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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 영등포 시장통 시대를 선포한다!

2003.10.18.토요일
딴지 취재팀


 


본지가 문래동 딴지사옥 시대를 연지도 벌써 43개월하구두 14일에다가 8시간 보태기 17분 22초... 1/10세기에 겨우 7년이 모자란 세월동안 대내적으로는 온 국민의 엽기능력 함양 및 명랑사회 건설과 발랄문화 창달로, 대외적으로는 독수리 오형제 종영 후 그들을 대신해 지구평화 수호 및 악의 무리 처단으로... 암튼 본지 그간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의 그것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기념비적 성과를 이룩하고야 말았다.


물론 그 중심엔 쌍방향 커뮤니케이숑을 가장한 본지의 일방향적 독야청청한 가르침에 가벼운 항의와 욕설 등 오로지 소극적인 의견개진으로 일관하며 묵묵히 믿고 따라준 독자 니덜의 가열찬 본지에의 누름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뭣보다 이런 딴지스와 독자를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마냥 끈끈하게 연결시켜준 130여 회에 이르는 업데이트의 원천엔 문래동 맨 구석에 홀연히 꼴아박혀 있는 국내유일의 휴머니즘적 엽기 공작사옥 딴지창고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둑맞곤 못살아>, <여자만세> 등등의 세트로도
사용됐던 본사 딴지창고의 위용


하지만 갱제가 IMF 이후 가장 최악으로 바닥을 박박 기고 있는 이 때, 어찌 각종 최첨단 기자재와 존나게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고급 창고 안에 안주하며 희희낙락할 수 있으리요. 해서 본지는 지난 13일의 월요일, 3년 간의 문래동 창고 시대를 마감하고, 이민족덜의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하는 무슬림덜의 심정.. 까지는 아니지만 우쨌든 허리를 졸라맨다는 심정으로 전격적인 사옥이전을 감행하였으니.


그곳은 바로...


사람의 인적이 드물기로 소문난 문래동과 달리 서민들의 왕래가 빈번하여 민심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는 그 곳. 영등포 내에서도 시끌벅적하기로 악명이 높은 그 곳. 그 곳은 바로 시장통의 대명사 영등포 시장이었던 거시다. 아... 이로서 본지는 보다 가까이 민심을 접하고, 보다 찐하게 국민들의 고충을 실감하며, 보다 깊게 서민의 애환을 온 똥꼬로 느끼게 되었다.


이에 본 취재팀은 영등포 시장통에 새로이 들어선 본지 사옥의 전모를 긴급 공개하는 바이다.







 
로는 우리 서민덜의 식()문화를 고래로부터 책임져온 market계의 첨병 시장통이 자리 잡고 있고, 로는 벤치를 가장한 목조형 간이 침대로 수많은 노숙자덜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공원이 위치한 그 사이로 삐집고 들어선 본지의 신사옥.











본지 신사옥을 중심으로 좌로는 시장통, 우로는 공원이 배치되어 있다.


그렇타. 본지가 시장통 한가운데로 사옥천도를 결정한 이유는 독자덜을 개무시해왔던 그간의 도도함을 벗어 던지고 좀 더 민초덜과의 거리를 좁혀 그덜의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시절이 하 수상한 이 때 그덜이 느끼는 삶의 무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상인 거시다.


그리하여 본지는 좌궁뎅 우히프의 절묘한 곡선을 뽐내던 위엄 있는 똥고동산의 엉뎅이 한 짝을 스스로 제거해버림으로써 똥꼬의 한 쪽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사옥 입구에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였음이다. 보시라 이 반똥꼬동산의 숙연한 모습을...



이 반똥꼬동산의 입구를 통과하게 되면, 자기 몸에 서식하고 있는 벼룩을 떼어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개쉐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는데 멍청하게 보인다고 해서 무시하면 조뙌다. 이 개는 일부러 적들의 방심을 끌어내기 위해 어리버리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개 2만마리 중 특별히 엄선한 최강 어리버리 관상의 개로서 본지의 안보를 위해 특별 조련된 경비견 되겠다. 이 개와 맞닥뜨리게 되면 먼저 선서하듯 손을 살짝 들어올려 졸라~라고 외친 후 사옥에 방문하였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이 경비견이 역시 앞발을 살짝 들어올리면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표시이므로 그때에야 안심하고 지나칠 수가 있다.


일견 사람을 가려서 상대하겠다는 비인간적인 행태로 보일 수도 있으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지 무척 섭섭하다. 이는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눈이 마주치게 되면 인간금수 구별말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들어 살갑게 인사를 함으로써 명랑사회를 이룩하자는 본지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옷깃만 스쳐도 인연 프로젝트의 한 일환인 것이다.









딴지스덜은 사옥에 들어오기 전 항상 손을 든다.


개쉐이의 호위를 받으며 직통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오게 되면 마침내 총무 집무실을 중심으로 시원스레 부채꼴로 펼쳐진 엽기 브레인 본지 사옥으로의 첫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총 5개 부서로 나누어진 설계에도 불구하고 부서를 가르는 벽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어느 위치에서건 사옥을 한 눈에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문래동 딴지 창고 화장실의 반투명 문짝 구조를 한 단계 발전시켜 사옥 전체로 확장시킨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처럼 개미새끼 한 마리 숨을 수 없는 투명한 벽은 반총수연대 설립, 비강굴착 작업, 사내커플 등과 같은 모든 비밀스런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노사간, 동료간의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특히 근무시간 중 장시간 자빠져 낮잠을 잔다든가, 쓸따리없이 망상과 잡담에 열중하는 부하직원 혹은 동료를 목격하면 곧장 달려가 "어서 일을~"이라고 등 뚜들겨주며 격려함으로써 업무의 능률을 꾀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구조라 아니 할 수 없다.











한 눈에 들어오는 본지 사옥. 이와 같은 구조를 이용, 총수는 일을 하는 척 하면서 직원의 근무태도를 살핀다.


만약 부하직원덜의 농땡이가 심해 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타사 사장님들이나 노조해체를 회사 발전의 제일로 삼고 있는 삼숭과 같은 대기업이라면 심각히 고려해 볼만한 설계라 하겠다.  


영등포 시장통 사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문래동 딴지창고의 자랑꺼리였던 반투명 화장실과 3단 침대가 구비되어있던 침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건 영등포 시장통 사옥이 문래동 딴지 창고보다 장소가 협소해서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돈이 없어서 설치 못 한 것도 절대루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루 아니다.





앞썰에서도 말했듯 본지가 그 편한 문래동 창고를 마다하고 영등포 시장통으로 고생의 길을 선택한 건 희망의 꼬랑지가 보이지 않는 작금의 경제를 온몸으로 체감하기 위한 절절한 고민의 결과였음이다.


그러한 의지의 실천으로 좌변기가 구비되었던 반투명 배변처리 시설을 과감히 폐기하고 대신 쪼그려 앉아 응가 할 수 있는 쪼그려쏴 변기를 설치, 불편한 자세에서 나오는 고통을 이겨내고 여기서 닦은 인내심을 실생활로 승화시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로 하였다.  



본지 침실 대용으로 사용할
사옥 바로 코 앞 공원 목조형 간이침대


게다가 침실을 의도적으로 설치하지 아니함으로써 만약 자빠져 자고 싶을 시 본지 사옥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공원으로 직행, 노숙자덜과 함께 목조형 간이침대를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하였다.







 
이 외에도 각자의 체형에 따라 정밀하게 맞춤 설계된 Do It Yourself(쉽게 말해 자기가 직접 조빠지게 만든)형 책상, 본지를 시기하는 좃선의 무차별적 해커질에 언제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정예의 프로그래머를 사옥 3층에서 비밀리에 양성하고 있는 중앙 정보 처리 과정 등 소개할 꺼리가 많으나 기밀파트에 해당하는 지라 아쉽지만 이쯤에서 본지의 신사옥 소개는 마치기로 하고.


한편, 대규모의 기자단과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딴지 사옥이 영등포 시장통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본지 지정 밥집 신선나루의 김 모 아주머니께서는 "딴지의 모든 직원을 유치하여 침체에 빠진 우리 식당의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영등포 시장통 골목어귀에서 30년 간 개를 팔아온 개장수 허 모 할머니께서는 본지의 경비견을 빠른 시일내의 자신의 개쉐이로 바꿔 역시 올만에 웃어보겠다며 각오가 대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 벌써부터 이들과 함께 펼쳐나갈 본지의 활약이 기대되지 않으시는가? 본지 역시 영등포 시장통에서의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바이다. 영등포 시장통에서 발산될 엽기공력의 새 아침이여~ 그럼 우리 영등포 시장통에서도 앞으로 잘해 보자꾸나. 이상!



 
영등포 시장통 사옥 특별취재팀
나뭉이(namun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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