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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긴급출동 이너뷰 - 유시민 편(1)


2003.10.20 월요일

딴지총수

난리다. 얼마 전엔 여당이 뿜빠이 되더니, 이제 대통령이, 뽑힌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대통령이, 날 다시 뽑아달란다. 통치기반인 도덕성에 상처가 났으니 국민들에게 아까징끼 좀 발라달라는 건데, 이거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수면중봉창타격음적 사건 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그랬어야 했을까. 왜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왜 꼭 그래야만 했을까에 가장 근접한 답변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해서 유시민을 만났다.


이너뷰는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 오후 9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글로리아 빌딩 7층, 지구당 사무실에서 본지 이너뷰 역사상 최다인 십 여명의 당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으며, 본지에서는 총수와 철구 편집장이 출동했다. 


국회의원을 이너뷰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배석하고, 격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거나 말빨에 자신있다 싶은 사람들은 혼자 나선다. 그런데 이번에는 떼거리다. 긴 테이블에 생맥주와 통닭 깔고 식구들 십 여명이 주르륵 배석했다. 수많은 정치인을 이너뷰해왔으나 이런 분위기는 또 처음이다.





왠지 유시민다웠다.






 


지구당 사무실에 도착 후 인사를 마치고 테이블에 앉자 사무국장이 체육대회를 했다면서 기념품으로 나온 수건을 건냈다.


유 : 기자한테 금품 제공하면 안되지.
총 : 금품, 우리는 받습니다. 주십쇼. (웃음)

유 : 근데 사람들이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어요. 추석 때 선물로 사과를 보내왔는데 진짜 사과상자 안에 사과밖에 없더라 이거죠. 아니 사과상자에는 사과만 담아야 하나? 다른 것도 좀 담아서 주면 얼마나 좋아. (웃음) 오늘 국감 끝나고 아는 화백네 집에 놀러 갔다가 우리 식구들끼리 한 잔 더 하려구 왔습니다. 통닭 2마리하고 생맥주 조금 시켰습니다.

총 : 음. 싼 거 밖에 없군요. (웃음)
유 : 좀 드세요. 드시면서 합시다.


한참을 먹으면서 잡담.


유 : 인터뷰 안 합니까?
총 : 전 좀 더 먹고 해야겠습니다. (웃음)


한참 더 먹고.


총 : 인터뷰를 들어가서 하죠..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면 협박할 수 없잖습니까? (방을 가르키면서)
유 : 들어가서요..
총 : 협박해야 되는데.. (보좌진들을 보고) 그냥 여기서 할까요?
보좌진 : 네..


이너뷰는 이렇게, 이런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어차피 선수들끼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총 : 그럼, 그냥 하죠. 다른 것 다 떠나서.. 대통령이 신임 자체를 물을 수 있는 겁니까? 대통령이 죽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그냥 계속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 선서할 때 이미 국민들과 그러기로 계약한 건데, 지금 여차저차 힘들고 하니 물어서 대통령 안 할 수도 있다고 한단 말입니다. 이럴 수 있는 겁니까. 대통령을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는 겁니까. 이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건데.. 첫 번 째는 그겁니다.

유 : 야.. 이거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담배 한 대 태우면서 대답해야겠다..
총 : 딴지기자들끼린 직관적으로 이렇습니다.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으면 "조깥지만.. 찍어야지.."

유 : 하하.. 근데 그게 이제 대통령이 "아이 씨, 짜증나" 그래 가지고 이제 "아이 함 해봐" 이거는 아닌 것 같고. 나는 비공식 청와대 대변인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근거를 확인해줄 수는 없어. 우리도 직관적으로..

총 : 직관적으로 얘기를 하죠. 어차피 노대통령을 델따 놓고 심문을 해야 아는 건데 그렇게는 못하니까.
유 : 딴지일보 인터뷰는 안 해주시지.
총 : 그니까.

 유 : 가서 대통령한테 뭐 같다, 좆같다 이러면 안되니깐.. 이게 그니깐 어떤 의마냐면은 나는 그 뉴스를 국정감사 때문에 잘 모르고 있다가 기자회견 끝나고 나서 국회의장실에 국회의원한테 땡깡 놀 게 있어서 갔다가 기자한테 들었어요. 나한테 "코멘트 부탁해요.", "뭘 코멘트해요", "석간 찍어야 되요. 코멘트 부탁해요.", "뭘?", "몰라요?" 이러더라구. 대통령 기자회견했대. 재신임. 그래갖고 빨리 가서 연합을 직원한테 뽑아달라구 해서 보니 있더라구. 그래서 코멘트 해달라고 해서 "노코멘트" 하고는 씩 웃고 나와버렸거든.

나는 그때 직관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아 이 양반이 사기꾼이 안 될라고 그러는구나. 자기가 약속한 게 있거든. 새로운 대한민국, 지역구도 해체, 신당도 하겠다고 그랬잖아, 정계재편도 하겠다고 그랬잖아. 근데 한 게 뭐 있어, 이제까지.. 한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뭐 60% 가까이 의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새끼 장관도 목 잘라야 되고 감사원장도 못 시키고.. 근데 그거는 물론이려니와 자기가 지역구도를 해체하는 동서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 선거공약이라는 것은 문서로 서명을 안 해서 그렇지. 계약이라고. 근데 이제 계약 불이행 상태가 되잖아요. 그래서 5년 동안 대통령은 뭐 그럭저럭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딴 거 뭐.. 대미관계, 노무현 대통령이 잘 풀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했겠어요? 그 양반이 뭐 경제를 딴 사람보다 잘 살린다, 이것도 난 별로 안 믿었을 거 같어.

국민들이 믿어준 거는 역시 이제 국민통합.. 이런 게 젤 큰 요인인데. 제일 중요한 계약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거 아닙니까? 그니깐 자기가 사기꾼이 안 되려면 이대로 가면 못하니깐 보고 국민들이 판단하셔 갖구 뭐 노무현 대통령은 보니깐 약속 이행할 능력도 없고 도덕성도 문제 있고 그래서 고만 해라, 그러면 여기서 접는다.. 이제 한 8개월 했는데 1년 정도 하고 고마 하면 될 거 아니여. 계약 불이행이니깐 위약금만 물고 끝내는 거지.. 근데 이제 할 수도 있는 거니깐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너 좀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해봐라, 이러면 힘 좀 더 실어주이소.. 뭐 그런 거지.

양당간에 힘 실어주면 자기가 계약을 이행할 수 있고, 국민들이 힘 실어줄 가치가 없다 그렇게 판단하면 물러나면 되는 거지. 나는 그게 사기꾼이 선거 사기를 치기 싫기 때문에, 사기꾼이 될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할 거면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던가, 아니면 너 못한다 너 안 믿는다 그러면 그만두던가.. 그런 게 우리나라를 위해서 좋다, 이렇게 판단해서 한 거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총 : 대통령 개인의 도덕적인 선명도를 국민들에게 다시 추인 받고자 하는 거..
유 : 아니, 추인 받고자 하는 게 아니고.. 추인 받으면 하고, 못 받으면 그만 두고 그거여..
총 : 질문의 요는, 여하간 그에게 그만둘 권리가 없는 게 아니냐. 이거죠.
유 : 평양감사도 지 하기 싫으면 그만인데 뭐 대통령이라고..
총 : 근데, 평양감사까진 OK인데 (웃음) 대통령은 아니다.. 임명이 아니라 자신이 하겠다고 해서 시켰고 더구나 그건 감투를 쓰기 전에 대한 이야기고..

유 : 아니 이건 저하기 싫은 문제가 아니고, 국민이 "나 계속해? 아님 나 고만해?"라는 걸 물어볼 상황까지 왔다고 판단하니깐 물어본 거지요..
총 : 그러니깐, 유고나 탄핵이 아니면 그렇게 대통령 해, 말어 하고 물어볼 상황이라는 건 없다는 거죠. 5년 동안은. 세계적으로도 대통령직 자체를 묻는 건 유례가 없는데..

유 : 없지, 그런 사람이. 그러니깐 노무현이 독특한 사람인 거지요.
총 : 옳은 가치들이 서로 싸울 수도 있잖습니까. 도덕적인 선명도를 추구하는 것도 옳은 가치고, 대통령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욕을 먹든 지지도가 1%든 자기한테 주어진 직무를 다 해야 한다는 것도 지켜져야 할 가치인데..


유 : 그런데 지지도가 1%면 어떻게 대통령을 해? 물러나야지..
총 : 지지도가 낮으면 물러나야 된다거나 5년 이전에 내려와야 된다는..
유 : 그런 법적인 건 없지요. 근데 자기가 못 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대통령을 계속한다는 것은..
총 : 그럼,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할 일이죠. 대통령하지 말아야할 게 아니라..


이쯤부터 술도 먹었겠다, 사안도 첨예하겠다, 질문자도 답변자도 대놓고 부딪히기 시작했다. 질문과 답변이 서로의 말허리를 끊어가며, 짐짓 공격도 해가며, 고속으로 오가기 시작했다.

서로의 정반대편에, 의도적으로, 서서..


유 : 근데 그게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뭔가 지금 있는 걸로는 힘들고.. 하여간 딴지 맘에 안 들어도 할 수 없어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니깐.

총 : 근데 그 비용을 자기 혼자 부담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유 : 아.. 거 뭐 한 8백억 든다면서요? 8백억이라는 계산이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잘 모르겠는데..
총 : 이번에 복잡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 거라고 말들 하지만..
유 : 그건 그 사람들이 복잡해서 그런 거지..

총 : 몇 번 이너뷰를 통해 겪었던 개인 노무현을 생각해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결정이 충분히 선의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계산이 아닌, 그야말로 선의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선의이기만 하면 다 용서 받는 건 아니거든요. 선의이기만 하면 다 이해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은 더욱 아니고. 중요한 건 선의였든 잔대가리였든 대통령인 이상 그 결과가 국가적 이익의 총량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느냐..

유 : 와. 딴지총수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네. 국가이익의 총량에도 관심이 있고.. 
총 : 허허. 어쨌든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지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비용이 발생할 거 아닙니까? 그럼 그것이 그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느냐? 비용을 지불해서 얻는 게 뭐냐.. 하는 게 중요해지는데..

유 : 근데 그 얻는 게 뭐냐를 따지기 이전에 대통령이 졸라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갖고 영도 안 서고 뭐 하나 임명하려고 해도 되지도 않고.. 뭐 그런 상태로 가서 생기는 국가적 이익의 상실. 그 다음에 재신임 투표를 하는데 따르는 물리적 비용. 이걸 비교해야죠..

총 : 그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재신임된 다음 상황으로 얻는 게 뭐냐, 지금과 얼마나 차이가 있냐.. 하는 것도 비교해야죠..
유 : 다음에 잘 하면 될 거 아닌가요.. 4월 총선이 있잖아.
총 : 그럼 이게 총선으로 연결되어 총선에 일정 정도 기여할 것이고..

유 : 그런 보장은 없지요. 그런 보장도 없고 다만 대통령은.. 누가 그런 기사 썼더라..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거죠.
총 : 그러면 안 되는 자리 아닌가요.
유 : 안 될 게 어딨어요? 아니 헌법에 대통령이 1인 시위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총 :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오피스(Office) 아닙니까? 노무현이라는 개인이 하는 행동으로는 멋질 수 있다 이거에요, 가진 거 전부 올인하고.. 씨바 멋져, 멋진데..
유 : 멋지면 됐지, 뭐.. 잔소리가 많아! (웃음)

총 : 근데 이 사람은 멋진 개인이 아니고, 제대로 오퍼레이팅 되는 오피스여야 되지 않느냐..
유 : 아니, 옛날에 노태우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도 전에 중간평가 받겠다고 한 사람도 있는데.. 심지어..
총 : 그거하고는 좀 다른 얘기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중간평가 받겠다고 안 했잖아요..
유 : 그니깐 중간평가 받겠다고 해놓고 안 받는 사람보다, 안 하겠다고 해놓고 필요하면 하는 사람이 훨씬 멋있지.

총 : 그건 아닌 거 아시죠?
유 : 난 왜 딴지가 불만을 가지는지 모르겠어. 총수가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하면서도 딴지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건 난 납득이 안 되네..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총 : 뭐가 맘에 안드냐..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하고 조선일보만 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온라인에서 글을 써보셨으니깐 아실 텐데.. 글을 공개적으로 온라인에서 쓰게 되면 그 뒤에 리플이 붙잖습니까. 근데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 리플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다가 나타나요, 지가 직접 게시판에. 제가 필잔데요.. 그게 그 뜻이 아니구요.. 하고 변명도 하고 해명도 하면서..

유 : 처음에 나도 그랬죠..
총 : 근데 이제 어느 정도 쓰다 보면..
유 : 내공이 쌓이면...
총 : 그쵸. 내공이 쌓이면 아.. 리플이 다 여론이 아니구나.. 또 리플을 쓴 사람도 정말 그렇게만 믿는 건 아니구나.. 적극적 발언자가 그 발언의 강도와는 다르게 소수일 수도 있구나.. 뭐 여러 가질 깨닫게 되고..
유 : 알바도 있구나..(웃음)

 

총 : 나중에는 지가 변장해서 쓰기도 하고.. 근데 노무현 정부를 보고 있자면 온라인에 처음 글 쓰는 필자처럼.. 뒤에 막 달리는 리플들.. 한나라, 조선일보가 정부가 뭘 하기만 하면 그 뒤에 막 리플을 달잖습니까? 그 리플들을 보고 글쓴이가 매번 직접 게시판에 나타나서 본의는 그게 아니다, 이건 본래는 이렇게 된 거다 하고 설명하고 반박하고 싸우고 있거든요.. 리플들과 싸우고 있단 말입니다.  

대통령 후보시절에야 본의가 그게 아니에요.. 라고 말하면 지지자들이 본문 전체를 다 끌어 와 가지고 주석 달아가며 봐라 봐, 전체 문맥이 그게 아니지, 몇 문장 떼가지고 그러면 안돼 이 씨바들아.. 하면서 변호해주는데.. 이제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국민들은 바쁘지 않습니까? 국민들은 바빠요.. 이거 키워드입니다. 국민들은 바빠요.. 그리고 이미 그렇게 해서 대통령 만들어 줬쟎아요. 먹고 살기 바쁜데 문장 전체 끌어다가 읽을 시간 없거든요. 그냥 리플 달린 거만 읽고 뭐 무슨 의도가 있었겠지.. 하는 정도에서 그친단 말입니다. 왜냐. 국민들은 바쁘니까.

그런데.. 노대통령은 억울하고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본래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전체 문맥은 그게 아닌데 조선일보에서 딱 한 문장만 떼어와서 뭐라고 하면서 큼직하게 리플 달면 억울하단 말이에요. 예전처럼 주석 달아 변호해주는 사람도 없고. 리플은 점점 더 신경 쓰이고, 리플들은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존나 쌓여만 가고.. 그럼 게시판을 떠나야 되는데.. 게시판 떠나서 리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글을 계속 써가면 되는데.. 한나라하고 조선일보가 게시판을 장악하고 리플 달며 놀고 있다고 해서 거기서 같이 리플 달고 싸우고만 있더라.. 이거 리플정치다.. 리플 정치하고 있다..

유 : 음.. 비슷한 부분 있죠..
총 : 그쵸? 이 게시판을 딱 떠나기가 어렵거든요.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런데 지금 노대통령은 이 리플에 치이고 속상하고 하다가 나 그러면 더 이상 글 쓰지 말까? 나 글 안 써도 돼? 절필할까.. ?

유 : 하하..
총 : 이러고 독자들한테 물어보는 거거든요.

유 : 그 말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인데, 근데 누구나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건 아니잖아. 모든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된다.. 그런 법이 어딨어요..
총 : 근데 노무현 대통령은 왜 이렇게 못하냐 하는 건데..

유 : 무리한 요구를 하지마요.. 대통령이 좀 예민하지.. 근데 예민한 대통령을 뽑아놨는데 어떡할 꺼야? 그렇게 근 55년 넘게 살아왔는데 넌 이제 다르게 살아.. 그러면 그게 되겠냐고. 후보 때도 그랬는데.. 오늘 저기 김당 기자가 애정결핍증 그렇게 했는데.. 뭐 표현은 좀 건방지지만 일리가 있어요.. 후보때도 보면은 경선 때는 재미 좋았거든. 경선 때는 뭐.. 옆에 있는 참모들이 "이라면 됩니다, 저라면 됩니다, 뭐 어떡할까요? 어떡하시겠습니까?" 그 화법이 이래요. "어떡하시겠습니까?" 이러면 "이래 이래하면 안 될까?", 한 열 번에 한 여덟 번은 "마 그래 그래하면 되겠네요" 한 두 번 정도는 "고건 이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래 갖고 경선을 했단 말이야.

근데 민주당 후보가 딱 되고 나니깐 아침부터 밤까지 만나는 놈마다 "그라면 안돼, 이래야 돼" 일케 얘기를 하는 거야. 이거 신경질 나는 거야. 자기가 뭐 잘못해가지고 돌 맞고 있으면 일단 같이 맞아주고 저녁에 집에 와 가지고 오늘 그건 잘못됐으니깐 담에 일케 하자.. 그래야 할 텐데. 남들 다 돌 던지는데 너 그런 식으로 하니깐 돌 맞지..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만 주위에 버글버글하니깐 신경질 나는 거야. 이제 대통령이 됐는데 조중동 뿐만 아니라 모든 신문을 다 봐요. 그 칼럼 한 번 봐봐요. 제왕론부터 시작해서 공자, 맹자 다 끌어 와갖고, 서양에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학자까지 다 끌어와 갖고 "대통령 너 이러면 안 돼, 이래야 돼" 훈육하는 칼럼으로 가득 차 있어요.

건방지게 지들이 뭔데 대통령을 훈육해. 그걸 쓰는 사람들도 지겹지도 않은가봐. 주구장창 그냥.. 8개월 내내 그것만 쓰고 있어. 그리고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그래요. "이러면 안돼요, 저러면 안돼요" 이 얘기만 하니깐.. 나라도 신경질이 날 거 같애. 나는 미리 그걸 알기 때문에 나는 대통령이 된다거나 이런 생각을 안 하잖아. 아예. (웃음)


대통령 노무현이 처한 상황을, 심정적으로 인간적으로, 이해하려 들자면 이렇다는 건데.


총 : 하하..
유 : 근데 이 양반은 대통령 되뻐렸는데 어떡할 거야. 그래서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니 물리라 그러면 물리겠다는 거야. 이 얼마나 진지해.
총 : 진지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유 : 난 노무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진지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이.

 총 : 물론 어려운 결정이었겠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뭐 결정은 이미 내려졌으니깐, 태도를 정한다면 재신임 하긴 한다 이긴 한데.. 노대통령이 이번에 이거 하고 말아야지 내년에 또 딴 거 하고 하면 안 되는데..

유 : 원래 우리가 시련을 겪으면서 자꾸 자라잖아요.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나이 40에 멈추거나, 50에 멈추거나, 60에 멈추는 게 아니고.. 그 상황, 그 나이에 맞게 깨달음을 얻는 거고.. 치매에 걸리기 전까진 계속 발전하는 거고.. 그니깐.. 발전하겠지. 그리고 발전 안 하면 안되기 때문에..

총 : 현직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재신임을 물어서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지지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그 뒤의 혼란을 두려워한다는 거죠. 그래서 현직 대통령이 재신임을 물었을 때는 승리한다.. 이게 공식이고..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그래서 재신임 자체에 대해서는 뒤집힐 거라고 생각은 안 하는데.. 그래서 결국 재신임이 됐다 이겁니다. 그런데 그래도 조중동은 똑같을 것이고, 뭐 되면 더 할지도 모르죠.. 요는 정말로 이걸 기점으로..

유 : 노무현은 변할 수가 없어요. 55년 넘게 살아온 양반이 어떻게 변하겠어.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요. 우리가 15살 짜리한테 "너 성격 바꿔" 그러면 못 바꾼다고. 근데 낼 모레 환갑 될 사람한테 너 성격 바꿔.. 하면 못 바꾸지. 우리가 아무리 주권자인 국민이지만 무리한 걸 요구하면 안되잖아요. 대통령이 지난 번 재신임 발언을 하고 나서 언론 환경도 나쁘고 국회환경도 나쁘고 지역민심도 나쁘고 그렇게 얘기했잖아. 근데, 언론환경은 안 바뀔지 모르지만 국회환경과 지역민심은 바뀔 수 있다니깐. 이걸 기점으로 내년 4월 총선까지 쭉 진행됨으로써 국회환경 바꾸고, 그 국회환경을 바꾸는 과정에서 지역민심도 바뀌고.. 이렇게...


왜 재신임을 해줘야 하는냐. 재신임의 노림수는 뭐냐.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미칠 정치적 영향에 대한 분석은 있냐. 중요한 대목이다.


총 : 그렇다면 국민들이 재신임을 해줘야 되는 중요한 근거들이 바로 그겁니까.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그렇게 되길 바란다면 환경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그 환경 중 국회환경과 지역민심 환경은 이 재신임을 기점으로 바뀔 테니 재신임을 해줘라.. 라는 게 소위 재신임을 지지하는 쪽의 논거가 되는 건가요? 왜 재신임을 해줘야 하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8개월 동안 어떤 정책을, 예를 들어 햇볕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해 왔는데 이번에 재신임 안 되면 햇볕정책 날아간다.. 뭐 이런 게 있다거나.. 그니깐 왜 노무현이 계속 대통령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를 강하게 제시해줘야 하지 않겠냐 이겁니다. 결사 지지하는 측에서. 딴지는 하긴 할 건데 이 국면에서는 그 이유를 잘 찾지 못하겠더라구요..

유 : 이유도 모르면서 왜 재신임하는데요..
총 : 한나라당보단 낫다..
유 : 그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지..
총 : 근데 다른 건 없습니까?
유 : 그걸 왜 억지로 만들어내는데요.. 억지로 만들어내지 말고.. (이때 보좌관 낑궈든다)

보좌관 : 노무현을 맨 처음에 찍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되잖습니까?
총 : 근데.. 그게 눈 앞에서 실현되어가고 있진 않았잖아요.
보좌관 : 그니깐.. 그니깐 실현되고 싶었으니깐 찍었잖아요.
총 : 그러면 거꾸로 그게 맞는 말이 되야 하거든요. 노무현은 착착 잘하고 있었는데, 전부 다 방해해서 안 되고 있었던 거다..
보좌관 : 그런 거잖아요. 실지..
총 :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 아닙니까.

유 : 아니, 노무현도 잘못한 게 있지요. 근데 환경이 좋으면 그 잘못이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텐데 환경이 나쁨으로 인해 가지고.. 지금 봐요.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물어보면, 언행이 부적절하다, 이게 젤 많아요. 노무현 대통령 언행이 뭐가 부적절한데 그 후보 시절부터 시작해서 깽판 발언, 동아일보 폐간.. 이게 새로 시작되는 공격이 아니라구요, 후보시절부터 계속되어온 공격인데..

총 : 개인적으론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솔직하게 본질에 바로 접근하고.. 근데 대한민국이 가오 공화국 아닙니까? 큰 가오가 서야, 중간 가오가 서고..
유 : 그니깐 노무현은 그걸 깰려고 하는 거잖아요. 가오를 안 세우는 게 아니라, 가오 자체를 아예 깨버리려는 거야.
총 : 그 가오와 관련해선, 이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국민들도 후진 부분이 있긴 있는 건데..
유 : 하하..

총 : 소탈하고 진솔한 대통령을 원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실제 그렇게 거침없이 가오잡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면 불안해 하고, 오히려 목소리 깔고 "국민 여러분. 본인은~" 하는 이런 전두환 스타일을 훨씬 더 안정되고 대통령답다고 느끼는 거..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권위적인 것에 더 편안해 하는 건데 ..

유 : 그니깐 이게 시대와의 불화인데... 옛날에 이문열 씨가 시대와의 불화 어쩌고 했는데 이문열 씨는 시대와 불화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총 : 대통령은 시대하고 불화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유 : 하지만 운명적으로 시대하고 불화하는 대통령이 있어요. 운명은 본래 우익들이 좋아하는 용언데, 나는 노무현이 운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뭐냐면 그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영삼 대통령은 YS가 일컨데 법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공직자 재산등록해!! 그러니깐 안 죽을려고 다 했단 말이야. 그러다 보니깐 집이 50채 있다고 해서 다 나가 떨어지고 그랬잖아. 금융실명제, 어느 날 갑자기 선언해놓고 수석비서관 회의 소집해놓고 놀랬재? 그랬는데 인기가 막 80%~90% 막 올라갔잖아. 하나회? 팍 날리니깐 확 올라가잖아요. DJ가 했던 거, 6.15 정상회담 딱 하니깐 확 올라가잖아. 그니깐 당대에 대통령이 한 일 중에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그것이 곧바로 대통령 지지도와 연결되는 일이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재밌는 사람이냐면 인기가 하나도 안 올라갈 일만 골라서 하는 거야. 예컨데 검찰. 지금 내가 보기에 노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가장 잘한 일, 가장 위대한 업적이 뭐냐? 검찰을 해방시킨 거야. 물론 이거 똑바로 된 검찰 아니에요. 이거 엉망이라는 거 다 아는데 계속 묶어 놓을 수가 없으니깐 풀어버렸단 말이야. 풀어버리니깐 얘네가 젤 처음 뭘 물었냐? 대통령 오른팔, 왼팔을 물어버렸잖아. 근데 검찰을 정치권력의 속박에서 해방시키지 않는 한은 이거는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사정기관을 해방시키지 않으면, 정보기관을 국내정치의 속박에서 해방시키지 않으면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대통령이 안기부 이제 국내 정치부는 폐지해버리고 검찰을 해방시켜버렸단 말이야. 그니깐 어떤 놈이 바람을 피웠는지, 어떤 놈이 돈을 먹었는지 그런 정보 하나도 안 올라오지. 야당 의원들이..

총 : ..

유 : 검찰, 마찬가지야. 물어 하면 확 물고, 그만 물어 하면 싹 오고 그랬는데 지금 그게 콘트롤이 안되잖아요. 그게 이제 맨 먼저.. 검찰도 습관이 뭐냐면 자기들 가오 세우려면 대통령 주변을 물어야 될 거 아냐. 그래서 문 거라고. 그래서 이게 굉장히 훌륭한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대통령에게 상처를 주고 대통령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를 안 해줘. 사람들이. 그전에 정치검찰 어쩌구 하면서 언론에서 얼마나 그랬어. 하라는 대로 했거든. 그랬는데 대통령 지지도 떨어져.

그 다음에 제왕적 대통령 없애자고 맨날 얘기를 했잖아. 청와대 구조 바꿔라. 뭐 바꿔라.. 하고 있잖아. 하고 있는데 대통령 무게 없다고 또 씹어. 거 조중동 논설우원들이 참 머리가 나빠요. 자기들이 2년, 3년 전에 한 얘기들을 다 잊어먹어. 지금 자기들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근데 맨날 말 꼬투리 잡아서 조지지. 그런 거 아녜요. 그 다음에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구도 해체해야 한다. 입 달린 놈은 다 말했단 말이야. 아무도 못 했잖아. 근데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 있잖아요. 지금.. 이게 어디까지 깨질지는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한 거라고. 그리고 상당부분 지각변동의 원인은 노대통령의 태도에 의해서 야기된 거라고. 특검 받아주고, 민주당 홀대하고.. 그죠?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구도가 근본적으로 해체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지역구도가 해체되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떠들던 것들이 지금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또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대통령은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내가 볼 때는 본인이 대통령 후보 때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하고 있어요. 근데 평가는 나쁘지. 왜냐? 그것이 해체되지 않기를 바라는 놈들이 너무 많거든. 낡은 패러다임이 해체될 우려가 전혀 없을 때에는 계속 그걸 해체하라고 외침으로써 가오를 잡고, 실제 해체되기 시작하니깐 그게 문제라고 공격을 하는.. 이런 거예요. 그래서 시대와의 불화라고 하는 거예요. 노무현이 이걸 모르냐? 알지 왜 몰라. 노대통령의 훌륭한 점이 거기 있는데 뻔히 알면서 가는 거야. 그냥. 그길로.. 인기 떨어지면 어때? 자기가 옳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국민들이 이해를 못해서 너 대통령 그만해. 그러면 그만 하는 거야.

총 : 대통령 그만 해.. 해서 그걸 받아들였으면 그건 훌륭한데 국민들이 그만해 안 했는데 먼저 나 그만할까? 하는 건 나쁜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유 : 아직 계약이 파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계약이 유효한 지 물어봐야지..
총 :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유 : 왜 필요 없어요. 물어봐야지.

총 : 뭐, 좋습니다. 어쨌든 물어본다 해버렸으니깐. 그럼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하고 토론회를 했잖습니까?
유 : 그거 검찰하고 원수질라고 그런 거지.

총 : 그 검찰 토론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노대통령, 되기 전이지만, 몇 번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아 이 양반은 1:1 혹은 소그룹을 대상으로 토론을 하고 진솔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설득해내는데 재능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근데 그 토론 내용하고는 상관없이 검찰하고 토론회를 한다는 소릴 듣고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이 양반이 개인 노무현이었을 때 가능했던, 그 소그룹들을 상대로 합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하는 게 전국민을 상대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근데 국민들은 층위가 엄청 넓잖습니까? 이문열도 있고 홍세화도 있고 노숙자도 있고 재벌도 있고.. 모든 층위 아니 대다수를 이해시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죠.. 근데 혹여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유 : 아는데.. 검찰하고 토론회를 왜 했냐? 이건 딴지 스타일로 얘기합시다. 이거 검찰에서 들으면 되게 기분 나쁘다고 하겠지만 기분 나빠도 할 수 없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첩이야, 첩. 지금까지. 밤에 한 번씩 가고 생활비 대주고 앙앙거리면 옷 사주고. 근데 이제 첩이 있으면 안돼. 첩을 없애겠다고 자기가 얘기를 했거든. 지금까지 정치권력이 안기부하고 검찰을 첩으로 데리고 살아왔는데 그걸 안 하겠다 이거에요. 근데 이걸 안 하겠다고 말만 하면 안 믿어주잖아 사람들이. 그니깐 동네 사람 다 보는 데서 첩하고 한 판 한 거야. 한 판 붙은 거야. 근데 사람들이 싸움을 첨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게 아니잖아. 저기 OCN 드라마 돌려보기도 하고, 안 본 놈은 그 다음 날 신문보고 글케 한단 말이야.

근데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끊는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웬수가 된 거에요. 그 다음에는.. 검찰에서 정치적 비리를 수사하거나 권력적인 부패를 수사하거나 할 때 그걸 국민들이 믿어주지 않는 한은 첩하고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중인환시리에 이제는 관계가 끊어졌다. 그걸 보여준 거라고.. 진짜 독한 사람이라니까. 대통령이 멍청해가지고 그걸 몰라서 그런 게 아니예요. 그니깐 이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검찰을 청와대의 속박에서 풀어야 된다. 풀어서 어느 놈을 물지는 모르겠지만 닥치는 대로 냄새 나는 놈은 다 문다 검찰이.. 이렇게 되야만 그것이 끊어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가 있어요.

총 : 하.. 이거 거의 종교인 같습니다.. 설명하시는 거 들으니까..


검찰과 일부러 원수지려고 토론회를 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의 표현대로 전투중인지라 의도적이란 걸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의 노무현에 대한 신뢰는 정말이지 종교적이라고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


유 : 아니, 실제 그렇대니깐. 그렇게 된 거고. 그 다음에 오늘 연합을 보니깐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서 그랬더라.. 몇 백 명을 특진시키더라도 이번 재보궐 선거 시월 달부터 시작해서 부정 선거하는 놈은 다 잡아라.. 그랬단 말이죠. 이 사람은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정치문법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려는 사람이에요. 경찰 수 백 명 특진시킨다고 하면은요, 눈에 불 켜고 특진하려고 다 잡게 돼있어요. 포상금에 특진에 몇 백 명이 되더라도 다 시키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건 대통령이 독한 맘을 먹고 쑥대밭을 만들려고 한 거야. 왜냐면 정치가 이대로 가면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이 대통령의 의도를, 국민들이 바쁘니깐..., 잘 이해를 못하는 측면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길게 봐서 필요한 일이면 내 욕먹어도 한다.. 그래서 했는데 맘에 안 드냐? 대통령도 국민에게 꼬장부릴 수 있잖아?

총 : 없죠.
유 : 왜 없어요. 있죠. 그니깐 나는 이상한 남자와 결혼했다.. 뭐 그런 애니메이션 영화 있잖아요. 우리는 이상한 대통령을 뽑은 거라 지금. 이 사람이 얼마나 이상하냐면 국민들이 이해 안 해줘도 나는 간다.

총 : 그러면 재신임을 묻지 말았어야죠.
유 : 근데 계속 가고 싶은데 안 밀어주잖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밀어줄래요, 안 밀어줄래요? 하고 물어본 거야.
총 : 그건 과도하게 이해해주시는 겁니다.

유 : 엉. 맞아요. 난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기 때문에. 하하하. 딴지일보 총수하고 내 입장은 달라요. 내가 존경하는 손석춘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이 노사모 집회에 와서, 그날 강원도 원주인가 갔는데, 내가 딱 도착하니깐 손석춘 논설위원이 노사모 7~8백명 모아놓고 이라크 파병부터 시작해서 노대통령이 잘못한 것을 조목조목 얘기하면서 "진짜 사랑한다는 것은 뭐냐?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를 잘못할 때 그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고 꼬집어주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것이다. 노사모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 됐다" 이런 얘기를 한참 해주고 있더라고. 그런데 노사모 회원들이 참 순수한 사람들이라갖고 불만이 이빠이 올라왔는데 논리적으로 그걸 반박하질 못하니까 중간중간 박수를 막 치면서 들어주고 있더라고. 뒤에서 보니깐 내가 한심해 가지고...

그 다음에 내가 딱 올라갔어. 여기 뭐하러 왔냐고 그랬어 내가. 당신들 여기 뭐하러 왔냐고. 당신들이 신문사 논설위원이냐고. 사회적 균형이라는 것은 모두가 같은 균형된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사회적 균형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어떤 놈은 왼쪽으로 끝까지 가고, 어떤 놈은 오른쪽으로 끝까지 가고, 또 어떤 놈은 중간에서 폼 잡고 앉아 가지고 야야야, 그러지 마... 그렇게 얘기하고 그래서 총합적으로 어떤 집단적 의사결정이 나타날 때 균형이 취해지는 거라고. 그런데 묘한 거는 뭐냐면 아, 신문사 논설위원은 당연히 균형을 취해야지. 근데 자기가 균형을 취하는 게 자기에게 옳다고 해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균형을 요구하는 것은 이른 바 논리학에서 합성의 오류에 해당해. 유식하게 fallacy of composition. 하하..

총 : (웃음)
유 : 노사모는 죽어도 노무현, 노무현 반대하는 놈은 때려죽어도 노무현, 손석춘 논설위원은 잘 한 건 잘했다 그러고 못한 건 못했다 그러고. 그게 각자가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정치를 하는 방법이고. 근데 모든 사람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행동의 규준을 적용해가지고 모두가 똑같이 이렇게 행동하면 사회가 균형 있는 사회가 된다. 이거는 안 되는 얘기야.

총 : 그 말에는 동의합니다. 팬클럽은 팬클럽다와야지.
유 : 팬클럽은 팬클럽다와야지. 조성모 팬클럽이.. 내가 좋아하는 에.. 그 이름이.. 이수영. 근데 이수영보다 조성모가 더 멋있어 이렇게 얘기하는 건 조성모 팬클럽의 자유라고. 근데 거기다 대고 야, 이수영의 장점이 있고, 조성모는 조성모의 장점이 있고. 그건 음악평론가가 하는 얘기여. 팬클럽은 난 조성모가 최고야, 이수영 팬클럽은 난 이수영이 최고야 이렇게 해서 시장에서 조성모 판이 많이 팔리냐, 이수영 판이 많이 팔리냐..

총 : 그럼 강사를 잘못 불러온거죠.
유 : 노사모가 띨띨한 거야. 그래서 내 부흥회를 했잖아요. 지금 전투 중이에요. 전투 중. 전쟁 중이라고 지금. 이제 전반전 끝나고. 큰 전투에서 한 번 이겼어. 졸라 깨지다가. 단일화에서 한 번 팍 이기고 본선에서 팍 이기고, 그 다음에 계속 깨져, 계속.. 그래서 코너에 몰렸어. 근데 큰 전투가 내년 4월에 있잖아. 그러면 지금 전투 중이기 때문에 내가 그런 비유를 하는데.. "돌격 앞으로" 그러면 속으로 아이 씨 작전 지도에 보니깐 이 산이 아닌데 그럴 때는 빨리 옆에 가서 사령관님 이 산이 아닙니다..라고 얘기를 하든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냥 가는 거야.

한참 가고 있는데 갑자기 "스톱, 저 산이가벼" 하면 저 산으로 가는 거야. 또 "아까 그 산이 맞나벼" 하면 일단 그 산까지 가야 돼. 야간 전투하면서 보이지도 않는데 뭘.. 일단 가고 나서 그 다음날 작전 회의할 때 "사령관님 어제 지도 잘못 봤습니다. 독도법 좀 익히십쇼" 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산으로 가면 깨질걸", "어... 뭐 작전회의를 저 따위로 하는 거야" 하면서 뒤에서 병사들이 궁시렁거리면 전투 안되는 거지. 그니깐 노사모는 노빠니깐 하자면 하자는대로 하는 거야. 그러니깐 노사모지. 그러니깐 나한테 대해서도 욕하지 말라고. 나는 한겨레 논설우원이 아니잖아. 저, 누구 장정일 소설인가요?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런 소설 제목 있죠? 내가 누군질 알아야 돼. 나는 논설위원이 아니잖아요. 옛날에는 컬럼리스트였지만...

총 : 맞습니다. 노사모는 노빠여야 하지요.
유 : 그럼 팬클럽이 팬클럽다와야지.
총 : 팬클럽이 비판하면 팬클럽 탈퇴시켜야지.
유 : 탈퇴시켜야지. 싫으면 나가.. 이렇게 해야지.
총 : 그러면 팬클럽의 회장에게 묻노니.. 왜 팬이 된 겁니까?
유 : 좋으니깐 팬이 됐지 이유가 어딨수?

총 : 그러면 안 좋은, 팬까진 아닌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왜냐면 이 가수가 부른 노래를 전국민이 들어야 돼요. 팬클럽만 듣는 게 아니고..
유 : 팬은 CD를 사다가 듣는 게 팬이고, 그냥 듣는 사람은 라디오 틀다가 나오면 듣는 거지. 싫으면 채널 돌려..
총 : 이건 채널을 돌리 수 없는 단일 채널 아닙니까? 대통령이 열 명도 아니고..
유 : 그건 좀 안타깝네. 하하..

총 : 전국민이 무조건 졸라 들어야 되는데 팬클럽끼리야 노무현이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좋지요. 근데 일반 국민은 안 그렇잖습니까? 왜 이 신곡을 들어야..
유 : 최병렬 팬클럽도 만들면 되잖아. 꼬우면..
총 : 최병렬은 대통령이 아니잖습니까? 지금 대통령이 신곡을 팍 내놨는데.. 적어도 팬클럽의 대빵이.. 팬클럽 아닌 사람도 다 들어야 되는 노래니깐..

유 : 난 팬클럽의 대빵으로써 니도 팬클럽에 들어야 돼. 이럴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노래를 틀지, 말지를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정 싫으면 틀지 말라고 하면 될 거 아냐.

총 : 이게 5년 동안 틀도록 정해졌어요. 끌 수가 없게 되어 있어요..
유 : 아니, 끌 권한을 드린 게 재신임 아닌가요. 내가 계속 이 노래를 부를 건데 정 듣기 싫으면 끄세요.
총 : 최초에 국민 가수가 될 때 5년 동안 독점적으로 중단 없이 노래를 부르기로 계약을 한 겁니다. 국민하고..

유 : 계약서를 파기할까요, 말까요. 물어보는 거에요. 국민들한테..
총 : 그 계약서는 중간에 파기할 수도 있다 혹은 파기할까요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런 내용이 없는 계약입니다.
유 : 그런 계약이 어딨어요? 세상에.. 파기할 수 없는 계약은 계약이 아니여.

총 : 뭐 또 좋습니다. 그럼.. 총선에선 승리할까요? 이 덕분에..
유 : 아니 이 덕분에 어떻게 총선에 승리해요? 대통령을 재신임 해주는 것하고 신당을 지지하는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지요. 재신임 국면에 슬그머니 묻어 갖고 신당을 성공시키겠다.. 이건 도둑놈 심보죠. 이거는.. 말이 안 되지.

총 : 그럼 재신임은 재신임 자체로만 바라봐야 된다..?
유 : 재신임은 재신임 자체로만 바라봐야지요.
총 : 그럼 이거 너무 수가.. 단순한 거 아닙니까?
유 : 단순한 거래니깐. 계약 파기할까요? 말까요? 이거 한 가지여.

총 : 그렇게 물을 권한이 없는 거 아닙니까?
유 : 아.. 지금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좀 적용합시다. 국회에서도 중복질의 나오면 욕 나와요.

총 : 좋습니다. 그럼, 대통령이 좀 포커페이스가 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유 : 아, 포커페이스를 하는 대통령도 있고 패 좋으면 하하 웃으면서 좋아하다가 패 나쁘면 인상 찌그러지고 하는 그런 플레이어도 있고 그러지..

총 : 이런 게 있거든요. 노대통령도 개인 캐릭터가 있고 그걸 어떻게 바뀔 수가 있느냐.. 맞는 말인데..
유 : 그럼 맞아요. 대통령도 인권이 있는데...
총 : 맞는 말인데.. 근데 직업이 요구하는 윤리가 있거든요.


유 : 그래. 직업윤리. 이제 상도덕이 뭐냐면, 거래조건에 상품의 질을 명시했는데 소비자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 계약하고 다르다 이러면 정말 다릅니까? 우린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야 임마 성능이 나빠 이러면 그럼 물러 드릴께요. 물으실래요..

총 : 고런 말씀으로 드린 게 아니라 소위 말해서 포커 페이스도 대통령의 직업윤리 중에 하나에 들어가지 않느냐..
유 : 난 안 들어간다고 생각해.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면서도 돈은 딸 수 있어요. 나도 그런 포커를 치거든. (웃음)

총 :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천 명이든 한 그룹의 대빵이 됐어요. 나머지 구 백 구 십 구 명이나 그 대빵이나 다음 날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 똑같은데 999명이 이 한 사람을 바라 보는 게 있단 말이죠. 대빵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 : 그니깐 잘해야지.
총 : 지도 존나게 불안하지만 포커페이스함으로써 나머지 999명 중에서, 그래도 600명 정도는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유 : 어허.. 우리 딴지총수님이 이런 구시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줄..
총 : 그런 심리적 부분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요..

유 : 아니, 국민이 대통령입니다가 괜히 나온 소립니까. 국민이 이라크 파병도 결정하고, 경제도 결정하고, 대통령 계속 시켜야 하는지도 걱정하고.. 대통령 5년에 한 번 잘 뽑아놓고 만사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것도 웃기는 일이라고요..

총 : 그러니까 리플에 덜 민감하고 포커페이스도 하는..
유 : 그건 내 인터넷 보시지 말라고 건의를 드렸어. 이미.. 요새 안 보신대. 아, 신문도 안 보신대잖아. 신문도 안 본대 이제. 그니깐 이제 포커페이스 되겠지.

총 : 언제부터 신문을 안 보신답니까?
유 : 한참 됐어요. 한 두어달.
총 : 인터넷도요?
유 : 인터넷도.. 인터넷은 권여사만..
총 : 그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게 컨트롤이 안 되서 그걸 아예 보지를 않아야 한다니..

유 : 아, 리플 보면 열 받잖아요. 그니깐 안 봐야지.
총 : 내공이 쌓이면 "아 이 새끼가 날 욕을 했네.. 쩝쩝.. " 하고는..(웃음)
유 : 하하. 임기말 쯤 되면 그 수준까지 갈 꺼야. 아마도.. 그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요. 언젠가는 그 수준에 가니깐요.
총 : 임기말에 그 수준가면 뭐합니까? 임기말인데.



끊임없이 찝적거렸다. 그를 통해, 가장 열성적인 노무현 지킴이를 통해 이 사태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끊임없이, 날파리처럼 사방에서 윙윙거리며 찝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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