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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여우와 솜사탕이 뭐길래 사건 (2)

 


김수현은 2월 25일 서울 지방 법원 남부지원에 여우와 솜사탕 방송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3월 28일 법원은 일단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였다. 아래는 서울 지방 법원 남주지원의 여우와 솜사탕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중략)


3.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2드라마 (여우와 솜사탕) 중 이미 방영된 부분이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제 2 드라마의 계속적인 방영이 저작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결과가 됨은 분명하다.


그러나 첫째로, 제 2드라마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 1대본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부분 이외에 주변인물 상호간의 사건 전개를 비롯하여 제1 대본과는 무관한 부분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방영분은 그 내용의 중심이 그들 주변인물로 옮겨진 상태임을 알 수 있고, 장차 방영될 부분은 대본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 있어, 장차의 방영부분이 신청인의 저작권에 대한 침해 정도를 질적, 양적으로 심화시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이고, 미방영 부분의 분량도 에정된 50회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7회에 불과하여 전체적으로 적은 비율에 불과하며,


둘째로, 피신청인은 대본작가 김보영이 집필한 1차적 저작물인 드라마 대본을 토대로 하여 제작된 2차적 저작물을 방영중인 방송사업자로서, 만약 제 2 드라마가 결말을 맺지 않은채 중도에 방영이 중단된다면 피신청인으로서는 일반 국민의 방송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인 반면, 신청인의 제 1대본은 이미 1992년 경 텔레비전 방송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는 한편 책으로도 출간되어 오랫동안 판매됨으로써 제 2드라마의 잔여부분이 마저 방영된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이 입게될 추가적인 손해는 그다지 크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기타 이 사건 심리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본안판결 이전에 신청인의 현저한 손해를 피라기 위하여 제2 드라마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방영을 금지하여야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하 중략)



쉽게 말하면 베낀 건 분명한데 방송사가 입게 될 손해가 엄청난데다가 이게 계속 방송된다고 해서 김수현이 뭐 달리 피해 입을 게 더 있는거 같지 않으니까 방송은 계속 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 판결이 있은 직후 MBC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여우와 솜사탕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 이라는 글을 통해 실은 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으며 오명을 벗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내용은 또 이렇다. 클릭


"표절인건 맞는데 신청은 기각한다"는 법원의 결정으로 1라운드가 마치 양쪽의 손을 다 들어준 것처럼 정리되면서 끝나는가 싶더니 지난 주 김수현씨는 MBC에 24억, 작가와 피디에 각 3억 씩 총 30억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우리나라에서 지적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 이만한 규모의 손해 배상액이 청구된 적이 없다는 점과 함께 드라마 권력 김수현과 드라마 왕국 MBC와의 싸움이라는 점 등등에서 여러모로 꽤 잼나는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짱끼리 붙으면 잼쟈너.


근데 이 소송 잼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데, 드라마 표절에 대한 수많은 시비들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법정 싸움과 대규모의 손해 배상까지 법적인 조치가 취해진 경우가 거의 없는 고로 이번 사건의 판결이 향후 일어날 많은 유사 사건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재판의 결과는 중요하고 흥미진진하다.


아직 김수현 작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MBC 의 입장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네티즌들은 이게 맞네 저게 맞네. 김수현이 잘했네, 못했네 핏대 올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내 작품 훔쳐갔으니 돈내놓으라는 거에 뭐 그리 틀린 말이 있겠냐마는 시끌 시끌한거 보니 이게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가 부다.


간단히 논점들을 정리해 보자
 









 똑같은 부분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표절이
    아니다?


<사랑이 뭐길래>와 유사성을 보이는 강철이와 선녀의 얘기는 전체의 극히 미약한 일부일 뿐이며 후반부에서는 더 그렇쟈너. <사랑이 뭐길래>는 생활 환경이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살아나가는 얘기고 있다면 <여우와 솜사탕>은 남 녀 주인공이 가치관이나 생활 환경의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2년의 나이차를 극복하라는 중대한 미션 조차 가져 버렸는데 그게 어케 똑같니? 그 뿐만 아니라 이모, 동생, 누나,동서 등등 주변 인물들의 얘기가 많구 명확한 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의 0.75% (문자적 일치를 보이는 부분) 에 지나지 않는거야..



이 문제는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손해 배상액을 책정하는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문자적 유사성을 보이는 (MBC의 주장에 따른다면 0.75%) 부분만을 표절이라고 주장한다면 손해배상액 30억은 택도 없는 미친 소리가 될 것이다.











 우린 괜찮은고 맞는 거쥐..


그런데 과연 이 0.75%의 유사성이란 근거가 있는 소리일까? 글쎼. 법적으로 표절은 딱히 문자적으로 복사된 것 뿐만이 아니라 포괄적, 비문자적으로 설정이나 스토리 등을 베낀 것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그럼 몇 푸로나 베낀거냐고 물으면 모르는 거 없는 본 기자도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가 초기에 기획될 때부터 <사랑이 뭐길래>의 플롯을 의도적으로 카피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괜찮은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갈등을 구축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 그거 쉬운 일이었으면 글쟁이가 세상에서 젤 쉽게? 많은 작가나 작곡가들이 쉽게 표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 것도 아마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작곡가가 화성학 몰라서 표절 하는거 아니구 작가가 글빨 딸려서 표절하는 거 아니다.


아이디어는 없는데 뭔가 만들어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검증받은 남의 것에 대한 유혹이란 거, 경험상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거기에 안들킬지도 모른다는 무사안일에 이 바닥이 다 그렇지라는 학습된 생각까지 더해지면 남들도 다 하는 표절의 넓은 길로 들어서는 거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치만, 내가 돈 없다구 남의 돈 뺏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말 연속극 아이디어가 없음 주말 연속극은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써야겠다면 정당하게 지불하고 써라. 몰래 도둑질 하는건 나쁜 거다.
 









 작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방송국에 묻는 게 당연한가?


표절했다 치자. 근데 왜 그걸 MBC한테 씌우냐. 작가가 베껴쓴 거면 작가가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니냐. 작가 개인의 지불 능력이 한계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돈 더 받아보겠다는 김수현 아줌마의 수작인거 같다.



1995년에 KBS 의 한 드라마 작가가 한 전직 판사, 변호사의 회고 소설을 겁도 없이 베껴서 법정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한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 됐었다. 그 재판의 피해자(원작자)는 KBS와 최연지 작가 양쪽을 모두 고소했는데 원심 재판부에서는 "KBS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고 고등법원에서도 원심을 확정하였다.


그 당시 판결의 근거는 다음과 같은데,


 KBS가 표절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본을 감독, 심의할 의무를 위배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며,


 KBS와 작가와의 관계가 일반적인 사용자 피사용자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국 혹은 제작사가 특별한 주의 감독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방송 작가들 사이에서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표절이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모든 책임을 작가가 지겠다는 일종의 각서등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근데 작가만 책임지라는게 과연 맞을까?


위의 경우에서는 실제로 방송국 혹은 제작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몰랐다" 라는 거 꽤 오래된 변명이기도 하지만 잘 먹히는 변명이기도 하니까 그냥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MBC가 표절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리고 만약에 알았다면 MBC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표절의 근거들이 꽤 많이 제공된 후에도 MBC는 안했다 배째라 자세를 취했지 몰랐다고 그러진 않았으니까 혹시 나중에 딴 소리 하면 잘 기억했다가 알려주도록 하자.


그리고 한 두 구절 베낀 거면 몰래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스토리 라인이 비슷한, 기획 단계부터 시끌 시끌 했던 작품에 대해 연출진이 모를 수 있을까? 만약에 연출자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당연히 일상적인 고용 피고용관계에 놓여있는 MBC도 감시와 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적절한 손해 배상액은 어느 수준인가?


쓴 지 10년 지난 드라마 가지고 한 몫 잡아보자는 거냐. 30억은 심했다. 김수현 아줌마가 그걸로 무슨 피해를 글케 입었다는 거냐. 말이 안되는 욕심이다.


 



30억이라는 액수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힘들 듯 하다. 사실 이 액수는 재판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도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액수로서 액수 자체에 대해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게 정확히 30억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이에 상당하는, 혹은 이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저작권법 93조 2항과 3항에 표절시 손해배상액의 규모에 대한 조항이 있는데...


 저작 재산권을 침해한 자가 침해 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았을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저작 재산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규정한다. (93조 2항)


 저작 재산권자는 위 2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액 외에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93조 제 3항)








 



손떨리쥐? 글게 베끼지 말지 그랬냐.


즉, 원작을 무단으로 사용해서 얻은 모든 이익과 김수현이라는 작가가 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받을 수 있는 모든 돈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건데.. 이게 대체 얼마나 될까?


3월 25일 있었던 <방영금지 가처분에 대한 재판>에서 MBC는 이 작품을 중단 했을 때 매회 2억 8천 620만원의 광고 수익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권위에 치명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장하면서 기각을 요구하였다.


광고수익만 한회에 2억 8천 620만원이니까 50회를 곱하면 140억 . 뭐 좀 덜 붙은 때도 있다고 쳐줘서 한 120억 정도라고 하자. OST 판매로 얻은 수익이나 프로그램 판권이나 비디오 판매액도 상당하겠지만 그냥 통크게 몇 억 쯤은 제껴 버린다고 하더라도 120억 안팍의 실제 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20억에서 표준 제작비 빼고 이리 저리 경비 빼구 100억 남았다고 치자. 글타고 이 100억 다 받을 수는 없쟈너. 인화 수교 얘기도 있구 동서가 괴롭히는 얘기도 있으니까.. 아마 그래서 30억 정도로 생각한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초반 스토리, 즉 전체 이야기의 기반이 되는 설정의 상당 부분을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 달라고 해도 MBC가 억울해 하면 안될거 같긴 하다. 글게 돈 아까우면 베끼지 말지 그랬냐...
 









 김수현 씩이나 되는 작가가 신인작가 한테 넘 하는 거
    아니냐?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게 어딨냐. 그렇게 치면 SBS 드라마는 다 신데렐라 표절이게? 그리고 김수현은 드라마의 고전이다. 쪼금씩 참고해서 쓰는 게 뭐가 나쁘냐. 사회적 지위도 있는 양반이 이딴 식으로 표절 시비 걸면 창작자가 어디 겁나서 글쓰겠냐. 저작권법이라는 건 문화의 창조와 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만들어진 거다.



 







다른 사람이 아닌 김수현이 소송을 제기 했다는 이유 때문에 비슷한 비난의 소리가 나오는 듯 하다. 김수현이 꽤 오랫동안 드라마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왔고 그러다보니 미움도 많이 받았다는 거 사실이긴 한데, 이 아줌마, 작가들의 위상 확립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만큼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선배작가가 후배작가를 위해줘야 한다는 거 백번 옳은 말이다. 도와주고 도움받고 뭐 이러면서 살아야 명랑 사회 이룩되는 거 아니겠냐. 근데 진짜 선배로서 해줘야 할 일이 뭔지 한번만 생각해보자.


표절 불감증으로 닥치는 대로 남의 작품 가져다가 쓰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밥 먹고 살 게 내버려 두는 게 잘하는 짓일까 아니면 정말 제대로 된 경쟁으로 좋은 글 쓰는 사람들이 자기 작품 억울하게 뺏기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 주는게 도와주는 걸까.


표절 문제, 방송국의 불감증과 풍토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고쳐지기 힘든 문제이다. 이 사건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더 좋구, 똥꼬털이 파르르 떨릴 만한 액수의 손해배상금 지급이 법정에서 결정된다면 더 좋겠다.


그러면 남의 작품 놓구 베껴보려던 사람들 몹시 불안해지면서 "시바 얼마를 물게 될지도 모르는데 걍 내머리 짜내자"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드라마 권력으로서 김수현이 해야만 하는 가장 훌륭한 일이 아닐까?
 






이상 <여우와 솜사탕 vs 사랑이 뭐길래> 사건을 디벼보았다. <여우와 솜사탕>이 <사랑이 뭐길래>보다 훨 잼나다고 생각하등가, 김보영 작가가 김수현 작가보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덩가 그건 보는 넘 맘이지만, 제발 도둑질해도 괜찮다고 하지는 말자.


남의 거 훔쳤으면 벌받아야 된다는 상식 정도는 당연히 통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단 말이다.  



표절 없는 명랑 사회 구축의 한길로
힘차게 달려가는 페니 레인
(ImNotSorry@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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