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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난 이케 우정을 나눴어요~

2003.10.23. 목요일
딴지 엽기생활부


본지는 매일 수많은 투고들을 접수하고 있다. 아래 투고는 중딩 시절의 순수함이 소소히 묻어남과 동시에 그 재미 또한 만만치 않은 바 여러 독자제위께 소개하기로 한다. 우정을 나누는 훌륭한 방법... 여러분도 따라하시라.

 
 

아마 80년대 중반 중고등학교를 다니셨던 남자분덜은 다들 한두 번씩은 보면서 침튀겨가며 남자의 우정에 대해 썰 풀었을 검돠. <영웅본색> 말이죠.

 

전 87년도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지금은 없어진 대흥극장에서 <영웅본색1,2>를 보았음죠. 그 때 가장 친한 녀석과 보았는데 이름이 아마 치석이었을검돠. 그 넘과 <영웅본색>을 본 담에 우린 완전 미쳤죠. 윤발성의 쌍권총도 멋있었구 입에 꼬나문 성냥개비도 글구 그 휘날리는 코트도 1등 멋졌슴돠.

 

근데 우리가 <영웅본색>을 보고 정말 뻑 간 건 우정을 나누는 방식이었슴돠. 소마가 혼자 뽀트 타고 도망가다가 위기에 빠진 송자호를 구하기 위해 핸들을 백팔십도 꺽는 모습이나 2탄에서 열라 총을 갈려댄 후 소파에 함께 앉아 마지막 시간을 함께 지둘리는 모습은 남자의 우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아주 간결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그걸 같이 본 치석이랑 나는 <영웅본색>에 나오는 그 싸나이덜처럼 우정을 나누고 싶었슴돠. 그래서 항상 서로 묻곤 했슴다.

 

"치석아... 날 위해 넌 니 인생의 핸들을 백팔십도 꺽을 수 있겠니?"
"친구야... 핸들이 아니라 내 모가지를 백팔십도 꺽어서 나의 의리를 증명할 수 있다면 난 그렇게 할 것이다."

 

근데 우리가 길거리에서 함께 총을 갈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군다나 치석이의 머리에 총을 쏠 나쁜넘덜도 있을 리 없으니 그건 항상 말일 뿐 딱히 증명할 방법은 없었습죠.

 

그래도 우린 뭔가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싶었슴돠. 그런데 정말 방법이 없었슴돠. 그러던 어느 날 전 또 다른 친구의 집에 놀러갔죠. 친구를 만나러 갔다기 보다는 그 친구의 누나를 보러갔다는 표현이... 얼굴도 이뻣지만 가슴이... 무척 이뻤거든요. ^o^.

 

대학생이라 웬만해서 밤 10시가 될 때까정 들어오지 않는 틈을 이용, 그 친구넘을 살살 구슬려서 그 누나의 방에 몰래 들어갔죠. 그 향긋한 화장품 냄새하며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가구 거기다 그 누나가 입던 레이스 달린 빤스랑 부라자까정.. 히히.

 

근데 그 누나의 책상을 보니까 분홍색으로 된 문고판 책이 하나 있었슴돠. 제목이 뭐였드라 하튼간 무슨 로맨스 소설 같은 거였는데 한번 후루룩 살펴보다가 책갈피가 꽂혀있는 부분이 있어 봤더니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슴돠. 생각나는데로 막 적어보자면

 

"... 그녀의 팔은 어느샌가 미영의 뽀얀 가슴 위로 올라가 있었다. 자신의 가슴보다 더 봉긋한 미영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세희는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미영 역시 세희의 엉덩이 선을 느끼며 묘한 감정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성의 육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느낌. 미영과 세희의 감정은 둘 다 동일한 것이었는데 그건 어떤 동질감이었다. 친구들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동질감..."

 

섹스는 남자와 여자만이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난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슴돠. 으읔, 여자들이 보기랑 틀리게 변태네, 모 그런 감정. 그런데 이상하게 머리 속에서 "친구들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동질감"이란 구절이 떠나지 않았슴돠. 요즘 내가 너무 우정에 몰두하고 있어서 그러나 하고 걍 넘어갔는데 며칠 있다 치석이를 만나서 이 얘기를 해줬더니 이 넘이 정말로 여자들은 그런 식으로 우정을 확인한다고 하는 검돠. 여성중앙에서 봤대나 모래나...

 

속으로 남자는 그렇게 우정을 나눌 가슴이 없어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핫도그를 먹으면서 지나가는 고등학교 형아들이 보였던 검돠. 그걸 본 순간 전 아무생각도 없이 고개를 돌려 치석이를 바라봤는데 아, 글씨 그넘도 나를 쳐다보구 있는게 아니겠음까. 서로 "미친넘~ 이러구 말았죠.

 

며칠 후 학교개교기념일이라 쉬는 날이었는데 그 날을 이용해서 치석이와 난 동네 목욕탕으로 간만에 목욕을 하러 갔죠.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2명 밖에는 없었음돠. 할아버지 한 분, 글구 때밀이 형. 한 20분 지났을까 다 나가 버리고 없었죠.

 

우린 서로 등을 밀어주고 있었는데 치석이가 갑자기 이러는 검돠.

 

"우정을 확인할 방법을 하나 알았어".

 

당연히 난 그게 모냐구 물었죠. 치석이가 약간은 긴장된 목소리로 이러는 검돠.

 

"그거...".

 

물론 전 웃었죠. 미친넘... 근데 치석이가 그러는 검돠.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우정을 나누는 거나 <영웅본색>에서 남자덜이 우정을 나누는 거나 그건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그 성격은 다를바가 없다고.

 

그러더니 상상할 수 없거나 극한상황에서 그런 교감이 나누기 쉽다고. 하긴 생각해보니까 그랬슴돠. 도시에서 총질을 하는 일이나 여자들끼리 가슴을 만지고 섹스를 하는 거나 그게 어디 평범한 일입니까. 당시 중삐리던 전 그렇게 합리화 시켰죠.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치석이가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는 검돠. 전 놀랐죠. 하지만 마음 속엔 치석이의 제안을 받아들인지 오래였슴돠. 시간 오래 끌 건 없었죠. "그래 너 먼저 해". 그러고 나서 치석이가 흐흡 숨을 한 번 들이마시더니 입을 벌려 제 꼬추를 한 번 빨았슴돠. 감정이 이상했슴돠. 이게 바로 정신적인 교감이구나. 저 역시 단번에 치석이의 꼬추를 빨았죠. 우린 말이 없었슴돠. 대신 사우나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할아버지였슴돠. 놀란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나가 버렸죠. 그렇게 우린 우정을 확인했던 검돠.

 

 

 
 


치석이와 전 벌써 30이 되었슴돠. 그 넘은 벌써 결혼까지 해서 딸이 세 살이나 됐구요, 전 올 가을에 결혼할검돠. 그리고 우린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죠. 그 때 그 얘기하면서 웃는다니까요. 물론 둘이 있을 때만 말이죠.

 

근데 정말로 서로의 꼬추를 한 번씩 빨아준 게 우정을 지켜주는 부적같은 건지도 모를꺼라고 치석이랑 얘기한 적이 있었슴돠. 그 넘이랑 삼십이 넘으면서까지 지내오면서 싸운 일도 많았는데 화를 내다가도 이상하게 서로의 얼굴을 보면 그 때 일이 생각나서 막 웃음이 나오는 게...

 

하여튼 그 일로 해서 우린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슴돠. 여러분... 평생을 사귀고 싶은 친구가 있거들랑 한 번씩 빨아줍시다. 오래 갑니다.

 

 

 
가을날의 동화(edw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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