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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MBA로 가는 지뢰밭

2003.10.1.수요일
딴지 국제부


반갑다. 인코그니토다. 이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니 걍 그런줄 알기 바란다. 아 참, 인코그니토는 내가 좋아하는 애시드재즈 그룹 이름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내한 공연도 왔었지 아마? 머, 이름 얘기는 거기까지 하고…

 

오늘은 MBA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 아시다시피 MBA는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이다. 그 비슷한 게 전세계적으로 123개 국가에 2천여개가 존재하지만 우리한테 잘 알려진 건 미국과 유럽의 MBA 과정이다. 기타 MBA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머 이런건 건너뛰도록 하겠다. 정 궁금한 넘들 있으면 서점 가봐라. 요새 널린게 MBA 소개서라 한 권만 고르려면 그것도 일일 거다.

 

그럼 대체 멀 얘기하겠다는 거냐고? MBA가 뭔지 대강은 알고 있거나, 아님 이미 MBA 지원과정에 슬쩍 엉덩이를 걸친 넘들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 몇 가지 해주겠다는 거다. 한국에서 직장생활 3~4년 한 사람치고 요새 MBA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은 넘 없을 거다. 엉덩이는 들썩들썩하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어렵고, 뭔가 업그레이드는 해보고 싶고 머 이런 복잡한 기분. 나도 겪었던 일이라 잘 이해한다.

 

아래 내용을 보면서, 아이 씹알, 왜 아는 얘기를 계속 하고 질활이야 하는 넘도 있을 테고, 아니 이렇게 참신하고 새로운 내용이... 라며 앞뒤 못가리는 넘들도 있으리라 사료된다. 아님 말자. 암튼, 관심있는 넘들은 잘 새겨듣기 바란다. 그리고 미리 얘기하는데, 듣기 싫은 얘기가 나왔을 때 자꾸 자기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지 말길 바란다. 다시 말해, 그래 너야 그랬겠지. 근데 난 안 그래, 븅신아 같은 생각 하지 말란 말이다. 나도 그랬었거덩? 근데, 어른들 말씀 틀린 거 없다고 하지? 그게 다 경험에서 나온 말들이라 그런 거거덩. 덕분에 난 대학재수도 모자라 MBA까지 재수하고서야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여기에 알리는 바이다.
 

 

 도대체 MBA에는 왜 갈라 그러는데?

 

MBA 지원이 올해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일 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우리나라 지원자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피가 튈 지경이다. 작년에도 경쟁이 열라 치열했으니,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처럼 밤을 새가며 칼갈아온 재수생은 또 얼마나 많겠냐. 그리고 잘 알잖냐, 우리나라 사람들의 학교 선택방식. 흔히 탑스쿨이라고 하는 학교들의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가려는 사람은 매년 늘어나니 가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터. 10여년 전 대학입시가 그 전장을 미국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여담이지만 학력고사 세대들은 당시의 눈치작전이 어느 수준이었는지 잘 알 거다. 법대를 써 간 넘이 접수창구 앞에서 단숨에 경쟁률이 낮은 어문학 계열로 옮기거나 하는 풍경은 애교였고 (어문학 계열이 후져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대체로 경쟁률이 낮았던 학과들을 생각해보니 그쪽이 떠올랐을 뿐이다. 딴지걸지 마라), 마지막 순간까지 원서를 잡고 눈치보다 접수처의 셔터를 내리는 순간 데구르르 구르면서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넘들도 있어서 9시 뉴스의 구경거리가 되곤 했다. 어느학교 어느과가 50대 1이네, 100대 1이네 하면서 스포츠 중계하듯 방송에서 경쟁률을 친절히 안내해 주기도 했었고, 왠만한 스포츠 경기보다 더 집중해서 그 프로를 지켜보던 기억도 난다. 

 

탑스쿨에 들어가는 한국인은 매년 50~60명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어디까지가 탑스쿨이냐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하면 또 절라 골치아파지므로 여기선 그냥 탑스쿨이란 게 있나보다~ 하자. 여러 게시판에서 열라 많은 인간들이 열라 많은 의견을 쏟아놓고 있으나, 당연하게도 합의된 리스트는 없다고 보면 된다. M7이란 리스트가 많이 쓰이는데, 이건 미국넘들이 부르는 탑스쿨 리스트로 하버드, 스탠포드, 워튼, MIT, 콜럼비아, 시카고, 켈로그의 일곱 학교를 가리킨다. 이 외에도 지 꼴리는대로 제작된 탑 텐, 탑 15 등의 수많은 리스트들이 있다.) 여기서 올해 한국인 지원자 수를 누구는 2,000명이라고 하고, 누구는 5,000명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탑스쿨 몇 군데에는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수십대 일의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한국인이 아닌 탑스쿨 전체 평균인 10:1 과 비교하면 훨신 높은 수치다. 게다가 MBA 지원서류는 준비하기가 까다로우므로, 일단 지원한 놈들은 나름대로 칼을 갈아 온 놈들이라고 볼 수 있다. 거품 경쟁률이 아니라 실제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넘 수십명을 제쳐야 비집고 들어갈 자리 하나가 난다는 얘기 되겠다.

 

70년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매년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던 입시난을 겪어온 사람들 입장에서야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MBA를 지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졸라 속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0년 가까이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미국애들까지 MBA로 몰려들고 있다. 닷컴하다가 망한 넘들이 넘쳐났던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학교들이 받은 지원서류가 50%씩이나 증가했다는 곳들도 있었다. 그 뿐인가. 한국의 상황도 IMF보다 심하다는 한숨섞인 소리들이 나오면서, 억대 연봉을 거의 보장받는 것 같았던 탑스쿨 졸업자들이 직장 구하는 것 조차 어려워 한다는 진짜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대강 최근의 상황이 감이 오냐? 지원하는 넘들 중에도 이런 상황을 아는 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근데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서도 지원하는 넘들은 계속 늘어나기만 할까? 

 

최근의 MBA 열풍은 몇 년전 전국을 휩쓴 AICPA 신드롬과 비슷한 점들이 있다고 본다. 밥그릇이 위협받으면서 좀 더 안정감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붐이 형성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라 하겠는데, 믿었던 직장에서 목에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 내놓을 카드 역시 필요하다는 걸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까지 MBA라고 하면 뽀다구 나잖냐. 이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력서에 한 줄 더 들어가는 거, 이거 꽤 매력적인 일인 거 알지? 

 

근데 이거 알고보면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MBA학위를 따기로 나선 이유가 실제 업무에서의 필요성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전직같은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것들 때문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외부의 변화에 기인할 경우 기나긴, 그리고 때에 따라 절라 괴로운 MBA지원 과정을 헤쳐가기엔 힘이 부친다. 간절히 원한다기 보다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서 하는 일이 재미있을 리 없는데, 이 과정이 절라 사람 지치게 하거덩. 자연 중도 탈락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경우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수 있을 뿐더러 심한 경우 자괴감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농담아니냐구? 함 해바바, 그런 얘기 나오나. 뿐만 아니라, MBA 학위를 현재의 불안함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접근한다면  MBA 자체를 만능으로 여겨 학위만 가지면 현재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MBA를 바라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 스펙트럼의 어느 단계에 있든 MBA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에세이 작업을 거의 마치고 지원직전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다른 어떤 과정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정말 MBA를 할 필요가 있는가 아닌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TOEFL, GMAT, 에세이 이런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이다. MBA에 가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재고의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항목들이 된다. 자신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보류한 채 MBA 지원 전선에 나서는 것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졸라 낭비다.
 

 

 저, 죄송한데... 어떻게 냉정하게 따져요?

 

그럼 어떻게 내가 MBA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각 학교가 제시하는 표준적인 학생의 모습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 학교들은 매해 나이, 경력(분야 및 기간), 전공, 성적, 지역 등을 기준으로 입학생들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무난한 지원자라고 봐도 좋다. 물론 무난한 지원자라고 해서 무난히 합격한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건 알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되니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비슷한 놈들이 절라 바글거리는 곳에 떨어져 무참히 얻어맞고 실려 나갈 수도 있다. 여기서 무난하다 함은 단지 MBA가 필요한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원자라는 정도라고 생각해라. 

 

나이든, 경력이든, 성적이든 학교가 제시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만 MBA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아마 졸라 고민하게 될 거다. 왜 아니겠냐. 너랑 비슷한 놈이 MBA를 간 일이 없는데 너는 가려고 하니 쉬운 결정이 아니겠지. 

 

경영대학원들은 거의 예외없이 클래스의 다양성(Diversity)를 중시하기 때문에 독특한 지원자들도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학교 브로셔에서 저희는요, 이번에 이스라엘 여군이랑요, 발레리나랑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랑요, 유명 배우랑요, 스포츠 앵커도 뽑았거든요?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세용 하고 홍보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엔 문이 엄청 넓은 거 같지만 문제는 말 그대로 이들이 예외에 속한다고 할 만큼 적은 수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경력이 독특하다면 차별화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주변에 MBA 없이도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은 꼭 MBA를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여러면에서 독특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MBA 지원을 고려하는 데 있어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화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독특한 경력을 갖고 합격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졸업후 계획을 갖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너는 경영대학원에서 발레를 잘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그 발레리나를 뽑았을거라고 보냐? 아마 발레리나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MBA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향후의 명확한 그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리가 판치는 이 발레계에 맨주먹으로 맞서기는 힘들어 MBA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경영방식을 배워 체계적으로 업계를 바꿔나가고 싶슴다 식의 계획 말이다.

 

이런 그림을 명확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표현해낼 수 있다면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MBA에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가 비록 지금 딴지에서 댓글다는 걸로 소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앞으로 자신의 목표와 어떻게 부합하는 일이며, MBA를 통해 어떻게 더욱 멋진 딴지를 걸 것인가를 설득력 있게 보이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나중에 그 길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 되겠다. 

 

반면, MBA로 인해 오히려 금전적으로 경력면에서 많은 것을 잃게 될 것 같다거나 절라 심하게 망설여 진다면 MBA준비를 시작하는 것부터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지원자들이 많이 들어가는 영어 사이트인 비즈니스위크 포럼에 이런 넘이 하나 있었다. 나이는 어렸는데, 졸라 똑똑하고 사업수완이 있었던 녀석은 26살에 이미 비지니스를 두개나 운영하고, 각각의 비즈니스에서 꽤 큰 수익을 내고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올려놓고 MBA를 가고 싶은데 놓치는 게 너무 크지 않냐고 조언을 구한다고 했는데, 이 글에 대한 답글은 조언보다는 맹공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븅신, 너 정도면 왜 MBA를 가냐, 나 같으면 MBA 나온 애들을 고용하겠다, 너 와서 우리 약올릴려고 그러는 거지 등등 곱지 않은 대답 일색이었다. 이 넘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이렇게 MBA를 하게되면 금전적으로든 경력상으로든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넘들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CPA 자격증도, MBA 학위도 만능은 아니다. 어느 사람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빛을 볼 수도 진흙에 파묻힐 수도 있는 수단인 것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던 일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MBA에 가서 후회하는 것 보다는 어렵더라도 지원과정 중에 그만두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길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렇게 얘기하니 나이 많은 컨설턴트 아저씨가 어린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암튼 개떡같이 얘기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찰떡같이 알아들으리라고 본다.
 

 

 지원하면서 겪게되는 일들을 알려주마

 

경기야 나빴다가도 좋아지는 거고 지원자 수도 해마다 변동이 있게 마련이니 도박하는 셈 치고 그냥 지원이나 함 해보면 안될까요 하는 넘들 있을 거다. 근데 이거 미안하다. 합격에 대한 기대감이나 향후 진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과정만으로 평가한다면, MBA 지원 이거 매저키스트들에게나 어울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이나 겪은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얘기하면 이 과정은 진짜로, 졸라리 괴롭다. 

 

주변에 혹시 합격 못한 사람이 있거든 떨어지셨어도 지원하는 거 자체로도 많은 의미가 있으셨죠? 하고 물어봐라, 머라고 하나. 합격자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어렵긴 했지만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근데 얘들은 합격이라는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짜증나고 괴로웠던 기간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원래 천성이 졸라 낙천적인 넘들도 있겠다만 그거 역시 예외 되겠다. 떨어졌다면 평가 역시 사뭇 달랐을 터. 짧게는 두달에서 길게는 일년 반까지 소요되는 지원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지원자들이 당혹감을 토로하거나 심한 경우 자신에 대한 비하에 빠지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피를 말리는 과정인가에 대한 감을 지원전에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GMAT이나 TOEFL을 준비하면서는 이 시험만 끝나면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험이 끝나자 원서제출 기한은 얼마남지 않고 시험보다 훠얼씬 더 중요하다는 에세이란 놈이 길을 가로막는다. 갈 길은 먼데 에세이의 진도는 영 나가질 않고, 슬슬 머리에서 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연말 연시고 뭐고 다 잊어버린 채 에세이에 매달려 가까스로 데드라인에 지원서를 제출한 뒤 이제 끝났나 보다 하고 잠시 허탈한 감정에 빠지는 것도 잠깐. 이 감정은 곧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바뀌어 버린다.

 

 하지만, 정작 이 지원과정 전체에 걸쳐서 가장 힘든 때는 지원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때다. 시험공부를 하거나 에세이를 쓸때는 자신이 무언가 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리 초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원 후 두어달 정도의 시간은 말 그대로 고문에 가깝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괴롭기도 하지만, 자신이 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수박 겉핥기 식의 지원서를 제출하여 합격 가능성을 스스로 낮춘 것이 아닌가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하느라 잠을 못이룰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왜 이리 부정적인 얘기만 쓰냐. 인생에 꼬인게 그리 많더냐.

 

내가 원래 부정적인 인간인 탓도 있겠다만, 그것보다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처럼 MBA나 지원해 볼까 하는 넘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관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너 잘되는 걸 보고 배가 아플까봐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너를 너무 걱정하고 아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볼 때 우리나라의 유행이라는 게 가끔은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있어서 그런 거다. 지금 지원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뽕빠지게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는 넘들에게는 미리 실상을 알려줘서 대비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나처럼 멋모르고 덤볐다가 한 방, 두 방 맞고 바닥을 절절절 기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이 글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번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지원하는 학교에 대한 얘기들을 좀 더 자세하게 해 보도록 하겠다. 근데 쓰다가 잘 안풀리면 딴 얘기 할 수도 있다. 아, 그리고 내 소개가 늦었는데, 난 앞에 얘기했듯이 MBA 재수하고 내년 가을 입학허가를 받은 넘이다. 학교 이름은 알려고 하지마라. 걍 좋은 학교라고만 해두마. 답변을 장담은 못하겠으나, 궁금한 거 있는 넘들은 멜 날려라. 아, 그리고 욕 할 넘들은 딴데다 보내라. 나한테 보내봐야 답변없는 메아리일 거다.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 이상.

 

 

 
딴지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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