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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여우와 솜사탕이 뭐길래 사건

2002.4.12.월요일

딴지 연예부 페니레인









그거 알아? 나 원래 대발이었대..


본 기자 대박작가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국내 유수의 방송국에서 청춘을 불사르고 있을 당시. 설날이나 추석 등 종일 방송이 삼사일씩 늘어나면 도무지 다 채울 수 있을 거 같지 않은 무한의 방송시간에 똥꼬가 타들어갔고 "일이 많다고 직원을 더 뽑으면... 돈 든다"라는 방송국의 매우 합리적인 채용 정책으로 인해서 정규 방송 뿐만이 아닌 명절용 프로그램까지 도맡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해서 갑자기 나쁜 머리가 좋아지고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펑펑 솟아나겠냐? 밤새 말도 안되는 헛소리들을 나누다가 될 대로 되라 식의 자포자기에 빠져들고 있던 바로 그 때.


무심한 듯 홀연히 나타나신 부장님은 제목도 없는 정체 불명의 비디오를 슬쩍 건네주셨던 것이다. 혹시 지친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화끈한 무언가를 준비하신 것일까? 갖가지 추측으로 얼굴이 상기되고 혈관이 팽창하기 시작할 때 부장님은 뒤돌아서시며 한마디 말을 남기셨드랬다.


돈 많이 들어가는 부분만 대충 바꿔봐.


씨바, 남의 프로그램 베끼는 건 잘못이며 범죄인데... 먹고 살기가 이렇게 더러운 건가... 라는 생각이라도 했으면. 그런 생각은 할 틈도 없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처럼 홀연히 책상위로 떨어진 테잎 하나에 제작진들은 다 흥분해서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줄이면서 저 잼나다는 프로그램을 똑같이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우리는 밤 늦은 줄도 모르고 껄떡거리고들 있었다. 죄의식도 표절자로서의 괴로움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한마디 진실의 말이 있었다.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연장방송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여우와 솜사탕><사랑이 뭐길래>를 베꼈다고 한다. 열받은 김수현이 방송 사상 최대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뭐가 뭐의 표절이래 하는 소리, 이제 너무 들어서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무심하게 듣고 흘리는 사람도 당근 많을 것이고 자기 드라마 시청률이 밀려서 아줌마 주책부리나부다, 주말 연속극으로 아카데미상에 도전할 것도 아닌데 재미만 있으면 되지 난 그딴 거 신경 안쓴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MBC 미니 시리즈 <청춘>은 일본의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을 대놓구 베끼다가 철퇴를 맞았고 SBS의 <토마토>는 일본 만화 <해피>와, <로 펌>은 후지 TV 의 드라마 <히어로>와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되어 표절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번 [여우와 솜사탕 vs 사랑이 뭐길래 사건]의 당사자인 김수현 작가 역시 <사랑과 야망>이 미국의 미니 시리즈 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건 내가 안 본 거니까 뭐라고 말 못하겠는데 암튼 줄거리만 읽어보면 대충 비슷한 얘기인 듯 하기도 하다. 아님 말구.


그리고 2002년 2월. 김수현 작가가 <여우와 솜사탕>의 표절문제를 들고 나섰다. "이게 표절인지 확실히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이글 이글 불타오르던 본 기자. 자료 몇 개를 접해보면서 완전 상황 파악 돼버렸다. 이거 표절이라는 거 증명하기 위해서 이리 저리 디벼 볼 필요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두 작품 너무나 비.슷.하.다.


본 드라마 열심히 보시는 울 어머니 첫 회부터 밀려들어온 가공할 익숙함에 당연히 이건 김수현이 직접 쓴 리메이크 작이다는 결론조차 내어버리고, 김수현 작가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자 어떻게 같은 작가가 두 방송국의 주말극을 동시에 쓸 수 있냐고 분개마저 해버리셨드랬다.


참고로 관심있는 독자들은 이땅에 뿌리 깊게 내린 반 명랑 표절 부뉘기를 일소하기 위해 본지가 이뤄냈던 또 하나의 쾌거, SBS 의 <토마토> 표절 사건에 대한 기사를 참고해라. 표절의 법적 측면에 대한 고찰이 쬐끔 들어가 있으니까.
 




<여우와 솜사탕>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드라마가 <사랑이 뭐길래>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얘기가 방송가 내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뚜껑을 열고 난 후에 MBC 홈페이지의 <여우와 솜사탕> 게시판에서는 시청자들에 의해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져 왔다.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볼래?












대발이 아빠나...


강철이 아빠나...


자기 자식들이 사귀는게 자기 친구의 아들 딸인지 모르다가 상견례에서 만나게 된다는 점 갈등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공통점이다. 그치만 사이 안 좋았던 여고 동창생들끼리 사돈 맺는거 김수현만 생각하라는 법 없으니까 그냥 넘어가주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왜 친구의 화장실을 부러워하는 걸로 재회가 시작되야 하는지, 왜 며느리는 시집 가자마자 밥상에 문제를 제기하는지 쩜 이상하긴 하지만 먹고 싸는 문제가 하도 중요해서 그랜나부다 해주자. 지은과 선녀 둘 다 유능하고 공부를 잘하는 여자이고 결혼하면서 학업을 포기하지만 시아버지의 도움으로 다시 학업을 재개하게 되는 점도 비슷한데... 정말 이게 다 우연일까?


방송분을 디벼보면 이런 유사성이 발견되는 장면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극중 강철의 집 구조는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것까지 10년 전 세트 재활용했네 소리 나올 만큼 대발이네 집과 닮았고 바람둥이인 남자 때문에 상처받은 여자가 집에 와서 대성 통곡을 하는 장면이나 여자 주인공이 시집가기 전날 밤, 친정 어머니가 화해를 청하지만 딸이 화해를 거부하는 장면, 하필이면 시아버지의 고급 단추가 문제가 되어 남자집의 혼수 갈등이 불거지는 장면이나, 여자의 어머니가 예비 신랑감을 남자 주인공보다 더 좋아하는 등등 자세히 말하려면 숨가쁠 지경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랬다. 한번 볼래?






















"내가 미쳤지..어쩌다가 달랑 두 쪽 뿐인
    인간에게 시집을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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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센 게 아니라 저절로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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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 이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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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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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영상의 저작권은 MBC 에 있슴다>

물론 <여우와 솜사탕>에는 강철의 형과 형수, 친구가 등장하고, 선녀의 언니와 이모 등 <사랑이 뭐길래>에 없는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고 남녀 주인공은 다른 가정 환경 뿐만 아니라 12살의 나이차도 극복해야 하는 태스크 마저 부여받았다.


버뜨, 그러나 딴 얘기랑 섞어서 한다고 해서 베낀게 안베낀 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베끼기만 한 건 아니구 딴 얘기랑 조금 섞었다고 하면 오히려 동정의 여지가 있겠지만.


관심있음 계속 따라들 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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