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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두바이에서 온 편지 - 아픔은 가까이에 있다...

2003.9.28.일요일
딴지 두바이 특파원


친구야... 추석 잘 보냈니?


두바이의 휘헝~청 밝은 달을 보고 고향을 생각했단다. 추석을 맞아 민족의 대 이동으로 불리울만한 천만 인파의 이동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단다. 항상 맘에 담아두고 언제고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곳, 고향. 고향이 있다는 거... 행복한 일이란다.







 
어느 날,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옆 차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옆을 돌아봤더니 한 아가씨가 유리창 좀 열라고 손짓을 하더라. 길이라도 묻기 위해서 그러나 싶어 문을 열고 내려다 봤더니 그 아랍 아가씨는 내 뒷통수 쪽을 가르키면서 갑자기 I like you!! Youre my friend!!라면서 소리를 지르더라...


흐미... 왠 생판 첨 보는 아가씨가 왜 이리도 날 좋아한담? 좀 놀랬었지. 하지만 금방 그 이유를 알아차렸단다. 그 아가씨는 내 운전석 머리받이에 매어져 있는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두건을 보았던거야. 옛날 팔레스타인 돕기 바자회에서 사서 차에다 매어 놓은 건데...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두건 - ⓒ goarab.or.kr


이곳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두건을 운전석 머리받이에 둘러 표시를 한단다. 근디 아랍넘도 아니고 왠 동양인이 그걸 하고 다니니까 이 언니는 무쟈게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거야.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들의 아픔에 동조한다는 그 상징을 보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열광적인 친근함을 보여주는 것... 그만큼 아픔도 많았단 얘기겠지?


이것뿐이 아니라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에도 왠 덩어리들이 험상 굳은 얼굴로 다가와서 내 운전석을 가리키며 저게 뭔 뜻인지 알고나 달고 다니냐?고 물어보더라. 그럼 난 니네 친구다. 니네 돕기 위해 하나 사서 달고 다닌다라면 그 얼굴을 풀고 나를 껴안고 난리를 친다. 물론 북한에서 왔냐고 물어 보곤하지... 젠장.


직원들은 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뽑았었기에 가까이서 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단다. 어떤 사람들은 인근 요르단의 국적으로 살고, 어떤 사람들은 기를 쓰고 미국국적을 획득해서 살고, 또 그도저도 안 되는 사람들은 유엔에서 발급해준 난민증을 가지고 살고. 자기 나라가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잘 알 수 있지.


친구야... 우린 박정희 아찌와 두환이형이 다스리던 시절에 국민핵교, 중핵교를 나왔잖아. 그 때 배운 얘기들 함 다시 되새겨 볼까? 전쟁만 나믄 만사 제쳐놓고 싸우러 나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국민성을 본받자!! 세상에서 젤루 머리 좋은 민족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활 지침서 탈무드를 읽자!!!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독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의 강인함을 배우자!!


머 이런 분위기로 몰려갔던거... 기억나? 그러면서 매번 이스라엘에게 깨지기만 하는 바부가튼 아랍넘덜 아주 우습게 보고 그저 석유만 나는 무식하고 쪈만 많은 넘들로 아랍넘들이 그려지곤 했었지.


아마 군바리 아찌들에겐 저들의 저런 모습이 구미에 맞았을거구. 아무래두 저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는 양키들의 구미에도 맞춰야 했을거구. 이래저래 우리가 저 강인하고 똑똑하고 끈질긴 근성의 유태인을 배워야만 했었구, 저들의 피로 이룬 독립국 이스라엘과 그들의 주변 아랍민족들과의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우리 역사에 대비시키기 분주했어야 했고.


하지만 친구야... 저 휘황 찬란한 이민족과의 승리의 역사를 듣고만 있었던 와중에, 우리의 시각을 점차 양키들의 시각과 맞추어 가던 그 와중에, 기독교의 성지를 이교도와 이민족의 통치로부터 지켜낸 자랑 찬 민족과 그 역사를 배우던 와중에 삼천 년 동안 뿌리내리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들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이 동네 저 동네로 떠돌며 다녀야 하는 다른 골리앗의 민족 블레셋 사람들, 즉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에게 가하는 이스라엘의 간악한 폭력에 대해선 우린 외면하고 있었지...


그들은 그져 다윗왕이 이끌던 힘없는 민족을 탄압하는 골리앗의 민족이었고, 작은 다윗이 돌맹이 하나로 쓰러뜨린 골리앗이라는 거인의 몰락이 주는 쾌감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위대한 민족의 들러리에 불과했었지. 그리고 아랍 과격 테러분자로 욕을 먹어야 했고, 그들이 던지는 돌은 안정된 사회를 흔드는 과격행위에 다름 아니었고, 세계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로 약속의 땅을 더럽히는 존재였고...


양키들의 시각을 가진 우린 그들이 던지는 돌에 눈살을 찌뿌리고 대신 화면 뒤에 거대하게 도사리고 있는 기총소사와 무시무시한 헬기가 양민에게 뿌려대는 기총소사의 탄환은 보지 못 했던게 아닐까?


이번 걸프전 모든 뉴스들이 이라크에 집중되어 있을 때에도 간악한 이스라엘넘들은 민가에다 헬기로 폭탄을 난사해서 많은 양민들을 죽였단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나쁜넘덜... 미국넘들의 꼭두각시로 때로는 머리 위에 올라앉은 상전으로 미국을 주무르는 무서븐 넘덜...


내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가장 친절하고 나랑 친했던 종업원은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단다. 그넘은 남덜처럼 수단이 좋지 않았던지 요르단 여권도, 미국 여권도 없이 걍 난민증만 딸랑 가지고 있었지. 물론 이곳 두바이에 나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수단이 좋은넘으로 봐야만 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음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면서 나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서 반갑다면서 나를 반기던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국적을 물어보더라. 그러면서 내가 꼭 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사족을 달았어. 하지만 나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그와 그 나라 백성들, 그리고 그 이웃나라 백성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양키넘들과 한통속으로 보였던 꾸리 자누비(남한)이었지. 그의 실망하는 얼굴이 잠시 스쳐가고 그걸 난 볼 수밖에 없었단다...


양키덜이 울나라 군인아찌덜을 이라크로 보내달라고 지랄한다지? 그넘덜 툭 던진 한마디에 술렁거리는 울나라의 불쌍한 상황이 또 맴을 아프게 한단다. 벌써부터 파병을 찬성해야 한다고 나대는 저 슈퍼울트라또라이극우파쇼수구꼴통덜을 보고 있을라치믄 일제시대 친일파넘덜 보는 거가터. 앞으로 진실이 바로서는 정의의 시대가오면 으뜨케 대가리 들고 살라고 저러는걸까?


이곳에 있다보니 유난히 더 잘 보이는 그들의 아픔. 친구야... 당장 내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그들이 죽어나가는 모습 씨엔엔에서 보믄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 보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길 바래. 결국 따지구 보믄 그들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 아닐 수 없는 그 사실을... 아픔은 멀리 있지 않음을 알아주길 바래.








친구야.. 오늘은 기분이 척척하다. 울나라 태풍때매 다 망가지고, 양키덜 입김에 쪼개지고...



 
두바이 특파원이자
두바이에서 뻐팅기기 저자
김동만
(taufeeq@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