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뷰] 배우, 문소리를 만나다 -첫만남 2006.4.28. (금)
여배우 시리즈 그 두 번째. 문소리. 그녀는 그 이전 대한민국에 없던 유형의 여배우다. 그녀는 젊은 여배우다. 그런데 온 몸이 뒤틀린 장애인 연기로 주연을 시작한다. 다음은 고삐리와 바람난 주부. 당대의 여배우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민노당 당원이다. 모든 공식이 깨졌다. 그녀는 대체, 누군가.
총 : 연극은 몇 시에 끝나요? 총 : 그러면 한 시간 반쯤 인터뷰를 이미 하고 오셨네요? 진이 빠지셨겠네. 문 : 방송팀 하나랑요, 일본에서 온 일본 방송 하나랑... 일본 방송은 또 통역을 해야 되니까 시간이 더 걸리죠. 또 연극은 노메이크업이에요. 연극에서도 이 티 입고 그냥 가디건 하나 걸치고 메이크업 안 하고 머리 그냥 틀어 올리고 그냥 그래서 약간 단장하느라 또 시간이 걸렸었어요. 지웠다가 다시 했다가 지웠다가 다시 했다가. 매일 이게 뭔짓인가 모르겠네.(웃음) 총 : 영화 때문에? 총 : 저희 인터뷰 보신 적 없죠? 총 : 뭐 보셨어요? 문 : 그 헤어스타일 오래 되셨어요? 총 : 저희가 인터뷰를 할 때 왜 하는지부터 설명하는데, 영화 때문은 아니구요.. 영화는 봤어요. 총 : 대한극장에서… 총 : 그러니까요.(웃음) 그럴 듯하게 말하면, 정치색을 가진 최초의 영화배우다.. 총 : 혹은, 정치색을 드러낸 최초의 배우다. 혹은, 정치색을 가지거나 드러냈는데 그걸 뒷받침할만한 지적능력도 있는.. 있어 보이는! (웃음) 문 : 있어 보이는~ 총 : 하하 그 이전에 비교할 만한 유형이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엔. 외국엔 수잔서랜던 + 메릴 스트립. 좋잖아요? (웃음) 총 : 하여튼, 그런 거 같다... 저희가 배우 인터뷰는 잘 안 해요. 어..잘 모르기도 하고. 근데 윤여정씨 이후 찾았죠. 누굴 해야 하나. 예뻐야 할텐데. (웃음) 근데 스크린 쿼터 1인 시위하실 때 봤어요. 길 지나가다. 우연히. 그래서 어… 저 사람 한번 해봐야겠다. 마침 영화도 개봉하니까 섭외도 쉬울 것 같고. (웃음) 문 : 할 때 몰아서 해야죠. (웃음) 문 : 제가 이건 영화홍보 때문에 하는 인터뷰 아니라는 건 알아요. 제가 근데 영화홍보기간이 아니면 인터뷰를 안 해요. 총 : 그런 것 같더군요. 총 : 인터뷰 하고 나면 남사스럽잖아요. 문 : (피식) 뭐 이렇게 내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야 하는 것 자체가… 배우는 연기하면 됐지. 총 : 그 인터뷰한 결과가 자기도 아니고. 문 : 그렇죠. 그죠. 이창동감독님이랑 예전에, 제가 인터뷰 한창 하고 오면은 "어떻게 오늘 사기는 어때?" 하면 "아니 뭐… 잘 쳤죠 뭐"(웃음) 이런 대화 하는데 사실 아무리 진실을 전달하려고 해도 어떻게 전달될 지 잘 모르겠고 그 쪽도 진실을 원하지 않아요. 총 : 우린 진실을 원해요. (웃음) 우린 최대한의 진실을 원해요. 네. 총 : 그래서 딴지인터뷰를 해야 하죠.
문 : 물론 다른 인터뷰도 거짓되지 않게 할려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힘들죠. 차라리 거짓말로 하자면 뭐… 쉽겠죠. 근데.. 모르겠어요. 그냥 제의가 들어오셨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총 : 윤여정씨나 임상수 감독 딴지 인터뷰는 어땠어요. 문 : (웃음) 재밌더라고요. 근데 임상수 감독은 술을 좀 많이 드셨구나…라고 생각돼서 나는 과음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으로 왔는데. (웃음)
총 : 우린 배우를 인터뷰 한다기 보단 사람을 인터뷰 하거든요. 근데 본인이 연기를 하기 전에 연기를 할 징후가 보이는 삶을 사신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죠? 우린 또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어디서 태어나셨어요? 문 : 부산이요. 총 : 제가 또 부산에서 살다가. 중학교 때까지 살다가 올라왔는 데. 부산 어디서 사셨어요? 문 : 아 그러셨어요? (웃음) 저기...저기 평지 수원지 쪽 옆에. 문 : 어..서면에서 더 저쪽으로. 문 : 아뇨. 아뇨. 부산 진구 인데요. 어린이 대공원 있는데. 문 : 범어사 알죠. 범어사 거기 묘지 있는데… 문 : 거기 우리 할아버지 가 계신데... 문 : 예, 잘했어요. 참..(웃움) 총 : 그럼 부산에서 국민학교 다니다가 언제 올라왔다고요? 서울에? 총 : 왜? 왜 올라왔어요. 총 :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이 부도가 났다던지, 보증 때문에? 총 : 야반도주? 음허허 총 : 아버님이 사업을 하셨어요? 총 : 제가 어디서 보니까 포장마차도 하셨다고… 총 : (웃음) 그럼 그때 어렸을 때 아니에요? 중학교? 문 : 근데 저는 학교에서 제가 되게 부잣집 딸인 줄 알았어요.(웃음) 문 : 그게(웃음), 전 도시락도 엄마가 참 정성스럽게 싸주셨고. 도시락 딱 열어보면 알잖아요. 문 : 어머 정말요? 문 : (웃음) 멋있으시네요. 어머니. 총 : 이런 얘기 하면 남다른 교육철학 있으신가...들 하더군요. 그게 아니라 도시락 싸기 귀찮아서. (웃음) 문 : 저희 아버지는 진짜, 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있으면.. 문 : 저한테. 아들 있는데 아들 안주고요. 문 : 예. 사나이는 아무거나 먹어! 사나이는 아무거나 해도 돼.. 이런 주의 였어요. 나 태어날 때 제 이름도 그래서 소린데요. 음.. 그게 제가 태어날 때 미숙아였어요. 큰 병원에서 진짜 난산으로 엄마 돌아가실 뻔하고 그랬어요. 총 : 근데 왜 이름을 소리로? 문 : 제가 양가 집안의 첫 아이에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 문씨 집안과 오얏리씨 집안에서 중간에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작을 소자를 넣어서 문소리라고 한 거예요. 총 : 리는? 총 : 아~ 총 : 진짜 배우를 떠올리셨네요? 총 : 그럼 다시 6학년 때로 돌아와서.. 그 나이면 집이 어렵다는 건 아는 나이잖아요. 문 : 저는 장녀고 집에 동생들밖에 없어서, 사촌 동생도 없고... 그러니까 사촌 언니 오빠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힘든 사정을 빨리 안 편이죠. 총 : 그런 건 애를 소극적으로 혹은 조용한 아이로 만들거나 아님 정반대로 반항적으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아요? 문 : 저는 굉장히 소극적인 조용한 아이였어요. 문 : 있겠죠.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사실은… 강하게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문 : 그러니까 제가 부산에 있을 때만 해도 정말 내성적이고 약하고 늘. 우리 아버지가 주시는 것도 제가 어렸을 때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많이 아파했기 때문에 그게 평생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거고. 저는 서울 올라오면서 진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총 : 오... 직접 삶에 영향 미친 예 같은 건 없었어요? 친구들 어디 갈 때 못 간다던가? 그런 건 없었어요? 문 : 그런 거 있었어요. 우선 공부를, 초등학교 6학년인데 밤 12시까지 하고 그랬어요. 총 : 으허허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일조해야지.. 뭐 그런 생각이었나요? 문 : 어쨌든 집안 상황이 어려우니까 살아남아야 하고.. 그때 제가 연습장 한바닥 가득 썼던 게 그리움이란 말이에요. 너무너무 친구들 친척들이 보고 싶은데.. 하루아침에 떨어졌잖아요. 그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는데 2월말에 부산은 봄이었어요. 근데 점점 서울로 가면서 겨울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게 기억이 나요. 겨울로 가는. 그래서 제가 너무 춥고 무서운 겨울나라로 가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딱 올라와서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게 형벌 같고.. 밤마다 너무 울어서 애들이 내 눈이 원래 빨간 줄 알았어요. 그러면서 부산에서 1등하면 서울에서 30등 한다고 막 이런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럴 순 없다. 그래서 부모님도 안 계신데 혼자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총 : 국민학생이? (웃음) 총 : 갑자기 어른이 된 셈이네? 어리광 부리면 안 된다는 걸 갑자기 깨달아 버린거네요. 문 : 원래 어리광도 없었고 때도 안 쓰고 저는 그랬는데.. 그래도 어쨌든 부산에서는 어머니가 치맛바람도 좀 날리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저 혼자 살란 말이잖아요. 나를 아무도 모르고… 총 : 그런 긴장감 같은 게 중,고등학교까지 쭉 이어졌어요?
총 : 중,고등학교 돌아보면 특징적인 건? 총 : 친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고? 총 : 그게 혹시 부산에서 서울에 왔기 때문인가요? 문 : 친구도 많지 않았고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고 중학교 3년 내내 나랑 말해 본 남자애들은 손가락 꼽아요. 남녀 공학이었는데, 짝도 남자고 그랬는데도, 말도 잘 안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땐 또 왕따였어요. (폭소) 총 : 왜? 총 : (폭소) 안 껴줬어요? 총 : 자기 나와바리. 문 : 응 응, 자기 나와바리죠. 그런데 저는 남녀공학 다니다가 왔는데. 그러면 이 나와바리에 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욕하는 것도 싫어하고.. 그때 깜짝 놀랐던 게 애들 말의 반이 욕인 거에요. 중학교땐 안 그랬는데 미친 년, 이년아 저년아.. 총 : 흐흐흐 여자들끼리니까. 총 : 재수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애들하고 어느 정도 같이 망가져야 하는데. 총 : 왜. 총 : 우하하하.. 문 : 근데 그게 거의 4~5월부터 11월까지 그랬는데, 11월 말쯤에 한 친구가 버스에서 나한테 말을 시켰어요. 그 날 우리가 되게 싫어하는 국어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이 사이트 보시면 안 되는데.. 뻑지라고 뻑하면 지랄한다고 뻑지에요. (웃음) 총 : 하하하..
문 : 하하하.. 근데 제가 그 오랜 생활동안 전혀 개의치 않고 저는 공부할 거 다하고 웃으며 학교생활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 분이 자습을 시켜놓고 참 저를 뒤에서 예뻐하시면서 소리는 참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참 엄마아빠도 참 기대를 많이 하시겠다.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뭐하시니? 이러는 거예요. 아버지가 운수업 쪽에서 종사하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내가, 나도 그 인간이 너무 싫었어요. 분명히 뭐 은행집 딸이거나 나를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딱 쳐다보면서 택시운전 하시는데요? 이랬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놀라시더니 아우~ 그래 그럼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네~ 뭐 이러셨어요. 근데 그 때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나 봐요, 2학기 반장한테. 총 : 우리가 생각했던 그 애가 아니었구나.. 총 : 쟤는 부잣집 딸네미가 공부만 하고 애들하고 놀지도 않고. 예쁜 척하고.. 문 : 네. 그래서 버스에서 그 친구가 말을 걸더라고요. 야, 너 오늘 잘했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걔가 우리 집에 와봐도 되냐고… 그때는 대충 회복이 됐을 때에요. 고등학교 때는 집이 좀. 총 : 어느 정도는.. 문 : 그래서 와 봤더니 걔가 더 놀랜 건 우리 집에서 제가 왕따 당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는 거예요. 엄마는 제가 학교생활 잘 하는 줄 알고 친구들도 많지는 않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웃음). 그래서 걔가 그러는거에요. 아니 네가 힘들어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서 좀 왜 그러느냐 이러면서 애들한테 그러기도 해야 애들이 관두지, 너 이렇게 혼자 할 거 다하고..(웃음)
총 : 더 얄밉다.. 문 : 수업시간에 웃을 거 다 웃고 그러니까 애들이 더 그러는 거다.. 그러면서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됐어요. 그러면서 걔도 처음으로 자기 집 데려가고 같이 놀기도 하고. 근데 신기하게 고2 때부터는 친구가 되게 많았어요. 그렇게 많이 안 사귀는데 한 7명이 무지 친해졌어요. 총 : 1학년 때 알던 사람들? 문 : 음, 아니요. 다 모르던 애들인데 2학년 올라가니까 한 달 동안은 나를 경계하더라고요. 그런데 한달 뒤에 걔 아니던데?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참나…걔네들 다 뭐하고 있나 모르겠네. 총 : 그럼 상당히 모범적으로 공부 열심히 하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간 거네요. 총 : 대학도 연영과로 안 갔고. 총 : 그러니까 왜 보통 연예인 쪽 하는 사람들 보면,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거나 최소한 연영과 가거나 그렇잖아요? 그럼 본인은 적어도 이십대가 되기 전까진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거네?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연예계 롤모델도 없었고. 문 :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어요. 문 : 없었어요. 전혀… 문 :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문 : 소개팅만 두 번 해보고. 문 : 제 생각에.. 그쪽으로 좀 느렸어요. 2차 성징도 좀 늦게 나타났고. 중학교 반창회 나가면 중3 때 친구들이 날 좋아하던 애들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난 한 명도 좋아하던 남자도 없었냐? 이러면 너는 그때 초등학생 같았어. 이래요. 전 성장발육도 느렸고 사춘기도 늦게 왔어요. 전 사춘기도 대학 초 때 온 거 같아요. 총 : 모든 게 유보됐었나.. 그러니까 내가 안전하게 이런 감정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었나.. 문 : 그랬었을 수도 있어요. 총 : 그러고 대학에 갔어요. 그럼 첫 연애는 언제 했어요. 총 : 하하. 총 : 중학생 연애를 했네요. 대학교 때. 하하하 총 : 뽀뽀도 한 번 안하고? 총: 그리고 군대 가고 끝나고? 총 : 3학년 때 왜? 갑자기? 총 : 발달되기 시작했구나(웃음) 문 : 그래서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연극도 열심히 하고.. 제가 동아리 활동도 국악동아리 했어요. 가야금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 제가 부산에 있을 때까지 피아노 치다가, 오면서 피아노가 없어져서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사줘서.. 집이 안 좋아져도 그 당시 무리를 하셨어도 바이올린을 계속 하게 하셨어요. 그러니까 부잣집 딸인 줄 알았지. 바이올린 들고 다니고 내가. 총 : 음, 그럴 만 했네. 총 : 뭐든지 늦깍이었네요. 문 : 네. 그래서 국악반도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 3학년 되니까 모든 것에서 중책이 주어지는 거예요. 저한테. 그리고 제가 졸업도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앞이 깜깜하고 어떻게 생활할 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나가서 그냥 선생님이 될 걸 생각하니 답답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총 : 선생님 할 생각은 없었고? 총 : 부족했어요? 총 : 사범대가 대학치곤 고등학교의 연장 같죠? 총 : 하하하.. 더욱 성장을 지체시켰네요(웃음) 문 : 그러니까요. 아우 정말 고지식한 놈들… 성대 사범대면 오죽했겠어요? 그래서 그때 5월 달에 혜화역에 내려서 학교 가야하는데 그냥 대학로로 나와 버렸어요. 그리고 그냥 선배한테 전화해서 극단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간 거예요. 총 : 왜 극단을 탈출구로? 총 : 왜? 문 : <에쿠우스>라는 연극, 아 그때 최민식 선배가 주연이었는데 반해 가지고, 그리고 땀 흘려서 제가 뭘 해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그때는 체력이 안 되서 공부하고 집에서 그냥 자고.. 근데 땀 흘려 일하고 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 반응하고.. 이런 게 정직하게 느껴지고. 총 : 고등학교 때 그러면 <에쿠우스>를 안 봤다면?
총 : 그게 고등학교 생활의 냄새가 연장되는 사범대라면 그렇게 파격적인 연극도 아니었을 거 아니에요? 총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제일 재밌었나요? 대학생활 하는데 연극을 할 때가 제일 재밌었나요? 총 : 그럼 왜 하필 연극이었을까. 문 : 글쎄요… 팔잔가? ( 웃음) 왜 하필 연극이었을까.. 문 : 응.. 그래서 그때 아버지가 막 제가 데모도 하고 그러니까, 차라리 어디 가라고 막 이러는 데도.. 총 : 데모도 많이 했어요? 총 : 몇 학번이죠? 문 : 잡혀갈 때? 하하.. 그때 진짜 웃겨요. 제가 긴 머리 틀어 올리고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가디건 하나 입었어요. 근데 같이 있던 어떤 애가 티셔츠가 다 찢겨져서 제가 가디건을 벗어서 덮어줬어요. 그래서 딱 붙는 티셔츠 입고 뭐랄까 약간 운동권 여학생 답지 않은 복장.. 뭐 그렇게 잡혀갔는데. 총 : 하하.. 총 : 의경들이? 나중에 전화번호 알아내서? 총 : 용평경찰서? 하하 총 : 왜? 문 : 거기가 데모학생들 잡혀오는 데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분배하다 보니 용평경찰서로 간 거에요. 근데 갑자기 예쁜 여학생들이 떼로 잡혀오니까.. 참 잘해줬어요.(폭소) 자기들 비벼먹는 고추장도 막 갖다 주고 음식도 주고.(폭소) 총 : 하하하하. 총 : 복장 때문에? (폭소) 총 : 근데 다시 돌아와 왜 연극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안가고 극단으로 간 건데? 문 : 예 그때 경험해보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았어요. 지금 한 번 해보고 어떤 건지.. 총 : 수업 빼먹고 극단에 그냥 갔다.. 그래서 극단에 가서 어떻게 했어요? 문 : 극단 한강인데.. 아는 선배가 소개시켜줘서 좀 운동권 극단이었어요. 성격이. 근데… 튀김 하나 드세요. 총 : 하하.. 네.. 이게 제일 맛있다. 총 : 극단에 가서 뒤치닥꺼리만 했지 실제로 연극한 건 아니다? 총 : 그게 그 극단에서 유일하게 했던 연극이고? 총 : 단역으로? 총 : 그래서 육개월 만에 끝났어요? 총 : 그래 봐야 뭐 방학기간 동안이라면.. 총 : 아예 3학년 2학기 때? 문 : 네. 그래서 제가 6년 만에 졸업했어요. 군대 가면 애들한테 야 걱정 마 내가 기다릴게! 이랬는데 정말 기다린 거예요. 하하하.. 군대 갔다 온 애들하고 똑같이 졸업했어요. 총 : (웃음) 그러면 그 극단을 해서 한번 연극을 했고 그다지 중요한 역할은 아니었을 테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어요? 문 : 그 다음에는 방황 했어요. 문 : 어떻게 할지 몰라서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문 : 별의 별 걸 다 했어요. 과외도 하고, 교육학과였으니까. 찻집에서도 일하고 음…모의고사 채점 아르바이트도 했었어요. 고등학생들 채점. 방학 때 어린이회관 청소년수련관 가서 어린이 원어 연극지도 뭐 이런 것 했고. 사잔가? 동물들 많이 나오는 거 있잖아요. 그런 우화 같은 거 연극으로 올리고, 그런 거 지도도 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해서, 혼자 무용도 배우고 판소리도 배우고 그랬어요. 총 : 혼자? 그냥 학교 휴학하고? 그때 연극판에 있는 사람하고 연애도 했나요?
문 : 음, 아니요. 연극판에 있는 사람하고 연애 안했어요. 총 : 어쨌든 연애를 하긴 했군요. 그 사람이 혹시 연극 하는 것을 찬성했기 때문에 동력이 더 생겼나? 총 : (폭소) 아니 그럼 동력이 뭐였죠. 궁금하네. 총 : 그랬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특별히 그런 걸 원했던 것도 아니고. 총 : 근데 왜 연기를 했냐 이거죠. 휴학한 2년 동안이나 뭐했어요? 총 : 학교로 딱히 돌아가기도 싫고. 문 : 어차피 저는 학생이고 잠시 온 것같은... 이걸로 내가 먹고 산다거나 프로페셔널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그때 극단사람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에너지가 너무 넘쳐나서 막 상대방을 찌르는 사람들 있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왜 저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총 : 연기하면서? 총 : 에너지가 넘치는 게 아니라 공격성이 넘치는 거 아닌가. 총 : 동생 관리 책임? 문 : 네가 데모한다고 좇아 다니니까 동생도 따라 데모했지.. 어쨌든 그게 상당히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얌전히 있다가 졸업한 거예요. 일단 복학을 하고 일단 빨리 졸업을 하자. 빨리 졸업을 하는데 졸업을 하되 연극을 제대로 다시 하자.. 총 : 왜 연극에 대해 미련을 못 버린 거예요? 연극하면서 아무한테도 인정 못 받았다는데. 하하.. 문 : 아하하하하.. 문 : 어. 그러니까 참… 그러고 보니 똥고집이네.. 그땐 그렇게 좀 수동적으로 보수적으로 살고 싶지가 않았었어요. 어린 마음에. 피가 끓어서. 총 : 선생님이 되기 싫었던 건가. 연극이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선생님이 되는 거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문 : 아니오. 아니오.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되도 재밌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연극을 꼭 한 번은 제대로 해봐야 되겠다고 늘 생각했었어요. 총 : 자신이 살면서 저지른 유일한 일탈? 총 : 뭐가 그리 정직하다고. (웃음) 총 : 음.. 여태 모범생으로 살던 거 하고는 다르게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그러는 게 공격적으로 느꼈었나요? 문 :음.. 나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너는 늘 이래..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렇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그렇지도 않을 수 있을 텐데.. 내가 꼭 이래야만 하나.. 이런 생각. 그리고 많은 부담감.. 너는 집안 큰언니, 큰누나니까 네가 모범이 돼야 하고 부모님 앞에서 웃어야 하고 네가 이렇게 보답해드려야 하고.. 뭐 온갖 친척들도 아이고.. 우리 소리는 우리 소리는... 이런 것도.. 총 : 부모 말 잘 듣고 정규코스를 잘 밟아온, 속 안 썩이는.. 어른스러운.. 총 :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총 : 부모한테 반항할 수도 없고.. 그런 억압된 에너지가 분출되거나 터져나갈 구멍이 필요했나 보죠? 문 : 졸업하고 혼자 몰래 서울예전 연극과를 준비했어요. 그래가지고 시험을 봐서 합격을 했어요. 나는 왜 시험 운이 이리 좋지? 뭐 또 그냥 한 달 준비해서 합격을 했어요.(폭소) 총 : (웃음)무슨 과로? 총 : 그때는 그 결정으로… 이제 선생님은 멀어진 거네요? 총 : 그 결정적인 요인은 뭐에요. 하긴 유명한 사람들 보면 사실은 대부분 우연히 그 자리에 가게 되긴 하지만.. 문 : 그러니까요. 아니 무슨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복선이 깔리거나 터닝 포인트가 있거나.. 살면서 그런 걸 아나요? 난 모르겠던데. 총 : 지금 지나서 생각해보면? 총 : "그때 맞아! 그 지점에서 내가 버스를 탔더라면". 뭐 그런 건 없어요? 총 : 최민식씨한테 따져야 되는 거네? 총 : 잠실 사셨구나. 총 : 고등학교 때? 총 : 그랬으면 연기 안 했을 텐데. (폭소) 문 : 더디어 가지고 좀 성장이.. 총 : 서울예전을 남들보다 나이 많을 때 갔네. 그게 몇 살이죠? 25살? 총 : 담배 한 대 줘요? 총 : 3번째 남자친구에요. 그럼? 총 : 두 번은 등장했다가 사라졌잖아.. 한 번은 뽀뽀 한 번 하고 사라졌고, 두 번째는 극단 갔을 때 있었고. 문 : 음… 암튼 사귀었는데 이 사람이 늘 지지해주는 그런 편이었어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근데 저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했고.. 이런 걸 늘 다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총 : 그냥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구나. 문 : 응.. 그냥 뭐 해결되면 해결됐습니다. 뭐 이러는 스타일이에요. 서울예전 합격했다고 했더니 아.. 잘했다고, 뭐 해 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이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여섯 살 많았어요. 나 보다. 나는 당시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보기엔 전 아직 시작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서울예전 시험 본 걸 유일하게 안 사람이에요. 아무에게도 얘기 안 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어느 날, <씨네21>을.. 아, 그 사람이 영화를 좋아해요. 그 사람 때문에 극장 많이 다녔는데… 근데 그 사람이<씨네21>을 한 장 찢어왔어요. 중간에. 그게 <박하사탕> 오디션 광고였어요.
총 : 오. 문 : 남녀노소 불문, 신인기성 불문, 영화의 모든 캐스팅을 오디션으로 뽑겠다. 그리고 배우 아카데미도 같이 운영하겠다. 거기서 가능성 있는 배우들을 찾아내서. 그리고 이창동, 문성근, 명계남. 여균동 감독이었나.. 얼굴도 쫙 실리고 그걸 보면서 오디션을 한번 봐 보래요. 영화 괜찮았다고. 그래서 괜히 나한테 헛바람 넣지 말아라. 난 연극을 다시 천천히 공부하고 싶고 영화배우는 별루 생각도 없는 사람이니까. 총 : 영화배우 된다는 상상도 못했던 거죠? 문 : 제가 아직 이런 게 서툴러요.(담배 쥔 손을 바꾸며) 흡연을 한지 얼마 안 되서. 문 : 예. 그래서 안 한다고 했었는데.. 아주 우연히.. 결혼을 준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딱 영화를 시작할 때 그 친군 딱 결혼을 했는데.. 지금 애가 초등학생인데.. 그 친구가 집을 양재동에 얻고 가구가 들어오는 날인데 혼자 가구 받기 그렇잖아요. 아무 것도 없는 집에. 그래서 같이 가자 해서 갔는데 남자친구가 전화 와서는 너 안 가봤지? 원서 안 냈지? 그래서 안냈지~ 그랬는데 그 사람이 너는 나이가 많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없는데 무조건 내 말 안 들으려 하고 도움이 되는 얘기도 안 듣고.. 막 이러는 거예요. 막 우리 둘 사이 관계의 문제를 제기하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 심각한 얘긴지… 그냥... 아.. 알았어. 알았어. 이러면서 끊고.. 총 : 그 남자 직업이 뭐였어요? 나이차를 계산하면 31살.. 문 : 그 남자는 음반 쪽에… 근데 그러고 보니 원서를 내는 데가 그 친구 집에서 100미터에요. 음! 뱅뱅 사거리 근처에 영화사가 있었고. 그래서 바로 앞이더라고요, 보니까… 가구 다 받고 나서.. 7시 접수마감인가? 그랬는데 해가 질 무렵 순댓국 하나 먹고 야 잠깐만 이리 와봐라 그래서 문구점 가서 뭐 자기소개서 이런 거 쓰라는데, 자기소개서는 <뭐 이만 줄입니다> 뭐 이렇게 쓰고, 딴 친구 결혼식 때 찍은 하얀 정장 입은 사진이 다이어리에 있었어요. 그거 붙여서 친구보고 야 잠깐 저기 들렸다 가자 해서, 그냥 잠깐 친구랑 들려서 접수 하고 왔어요. 갔더니 우리가 아는 배우들도 있고, 매니저들 왔다갔다 하고, 굉장히 컸어요. 원서접수 하는 데만도 큰 강당 같은 데였어요. 친구가 너 여기 왜 왔는데? 해서, 몰라 잠시 들렸어. 별거 아냐. 그리고 그냥 오디션 본 거에요. 오디션을 5차까지 하고 두 달에 걸쳐서 했는데 마지막까지 된 거죠.
진짜 그건 뭐 운명인지… 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2천 명이 왔다는데 그래서 한 번에 한 타이밍에 한 20명이 쫘악 들어갔다가 나오면, 열 시 타임 들어오세요.. 하면 들어가서 주어진 과제 연기하고 얘기하고.. 4차는 개인면접 이창동감독님하고.. 총 : 뭐 물어봤어요? 문 : 뭐 별거 다 물어보셨어요. 저는 얌전하게 얼굴 빨개져서 얘기하고.. 크크크.. 그때 정말 될 지는 몰랐는데 되고 나서도 영화 찍는단 소리가 없는 거예요, 2~3월까지. 이제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해봤어요. 이창동 감독님한테… 제가 서울예전 다니는데.... 그때 조감독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는 뭐라고 얘기 못 해주겠고 이 감독님한테 직접 전화를 해보래요. 그래서 번호를 받아서 어렵게 전화를 했는데 이 감독님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날 캐스팅하겠다고 했는데 주변에 반대가 너무 심해서 투자자랑 이쪽에서… 총 : 신인인데다가. 문 : 남자 신인은 이해한다. 설경구까지는. 근데 여자신인은 걔는 안 되겠다.. 해서 강원도로 도망가고 있었데요. 핑계 삼아. 근데 그때 제가 전화 드린 거예요. 잠깐 차 좀 세우고 그러더니 감독님이 확답은 못 주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 맘은 널 캐스팅하는 게 목표다.. 난 최선을 다해 볼 꺼고. 어쨌든 네가 다시 연극가로 가서 연극을 시작한다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다.. 총 : 왜? 문 : 자세한 이유를 물어 볼만 한 능력도 안 되고 그런 관계도 아니었어요. 너무 어려웠고 무서웠기 때문에. 제가 근데 뭐 그냥 신뢰가 갔어요. 그냥 왠지, 그분이 선생님 같이 인자해 보이시고…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는 <박하사탕>을 못 찍는 거였어요. 그래서 알았다고… 그냥 학교 안가고 기다렸어요. 학교. 포기하고. 총 : 합격해놓고? 문 : 등록금도 냈는데 그래서 그건 제가 떼 써서 다시 받았어요. 그때 한창 IMF여서… 우리 아버지 도망가고 어머니가 대출받아 준 건데 흑흑.. 이러면서.(폭소) 총 : 또 쉰 거네? 얼마나 쉬었어요? 문 : 예. 정말 몰랐어요. 나중에 사람들이 워낙 물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되셨어요? 뭐 때문에 되신 것 같아요? 막 이러는데 나도 난처하고.. 제가 알아요, 그거를? 이렇게만 답했는데 그래서 어느 날 한참 세월이 지나서 나중에 감독님한테 물어봤어요. 어떻게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날 뽑을 생각을 하셨냐? 그러니까 처음 1차 때 봤을 때부터.. 우선 자기 말로 해야 하는데 다들 대사를 하고 있는데.. 넌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용이, 주어진 텍스트가 그거였어요. 자기 소개하는 건데 오디션에 와서 저는 몇 번 누구인데요.. 그게 드라마 대사로 씌여져 있는거죠. 대사로. 누군데 아침에 나올 때 잘 차려 입고 나오니까 아버지께서 어디 회사 면접 보러 가냐고 물어보시는 데 차마 오디션 보러 간다고 말을 못하고 나왔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냥 저잖아요. 그거는. 진짜 아버지가 어디 가냐 그래서, 아니 그냥요.. 하면서 그냥 나왔거든요. 생전 안 그러던 애가 친구 원피스를 빌려 입고 나가니까.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 나왔어요. 아버지가 간암 말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걸 하다가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제가 말문이 딱 막혔어요. 진짜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날 뻔해서 진짜.. 총 : 첫 오디션 때? 총 : 운도 좋아… (폭소) 문 : 하하하하, 그러니까요.. 운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대사가 멈춰서 전 떨어질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진짜 자기감정이고, 두 번째는 자기 말로, 그냥 자기 말로 소박하게 한 게 젤 인상적이었데요. 그리고 2차 땐가 뭐 시켰는데. 너무 좋아하는 선배한테 고백하는 건데, 그 선배는 씨씨에요. 내가 너무 친한 여자 선배랑… 내가 오랫동안 좋아하던.. 근데 대사는 다 똑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상황은 다 다른데. 아 밥 먹었었어? 닭도리탕 먹었는데.. 옛날 생각나더라.. 어떤 사람은 뭐 어떤 남자랑 불륜을 저지르고 와서 남편한테 전화해라.. 뭐 이런 걸 똑같은 대사로 저보고 그걸 하래요. 하는데 흰 티셔츠 입고 좀 파인 걸 입었어요. 그때 화장도 하지 말고 머리 다 묶고 오라 그랬어요. 근데 다 화장하고 머리 묶고 앞에서 크린징 티슈 나눠주고. (웃음) 근데 하는데 얼굴이 너무 시뻘게 진 거에요. 너어어무... 난 사실 남자한테 고백해 본 적도 없고, 그런 통화를 해본 적도 없어요. 너무 당황스럽고 그래서 시뻘게 졌는데 전 빨개지면 목까지 다 빨게져요, 제가… 아니 요즘 연기하는 애중에 진짜 저렇게 붉어지는 애가 있네.. 총 : 운도 정말 좋아. (폭소) 문 : 하하하하, 그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데요. 그러더니 그냥. 총 : 연기를 훈련 받은 것도 아니고 떨어져도 뭐 그냥 해보자 부담 없이. 게다가 자기 상황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설정이 주어지거나, 그런 경험이 없어서 부끄럽기도 해서, 그때그때 감정이입이 무척 잘 된 거군요. 문 : 어, 그때는 그냥 푹 빠져서 했고… 이거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지도 않았어요. 그냥 진짜의 내가 팍팍 들어나는. 그리고 제가 지금도 좀 그런 편인데 포커페이스를 못해요. 잘 드러나요. 싫으면 싫은 거 좋으면 좋은 거 잘 드러나는 편이에요. 그때는 그냥 정말 무방비 상태였어요. 사회적 관계라는게 대학 선후배들 밖에. 그냥 너무 절친하고 좋은 사람들.. 총 : 겸연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남사스럽고. 문 : 그런 것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그 오디션. 당신은 왜 영화를 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하고 여러 배우 감독들의 인터뷰, 사진을 담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창동 감독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냥 영화가 내 손을 잡고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뭐 이런 말이었나? 그게 너무 와 닿았어요. 내가 막 쫒아 다닌 것도 아닌 데 어느 날 그냥 내 손을 잡고 그냥 같이 스윽 온 것 같은..(웃음) 총 : 그 영화를 하고 변화가 뭐 였어요? 총 : 푸하하하하.. 왜? 총 : 아... 왜? 총 : 남녀관계가 일으키는 감정은 대체가 되는 감정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남녀관계는 사람을 변화시키잖아요. 문 : 맞아. 사람이 참 안 변하는데 사랑을 하게 되면 변하는 거 같아요. 사랑이 사람을... 총 : 근데 그 세 번째 사랑 후 변했어요? 총 : 열심히? 구체적으로. 문 : 아, 매일매일 만나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잘 해주려고 하고. 최선을 다해요. 그래서 연극 시작하고 나서도 헤어지고… 총 : 잘 못해주니까? 총 : 하하.. 영화를 하고 나서도 그런 이유로? 총 : 그러고 나서 <오아시스>까진 얼마나 걸렸죠? 총 : 그때까진 뭐 그렇게 유명하고 잘 나가는 배우도 아니고 개런티가 많았을 때도 아니니까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먹고 살기 위해 뭐라도 했어야 될 텐데. 문 : 아버지가 저한테 주신 카드가 있어요. 용돈 대신 그걸로 일정량 썼는데 할 수 없이… 정말 최소한의 돈만 쓸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때.. 집에 기댄 거죠. 엄마, 아버지는 나한테 어떻게 할 거냐? 이런 거 묻질 않았어요. 그러고 2년을 보냈으니 얼마나 맘 상하셨겠어요. 뭐를 하러 다니는 것 같은데 영화는 한편 찍었는데 앞으로 배우는 계속 할 건지 어쩔 건지.. 아버지가 어떻게 아는 분 소개로 SBS 드라마 본부장인가 누군가를 만나보랬어요. 전 죽어도 안 간다 했는데. 근데 이미 얘기가 오고 갔대요. 그래서 가서 전 아직 드라마 할 생각도 없고, 준비가 안된 배우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오라고 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이러고 왔어요. 그러니까 애 속을 모르니까 굉장히 힘들어 하셨고..
총 : 그때부터 <오아시스>까지가 제일 힘들었겠네요? 총 : 그 중에 말할 수 있는 건? 말 할 수 없는 것 빼고. 문 : 아니 남녀관계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었고요. 그전에 저 연애 3번 했지만 그전 사람들은 별루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웃음) 총 : 하하하.. 총 : 얼마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총 : 6~7년 정도, 그럼 헤어진지도 별루 안됐네요. 문 : 그 사람한테는 감사한 게 참 많죠. 영화 하는 사람이어서 영화에 대해 많이 배웠고.(웃음) 그리고 나한테 영화에 대해 소질이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열심히 기를 쓰고 하게 해준. (웃음) 연기를 열심히 하게 해준 사람이기도 하고. 딴 : 근데 왜? 하긴 나이가 먹으면 헤어진다기보다, 끝나는 거죠. 그냥 스르르.. 문 : 진짜 그랬나봐요. <박하사탕> 찍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신연령이 20~21살이었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 영화를 봐도 그때 제 모습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순간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요. 총 : 그러면, 그럼 실질적인 첫사랑을.. 어른의 사랑을 만난 게 그때... 뭐 애들의 사랑은 사랑이라 그러면 안 되지.. (웃음) 문 : (웃음) 만남. 총 : 그 영화. <오아시스>. 개인적으로는 저 <오아시스> 싫어해요. 총 : 개인적으로 뭐랄까..날 나쁜 놈으로 만드는 영화라고 할까, 하하.. 문 : 근데 이창동 감독님은 작업을 할 때 배우한테 그런 고통을 주시는데.. 뒷덜미 딱 잡고. 야, 이게 똑바로 봐 이게 너야 이게 너야 너. 한 번 딴 사람 되고 싶지? 아냐 이게 너야. 똑바로 봐 인정해. 이런 식의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 아니에요 전 안 그럴 수 있어요 그러면서 억지로 끝내고 나면.. 아, 이게 나구나 인정해요. 인정하고 넘어가야되요. 뭐 그런 고통을 주는 작업방식이 있어요. 총 : 그런 말을 하니까.. 원래 사람들은 자기를 속이잖아요. 실제 자기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하고는 간극이 있잖아요. 문 : 옛날에.. 정치경제시간인가? 불어 잘 하세요? 무꼬메뜨루 메꼬메뜨루 이런 단어를 말씀하시면서. 정확하지 않아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나는, 나를 이해하다.. 이런 건데 메로 쓰이면... 오해하다 라는 뜻으로 쓰인대요. 그 단어는. 그때 선생님이 그랬어요. 우리가 살면서 자신을 얼마나 오해하는지 모른다. 매스미디어나 여러 가지 것들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면서 사는 경향이 있다.. 뭐 이런 말씀을 그때는 이해도 못하고 그냥 들었어요. 중요한 말 같았어요. 근데 정말 그 말이 제가 <박하사탕> 작업하고 <오아시스> 작업하면서도 이창동 감독님도 그런 말씀 많이 하시고.. 그러니까 기어이 자기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인정하고 들어가보고 나와야 그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겪게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진짜 난 너무나 밝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긍정적이고, 콤플렉스도 없고,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그래도 남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줄도 알고 이런 사람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뭐 교회 다니는 청소년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웃음) 영화를 시작하고 정말, 아... 내가 이런 애구나. 나한테 이런 면도 있구나. 내가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이런 데서 나온 거였구나.. 하는 걸 많이 알게 됐죠. 딴 : 근데 자기를 아.. 내가 이런 애구나.. 하는 걸 그냥 아는 거 하고, 아.. 내가 이런 애인 걸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하곤 다르잖아요. 내 안에서 갈등도 일으키지 않고. 내가 천사도 아니고 착하지도 않고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야비한 면도 있고 사기도 치고... 그런 사람이라는 걸 갈등 느껴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실망도 않고.. 문 : 그건 너무 무서운거다. (웃음) 총 : 하하.. 문 : 아니 뭐 그냥 몰라~ 한평생 놀다 가자~ 술이나 먹고 그냥 배굶는 거 걱정 안하고 난 짧게라도 놀다 갈래... 그러면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때. 그렇지 않고 그래도 뭐 좀 만들어 보려고 하고 뭐를 좀 배워보려고 하고 생각을 해보려고 하면 그래도 조금 더.. 내가 지금 많이 모자란 인간이지만 조금 더 괜찮아 질려고 생각을.. 총 : 좋은 사람이 아닌 나를 있는 그대로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 문 : 아니 뭐 그런 지점이 있어요. 저는 진짜... 집안에서는 참 성격 좋은 아이였거든요? 지금은 영화판에서 성깔 있단 얘기도 많이 듣고. 와 걔 장난 아니더라~. 이런 소리도 많이 들어요. 총 : 왜? 뭘 어쨌는데. 문 : 몰라요. 별루 큰 건 안하고 그냥 열심히 했는데.(웃음) 한때는 너무 예민한 게 싫어서 굉장히 털털한 척 하고. 예민하지 않은 척, 무딘 척 하고 막 내가 터프한 척 하고 이런 적도 있었는데, 한때는.. 뭐 이젠 예민한 거 받아들여요. 총 : <오아시스> 이후로는 변했잖아요. 굉장히 널리 인지되고 상도 받고.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거고. 갑자기 한꺼번에 유명해지면 혼란스럽잖아. 내가 그렇게 잘났는지도... 착각 들기도 하고. 혹은 그게 아닌 걸 들킬까봐 겁나고. 문 : 내가 그렇게 착각하고 정신 못차릴까봐 가장 걱정했던 사람이 이창동 감독님이에요. 문 : 그분은 내가 그렇게 못되게 원천봉쇄를 했어요. 너 이거하면 끝이야. 다음 작품 못해. 한국영화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지 아니? 장애인 역할 이런 거 하고 나서. 아이고, 아무도 안 찾아 줄 거야. 너. 그 전에 <박하사탕> 때보다 더 안 찾아 줄 거야. 이제는. 맡길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랬어요. 아 끝이구나 이제는... 총 : 근데 왜 그 배역 받아들였어요? 문 : 모르겠어요. 오기였는지 뭐였는지... 그냥. 어쨌든.. 저 중간에 못하겠다고 도망가고 막 그랬어요. 감독님이 잡으러 오고 오지혜 선배가 데리고 와서 혼내고. 막 그랬어요. (웃음) 근데 뭐 받아들인 거죠. 내 운명이 그러면 두 작품 좋은 작품 하고 관둡시다. 그리고 설마 입에 거미줄 치고 살겠어요? 학원 선생 하며 살면 되지? 그리고 그냥 한 거고. (웃음) 그래서 이 작품이 상을 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50만을 할까.. 100만 넘었거든요? 꿈도 못 꿨어요. 베니스 상 탄 것도 꿈에도 생각 못하던 거였어요. 어쨌든 상을 탔어요. 집에 왔어요. 공항에 내렸는데 무슨 이거 뭐 귀순용사 반기듯 막 플랜카드 들고 있고. 막 이제. 아..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서 딱 가서 상을 싸서 침대 밑에 넣어 버리고 우리 엄마 아버지에게, 절대 내가 상 탔다고 누구한테 한 턱 내고 주위에 한턱내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냅시다..
총 : 그렇게 하게 된 것도 감독님 때문인가요? 문 :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띄워주지만, 한순간에 땅바닥에 떨어지고 대가리 깨지고 피 흘리는 건 너야. 그땐 아무도 옆에 없어. 이런 말을 누누이 들었어요. 근데 훈장도 준데요. 나라에서.. 무슨 춘사관 개관 기념으로. 우리 아버지 또 딸내미 훈장 받는다니까 얼마나 자랑하고 싶으셨겠어요. 절대 못 오게 했어요.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절대 오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오지 말라고 그랬다고 얼마나 서운해 하셨는지.. 딴 : 그건 자기가 잘못했다. 왜 자기만 생각해? (웃음) 총 : 오히려 무서워했네요? 총 : 오히려 그런 상을 받아서 더 큰 추락이 될까봐. 상처 받거나. 그래서 아무 일 없던 듯이 묻어두고 꼭 누르고 갈려고 했던 거네요? 무서워서? 문 : 예. 그랬나봐요. 문 : 크으. 관객은 얼마 안되요. 베니스 가기 전에. 8월에. 9월인가? 그 쯤에 시나리오를 받았고, (그 뒤) 감독님 전화가 왔는데.. 아, 저희가 좀 인지도 있는 스타랑 이번에는 좀 해야될 것 같습니다.. 먼저 그러더라고요. 제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그 작품에 대해서 그 쪽에서 먼저. 임상수 감독님이 직접 시사회 와서 시나리오도 주시고 그랬는데, 저도 그 작품에 대해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아, 예 알겠습니다.. 그랬어요. 그리고 그냥 그렇게 전활 끊었는데 10월 말인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급히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분이 못하시게 됐다고 나보고 하자 그러더라고요. 그때 다시 고민하게 됐죠. 총 : 그게 김혜수씨 였죠? 총 : 참 운도 좋아. 총 : 김혜수는 운도 없고. 그 <바람난 가족>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환데. 그 영화 굉장히 잘한 거 같아요. 물론 <오아시스>도 덕분에 존재감 생기고 누가 뭐래도 상도 받고. 이젠 배우라고 불러줘야 마땅한 사람이 됐지만, <오아시스>의 장애인연기 얼마나 힘들게 해냈어? 이런 게 아니라, 그야말로 배우로 인정받게 된 건 그 영화 이후 아닌가요? 야, 연기 잘한다.. 이런 거. 그러니까 <오아시스>는 뭐라 할까. 서커스.. 같은 느낌이 난 있었어요. 파하.. 문 : 서커스가 얼마나 어려운건데요!! (웃음) 문 ; 근데 <오아시스>가 없었으면. 문 : <오아시스>를 안 하고 그 연기를 했다면 아마 그 판단도 유보됐었을 거예요. 총 : 되게 운이 좋아요 그죠? 앞의 세 개 영화가 모두. 총 : 그 영화 이후로. <바람난 가족> 이후로 주연급이 된 거죠? 총 : 그러고 나서 영화가 많이 쏟아졌나요? 총 : 많이 쏟아 지진 않았어요? (웃음) 총 : 그러고 나서 이번에 이 영환가요? 문 : 아뇨. 그 전에도 <사과>란 영화가 있어요. 아직 개봉을 안 했어요. 김태우 선배랑 한 거. 그리고 <사랑해 말순씨>라고, 효자동이발소에 만난 이재웅이라는 어린 아이의 엄마로 나온 박흥식 감독의 영화 또 하나 있고. 이번에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에요. 총 :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면.. 잠깐만. 전 사실 재밌게 보진 않았어요. 내가 기준도 아니고 표준도 아니지만. 음... 이건 감독한테 할 얘기지만 보고 나서 느낀 건 음 이건 위선에 관한 이야기구나. 위선.. 문 : 위선.. 총 : 근데 영화화된 위선의 총량이 너무 적다.. 혹은 위선의 총량이 적더라도 그걸 제대로 표현할 만큼 섬세하지 못하다. 총 : 혹은 섬세한 부분도 있으나 감독이 혼자 말한다. 총 : 그러니까 밤에 연애편지 쓰면 자기만 알아듣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자리 저는 부분 보고 저건 감독이 페티시가 있나보다.. 자리 저는 여자한테.. 이런 생각했는데.. 근데 그건 자기한테만 중요하잖아요. (웃음) 기자시사회 때 썰렁하다가 대박 난 영화도 많지만.. 아 이건 흥행하기 힘들겠다.. 그리고 감독이 좀 어린 듯 하다.. 문 : 실제 나이가 어려요. 문 : 크으. 총 : 배우는 순간순간 그 장면 속에서 자기를 만들어 내는 거지만 감독은 처음부터 일관된 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문 : 음.. 총 : 그런데 난 인물이 일관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여하간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이제 영화를 고르는 기준도 생겨나고 초반 세 번 너무 운도 좋았어. 덕분에 배우도 됐어. 근데 한번 삐끗하면 안되는 게 영화판이잖아요? 그러니까 영화를 고를 때 배우들이 자기들만의 기준들을 만들어 가잖아요. 그래도 역시 운도 있어야 하지만. 영화를 뭘로 골라요? 문 : 한 가지 기준으로 평생 영화를 고르지는 않겠죠? 그리고 그 기준도 변하겠고? 그런데 제가 <사과> 때부터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도쿄필름엑스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그게 되게 영향을 많이 미쳤을 수도 있는데, 너무 한국 영화가 다 똑같은 거예요. 시나리오도 똑같고, 캐릭터도 비슷하고. 그래서 좀 새롭고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가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한다고 해서 뭐 그런 다고 해서 죽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제 생각에. 완전히 외면당할까? 모르겠어요. 근거 없는 낙관론일 수도 있지만 아니 뭐 내가 그래 지금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고... 오히려 이럴 때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 가까이 된다는데 제가 지금까지 20억짜리 넘은 게 <효자동 이발사> 밖에 없거든요? 그것도 조연이었고. 지금까지 <사과>랑 <..말순씨>, <여교수..> 전부다 17억, 18억 저예산 영화들이에요. 그리고 <사과>나 <여교수..>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었고, 신생제작사 작품이라서 들어가기도 어려웠고. 어쨌든 별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독특한 캐릭터라 거나 흥행하기 어려운. <..말순씨>도 성장영화라고 해서 될 영화가 아니었어요. 한국에 그런 성장영화도 없었고. 한국영화에서 그런 아이가 나오는 어중간한 성장에 대한 영화가 잘 되지 않으니까. 근데 좀 그런 다양한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총 : 근데 그건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생각하는거잖아? 총 : 그러니까 그건 좀 운동가적인 마인든데. 총 : 내가! 어떻게 돋보이고 어떻게 잘 살아남나 보다.. 총 : 그걸 자기가 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걸 왜 자기가 해야 하는 거죠? 문 : 전 태생이 다르잖아요. 제가 뭐 이미지를 청순 발랄 상큼으로 뭘 만들어서 나온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는 뭐 쓰여진 거잖아요. 총 : 사람이 험블 하네. 허허.. 문 : 그건 제가 또 알아서 하면 되죠. 그 작품 안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으면. 그러면서 저는 다음 작품 하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나씩만 할 수 있어도 그러면 몇 년 할 수 있잖아요. 모르겠어요. 주위에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 많지만 전 그런 사람들보다 엄청 많이 버는 거에요. 더 뭐 성공해서 CF 하고 한류스타.. 전혀 안 바래요, 저는. 지금 버는 거 만큼 몇 년만 더 벌어도, 아마 제가 교육학과 나와서 평생 버는 돈 넘어설 거예요. 아마. 총 : 그럼 영화판이 직장이고 영화를 찍는 게 내 직업, 생활이다. 그렇게 영화를 바라보는 거에요? 내가 영화가 직업이라고 말한 사람은 최민식씨 빼곤 본 적이 없는데.. 예를 들어 정반대의 최민수같은 사람도 있잖아.(웃음) 그 분은 무대에서 안 내려오잖아.(폭소) 문 : 그분은 종교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이시는 것 같은.(웃음) 총 : 일상에서도 무대에서 안내려오시잖아.. 어쩜 그러는지 몰라.(폭소) 근데 그 간격이 어마어마하단 말이죠. 최민식과 최민수는. 자기는 왜 최민식이 됐냐는 거죠. 문 : 뭐 그분을 보고 연기를 시작해서 그렇게 됐나.(웃음) 뭐 그냥 저는 주변에서 그런 분들만 만나서 보고 들은 게 그거라.. 총 : 영향을 받았다.. 부채의식 있어요? 혹시? 문 : 있죠. 있어요. 이창동 감독님이 그러셨다니까요. 한국영화 너 안 받아줘.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냐. 야, <박하사탕> 너 캐스팅 하는데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반대를 하고. 근데 과감히 날 믿어주고 캐스팅 했고 같이 이겨내자고 했던 때가 있었죠. 저도 그래서 과감하게 신인감독들이랑 일할 수 있었던 거고..
총 : 사람이 유명해지면 실제 자기를 유지하기 쉽지 않잖아요. 문 : <박하사탕> 제작발표회를 했어요.. 동숭동 동숭아트센타였나? 1층 식당이 있었어요. 레스토랑 같은 거 빌려서 제작발표회를 하는데 이창동 감독님 두 번째 작품이니까 온갖 영화인들이 다 왔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는데.. 그때는 다 왔었어요. 앞에 큰 펍을 빌려가지고 제일 큰 펍을 빌려서 뒷풀이를 했어요. 온갖 영화인들이 누구 캐스팅 했나 보러 오고.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총 : 쥐뿔도 모른다고 하죠. 그때를. 총 : 하하하.. 총 :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웃음) 문 : 아니 진짜 악마로 보였어요. 술 먹는 것도. 저는 그때 양주도 처음 먹어봤고요. 데낄라 막 불 붙여 먹고. 하하.. 불 붙여서 술 돌리고 막 어떤 여배우 손잡고 어떤 사람은 야 함 보자! 단추하나 풀어 봐~ 막 이러고.. 어쩜 그런 것들만 보였는지 몰라요.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내가 잘못 왔는 지도 몰라.. 올 곳이 아닌가봐.. 총 : 악마라.. 문 : 잘못 들어온 걸지도 몰라, 못 살아날지도 몰라.. 막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앉아 있는데 이창동 감독님이 오시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소리야, 지금 네가 갖고 있는 베이스 생각과 느낌들, 원래 니 안에 있는 것들이 틀린 거 아냐. 그게 다 맞아.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네? 그냥 조금 더 하다보면 조금 더 유연해지고 저 사람들도 저게 다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너도 대처하는 방법도 생길 거고. 그렇지만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맞는 거고 소중한 거니까 의심하거나 건드리지 말아라. 이런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탁탁탁 나는 거예요. 그 기쁜 날. 그 얘길 듣는 순간. 총 : 음.. 영향을 많이 미쳤네요. 총 : 음. 문 : 그래서 늘 내가 어떤 거에 홀려 정신 못 차릴까봐. (웃음) 내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게 정말 소중한 거고 그게 정말 중요한 거라는 이야길 지금도 가끔 하시고. 내가 연극하면서 느낀 걸 말하면 네가 지금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건 아직 괜찮다는 거야. 너는 아직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것은 아니란 거다. 더 살 수 있다는 거야.. 이런 말씀 하시거든요. (웃음) 모든 촬영 크랭크 업하고, 영화 쫑 촬영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몇 십 명과 몇 달 동안 늘 같이 생활하다가 어느 날 눈을 딱 떠서 아침에 촬영장 안 가도 되지. 이러면서 다시 자요. 일어나면 오후 한 3~4시 되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아무 것도 없어요. 매니저도 전화도 안 하죠. 그냥 낮잠만 자다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냥 엄마랑 집에서 밥 먹고.. 청소했다가.. 그냥 문소리가 어땠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또 생각을 하죠. 그러면 그때부터 또 고민 들어가거든요. 하하.. 아, 뭘 해서 먹고 살까.. 히히.. 제 친구들이 제 취미가 번뇌하기라고 하거든요. 제가 옛날에 아파트에 살았는데 108동에 살았거든요. 참~ 너는 동호수도 잘 골랐다. 딱 맞게 골랐어.(웃음) 이걸 공부해서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나.. 유학을 갈까.. 총 : 연기하는 건 남사스럽지 않아요? 총 : 연기 속의 나랑 실제 나랑 혼란스럽진 않죠? 총 : 예를 들어 <여교수..>는? 문 : <여교수..>는(웃음) 최고의 제품 구입해서 버블 목욕하고... 진짜 향수 안 뿌리거든요? 평생 안 뿌리는데 향수 한 번 뿌려보고.. 흐흐 리조트를 빌려줬어요. 리조트에서 딱 앉아서 시상을 떠올렸죠. 미친거죠. (폭소) 총 : 일부러. 총 : 이제 그 긴 연애는 끝나고 그 다음 연애를 못하고 있는 상태인가요? 총 : 자기를 흥분시키는, 자극하는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 그런데 너무 길다, 첫 사랑이 6년이면. 그 사람이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겠다. 문 :그죠? 나를 흥분시키는 남자, 자극하는 남자, 멋진 남자.. 계속 한 사람 밖에 안 떠올라요. (웃음) 총 : 왜 끝났어요? 모든 사랑이 끝나는 이유야 다 비슷하지만.. 관계의 생명이 다해서? 아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문 : 생명이 다 해서 끝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들을 이겨낼 만한 의지가 약해진 건가.. 사랑이 약해진 건가.. 모르겠어요. 총 :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는데? 총 : 음. 들키면 안 되는 거구나.(폭소) 총 : 그럼 유형은. 총 : 우리 인터뷰는 사실 보통 이런 거 안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문소리를,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니까. 총 : 자기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려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꺼리가 보도자료로 뿌려지지도 않고. 문 : 제가 매니저가 없었어요. 문 : 한.. 회사 들어간 지 1년 됐나? 문 : 그런 마케팅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 거 안 한다..(웃음) 문 : 글쎄 누가 땡기지? 문 : 유명인들..? 박지성 좋아해요. 하하하하. 문 : 아니 남자로서도 좋아해요. 하하하, 제가 보기엔 능력 있고 멋있어요. 근데 그걸 잘 드러내지 않아요. 오히려 좀 쑥스러워 하고 드러내기를.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전에 애인이 그랬어요.. 총 : 결국 전 애인 이야기네. 멋진 남자가 그 남자 한명 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총 : 초창기 때 그렇겠지. 총 : 7년째에도? 자주 안 만났나 보다. (박장대소) 총 : 음 감독들 얘기 해봅시다. 어떤 사람들이다.. 문 : 진짜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깜깜한 터널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옛날에 그런 얘기 했었어요. 이창동 감독님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슝슝 지나가는 감독들은 음.. 사악해요. 총 : 히하하 어떤 면에서? 배우를 쥐어짜서 뽑아내는 게? 문 : 이기적이고. 그런 생각을 해요. 영화를 하다보면 내가 전생에 감독들에게 뭔 죄를 많이 졌나? 이렇게 퍼다줘야 하나. 총 : 내 안에 있는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내서? 문 : 그런 감독들도 있죠. 정말. 왜냐면 나한테 해답은 그 사이에서 생기기 때문에. 나 혼자서 아무리 이걸 꺼야.. 해봐야 감독이 그 사람이 아닌데? 이러면 끝이에요. 정답을 주던 안 주던.. 안주면 안주는 대로 시나리오와 감독 사이에서 뭔가를 찾아내야 하는 거니까 계속. 나빠요. 감독들은..
총 : 아직 반도 안 했는데. 약속 다시 잡죠. 총 : 그런데 왜 헤어졌어요? (폭소)
[이너뷰] 배우, 문소리를 만나다 1부 끝. 딴지총수(chongsu1@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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