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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섹칼럼] 내가 바라는 것

2004.8.20.금요일

딴지 소비자 보호원



 



한 남자만 파트너로 해서 평생 그 사람과만 섹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을 하자면 나는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나는 비교적 다양한 섹스 파트너를 만났었고 지금까지도 그럭저럭 섹스 파트너들과 잘 지내고 있다. 섹스 파트너라고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만나자 마자 불꽃이 파바박 튀면서 거칠게 옷을 벗고 씩씩대며 침대로 쓰러지지는 않는다. 말이 섹스 파트너이지 남.녀가 오직 그 이유만으로 만나는 것은 조금 힘든일이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 섹스 파트너들은 여러 가지를 함께 공유하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물론 여자 친구들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섹스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근데 아무리 친하고 아무리 내가 섹스에 관해 폐쇄적인 편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가끔 불만을 말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건 어려서부터 버릇인데 나는 누가 들어서 무안할 것 같은 말을 잘 못한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더라도 남이 누군가에게 무안을 주면 내가 어떻게건 나서서 그 상황을 돌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어쩌면 이건 내가 누군가에게 절대로 무안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지도 모르겠다.


섹스를 하면서 100%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던 적은 잘 없다. 힘과 테크닉적인 측면에서만 따지자면 그런적도 있었겠지만 섹스라는게 오직 삽입과 피스톤 운동 그리고 오르가즘과 사정만으로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에 100% 만족이란 것은 사실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자들을 배려해서 혹은 무안할까봐 말하지 못했던 불만들을 오늘은 이 지면을 통해서 아주 솔직하게 말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불만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측면에서 나와 섹스를 나누었던 그들에 대한 불만이지 여성을 대표하는 내가 남성들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개인인 내가. 개인적으로 만나 나와 섹스를 나눴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글이 여성들을 대표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이점 오해 없기를 바란다.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냄새라고 표현해도 좋고 향이라고 표현해도 좋은데 아무튼 냄새에 민감하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중 하나는 사람의 살 냄새. 즉 체취이다. 체취가 향기롭네 혹은 향기롭지 못하네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냥 사람의 생 살 냄새가 싫다.


내가 좋아하는 향의 대부분은 조향사들이 이것저것 조합해서 나는 인공적인 향기다. 물론 자연향 중에서도 숲에서 나는 냄새 같은 것은 상당히 좋아하지만 골목 어귀에서 나는 사람 사는 냄새 같은 건 딱 질색이다. 내가 제래 시장에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거기서 나는 온갖 냄새들의 향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냄새에 민감한 나는 몸에서 향수 냄새나 스킨 냄새가 나는 남자들을 무척 좋아한다. 흔히 드라마를 보면 여자가 남자와 자고 싶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야시시한 잠옷을 입고 귀 뒤에다가 향수를 칙 하고 뿌리는데 이건 여자만 해당사항이 있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섹스를 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얼굴에 향이 좋은 스킨을 바르고 손목에다 향수 한 방울만 떨어뜨려준다면 훨씬 더 나을텐데 불행하게도 남자들은 샤워 바스조차 잘 쓰질 않는다. 그저 비누를 손에 잡고 샤워기 앞에 서서 몸에 대강대강 바른 다음 물로 헹궈낼 뿐이다. 요즘처럼 특히나 더운 여름에는 겨드랑이 같은 곳에서 땀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그건 물로 대충 씻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샤워를 하고 나서 섹스에 돌입하기 전 애무를 하다보면 다시 땀이 나고 그러면 샤워하기 전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그럴 때면 나는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 버린다. 벌떡 일어나서 내 향수라도 가지고 와서 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물론 땀냄새와 향수가 섞이면 더 역한 냄새가 난다)


남자들도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에 좀더 신경을 쓰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 향기로운 냄새가 나도록 관리하는데 게으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남자를 사귀면 가장 먼저 선물하는 것이 스킨, 로션, 향수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근데 간혹 사줘도 자긴 뭘 잘 안 바른다며 안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이 화장품을 몸에 바른다고 남성답지 못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TV광고를 보라 조인성이 마스크팩을 하고 나온다. 하고 주무실래요? 그냥 주무실래요? 하고 말이다.)



남자들의 악세사리 중 대표적인 것이 목걸이가 아닌가 싶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시원하게 보이는 은 체인 목걸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게 섹스를 할 때는 방해가 된다. 여자들의 목걸이보다 훨씬 굵고 두터운 이 목걸이는 남자가 위에서 아래를 향해 있으면 당연히 목에서 떨어져 달랑거린다. 섹스를 하다보면 이 목걸이가 내 얼굴이나 턱에 닿을 때가 많다. 특히나 피스톤 운동을 하면 이 목걸이가 닿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찰싹찰싹 내 얼굴을 치기까지 한다. 뭐 목걸이가 쇠사슬이 아닌 한 얼굴을 치는 게 아프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냥 몹시 신경이 쓰인다. 섹스를 할 때는 방해가 되는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집중하기가 힘들어지고 집중이 힘들어지면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나 내 얼굴과 턱에 끊임없이 닿는 차가운 금속 목걸이는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가 잘 안된다.


그러니 섹스 전에는 목걸이를 좀 빼주면 좋겠다. 섹스를 하던 도중에 목걸이를 빼도 상관이 없겠지만 이왕이면 섹스 이전에 샤워를 할 때 빼면 좋겠다. 물론 나는 하얀 민소매 러닝티셔츠에 은 체인 목걸이를 하고 있는 남자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섹스 할 때만큼은 좋지 않다. 아. 그리고 귀걸이를 하는 남자라면 그것도 빼주길 바란다. 남자의 귀까지는 내 입에 넣고 애무를 해 주고 싶지만 솔직히 귀걸이까지 빨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다.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섹스에 대한 생각 중에서 성기가 크고 굵어야 여자를 만족시킨다는 생각만큼이나 지배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오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만나왔던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가 빨리 사정을 하면 몹시 무안해했고 길게 하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하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동안 섹스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정력이 좋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길게 하는 섹스는 별로다. 더구나 저절로 긴 시간동안 섹스가 가능한 것이면 모르겠지만 억지로 사정을 참아가면서 길게 하는 것은 더 별로다. 섹스는 나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인 남자도 좋았으면 좋겠다. 만약 남자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내게 오르가즘을 느끼는 순간 남성에게서 떨어져서 애무를 하라고 한다면 나는 결코 좋지 않을 것이다. 사정을 할 것 같으면 그냥 했으면 좋겠다. 억지로 참아가면서 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첫 번째는 좀 빨리 사정을 하고 만약 여자가 만족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 스킨쉽을 통해 천천히 흥분을 고조시킨 다음 두 번째 섹스를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알다시피 섹스는 단 한 가지 체위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조금 더 하자면 두 가지 세 가지, 네 가지 이렇게 계속해서 불어난다. 나는 보통 섹스 파트너와 처음 섹스를 하는 얼마 동안에는 두 가지 체위 정도의 평범한 모드를 좋아한다. 아직까지 과감한 자세를 취하기에는 좀 부끄럽기도 하고 서로의 몸에 대해 잘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처음 섹스를 하는데 너무 많은 체위를 구사하려고 하는 남자는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과감한 69자세부터 시작해서 포르노 비디오테이프에서나 봤던 거의 기인열전 수준의 자세까지 구사하려고 하면 정말 난감하다. 물론 나는 거절을 하지만 그렇게 거절을 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무안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상대는 분명 나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혹은 약간은 자신의 섹스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니 말이다.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도 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소 2년은 지나봐야 나도 상대방도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섹스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가까워지고 싶다. 물론 첫 섹스를 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지만 막상 첫 섹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 템포를 천천히 가고 싶다. 하나씩 서로의 성감대를 파악해가고 상대가 어떤 자세를 좋아하는지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이건 대화도 나누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섹스를 오래 같이 해 보아야 알 수 있는 문제이다. 함께 오랫동안 섹스를 할 거라면 처음부터 애로비디오를 찍는 듯한 현란한 자세 바꾸기와 테크닉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하나씩 알아나가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핸드폰의 보급률이 높아진 지금은 웬만한 사람은 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섹스할 때 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들은 섹스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으러 가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울리도록 놔둔다.


섹스를 하다가 전화를 받으러 가면 갑자기 에로틱한 무드는 깨어지고 현실로 직면한다. 방금 전까지 내 귀에다 대고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내 가슴과 배를 어루만지던 그는 “아. 그 서류 말입니까? 제 책상 왼쪽 서랍을 열어보면 파란색 파일이 나오거든요. 거기 없어요? 그럼 제 컴퓨터를 켜구요. 아. 비밀번호요 엠케이제이...” 이런 아주 현실적인 대화를 하곤 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남자 앞에서 나만 계속 에로틱해져서 여전히 달아올라 있기란 무척 힘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말을 하면서 한 손으로는 내 몸을 만지는 것도 별로다. 즉 남자가 전화를 받는 순간 무드의 대부분은 깨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어떨까? 섹스를 하는데 계속해서 벨이 울리는 것은 정말 신경이 쓰인다. 차라리 집 전화 같으면 예의 그 따르르릉 하는 동일한 음이 울리기나 하지 핸드폰은 온갖 음들이 다 나온다. 때로는 어셔가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보아가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차라리 감미로운 음악이라도 나오면 다행이지만 내가 아는 남자들은 거의 다 경쾌한 음악을 벨소리로 지정을 해 두어서 그런 경험은 없다. 그렇게 계속 벨이 울리느니 차라리 가서 전화를 받는 게 낫다.


그러나 이 두가지보다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일이 내가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나 지금 여자랑 섹스하니까 전화하지마’라고 하란 건 아니다. 핸드폰을 잠시 꺼두면 된다. 아니면 자동 응답기능을 걸어둬도 좋고. 진동은 괜찮지 않느냐고? 서로의 작은 숨소리에마저 잔뜩 민감해져 있는 귀에 마치 벌레 우는 것처럼 브즈즈즈즈즈 하는 소리가 안들릴꺼라고 믿는가? 아무튼 섹스를 하기 전에는 마치 영화관에서 핸드폰을 꺼두는 것이 예의이듯 핸드폰을 좀 꺼두었으면 좋겠다. 한석규도 그러지 않았는가. 잠시 꺼 두셔도 좋다고 말이다.



흔히 여자들은 섹스를 하고 난 다음에 담배 한대 피운 다음 바로 등돌리고 자는 남자들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보태어 보자면 섹스후 총알같이 욕실로 다다다다 달려가서 씻는 것도 좀 깬다. 여자인 내가 먼저 씻도록 배려를 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담배는 내가 욕실로 향하고 난 다음에 피워도 무관하다. (물론 내 집에서 섹스를 할 경우 나는 침실에 담배냄새가 베이는 건 질색이므로 거실로 나가서 피우는 게 더 나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더더욱 싫은 경우는 내가 욕실에 가서 씻고 왔는데 ‘자긴 안씻어?’ 라는 질문에 ‘아까 씻었는데 뭘. 피곤하다 자자’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물론 섹스 전에 씻었겠지만 알다시피 섹스를 하다가 보면 타액이며 체액이 온 몸에 묻는다. 그리고 땀까지 흘리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까 씻었다면서 콘돔을 빼고 대충 휴지로 닦은 다음 자려고 하는 남자를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열심히 섹스를 하느라 좀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뽀송한 몸으로 내 옆에서 잠들어 준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상이 내가 섹스를 하면서 말을 하고 싶어도 잘 하지 못했던 부부들이다. 물론 섹스 자체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따지자면 훨씬 더 많아지겠지만 지나치게 지루해질 것 같으니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여자를 대표하는 글도 또 ‘남성들에게 고하노라’ 식의 글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입각한 글이고 칼럼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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