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격투기] 종합격투기에 있어서 한국적 과제

2003.7.1 화요일
딴지일보 격투기부

 

 

 지난 기사 링크




 
 

종합격투기 (1)- 종합격투기의 소개
종합격투기 (2)- 종합격투기의 경기 양상과 특징
종합격투기 (3)- 종합격투기의 스킬을 알려주마
종합격투기 (4)- 종합격투기! 일케 대비하자 (1)
종합격투기 (5)-
종합격투기! 일케 대비하자 (2)

 

 

 

이제까지의 기사를 통해 종합격투기의 성격과 종합격투기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적, 정신적, 경험적, 체력적 요소들에 대해 언급했다. 자… 이쯤되면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셨을테고, 이제 종합격투기라는 대회 자체에 대해서 언급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뚜둥~

 

 

 
 


 얼마면 되겠어?






 
 

 

얼마면 되겠어

 

흥행성 대회라는 것은 관중, 선수라는 필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둘 중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 프로격투기 특히 MMA 종합격투기는 국가 지원을 받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관중없이 대회만 진행할 수는 없고 반대로 관중이 있다 해도 선수들의 실력과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면 관중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는 유도나 태권도, 검도, 레슬링 같은 경기 종목과는 확실히 다르다. 전국체전 종목에 MMA가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때문에 MMA 종합격투기는 프로복싱처럼, 프로레슬링처럼 관중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단발성이 아닌 장기 레이스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과 기획력, 집중력, 마케팅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MMA는 VT(발리 튜도) 룰이라는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현재 흔히 말하는 수익성이 높은 쪽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그 때문에 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자본이 투입될 조짐을 보이고 이따. 진짜다. 당연하잖아? 졸지에 위성방송에서 프라이드, K-1 같은 메이저 프로격투기를 연일 방영 해대는 걸 보고, 또 그게 실제로 열리는 일본 쪽을 보니까 짭짤하겠다 싶어서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딱 잘라 말하면 대회를 치러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고 하게따.

 

근데… 이따금 오빠야에게도 연락이 와선 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이 물어보는 말은 딱 하나다.

 

"얼마면 되겠어? 얼마면 대회 치를 수 있겠어?"

 

닝기리... 돈으로 다 되는 거면 일본 프라이드 통째로 들여오지 그러니...

 

종합격투기의 필수 구성 요소는 선수, 규칙, 관중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 없이는 어차피 대회 자체가 성립이 안되고, 규칙이 없는 종합격투기는 막싸움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관중 없는 종합격투기는 존속되기 힘들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돈만 있으면 그런 대회 주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MMA를 욕심 내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갑자기!!!

 

현재 국내의 분위기는 갑자기 불어 닥친 해외 프로격투기와 갑자기 진행되고 있는 국내 대회 개최를 통해 거품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여기에는 사실 깊은 리스크도 존재하고 있다. 리스크란 다름 아닌 갑자기라는 요소이다. 새빠지게 배추 농사 짓다가 옆집 고추 농사 잘 되는 거 보고 어느 날 갑자기 배추밭 엎어버리고 빚내서 고추 농사에 뛰어드는 거랑 비슷한 것 같지 않으신가들? 이 갑자기 열풍은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투자가들에게도 해당되지만 일선 무술 도장, 격투기 도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MMA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확실히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VT의 본 고장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나 미국, 유럽의 종합격투기는 점진적인 확산과 발전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아주 갑작스럽게 MMA가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거다. 당연히 이것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비즈니스의 입장에선 위험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더냐... 없던 것이 갑자기 온갖 매체를 통해 다뤄지면서 졸지에 메이저로 인식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전이라고 하면 영화처럼 붕붕 날아다니면서 고수의 발차기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걸 상상하고, 격투기라고 하면 찾아오는 사람 별로 없는 체육관에서 킥복싱이나 무에타이 경기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라에 졸지에 거대 돔구장에서 개최되는 프라이드, K-1 바람이 불고 있는 거다.

 

신문사마다 격투기 관련 전문 기자가 생겨나고 있고 방송국들은 어떻게 하면 경기를 방영할 수 있나를 타진한다. 몇 주일 간격으로 계속해서 이종격투, 종합격투기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골수 팬을 자처하는 네티즌 매니아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르던 장르가 갑자기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TV에서 연일 때려대니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게다. 그리하여~ money가 좀 있다 싶은 사람들은 이걸 함 주최하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오빠야가 누차 하는 말이지만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

 

글타면 종합격투기 대회를 주최하기 위해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종합격투기 대회의 과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회의 성격을 정하라

 

현재 국내에서 준비되고 있는 종합격투기 대회는 하나 같이 이종격투기 대회라고 칭하고 있다. 이종격투기… 서로 성격이 다른 격투기나 무술이 한 번 붙어보는 거. 간단하지? 하지만 이것은 이종격투라는 특이성 외에 대회 자체의 성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대회라는 것은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있고, 선수 간 투쟁의 흐름을 보유하며, 당연히 연이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결 같이 <이종격투기 대회> 라는 제목을 달고 토너먼트로만 진행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메이저 대회로서의 가치도 없거니와 지속적인 성장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이종격투 대전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아마 레슬링의 최강자 심권호 선수와 복싱 챔피언인 최요삼 선수와의 경기를 <기대하셨다! 누가 이길 것인가? 이종격투 대혈전! 심권호 vs 최요삼!!!> 쯤 하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진짜로 이렇게 기획할라).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종격투라는 것은 한 번씩 이뤄질 수 있는 메인 이벤트는 될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과 흐름을 보유해야 할 종합격투기대회에서 토너먼트로 채용해야 할 만큼 늘 보유해야 할 아이템은 아닌 거다.

 

그리고 웃긴 거 하나 말해주까? 뭐냐면… 모든 이종격투는 종합격투화 된다는 거다. 이종격투기와 종합격투기는 같은 것 같아도 엄연히 다르다.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격투기가 서로 공방이 가능한 종합룰로 겨루는 것이고, 종합격투기는 종합룰을 대비한 종합격투가들의 대전이다(물론 다양한 무술/격투기 출신 선수들이 참가하지만).

 

무슨 말이더냐… 스트라이킹, 그래플링으로 전문화되고 분화되어 각각 몇 십년 동안 진행되던 전문 무도, 격투기들도 MMA에 참전하는 이상 종합화된 기술을 도입하며 종합적 격투기로 변화되지 언제까지고 자기 것을 고집하며 그야말로 그런 전문 격투기끼리의 이종 대전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때문에 대회 제목이나 성격 자체를 이종격투기로 잡아서는 대회 생명력이 짧은 것은 물론이고 대회의 주제나 흐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 형태는 순수 아마츄어, 혹은 프로 파이터가 되기 위한 관문적인 형태이지 상금이 걸리고 파이트 머니가 지급되는 프로격투기 경기에서 채택할 만한 형태는 아니다.

 

이걸 모르기 때문에 너도 나도 전부 토너먼트 대전으로 가고 싶은 거다. 왜냐, 이종격투 토너먼트를 하려면 이 운동, 저 무도, 그 격투기에서 선수들을 잔뜩 끌어 모아야 하니까. 그리고 참가하는 선수가 많아야 볼 것 많고 신문, 방송 등에서도 자꾸 관심 가진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과연 그럴까?

 

프라이드 몇 번 본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는 소리가 화끈한 것도 없이 맨날 바닥에서 서로 끌어안고 뭐하냐?이다. 그런데 맨날 바닥에서 끌어안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그 프라이드가 장난 아니게 인기가 많은 것은 "누가 누구에게 지고, 누군 누구에게 이겼고, 이번엔 누구와 누구가 붙는다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역사적인 흐름과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뜻밖의 결과를 통해 감동이 나오고 몸 하나로 싸우는 사나이들의 찡한 낭만이 느껴지는 것이며 그것에 필 받은 관중으로 인해 흥행이 더 견고히 보장되어 가는 것이다.






 
 

 

선수 한명 스타 만드는 것도 기획력이고, 그냥 쌈마이 만드는 것도 기획력이다

 

즉, 간단하게 말하면… 어차피 이종격투기란 종합적 기술을 가진 이들의 MMA 격투기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대회 자체에 어떤 주제를 심어야 한다는 거다. 거기에 그것을 하나의 웅장한 드라마처럼 끌고 갈 수 있는 엄청난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토너먼트보다는 역시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간파하여 선수와 선수의 경합으로 나가면서 대회가 진행되어야지 무조건 때마다, 해마다, 할 때마다 사람들 죄다 끌어 모아서 누가 누가 잘할까요~해서는 답이 안나오는 거다.

 

과제가 되는 건 과연 어떤 기획자가, 어떤 기획 팀들이 그런 드라마적인 요소, 이벤트적인 요소 그리고 선수를 보는 안목, 대전을 결정하는 기획력 등을 가지고 있느냐가 된다. 그리고 그런 전문가 혹은 전문팀을 보유하고 있는 주최측이 성공의 반을 잡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스페셜리스트의 발굴

 

니네들 디즈니랜드 알지? 씨바 국산 디즈니랜드 야동 말고 미국에 있는 그 진짜 디즈니랜드 마랴. 디즈니랜드가 애들만 와글와글 할 것 같지? 그런데 가면 어른들도 졸라 좋아하거든? 욜심히 반미 구호 외치던 사람들마저 온갖 놀이기구에 볼 거리, 놀 거리, 살 거리 즐비한 디즈니랜드를 3박 4일을 돌아다녔는데 그래도 여전히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발길이 안떨어진대더라. 왜 디즈니랜드가 인기 있을까?(국산 디즈니 말고)

 

그건 바로 꿈을 현실로 보여주는, 바라던 것을 가장 근사치로 보여주는 디즈니랜드의 탁월한 기획에 있다. 갑자기 디즈니랜드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신가들? 글타면 다른 예를 들어주지!

 

영화를 예로 들어볼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카메라 있고, 세트 있고, 감독 있고, 배우 있으면 되겠다 싶지만 거기엔 카메라들을 세팅하고 촬영 노하우를 가진 촬영 감독이 필요하다.  감독 역시 액션 부분을 담당할 무술 감독, 현장 감독 등으로 나눠지며, 배우 역시 배우를 캐스팅 하는 전문가부터 각 역할에 맞는 배우가 동원된다. 물론 이 외에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작용하고 필요로 하는 구성 요건들은 매우 치밀하고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배치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가 필요하듯 연이어 진행되는 프로격투기의 흥행을 위해선 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돈 투자하고 싸울 선수 모아서 토너먼트만 실행하면 되는 그런 만만한 장르가 결코 아니라는 거다.






 
 

 

프라이드4- 이런 멋진 연출을 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거샤~

 

대회 자체는 투자를 통해 또한 이벤트적인 요소를 가미해 어떻게든 주최할 수도 있겠지만 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장르 자체에 대한 발전과 관심의 집중과 드라마적인 요소를 장기간 끌고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여기에 필수 구성 요소인 선수, 규칙, 관중에 대해서는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고 이 요소가 제대로 충족되기 위해선 다른 어떤 요소보다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요소들을 잘 정립하고 진행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빨리 발굴하는 것이다. 돈이면 대회 치를 수 있고, 대회 열어서 티켓 수익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면 보나마나 실패한다.

 

글타면 프로 종합격투기를 주최하기 위해서 경기 진행을 담당할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대회를 아마츄어 대회처럼 누가 누가 잘하나 여기 와서 견주어 보세!로 할 것 같으면 딱히 전문가까진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왜냐? 그냥 대회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근데 이미 프로 대회쯤 되면 선수를 보는 안목과 그 선수와 소속된 곳을 컨택해서 교섭하는 능력, 고르고 고른 선수들의 대전 기획,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는 마케팅, 경기 결과에 따른 선수의 부각과 관리, 이 모든 것을 보다 극적으로 연출하여 방송과 같은 미디어와 연계하는 능력… 그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더 중요한 것 하나 말씀드리오리까? 지금 우리나라 MMA 팬들, 눈이 장난 아니게 높다. 주최하려는 사람들이 자료 비디오 몇 개나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발언력이 있는 팬들은 예전부터 각국의 각양 각색의 MMA를 접해 왔기 때문에 단순히 치고 받는 난타전에는 곧 눈길을 돌려버릴 수도 있다. 즉 경기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경기 진행이 재미있지 않으면, 경기에 감동이 없으면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돈만 투자하면 장땡이다 라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으시는게 좋다. 다른 모든 걸 절제하면서 수련에만 몰두하는 선수만 불쌍해지는 그런 대회 주최할 생각일랑 얼른 접으시고 다른 사업모델 찾으시길 바란다 그거다.

 

그래서 대회 주최에 대해 의사를 타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왜 대회를 개최하고 싶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진행시켜 갈 생각입니까? 라고 되묻는 거시야.

 

 

 

 

 함께 발맞춰 나아가세

 

대회를 주최하는 이상 주최측은 참가하거나 참가하길 원하는 선수들의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이는 누가 출전하든 대회만 잘되면 장땡이다 라는 마음이어선 곤란하며 선수들을 대회를 위한 소모품으로 인식해선 결코 안된다. 선수는 대회에 있어서 심장과도 같다. 선수를 소모품처럼 인식하면 대회 자체를 추락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이 말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보유한 일선 체육관, 동호회 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놓아선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회가 단발성이라면 오로지 참가하는 선수만 있으면 되니까 상관없겠지만 이미 대회가 단발성이 아니고 프라이드처럼, UFC처럼, K-1처럼 지속적이고 발전적이길 바란다면 선수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들을 보유한 팀, 체육관 등에 대해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K-1의 성공 뒤에 극진회관은 말할 것도 없고 차크리키 도장, 요한 보스 짐, 정도회관 등이 이름을 얻었다. 프라이드를 통해 다카다 도장, 팀 골든 글로리, 슈트 박스 아카데미, 브라질리언 탑팀, 러시안 탑팀 등이 이름을 얻었다. K-1과 프라이드는 이들 팀과 체육관의 선수들을 통해 끝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팀과 체육관들은 그런 프로격투기 대회를 통해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동시에 대회에 선수들을 계속 공급해간다.

 

이 모든 말을 바꿔서 얘기해 보자.






 
 

 

씨바~ 우리가 만만한 봉이냐. 제대로 대우해주면 더 열심히 한단마랴

 

선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선수를 보유한 체육관이나 팀에 대한 배려가 부실하다면 그 거칠고 힘든 MMA 종합격투기를 뛸 의미가 없다. 그들은 돈이 되었건 명예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링에 올라가고 선수를 출전시킨다. 그리고 대회는 그런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투혼으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성장해간다. 선수와 체육관, 팀들에 대한 배려와 대우가 남다르고 자상할수록 경기에 참가하는 이들은 더욱 안정적으로 트레이닝하며 링에 오른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공생관계이지 자본을 가진 쪽이 그렇지 않은 쪽을 단지 이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대회 주최측과 선수, 선수를 보유한 팀은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앞으로 나아갈 때 누가 가장 먼저 인정해주는 지 아는가?

 

바로 팬들 되게따. 그들은 이런 거 다 본다.

 


 주최측의 마인드

 

잠깐 다카다 노부히코라는 선수를 생각해보자. 일본 프라이드가 열린 것은 97년이었고 프라이드의 탄생은 다카다 노부히코라는 UWF 계열의 프로레슬러와 450전 무패라는 전적의 힉슨 그레이시와의 대전이 성사되고 부터이다. 물론 이 경기는 언론과 격투기, 프로레슬링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다 알다시피 이 경기에서 다카다는 힉슨에게 확실하게 깨졌다. 우리나라 같으면 관중이나 주최측이나 젠장, 김샜네~ 하고 말았겠지만 오히려 프라이드의 기획자들은 여기에서부터 프라이드의 긴 역사를 진행시켰다.

 

4회에서 마침내 다카다는 힉슨 그레이시와 재전하게 되었지만 같은 기술로 또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프라이드 측은 여전히 다카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에게 이고르, 마크 커, 마크 콜먼과 같은 강자들을 상대하게 했다. 물론 다카다는 대부분 졌지만 프라이드는 다카다를 외면하지 않고 계속 부각시켜 프라이드를 진행했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 진 것도 감동~ 다시 도전하는 것도 감동~같은 필 팍팍 와닿는 테크닉으로 분위기 몰이를 한 것도 모두 프라이드의 기획이다.

 

어쨌든 프라이드는 다카다의 승패보다 다카다가 가지고 있는 흥행의 요소를 간파했고 그래서 그의 제자인 사쿠라바 카즈시가 그레이시 파이터들을 하나 하나 물리칠 때 잘났다 사쿠라바, 사쿠라바가 영웅이로세!가 아니라… 다카다 도장의 사쿠라바라는 것을 늘 팬들에게 인식시켰다. 다카다 개인은 승부에서 밀렸지만 사쿠라바의 선전으로 다카다 도장은 이름을 얻고 동시에 도장의 대표 다카다 노부히코와 사쿠라바, 성적이 별로 좋지도 않은 마쓰이 다이지로의 인기 역시 사그라들 줄 몰랐다. 그 다카다와 다카다 도장이 프라이드 초기에서 지금까지 프라이드의 역사를 이끌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게 다카다 뿐 아니라 슈트 박스 아카데미, 브라질리언 탑팀, 그리고 최근에는 요시다 도장(요시다 히데히코도 자신의 도장을 차렸다)과 같은 여러 팀과 체육관에도 프라이드 주최측은 하나 하나의 드라마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캔 샴록vs돈 프라이- 관중의 흥미를 자아내는 대립구도 되게따

 

이거… 오빠야가 말로 하니까 쉽지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 일본 프라이드가 이런 걸 기획할 수 있는 데에는 일본 링 격투기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되었고 전문화 되어 있다는 소리다. 퀸튼 람페이지 잭슨과 반데라이 실바가 마이크 잡고 한 판 붙자고 으르렁 거릴 때 팬들이 달아오르지만 실은 주최측이 제일 신나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그레이시 헌터 사쿠라바가 소속된 다카다 도장과 접근하면 줘 패버리겠다는 슈트 박스 아카데미의 대립 구도도 하나의 드라마로써 작용하고 있다. 즐거운 것은 팬이고 성장하는 것은 대회인 거다. 이쯤 되면 하나의 대회가 끝나고 나면 다음 대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게야~ 종합격투기를 주최하고 싶다면 이런 거 수용하고 이렇게까지 기획할 마인드가 있냐 그거지…

 

사람들은 격투기 링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선수가 선전해주기를 바란다. 이는 단순한 대리 만족이라기 보다 선수와 함께 꿈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꿈을 실현하고 그 꿈을 앞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프로격투기는 웅대한 비전과 기획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본보다 오히려 마인드가 가장 먼저 작용한다.

 


 기사를 정리해보자

 

대회를 주최하고 싶으신가들?






 
 

 

일본에서 이쯤 대회하니까 정신엄찌? 들여서 대회하고 싶찌?

 

오케이, 그렇다면 무턱대고 돈 쓰기 전에 힘들게 출전하는 선수와 선수를 내보내는 체육관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우해 줄 것이며 그들과 어떻게 행보를 같이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시라.

 

그리고 대회의 성격을 정하고 선수 혹은 팀의 대립과 갈등과 경기 결과라는 재료로 끝없는 파이팅 드라마를 기획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경기 진행 요소들을 멋지게 기획하고 잘 연출하며 지속적인 집중력으로 안정되게 끌고 갈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을 찾아야 한다.

 

이 모든 말은… 돈만 투자하면 다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얼마나 미흡한 생각인지를 알아야 한단 거다.

 

 

 
 


격투기? 그거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거 없이도 세상 사는데 아무런 지장 엄따. 그러나 사람들이 왜 격투기를 좋아하는가? 왜 MMA를 좋아하는가? 왜 쌈마이 글래디에이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을 링에 올려놓은 대회에 주목하는가?

 

그들은 대입 시험에, 입사 시험에, 진급 하기 위해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기 위해 꼼수 부리고, 세상 사는 낙이라고는 TV에서 연예인들 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 무미건조하고 시시껄렁한 시대에… 자기 몸 하나로 투쟁하는 사나이들의 낭만을 일깨워주며, 싸우는 사람, 뭔가와 투쟁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눈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꿈을 가슴 속 깊은 곳에 품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선수들만의 몫은 아니다.

 

바로 주최측, 그리고 주최하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꿈을 소중히 가슴 속에 품고 선수들과, 관중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오빠야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사람들에게 맨 몸으로 싸우는 사나이들의 낭만을 전달하고 싶은지, 아니면 그저 돈 좀 뿌려서 싸울 사람 모아 티켓 수익이나 얻고 티셔츠나 몇 벌 팔고 싶은지 그것은 주최하고자 하는 사람들 스스로에게 물을 일이다.

 

끝으로 어준이 총수가 이참에 방송국 씹으라고 했는데 전에 같이 한 잔 할 때 오빠야 잔 비었는데도 술 안 부어줘서 내가 내 잔 채워따. 삐져따. 그래서 방송국, 이번에는 살려준다.

 

오케이~ ! 

 

딴지 격투기부
오빠야(ken1970@fighting-sports.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