

 

문 : 그분은 종교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이시는 것 같은.(웃음)

 

총 : 일상에서도 무대에서 안내려오시잖아.. 어쩜 그러는지 몰라.(폭소) 근데 그 간격이 어마어마하단 말이죠. 최민식과 최민수는. 자기는 왜 최민식이 됐냐는 거죠.

 

문 : 뭐 그분을 보고 연기를 시작해서 그렇게 됐나.(웃음) 뭐 그냥 저는 주변에서 그런 분들만 만나서 보고 들은 게 그거라..

 

총 : 영향을 받았다.. 부채의식 있어요? 혹시?

 

문 : 있죠. 있어요. 이창동 감독님이 그러셨다니까요. 한국영화 너 안 받아줘.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냐. 야, <박하사탕> 너 캐스팅 하는데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반대를 하고. 근데 과감히 날 믿어주고 캐스팅 했고 같이 이겨내자고 했던 때가 있었죠. 저도 그래서 과감하게 신인감독들이랑 일할 수 있었던 거고..

 

 
 

부채의식 있단다.

 

총 : 사람이 유명해지면 실제 자기를 유지하기 쉽지 않잖아요.

 

문 : <박하사탕> 제작발표회를 했어요.. 동숭동 동숭아트센타였나? 1층 식당이 있었어요. 레스토랑 같은 거 빌려서 제작발표회를 하는데 이창동 감독님 두 번째 작품이니까 온갖 영화인들이 다 왔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는데.. 그때는 다 왔었어요. 앞에 큰 펍을 빌려가지고 제일 큰 펍을 빌려서 뒷풀이를 했어요. 온갖 영화인들이 누구 캐스팅 했나 보러 오고.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총 : 쥐뿔도 모른다고 하죠. 그때를.
문 : 정말 신생아. 앉아 있는데 화장도 혼자 촌스럽게 하고.

 

총 : 하하하..
문 : 메이컵실 가서 화장 받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데.. 소돔과 고모라에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어요.

 

총 :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웃음)

 

문 : 아니 진짜 악마로 보였어요. 술 먹는 것도. 저는 그때 양주도 처음 먹어봤고요. 데낄라 막 불 붙여 먹고. 하하.. 불 붙여서 술 돌리고 막 어떤 여배우 손잡고 어떤 사람은 야 함 보자! 단추하나 풀어 봐~ 막 이러고.. 어쩜 그런 것들만 보였는지 몰라요.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내가 잘못 왔는 지도 몰라.. 올 곳이 아닌가봐..

 

총 : 악마라..

 

문 : 잘못 들어온 걸지도 몰라, 못 살아날지도 몰라.. 막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앉아 있는데 이창동 감독님이 오시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소리야, 지금 네가 갖고 있는 베이스 생각과 느낌들, 원래 니 안에 있는 것들이 틀린 거 아냐. 그게 다 맞아.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네? 그냥 조금 더 하다보면 조금 더 유연해지고 저 사람들도 저게 다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너도 대처하는 방법도 생길 거고. 그렇지만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맞는 거고 소중한 거니까 의심하거나 건드리지 말아라. 이런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탁탁탁 나는 거예요. 그 기쁜 날. 그 얘길 듣는 순간.

 

총 : 음.. 영향을 많이 미쳤네요.
문 : 많이 미쳤죠. 그분은 아버지라고 해도 되요. 정말.

 

총 : 음.

 

문 : 그래서 늘 내가 어떤 거에 홀려 정신 못 차릴까봐. (웃음) 내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게 정말 소중한 거고 그게 정말 중요한 거라는 이야길 지금도 가끔 하시고. 내가 연극하면서 느낀 걸 말하면 네가 지금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건 아직 괜찮다는 거야. 너는 아직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것은 아니란 거다. 더 살 수 있다는 거야.. 이런 말씀 하시거든요. (웃음)

 

모든 촬영 크랭크 업하고, 영화 쫑 촬영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몇 십 명과 몇 달 동안 늘 같이 생활하다가 어느 날 눈을 딱 떠서 아침에 촬영장 안 가도 되지. 이러면서 다시 자요. 일어나면 오후 한 3~4시 되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아무 것도 없어요. 매니저도 전화도 안 하죠. 그냥 낮잠만 자다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냥 엄마랑 집에서 밥 먹고.. 청소했다가.. 그냥 문소리가 어땠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또 생각을 하죠. 그러면 그때부터 또 고민 들어가거든요. 하하.. 아, 뭘 해서 먹고 살까.. 히히.. 제 친구들이 제 취미가 번뇌하기라고 하거든요. 제가 옛날에 아파트에 살았는데 108동에 살았거든요. 참~ 너는 동호수도 잘 골랐다. 딱 맞게 골랐어.(웃음) 이걸 공부해서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나.. 유학을 갈까..

 

총 : 연기하는 건 남사스럽지 않아요?
문 : 홍보하는 건 남사스러워요. 연기할 때는 남사스러운 생각 전혀 안드는데. 다 끝나고 홍보하고 포스터 붙일 때 남사스럽죠.

 

총 : 연기 속의 나랑 실제 나랑 혼란스럽진 않죠?
문 : 없어요.
총 : 영화 찍을 때는?
문 : 찍을 때는 가끔 헷갈리려고 노력하죠. 더 헷갈릴려고.

 

총 : 예를 들어 <여교수..>는?

 

문 : <여교수..>는(웃음) 최고의 제품 구입해서 버블 목욕하고... 진짜 향수 안 뿌리거든요? 평생 안 뿌리는데 향수 한 번 뿌려보고.. 흐흐 리조트를 빌려줬어요. 리조트에서 딱 앉아서 시상을 떠올렸죠. 미친거죠. (폭소)

 

총 : 일부러.
문 : 그렇게 한 번씩 해보는 거죠. 노는 거예요. 그렇게 놀다보면 작품에 도움이 되니까. 빠지기보다 그런 식으로 한 번 해보는거죠. 이런 느낌은 어떨까? 이러면 어떨까? 이렇게 하다보면 더 생각이 나는 거니까.

 

총 : 이제 그 긴 연애는 끝나고 그 다음 연애를 못하고 있는 상태인가요?
문 : 올해 할 거에요. 올해 목표가 "일단 만나봐" 에요. 푸하하..

 

총 : 자기를 흥분시키는, 자극하는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 그런데 너무 길다, 첫 사랑이 6년이면. 그 사람이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겠다.

 

문 :그죠? 나를 흥분시키는 남자, 자극하는 남자, 멋진 남자.. 계속 한 사람 밖에 안 떠올라요. (웃음)

 

총 : 왜 끝났어요? 모든 사랑이 끝나는 이유야 다 비슷하지만.. 관계의 생명이 다해서? 아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문 : 생명이 다 해서 끝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들을 이겨낼 만한 의지가 약해진 건가.. 사랑이 약해진 건가.. 모르겠어요.

 

총 :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는데?
문 : 아니에요, 없어요. 그런 이상한 감정.

 

총 : 음. 들키면 안 되는 거구나.(폭소)
문 : 하하하하.. 아니에요.

 

총 : 그럼 유형은.
문 : 유형? 좋아하는 사람이요?

 

총 : 우리 인터뷰는 사실 보통 이런 거 안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문소리를,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니까.
문 : 그죠? 잘 몰라요.

 

총 : 자기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려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꺼리가 보도자료로 뿌려지지도 않고.

 

문 : 제가 매니저가 없었어요.
총 : 최근까지도?

 

문 : 한.. 회사 들어간 지 1년 됐나?
총 : 아, 그래서 마케팅이 없었던 건가요?

 

문 : 그런 마케팅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 거 안 한다..(웃음)
총 : 그건 잘 한 거 같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문소리는 누구냐.. 우리 인터뷰는 이제 그걸 알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누가 땡겨요?

 

문 : 글쎄 누가 땡기지?
총 : 영화배우 중에 예를 들면.
문 : 배우 중에? 진짜 없어요. 끼 있는 남자 별로 안 좋아해요.
총 : 그럼 유명인들 중에.

 

문 : 유명인들..? 박지성 좋아해요. 하하하하.
총 : 박지성은 나도 좋아하는데... 박지성은... 박지성으로 좋아하는 거고.(웃음)

 

문 : 아니 남자로서도 좋아해요. 하하하, 제가 보기엔 능력 있고 멋있어요. 근데 그걸 잘 드러내지 않아요. 오히려 좀 쑥스러워 하고 드러내기를.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전에 애인이 그랬어요..

 

총 : 결국 전 애인 이야기네. 멋진 남자가 그 남자 한명 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문 : 그렇게 막 심장이 떨리고 정신을 잃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데 너무 마음이 떨려서 말이 안 나오고..그랬던 건 그 사람밖에 없었어요.

 

총 : 초창기 때 그렇겠지.
문 : 아니요. 7년째에도 그랬어요.

 

총 : 7년째에도? 자주 안 만났나 보다. (박장대소)
문 : 맞아요 맞아. 자주 안 만났어요. (박장대소)

 

총 : 음 감독들 얘기 해봅시다. 어떤 사람들이다..

 

문 : 진짜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깜깜한 터널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옛날에 그런 얘기 했었어요. 이창동 감독님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슝슝 지나가는 감독들은 음.. 사악해요.

 

총 : 히하하 어떤 면에서? 배우를 쥐어짜서 뽑아내는 게?

 

문 : 이기적이고. 그런 생각을 해요. 영화를 하다보면 내가 전생에 감독들에게 뭔 죄를 많이 졌나? 이렇게 퍼다줘야 하나.

 

총 : 내 안에 있는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내서?

 

문 : 그런 감독들도 있죠. 정말. 왜냐면 나한테 해답은 그 사이에서 생기기 때문에. 나 혼자서 아무리 이걸 꺼야.. 해봐야 감독이 그 사람이 아닌데? 이러면 끝이에요. 정답을 주던 안 주던.. 안주면 안주는 대로 시나리오와 감독 사이에서 뭔가를 찾아내야 하는 거니까 계속. 나빠요. 감독들은..

 
 

이 대목서 가게 끝날 시간 됐다는 테클.

 

총 : 아직 반도 안 했는데. 약속 다시 잡죠.
문 : 네.

 

총 : 그런데 왜 헤어졌어요? (폭소)
문 : 진짜 집요하시다. (웃음) 참.. 너무너무 사랑해서 헤어졌어요!! 됐냐요?

 
 

며칠 후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너뷰] 배우, 문소리를 만나다 1부 끝.

 

 

딴지총수(chongsu1@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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