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참가기]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2004.3.20.토요일
12일날, 뉴스를 보면서 그야말로 뒷통수를 때리는 충격을 느끼고는 너무도 분노하였고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꼭 집회에 참석하리라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20 백만인 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진료를 마무리하고 미리 예약해 둔 서울행 열차표를 구입, 승차했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저는 집회에서 불릴 노래들을 속으로 되뇌이며 연습하기도 했고 오늘 과연 얼마만큼 사람들이 나와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전 지난 주말의 7만 정도를 예상했습니다. 5만, 아니 2만 명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집회가 계속되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었고 정부의 촛불집회 불법규정으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었을 거라 생각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분노 또한 조금씩은 사그라들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열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습니다.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집회장소 주변 역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가 보다 했었습니다. 그래도 나와보니 초를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적잖이 보이기에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광화문부터 시청까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아아.... 감격입니다.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혼란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탄핵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마음 속으로는 조금도 사회 현실을 망각하지 않은 채 자기 할 일을 마치고는 삼삼오오 거리로 나와 그 뜻을 하나로 모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시청앞쪽에서 조용히 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오갈 통로를 확보하면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통로조차 혼잡해질까 자원봉사자들은 사람들의 일방향 통행을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혼잡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성숙한 행동에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더욱 크고 행복한 충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제 뒷자리에 앉은 한 가족을 보았습니다. 조그마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었는데 탄핵 짝짝짝 반대 짝짝짝이라고 말하며 아이와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봐도 그건 놀이공원같은데서 봄직한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었지 집회나 시위 하면 떠오름직한 분노에 찬 함성,어딘가 과격함이 느껴지는 행동, 그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날 제가 본 사람들의 모습은 제가 보고, 겪고, 느꼈던 집회나 시위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노래같은 거 몰라도 상관없었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상관없었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었고 너무나도 자유롭게 즐겁게 행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촛불이, 다른 한 손에는 탄핵무효 민주수호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는 것만이 그 장소가 집회장소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작지만 강하게 국민의 뜻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손에 들려있는 작은 촛불처럼 말입니다.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80년대의 그 처절하던 항쟁들, 90년대에 제가 겪었던 집회와 시위들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때, 저는 집회에 빠져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입학해서 졸업할때까지 수년간 큼지막한 과 깃발을 제 손으로 들고 앞장서 집회에 참여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열심히 집회용 노래들을 가르쳤었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났습니다. 국민들은 어느새 보다 자유롭고 성숙한 모습으로 집회의 고정관념을 깼고 소수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된 생각이 아닌 단순하고도 평범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국민다수의 생각이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말함으로써 투쟁의 장이 아닌 축제의 장, 가르침의 장을 만들어 제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집회를 마친 저는 다시 돌아와 뉴스와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 저는 지금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이 살아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거라고 말입니다. 오늘은 정말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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