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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사회 캠페인]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자

2004.8.26.목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대머리는 이 땅에서 천형일 수밖에 없는가?

 

지난 20세기의 천형이 페스트였다면, 21세기의 천형은 대머리로 정리될 것만 같은 불길한 조짐이 사회적으로 암암리에 퍼져 있다. 대머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신종개념의 차별이라 할 만큼 냉혹한 것이 사실이다.

 

본 기자가 알고 있는 한 여자대학동기의 대머리에 대한 반응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여자동기 말인 즉슨, 단순히 보기 싫다, 매력이 떨어진다 같은 수준을훨씬 벗어나 대머리가 한마디로 징그럽다는 거다.

 

징그럽따... 당사자들에겐 얼마나 사무치도록 폐부를 찌르는 말인가? 비정한 사회...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다

 

대머리인 점을 용해 갖가지 형태로 놀려먹는 패륜이 오늘날까지 꾸준히 저질러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가령 친한 친구 사이에 대머리라고 놀려먹는 가해행위는 당사자와 4박 5일간의 대화단절은 물론 절교, 심지어는 살인행각(심정적으로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으로 연결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본 기사를 쓰는 지금도 매우 조심스럽다. 지금 대머리이거나 점점 대머리에 가까워지고 있으므로 그 어떤 불길한 확신에 사로잡혀, 이미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행여 이 기사의 어느 부분이 정신적 가해로 작용할까봐서다.

 

대머리에 대해 암묵적으로 행하는 사회적 가해행위가 점차 지능화,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이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머리 해방의 그 날을 위해 범국민차원의 일목요연한 해결책을 마련해야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재래언론들은 발모제 광고나 디립다 도배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현실. 심히 안타깝다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광고는 당사자들에게 위안을 주기보다 오히려 불안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본지가 또 나선다. 본지는 대머리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 차원에서 몇 가지 에티켓 형태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주위에 대머리가 있다면, 연민어린 눈길을 보내 주시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음에 제시하는 에티켓을 몸소 익히는 것이 대국민화합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자 보시라.

 


  대화 시 벗겨진 머리 부위를 과도하게 응시하지 마라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대화를 할 때 서로 눈을 보고 대화하기보다 벗겨진 머리 주위를 찬찬히 응시하며 애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물론 벗겨진 머리의 그 어떤 형언키 어려운 광활함에 압도된다는 점,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응시 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상하는 것은 물론 자칫 대화의 맥락을 잃어버리고 헤매다가 느닷없이 멱살잡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술자리에서 술을 먹여 본 후 벌겋게 달아오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함으로써 얼굴과 머리의 그 살벌한 경계선을 가늠해보는 파렴치한 행위가 있는데 이것 역시 일벌백계할 일이다. 제발 그러지 좀 말아라.

 

 
  너무 밝은 조명 아래 앉히지 마라




 
 

 

조명등에서 직선으로 내리쬐면서 뿜어내는 광도는 대머리의 실존적 정체성을 확인케 하는 잔인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회식자리 등 각종 모임에서 조명등 바로 아래 앉히는 행위는 대머리 당사자들에게 당혹감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공황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하라.

 

조명등에서 발산된 빛과 대머리에서 발산된 빛이 합쳐졌을 때를 상기해보라. 이 두 가지 상이한 캐릭터의 빛이 시너지로 작용할 때, 이 빛이미치는 범위 내의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란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주위사람들이 이러할 진데 당사자는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되도록이면 은은한 조명이 있는 곳에 앉히는 지혜와 배려가 필요하다.

 

 
  풍향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라.






 
 

 

설운도 강아지, 바코드형 헤어스탈로단장하고 취재에 임했다.

 

자연풍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건물이나 차량 내 에어콘, 선풍기, 지하철 환풍구 등 각종 인공 바람이 이는 곳에 대머리가 있을 경우 주위사람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바람이 부는 각도와 머리카락 방향과의 일치여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특히 U자형 대머리인 사람이 옆머리카락을 앞머리카락화 하기위해 옆머리카락을상의 가로로 길게 널어놓는 형태의 머리, 일명 바코드 머리형일 경우 그 가르마 방향과 풍향의 각도에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자칫 바코드 머리의 가르마 방향과 반대로 바람이 일 때, 설상가상으로 당사자를 바람이 이는 곳으로 밀칠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머리카락의 터전을 난도질하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하철에서 이런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혹시 이런 상황에 마주쳤을 경우 주위사람들은 가만히 있지만 말고 잽사게 바람막이가 되어 온몸으로 머리카락을 수호할 것을 당부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광경이 지하철 내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면 온정이 넘치는 사회가 앞당겨지지 않겠는가.

 


  과도하게 놀라지 마라






 
 

 

 부디 너만은 빠지지 마라!

 

본의 아니게 머리카락이 몇 개인지 정확하게 알아버린 자의 고충, 당해본 자만 안다. 두피 위에 실존하는 머리카락보다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다는 것은 모든 대머리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그리고 이들은 머리숱을 많게 보이기 위해 나름대로 실험정신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가지고도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과도한 조명을 받았을 때, 혹은 머리 감고난 후그나마 남은 머리카락이 끼리끼리 엉켜 붙는 바람에 머리숱이 더욱 빈약하게 보일 때 주위사람들이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아니 이렇게 머리숱이 적었다니! 라며. 무심코 봐버린 그 머리숱이 생각보다 적음을 눈치챘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놀란 표정을 짓지마라. 설령 그 놀람이 애처로움과 동정심에서 기인한 휴머니즘이라 할지라도 차라리 모른체 하는 인간미를 발휘하라.  

 

모자를 벗거나 가발이 우연찮게 벗겨져 대머리임이 드러났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이들은 결코 분위기 전환용으로 대머리를 드러낸 것이 아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침묵이나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하지 말고 매끄럽게 그 상황을 진행시켜라.

 

 
  면전에서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지 마라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는 행위는 자칫 심약한 대머리들에게 상처를 줄 소지가 있다. 이런 행위는 나는 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처럼 머리카락이 풍부하단다. 그런데 너는 평생 이토록 윤기 나는 머릿결을 못 가질 걸? 이라는 생각이 함축된, 일종의 과시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일 경우 핀으로 꽂고 남성일 경우 무스로 단단히 고정 시키길 당부한다.

 

 
  만지지 마라

 

대머리 유형은 U형, O형, C형, M형, O+M형, C+O형, 그리고 퍼펙트 형 이렇게 7가지다. 이중에서, 그 반들반들한 광채와 매끄러움에 현혹되어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유형이 바로 완전무결의 퍼펙트 대머리다. 흡사 잘 닦아 놓은 대리석과 같은 감촉일거라는 지레짐작에 무심코 만져보는 패륜을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금물이다.

 

대머리의 미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행위가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당사자는 인격체 전부가 송두리째 유린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대머리가 연상되는 머리관련 발언을 자제하라

 

남을 탓하거나 비방할 때 쓰이는 소갈머리 없는 놈, 주변머리 없는 놈, 버르장머리 없는 놈, 진절머리 나는 놈, 인정머리 없는 놈 등 각종 머리 접미사형 비방 멘트들도 대머리들에게 폐부를 찌르는 추방되어야 할 말들이다.

 

또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라는 출처불명의 위압감을 주는 말 역시 추방되어야 마땅하다. 공짜와 대머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횡행하는 작태는 부지불식간에 대머리에 대한 혐오를 유발한다.

 


  만화, 영화 등에 대머리를 악당으로 배역을 넣지마라  

 

만화나 영화 속 대머리는 웬만하면 악당역할이다. 이거 정말 치졸한 상상력의 소산이다. 무슨 이유와 근거로 악인의 헤어스타일을 대머리로 만드는가 말이다. 어릴 때 봐왔던 TV만화 속의 가가멜, 007시리즈의 닥터 후, 영화는 기억이 안 나지만 왠지 악당으로 무지 많이 등장했을 것만 같은 조춘 등등...







 
 

 

 

대머리는 만화에서조차 대접을 못받는다. 이런 장면들은 어린이들에게
대머리
에 대한 그릇된 학습효과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

 

정말 반문하고 싶다. 악당 역에 대머리를 출연시키면서까지 이 땅의 무수한 익명의 대머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반면, 낭만적인 키스씬에 대머리가 등장케 하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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