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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한-칠레 FTA, 서두를 거 없다.

2004.1.12.월요일
딴지 경제부


국회 통일외교안보위원회에서 한국과 칠레 사이의 FTA, 즉 자유무역협정이 통과하고 난 뒤 농민 5적이니, 10적이니 하는 말들이 터져나오고, 엎친데 덮친 것처럼 농업의 위기니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극단적인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멍하니 구경해도 좋은 것인지 아니면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하는 일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반대할 것인가 혹은 대안은 무엇인가 고민하며, 조금만 생각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리게 되면 가장 머리 아픈 일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FTA라고 하는 것이다.
 


 WTO와 FTA


WTO 체계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WTO는 원래 세계무역체계를 구성했던 GATT 체계에 강제성을 가지고 있는 재판소인 분쟁 소송절차를 더한 것에 불과하다. 이 소송절차를 집어넣으면서 흔히 우르구라이 라운드라고 하는 특별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이 UR에서 사람들 골아프게 만든 사건이, 농업이나 기타 시장에 대한 특별 대우를 없앤 것과 함께 관세를 없애는 절차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길을 열어놓았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WTO는 전세계가 관세없이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이 관세를 없애는, 그야말로 무관세 상태로 세계경제가 가는 것을 EL, Economic Liberalization이라고 한다. 경제 자유화라는 개념이 무슨 복리나 후생 개념 같은 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고 실질적으로는 언제부터 관세를 철폐할 것인가에 관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EU나 NAFTA에 비해서 힘이 없는 APEC이 세계 경제에서 힘을 쓰기 위해서 95년 경부터 들여온 협상이 바로 EL이다. 당근 미국이 여기에서 관세 없애자구 생난리쳤지만, APEC은 회원국끼리 서로 도움받기 위해서 만든 기구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선도적인 무관세지역을 만드는 게 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WTO의 일반협정에 의한 무관세지역을 만드는 것이 지연되면서 등장한 것이 FTA(Free Trade Agreement)라고, 자유 무역협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유무역과는 전혀 상관없다. EU 정책이 일본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생긴 것처럼 지들끼리는 자유무역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보호무역의 형태를 가진다. 물론 전세계가 하나의 FTA로 들어가면 완전 자유무역이 달성되기는 한다. 그러나 완전 자유무역이 달성되기까지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혹은 달성되기는 할지에 대해 아무런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FTA는 지들끼리 보호무역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현재 약 8% 정도로 부과되는 최혜국 - 혹은 WTO 회원국 - 사이의 일반관세를 특정 국가들끼리의 조약으로 아예 없애버리자는 발상인데, EU 같은 걸 대상으로 생각하면 딱이다.


EU 국가끼리의 통합을 보면서 아시아 국가들도 ASEAN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구상수준이지만 동북아시아 연합이니 하는 것들이 전부 이 FTA의 연장선 속에 들어가 있다. 니들이 그렇게 하면 우리도 맹근다...


우리나라가 FTA를 하나도 맺지 못하고 고립되고 있다고 난리들을 치지만, 이건 좀 과장된 특면이 있다. 특히 칠레와의 경우가 그렇다. 좀 어려운 문제지만 네슬레를 우리나라에 진출시킨 스위스도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싶어한다. 배경은 영세중립국을 선언한 스위스는 EU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므로, 이러한 양자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칠레와의 FTA는 무엇이 문제인가?


칠레와의 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차피 우리나라는 산업국이라 농업은 버려야 하는 부문이므로, 이것 때문에 국가의 발전을 저당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어있는 셈이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칠레 산업과 우리나라 산업이 무관세로 교역을 하게 되고, 칠레 농업 부문과 우리나라 농업 부문이 무관세로 교역을 하게 되는 셈인데, 농업이 죽는다고 하는 건 무슨 얘기일까?


그건 칠레 농업이 바로 미국 농업기업의 앞마당이기 때문이다. 쉽게 표현하면 미국의 농업자본이 해외 플렌테이션으로 가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칠레 농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자가농과 세계 최고의 대규모 미국농업이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당근 쌈 안된다.


여기에도 약간의 유례가 있다. 미국의 농업이 지금과 같은 대규모 기업농으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1929년의 대규모 공황으로부터 시작한다. 어차피 뉴딜이나 이런 걸로 돈을 쫙 풀어서 농업을 현대식으로 개편하겠다는 미국은 PL 501이라고 하는, 소위 Public Law, 즉 공법 501조라는 원조법 같은 걸 들이대면서 그야말로 자본주의식 농업 개편을 시도한다.


PL 501이라는 원조법에 의거해서 우리나라도 6.25 이후에 우유나 밀가루 같은 걸 받아본 바가 있다. 이 후부터 우리나라가 미국 경제에 종속되는 차관경제의 길, 그리고 재벌 중심의 경제체계 구성까지가 어느 정도는 연관되어 있다. 일단 PL501로부터 원조받은 나라가 미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기는 대단히 어렵다.


미국의 공법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뭔가 성경에 손을 얹고 세계평화에 대해서 선서하거나, 공익이니 민주주의니 그런 말들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의 모든 농산물과 여기에 들어가는 미국 정부의 돈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천명이 PL 501의 1조에서 천명한 법정신이다.


잉여가 생기면 원조로 내보내고 경우에 따라서 외교적으로 원조를 주지 않는 게 도움이 되면 정부 수매로 전량 바다에 폐기처분하는 등의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정부 지원금을 통해서 전세계의 농민들이 치를 떨어 마지않는 미국의 기업농이 형성되어 간다. 여기로부터 그나마 약간 자유로운 나라는 프랑스의 밀, 태국의 쌀, 그리고 호주의 소고기 축산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나마도 WTO 협상 한 번 들어가면 미국 빼고는 전부 코피 흘리고, 눈물 흘린다.


말이 나온 김에 정리하면, 우리나라 벼농사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캘리포니아 산 쟈포니아 생산이 시작된 80년대의 경우도 이런 기업농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자기네들은 먹지도 않는 쌀을 대량으로 생산한 것은 전적으로 일본과 한국을 노리고 시작한 것이다.


국제시세의 4배니 5배니 하는 얘기가 한 편으로는 다 허당인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는 싸지만, 소위 태국이 재배하고 있는 바티바 계열의 쌀과는 전혀 다른 자포니아를 재배한다. 3모작이니 4모작이니 하는 태국이나 베트남과는 아예 경쟁이 되지 않지만, 이보다는 비싼 가격에 형성되고 물량도 적어서 - 우리나라와 일본의 쌀소비는 세계적인 거래에 비하면 무시할 정도로 작다 - 선물시장이나 자유거래가 되지 않는 쟈포니아 시장에 전략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대형 곡물자본이 캘리포니아로 진출한 80년대의 변화가 90년대 이후의 WTO에서 우리 농민들이 눈물을 흘리게 된 까닭이다.


그런데 칠레와의 FTA 체결은 이런 곡물 및 가공 자본이 칠레를 경유해서 우리나라로 직접 들어온다는 얘기이다. 겁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겁나는 미래의 시나리오는 캘리포니아의 미곡상이 한국에 직접 진출 조건이 형성되면 칠레를 경유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쌀농사? LA에 쌀농사를 왜 하는가? 어차피 미국 사람들 쌀을 안 먹을뿐더러 가끔 기호식품으로 먹는 쌀도 우리나라나 일본이 먹는 rizia batuva라는 품종인데도, 굳이 Japonia 쌀 농사를 지었던 넘들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조건이 형성되는 중간에는 미국에서도 이 Merchant라고 불리는 대규모 곡물상들이 미국 내부의 Farmer 즉 자영농을 흡수하는 사회적/경제적 재편 과정이 들어가 있다. 소규모 자영농의 몰락을 보고 싶으면, 제임스 딘의 자이언츠 같은 영화를 봐도 되고, 아니면 에덴의 동산을 봐도 된다. 2차 대전을 둘러싸고 미국내 재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세하게 나온다.


이런 과정이 미국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 70년대를 전후해서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전역에서 벌어졌다. 거기에 80년대 이후 dollarization이라고 하는 일종의 중남미 화폐 절하과 맞물리면서, 소위 Farmer들의 대부분이 그야말로 노예와 비슷한 상태로 몰락해 간다.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을 보고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라고 남미 학자들이 치를 떠는 것도 바로 이 때 일이다. 넘들이 주로 시카고의 신자유주의 학풍에서 배우고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그야말로 미국 앞잡이 노릇을 똑부러지게 해먹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시장이 움직이도록 내버려둬라고 배우고 돌아가서 전부 열어버린 뒤에 완전 미국 앞마당으로 전락해버린게 80년대 남미의 슬픔이라고 한다.


고로 칠레와의 FTA는 미국 본토에서 남미로 이어진 미국 곡물자본의 외연확대가 한국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농민들이 죽겠다고 하는 거다.
 


 정부는 대책이 있는가?


물론 없다.


일본은 좀 낫다. 우리보다 훨씬 전에 소농 고부가가치를 통해서 일종의 틈새 시장을 만드는데 성공을 한 셈인데, 이 일본의 성공도 영원히 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는 약간 틀을 바꿔서 소농, 즉 Farmer 정책 보다는 기업농 모델을 채택하려고 하는 게 현재의 흐름이다.


쉽게 얘기하면 6헥타아르를 가진 단위 농업 형태로 체계를 전환하려고 하는데, 이 속에서 개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농사 제발 그만 좀 지으세요, 저희가 돈 좀 물어드릴테니까요... 보통 한 가족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크기를 천 평이라고 본다. 시골에서 만 평 농사지으면 겁나게 농업재벌이라는 말을 서로 붙여준다. 6헥타르? 대충 만팔천평 정도 된다. 그러니까 완전 몰아주기 게임이다. 생태농의 단위농을 천 평으로 잡으면, 생태농 18가구를 합쳐서 하나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정책이다.


여기에 대해서 키우면 손해도 커진다라는 구호를 농민들이 내걸었다. 이말도 옳은 얘기다.


어차피 대규모 기업농 형태로 이전해봐야 6헥타르 만큼 손해보는 비율이 높아진다. 그러니까 세계 농업시장은 미국-프랑스와 나머지 소규모 자가농으로 재편되는 중이고, 여기에서 틈새 시장을 찾아내거나 특화 구도를 찾아내지 못하면, 망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6헥타르로 규모를 키워봐야 쨉시가 안되는 건 어차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책? 아무 것도 없다.
 


 왜 이렇게 칠레와의 FTA를 서두르는가?


칠레라는 나라는 남미에서 또한 신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남미에서는 가장 서구화되고 개방화된 나라라고 보면 된다.


칠레에서 통하면 남미 어디에서나 통한다.


제품개발하는 사람들에게서 칠레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보다는 규모로는 비교할 수 없게 작은 시장이더라도 일종의 남미의 대표시장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신화가 되어서 칠레부터 공략을 하라는 말이 10여년 전부터 유행했다.


그렇지만 곰곰이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칠레가 우리나라의 공산품과 직접 관련되어 있느냐라고 보면 약간은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몇 년전까지만 의류시장과 가죽 시장에서 칠레가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했는데, 지금은 이미 이런 수출선은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이고, 핸펀과 네트워크 산업을 중심으로 한 IT가 칠레와의 중요 교역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부가적인 걸 추가한다면 자동차 산업 정도가 칠레와의 연결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IT 산업은 꼭 FT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자동차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재경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카고 보이즈의 주장을 십 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칠레와 당장 FTA를 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소규모 영농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국민경제에 도움을 주는지는 좀 챙겨서 살펴볼만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기계적으로 할 것은 아니고, 각 산업의 발전단계나 개발전략 같은 것과 연계시켜서 들여다 볼 일이다. 지금 칠레는 과일 일부 외에는 우리나라와 교역하는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괜찮은 거 아냐? 괜찮긴 뭐가 괜찮냐? 미국 캘리포니아 미곡상들이 한국으로 우회하는 길이 열렸는데, 지금처럼 과일만 수출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순진하긴...


칠레와의 FTA에 대해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그냥 도움이 된다거나 아니면 교역량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외삽을 해서 수출이 이렇게 늘꺼거덜랑요 수준의 더하기와 곱셈 이상의 계산은 한 적이 없다고 보면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FTA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정부정책결정자의 환상과 함께 우리나라만 따 된다는 소위 왕따 이론이다.


어차피 살아남기 어려운 우리나라 농업을 위해서 우리나라 전체가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될 수는 없다는, 그야말로 FTA 대세론이 현재의 조급증의 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고민스러운 것은 현재의 추세를 역전할만한 아무런 내재적인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칠레와의 FTA는 이미 우리나라 농업 정도에 비해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의 FTA - 그래서 일본은 의례적으로 하는 FTA 하나 정도를 더한다는 것 정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칠레와의 FTA에 목숨 건 통상교섭본부의 얼라 같은 외교와 맞물려, 완전 손해보는 장사를 일본과도 하려고 하는 중이다. 일본, 생각보다는 협상 잘 하는 나라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일련의 조급한 FTA로 우리나라는 몇 개 했구요, 저희가 이렇게 많이 했구여, 이런 실적주의 행정을 할려고 하는데,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는게 아직은 소규모 가족농 형태로 되어있는 우리나라 농업인 셈이다.


조금 생각하고 차분하게 들여다보자고 하면, 이미 공격적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 믿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들은 척도 안 하는 것이 딱 작금의 현실이라고 보면 된다.


더도 덜도 아니고, 이게 딱 현실이다.
 


 한-칠레 FTA 서두를 것 없다?


서두른 협상과 서두른 절차가 만든 부작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차피 WTO라는 파고를 맞아서 하나씩 문제를 잡고 풀어야 하는 이 상황에서 WTO의 속도를 엄청나게 오바하는 한칠 FTA는 문제를 차분하게 풀고 나름대로 주권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시킨다. 일단 자유화를 지금처럼 너무 풀어버리면, 나중에 WTO 가서 할 얘기도 명분도 없다.


종합적으로 문제를 봐야한다는 건 말 뿐이고, 실제 WTO에 대한 뉴라운드에서 동북아중심국가까지 차분하게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 상태로 농업의 기반이 무너지면, 국내 농업의 일부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국내 유기농이나 생태농과 같은 소규모 자영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자그마한 기반마저도 사그라지게 된다. 농업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국토를 고민하는 환경 진영에서도 완전 꼭지도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을 산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구성의 중요한 축으로 볼 것인가도 충분히 생각해봐야 하는 의제이지만, 이런 것도 고민스럽게 논의된 적은 별로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산업화로 나아가야 하는데, 농업 때문에 온 나라가 걸림돌 속에 빠져서 혹은 국민소득 만 불의 덫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수는 없다는, 조급한 개발주의적 시각에 대한 일방적 홍보 외에는 벌어진 적이 없다.


과연 한-칠레 FTA, 지금 상태로 지금 이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의 대안일까?


국회에 던져진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의 존경하옵는 통일외교안보위원회 의원님들께서는, 그렇게 복잡한 건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정부 원안 그대로, 자, 통과하시고라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게 지금 우리의 농부들이 불만인 것이다.


한-칠레 FTA 서두를 것 없다. 정 체결 숫자 하나를 늘리는 것이 현안이라면 스위스나 싱가폴 같이 서로 보완관계를 낼 수 있는 나라들과의 협상을 조금 앞당기면 된다. 어차피 FTA를 배우고 고립을 탈피하는 것이 목표라면, 당장은 경제적 실익이 없더라도 위험을 줄이는 형태의 FTA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문제는 그냥 밀어붙이는 행정과 함께 도저히 답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국제주의적인 개발주의에 있을지도 모른다.


로드맵 좋아하는 정부에서 농업에 대해서는 로드맵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이 더 불만이다.


6헥타르, 이거 아니라고 아무리 자상하게 얘기해줘도 묵묵부답인 것을 보면, "그러면 농업은 그만두면 될 거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걸로밖에 농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녹색정치 준비위원회 편집우원 겸 딴지 농설 우원
비나리(binari@green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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