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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이라크 나시리아, 현재 그 곳은...

2003.10.21.화요일
딴지 독투불패


저는 얼마 전까지 이라크에 파병되어 나시리아라는 곳에서 5개월 여 동안 생활하다 온 현역 군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아마 저런 개 구라쟁이 헛소리하고 자빠졌네 등등의 코멘트가 한 10개 정도가 밑에 쫙 깔렸을 겁니다. 워낙 게시판이라는 곳이... 특히 이곳 딴지 게시판은 더하겠죠..^^;

 

군인신분이니까 입다물고 조용히,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입다물고 가만히 있기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중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들이 좀 많군요. 주위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도 그렇고...

 

그럼 시작해 볼까요...

 

파병부대원들이 이라크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는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티비 프로그램으로 몇 번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라크에서 생활하던 우리들도 KBS월드 TV가 나와 우리 모습이 찍힌 방송을 보았으니까요. 방송내용이 좀 편협 되어 보이고, 생략된 내용이 많다고 느껴 많은 전우들이 아쉬워 했더랬죠...

 

한낮에 5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와, 때를 안 가리는 세찬 모래바람 등 그곳 날씨는 아마 가본 사람만이 알겁니다. 기사 쓰신 타우픽 님이 계셨던 두바이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해안이라 습기 때문에 덥고 짜증나는 한국 여름 날씨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쿠웨이트처럼...

 

잡소리가 넘 길었군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럼..

 

사실 이 기사에 실린 내용들의 대부분은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죠. 생활을 거의 기지 내에서 했으니까 마주쳐봐야 미군이나 이탈리아, 루마니아 군 정도니까요.

 

나시리아 작업현장에서 만난 이라크 인들과는 일단 대화가 통하지를 않으니까 해봐야 제스쳐로 통하는 대화만 가능했죠. 그곳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루트는 오로지 TV뿐이었죠. 가끔 미군들과 간단한 영어로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관심사는 다른 것들이었죠. 그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뭔가 기념이 될만한 것들을 서로 얻어내는 데에 대부분 관심을 가졌죠. 사진도 찍고, 물건도 교환하고 하면서.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첫째로 타우픽님이 쓰신 기사와 그 이라크 인이 하는 이야기들이 신빙성이 있다는, 아마도 사실일 거라는 겁니다.

 

나시리아의 이라크 인들은 한국군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한국군이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관심을 보이고, 한국군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그들이 의사를 표시하고 우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군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달라 보였습니다. 시내에서 협동으로 작업하는데 참여한 적이 없어서 미군에 대한 반응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V뉴스에서 보듯이 미군은 NO, 한국군은 YES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시리아에서 미군이 죽은 사건은 들은 적이 없지만 인근 바스라에서는 여러 명이 죽었다죠. 들리는 소문이지만...

 

다른 동맹군인 이탈리아 군을 예로 들까요. 다른 동맹군처럼 이탈리아군도 공병부대로 전후복구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안전하지 못합니다. 미군처럼. 실제로 얼마 전, 부대 복귀 준비가 한창이던 중에 나시리아 시내에서 이탈리아 군 몇 명이 폭탄공격으로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그 다음날 시내로 작업을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탈리아군도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병력을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미군과 다를 바 없다는 거죠. 나시리아에서도 이제 타국군들이 안전하지 못 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릅니다.

 

민간인들의 생활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동맹군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 뭐라도 하나 얻어 볼까하는 마음에서 일겁니다. 도와주는 게 감사해서 관심을 보이는 거라고 우리끼리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이라크 디나르(화폐단위)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1디나르 지폐는 우리나라 돈 1원 정도밖에 안됩니다. 기사의 내용처럼 이라크 화폐가치는 엄청나게 떨어져서 거의 통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달러가 통용되죠.

 

폭탄에 맞아 부서진 총알에 맞아 벌집이 된 건물들이 산재하고 많이 복구하였으나 아직도 부서진 급수관, 하수도 덕분에 곳곳에 썩은 물웅덩이가 널려있고 인류문명발상의 젖줄 유프라테스강은 우리나라 어떤 똥강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입니다.

 

이 비참한 상황은 물론 이번 전쟁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지난 걸프전에서 입은 상처들이 너무 벅차 치료할 엄두를 못 내고 방치해 두었던 것이죠. 후세인도 별로 신경 안 썼을 것이고.

 

환자들도 너무 많습니다. 게중에는 물론 이번 전쟁에서 총 맞아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병원에 진료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모두 걸프전 이후 생긴 환자들입니다. 미군이 걸프전 때 무작위로 쏟아 부은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을 받아 기형아가 태어나고,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해 어린애들과 청소년들은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립니다.

 

제가 본, 들은 사실에 바탕한 한국군 파병에 관한 저의 의견입니다.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생활환경을 개선해줄 장비와 인력, 물자입니다. 치안은(솔직히 그곳의 지금 상황에 치안이라는 말이 우습군요) 순전히 미군들을 위해 필요한 겁니다. 절대로 전투병은 안됩니다.

 

지난 베트남전처럼 우리나라가 돈이 궁해 떼거지로 외화를 벌러 가는 상황도 아니고 우리 돈 써가면서 죽으러 가는 건 말도 안됩니다. 북한문제와 연관짓는 것은 정말 웃긴 이야기입니다. 50년 전에 우리나라가 분단된 그 후로 여지껏 통일하지 못한 이유가 누구 때문인지조차 파악 못하는, 역사를 바로 볼 줄 아는 능력도 없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가려면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으로 구성된 서희·제마부대같은 형식으로 여단이나 사단급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이 가되 서희제마부대가 자리잡아놓은 나시리아를 중심으로 인근도시로 분산되어 대대급으로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만한 여력이나 예산이 없다면, 안 보내는 게 낫지 전투부대 파병은 타우픽님 기사대로 어떤 식으로도 이유가 성립이 되지를 않습니다. 제 생각엔 이 문제가 대통령 재신임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재신임 논쟁에 가려 어물쩡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됩니다. 어떻게든 힘을 모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많이 고민들 하셨겠지만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합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의문 나는 게 있는 건 최초 서희·제마 1진 파병될 때에는 파병안을 국회 표결로 통과시키더니 이번에 추가파병문제는 왜 정부 맘대로 추가파병 결정했습니다 하고 맘대로 통보해 버리는 건지... 그걸 보고도 다들 왜 그러려니 하는 건지... 아님 벌써 국회 동의안이 통과한 건지... 아니면 하긴 할건데 아직 안 한 건지... 그렇담 파병 안 하는 쪽으로 하도록 어떻게는 해야할텐데...

 

 

 위 기사의 작성자 쌀람 알라이쿰은
요기(editor@ddanzi.com)로 연락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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