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리뷰] 뽈노 <Deep Throat>(1972)

2004.9.2.목요일
딴지 고전발굴위원회

지난주 본지에서는 잊혀져가던 고전게임 <하이퍼올림픽>을 디비는 과정에서, 그 속에 감춰진 버튼 연사의 역사를 발굴해내는 개가를 올린 바 있다. 생각해보면 발굴해야할 고전이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터, 이는 모두가 새로운 것, 복잡한 것만 찾는 작금의 시기, 고전은 세월의 깔짝거림에 굴하지 않고 우리의 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스 신화나 삼국지는 끊임 없이 다시 읽히고 다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 타이밍에서 의문 하나 때려보자. 우리 주변의 수많은 문화생산물들, 가령 문학작품이니 음반이니 영화니 만화니 하는 것들은 모두 자체의 고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야동, 아니 - 이런 자조적 명칭도 집어치우자 - 뽈노의 경우는 어떤가. 뽈노가 걔네들보다 못한게 뭐가 있다고, 막상 뽈노의 고전하면 떠오르는 제목이 왜 하나도 없냐 말이다. <감각의 제국>이니 <살로 소돔 120일>이니 뽈노의 탈을 쓰고 아트질로 테러하는 영화들은 언급할 필요도 엄따. 지금 본 기자가 말 하는 건 하드코어와 소프트코어의 심오한 차이를 논하고자 함도 아니요, 학술용어로서의 포르노(porno)에 대한 고찰도 아닌, 그 옛날 FBI Warning과 VCA Pictures presents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기억되던, 그 가슴 벌렁거리던 뽈노를 야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하야 뽈계의 강호에서 암약중인 고수들 사이에서 전설로만 전해오던 <Deep Throat>의 검열에 본지가 직접 나섰다. 제작년도가 자그마치 1972년. 왠만한 독자들 출생신고도 하기 전 작품이다. 30여년의 갭이 있는만큼 화면때깔이나 당시 배우들의 헤어스타일, 패숑(이건 상관없나?) 등을 감안하면, 현대의 관객들이 보기에 뽈노감상 고유의 목적에 미흡할 수도 있겠다.

허나 본 기사는 뽈계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새것밝힘증이 극심한 분야라는 반성적 진단에서 출발한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만 찾아나서는 이 속도전의 시대, 溫故而知新이란 성현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기사 따라오시라.

당 뽈노의 제목 <Deep Throat>, 번역하면 목구멍 깊숙이로 독자 열분덜이 상상하는 그 의미 그대로다.(뭔지 잘 모르겠으면 몇 년전 꼴린톤과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행위가 힌트 되겄다) 제목부터 범상찮은 당 뽈노는 미국의 첫 극장상영 하드코어였다. 여기서, 그럼 역사상 최조의 뽈노는 뭐냐는 초딩틱한 호기심 만땅의 질문이 나올법 한데, 왠만하면 참아 주시길 바란다. 이 질문은 뽈노의 정의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존재론적, 철학적, 우주론적 논쟁을 촉발시키는 하드코어한 질문이기에 마징가 제트와 그랜다이저의 맞짱결과만큼이나 흥미롭지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질문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우짰든, 당 뽈노는 일반적으로 최초의 상업용 뽈노로 알려져 있다.

당 뽈노는, 마피아와 깊은 관련이 있던 페라이노(Peraino) 부자가 투자한 제작비 22,000달러(24,000달러, 25,000달러 다양한 썰이 있다)를 가지고 마이애미에서 단 6일만에 찍었다고 한다. 페리아노의 동업자로, 당 영화의 수익 1/3의 지분권을 가지고 있었던 제라드 다미아노(Gerard Damiano) 감독은 연출, 각본, 편집에 배우로까지 나왔다. 후에 약속된 지분은 고사하고 팽당했다 하는데...

당 뽈노의 제반 저작권은 페리아노가 설립한 Arrow Productions(음역하면 에로 프로덕션이고 번역하면 화살 프로덕션이니 언어유희와 은유가 결합된 탁월한 작명이라 아니할 수 엄따)이 가지고 있다. 페리아노 가문은 이후 음란물 및 기타 범법행위로 인해 FBI 조사도 받고 구속도 되는 고초를 겪게되니, 몇 년전 울나라의 <거짓말> 사태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아, 페리아노 가문이 겪은 고초와 당 뽈노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니 헤깔리지 마시길.

뽈노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쉬 여쥔공. 당 뽈노의 여쥔공 관련해서도 여라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여쥔공은 린다 러블레이스(Linda Lovelace)였는데 남편이자 매니저였던 척 트레이너(Chuck Traynor)와 제작자에게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처음 당 뽈노의 캐스팅 단계에서 제작자 페리아노는 린다의 가슴이 충분히 풍만하지 않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척의 강요에 의한 린다의 펠라치오를 받은 이후 태도를 바꿨으니, 펠라치오와 여성의 가슴크기 변화에 대한 상관관계는 여전히 후학들에게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나중에 린다가 저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과 교류를 나누면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그녀가 당 뽈노 출연의 대가로 받은 개런티는 불과 1200달러였고, 촬영중에는 남편에게 권총 위협까지 당했다고 하니 이런 개쉐이들...

우야든동 6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반전히피문화 열풍에 미국의 보수적 가치는 이미 거덜난 상태였고, 당 뽈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충분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극장개봉 첫날 프랭크 시나트라와 워렌 비티같은 유명인사들이 참석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수익면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제작진이 마피아조직인 콜롬보가와 깊은 연관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업이 현금으로 이루어지는데다 탈세를 위한 은폐가 빈번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을 추정할 수는 없지만 헐리웃의 한 극장에서 8년간 상영되고 이후 속편들이 줄을 이어 제작되는 등 졸라 많이 번 것큼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당 뽈노 이후 미국의 침실문화가 바뀌었다. 단순한 펠라치오 말고 deep throat이 유력한 빠굴스킬로 떠오른 것이다. 본지의 정보망이 대단한건 사실이지만 정말 했는지 않했는지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법, 다만 당시 십대소녀 일곱명중 두명 꼴로 deep throat를 시도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니 본지가 그렇다고 하면 걍 그런가보다 믿길 바란다. 그럼 당 뽈노에 뭔 내용이 들어있나 함 디벼보자.

당 뽈노 스타또부터 예사롭지 않다. 시작하기 무섭게 온갖 살색의 향연이 난무하며 화면 가득 침 튀기고, 다른 뭔가도 튀기는 현대의 일반적인 뽈노들과 달리, 오프닝 크레딧이 이어지는 3분여동안 당 뽈노가 보여주는건 여쥔공의 운전하는 모습뿐이다. 이후 집에 도착해서 그녀의 친구와 남자파트너가 협연으로 보여주는 아크로바틱한 포즈만이 당 뽈노의 정체를 확인시켜줄뿐, 겉으로 봐선 배우들 연기하고 대사치고 음악 나오고 스또리 있고 중간중간 빠굴씬 나오는 노말한 상업영화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허나 노출정도야 하드코어니 말할 것도 없고, 빠굴씬의 상상력에 있어서도 현대의 여느 뽈노에 뒤지지 않으니 딴건 몰라도 스또리의 엽기성에 있어서만큼은 명불허전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여쥔공 린다의 몸이 예사 몸뚱아리가 아니란 점이 문제의 발단이다. 평소 수컷들과의 노말한 삽입빠굴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린다.(극중에선 빠굴시 당최 종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린다의 하소연이 나오는데, 오선생 영접실패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보인다) 정신과 의사 닥터 영을 찾아가 카운셀링을 받는데, 이 쉑 왈  internal(신체내부와 정신적 내부 모두 쓰이는 표현)한 문제로 보인단다. 그리고나서 정말로 치마 내부를 진찰하니, 언제부터 정신과의사가 산부인과의 나와바리까지 진출했는지 이 역시 후학들의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우쨨든 진찰결과, 린다의 클리토리스가 남들 다 붙어있는데가 아닌, 목에 붙어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확인. 확인사살겸 환자진료를 위하야 의사는 마루타로 변신. 사실 입증. 린다, 의사에게 결혼해달라고 매달림. 의사, 여차저차한 이유로 거절. 대신 물리치료사(?)로 취업 제의. 린다 수락. 이후 린다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이용,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성환자들의 막달라 마리아가 되어 맹활약한다는 아주 교훈적인 스또리다.

당 뽈노는 현대의 뽈노들이 애용하는 몇가지 코드들을 이미 선취하고 있음이다. 린다는 취업 후 투철한 직업정신의 발로인지 항상 간호사복을 입고 환자들의 치료에 진력을 다하는 바, 각종 유니폼에 대한 페티쉬의 원형이 아닌가 사료된다. 환자중에서는 복면강도 차림을 하고, 특정부위를(???) 면도하는 린다를 훔쳐보는 넘도 있는데, 사실은 하나의 치료과정으로 일종의 롤 플레잉에 해당된다 하겠다. 기구도 등장한다. 린다의 환자중에 가장 엽기적인 넘으로 린다의 성기에 딜도모양의 유리기구를 집어넣고 그 안에 콜라를 부은후, 빨대로 빨아먹는 넘이다.그러나 닥터 영의 진료내용 녹음에 의하면 이 넘은 뭐든 콜라와 함께 할 때만 완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강박이 있는 넘으로 정신병자일지언정 나쁜 넘은 아니다.

당 뽈노가 현대의 일반적인 뽈노와 다른 점은 빠굴의 방식과 설정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연출에 있는 것 같다.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 뽈노에서는 자지러지는 배우들의 신음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현대적 뽈노의 거의 모든 빠굴씬들이 현장감 확보에 따른 관객들의 발기촉진을 위해 배우들의 신음소리를 과장하고 자연다큐멘터리를 찍듯 극단적인 성기 클로즈업을 애용한다는 사실을 독자들도 잘 알 거다. 허나 당 뽈노에서 배우들의 신음소리는 다소 코믹한 느낌의 배경음악에 묻히고, 성기 클로즈업도 그다지 빈번하게 사용되지 않느다. 심지어 린다가 한창 펠라치오에 열중하는 장면에서는 종치는 장면과 폭죽 터지는 장면이 교차편집되니, 가히 영화사의 걸작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장면에 비견될 만하다. 이는 한창 손운동에 열중하던 관객들의 조슬 오그라들 게 할 수 있는 치명적 위험요소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빠굴씬조차 전체 내러티브에 복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이다. 무엇보다 본 기자가 궁금한 건 쌍팔년도 한국 에로영화의 결정적 빠굴장면에서 자주 등장했던 파도 몰아치기 장면이 이에 대한 오마주가 아닌가 하는 점으로 이에 대해선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지간에 당 뽈노의 제작과 개봉 후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당시의 성혁명과 무관하지 않음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우선 린다의 클리토리스가 목구녕에 있다는 설정. 일견 남성의 펠라치오에 대한 환타지의 충족이자 뽈노의 마초적 특성을 극대화한 설정으로 이해될 수 있음이다. 허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당 뽈노의 간추린 내러티브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몰랐기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없었던 한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알고 자신의 욕망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이다. 이는 노골적인 빠굴코드의 유무에만 차이가 있다뿐이지 85년도에 만들어진 수잔 세이들먼 감독의 페미니즘 영화 <수잔을 찾아서(Desperately Seeking Susan)>와 거의 흡사한 내러티브 구조다. 실제 촬영현장에서의 폭력적인 상황과 달리, 극중 린다는 처음에 닥터 영에게 결혼해달라고 조르는등 종속적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에 이 관계를 역전시킨다. 일례로 린다 외에도 또한명의 간호사와 멀티빠굴을 즐기던 닥터 영 쉐이, 나중에 좃에 붕대 감고 린다를 슬슬 피하는, 한마디로 조뙌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전차로 화면 가득 입안 가득 남성의 조슬 입에 물고 황홀경에 빠진 린다의 모습이 남성들에겐 환타지의 충족을, 여성들에겐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게 본 기자가 나름대로 분석한 <Deep Throat>의 성공비결이다. 아울러 앞 썰한 펠라치오 장면중의 깨는 교차편집도 철저히 린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이같은 분석의 근거가 될 수 있을거라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어떤가. 우리가 그토록 수많은 밤 혹은 대낮 혹은 아침, 자괴감과 쪽팔림에 몸둘 바 모르며 숨죽여 보아왔던 뽈노에도 이토록 엄청난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음이니... 이 정도면 우리 뽈애호가들도 음지에서 나와 양지로 기어나와도 되지 않겄냐. 뭐 언제나 그랬듯 아님 말구.

당 뽈노의 주연을 맡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뽈史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린다 러브레이스는 안타깝게도 지난 200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땅 뽈애호가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편, 지난 97년에는 <Deep Throat> 개봉 25주년을 맞아 제작사 Arrow Productions의 후원으로 deep throat 컨테스트가 열렸다고 한다. 미리 알았다면 빚 내서라도 날아갔을텐데 안타까운 맘 금할 길 없다. 2005년 완성을 목표로 <Inside Deep Throat>란 제목의 <Deep Throat>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중이라고 하니, 한편의 뽈노가 사회에 끼치는 반향이 이정도까지 이르렀다. 이쯤되면 국내 뽈관련연구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를 우리도 시작해야 되는거 아닌가 슬슬 초조한 마음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허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우리 고전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ps. 독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독자덜이 진정 원하는건 이 따위 기사나부랭이가 아니라 다른 데 있음을 본 기자도 잘 알고있다. 허나 어쩌겠는가. 본 기자 혼자 불법음란물유포죄 옴팡 뒤집어쓰고 조뙌다 해서 뽈노해방의 그날이 오는 것도 아니잖은가. 죄스런 마음 덕담이나 한마디 하고 가려 하니, 가을도 왔는데 갑갑한 실내에만 있지 말고 가끔 당나귀 타고 밖에 나가 선선한 공기도 쐬고 그러시라. 그럼 이상 졸라.

딴지 고전발굴위원위
신짱(redpia@ddanzi.com)
시포(shepoor@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