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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로봇 무기의 군사적 고찰 -2-

2003.6.23.월요일
딴지 군사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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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중장보병의 모습인가?


"강력한 화포의 등장은 봉건 기사들의 몰락을 가져왔다.(<서양 근대사>)"


건담의 트레이드 마크 중 두가지는 빔 샤벨과 건다리움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재질의 방패되겠다. 마징가에는 재패니움이 있었지 아마...


중세 봉건 기사들의 몰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바로 화약의 보급이었다. 중세 봉건 기사들은 마치 건담과 같이 두꺼운 철갑옷에 검이나 창으로 무장하고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런 근접 전투를 벌이는 기사들은 전통적으로 강인한 체력과 적에 관한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성을 지녀야 했다. 그리고 화포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같은 조건을 가진 기사들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용맹성을 떨치며 적을 제압해 왔다. 또한 그러한 근접전투에 대한 기사들의 위험부담에 대한 댓가로 기사들에게는 토지와 작위 등이 수여되어 중세시대의 왕정을 유지하는 강력한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1324년, 프랑스의 메스 전투에서 화포가 쓰이기 시작한 이후부터 근접전은 무의미하게 사라지게 되었고 강력한 축성과 몇겹으로 두른 철미늘의 갑옷 역시 전투에서 더 이상 어떠한 방어조건도 되지 못하는, 오히려 거추장 스런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여기서 바로 화포를 비롯한 원거리 무기의 장점이 나온다.


적이 칼이나 창을 덤비고 설치기 전에 먼저 안전빵 거리에서 제거해 버린다면 근접전이 시작되기전 아군의 피해를 상당수 줄일수 있는 것 아닌가. 현대 공중전의 BVR(Beyond Visual Range : 가시 거리밖 공격)개념의 효시되겠다. 물론 그전에도 활과 석궁, 그리고 대포의 역할을 하는 ballista라 불리우는 노포와 같은 원거리 무기들이 존재했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상대 표적에 명중을 해야만 효과를 볼수 있는 것 들이었다.


이에 비해서 화약은 폭발에 의한 파편과 폭발후 생기는 화염폭풍으로 인해서 굳이 명중이 아니더라도 단단한 축성이나 보병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활이나 석궁은 강력한 철 미늘갑옷에 두꺼운 가죽흉갑을 두른 기사들에게는 80m 이전까지 접근하기전에는 피해를 많이 입힐 수 없었다. 운이 좋다면 기사는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고 덕분에 중장기병인 기사들에 의해 아군 보병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또한 초기의 화승총이 문제가 많은게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숙련된 화승총 보병의 양성이 숙련된 궁사 양성보단 시간과 비용면에서 유리했다. 강력한 화살을 발사하려면 보다 탄력성이 좋은 활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곧 완력이 좋은 보병내지 궁사를 필요로 하는데 이건 어찌 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화승총은 화약량의 조절과 총열의 개량만으로도 활을 능가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 다시 건담으로 돌아와 보자. 건담의 모습은 마치 중장보병의 모습을 연상 시킨다. 그 중장보병이 반쯤 어정쩡하게 현대화된 모습으로 싸우고 있는 폼이 바로 건담인 것이다. 총으로 쏴 제끼다가 칼들고 설치고 방패로 막고...









로마시대 중장보병들의 행진 모습. 자세히 보면 초기 건담이 장비한 커다란 방패와 긴 창이 보인다. 로마의 중장보병은 창 이외에도 단검과 같은 보조 무기를 지녔다. 마치 건담이 총을 기본 장비로 싸우다가 나중에 빔샤벨을 꺼내드는 모습과 흡사하다.


 









쌈질하는 폼이 중세의 기사들 같다. 칼로 내려찍고 방패로 막고......총은 악세사리냐?


생긴건 중장보병처럼 생겼는데 용케 총알은 피하고 또 방패로 막기까지 한다. 물론 방패는 뚫리지도 않는다. 아무리 최첨단의 우주세기라지만 싸우는 모습은 중장보병에다가, 105mm는 됨직한 총알(이쯤되면 총알이 아니라 대포알이다)까지 방패로 막는다.


그러면 적군들이 쏴대는 총알들은 죄다 공기총알이란 말인가? 아래의 사진은 K1A1 전차가 발사하는 120mm 날개안정철갑탄(APFSDS)을 발사했을때의 모습이다.







보통 포구 초속은 1,800m/sec 이상이며 800m이내 거리에서 균질압연강판 700mm를 관통할수 있다. 1,500m 이내의 거리에서는 500mm 정도의 강판을 관통 할 수 있으며 열화우라늄을 이용하면 약 15%정도의 관통력 향상을 기대 할 수 있다. 요게 요즘도 점점 개량되어 점점 더 큰 관통력을 증대시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건 레이더 유도나 그 흔한 GPS 유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건담에서처럼 걍 전차의 포수가 사격 통제장치를 통해서 본 표적을 향해 날리면 된다. 당근 좋은 사격 통제장비만 있다면 미노프스키 입자 할애비가 와도 어떠한 방해없이 명중 될 수 있으며 일단 함 명중되면 건담이 아니라 건담 할애비가 와도 우주세기에 개발된 APFSDS라면 건담을 아작낼 수 있을것이다. 이때 과연 방패가 통할까? 통한다 쳐도 방패를 든 팔이 무사하리란 보장은 없다.


방탄조끼를 입은 몸무게 70kg의 사람이 M-16 이나 혹은 K-2의 5.56mm 소총탄을 70m 거리에서 직립으로 서서 흉부쪽에 맞는다면 목숨은 건져도 보통 1~2m 정도는 뒤로 나가 떨어지며 갈비대 한 두개 정도 나가는건 각오해야 한다. 군대에 가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전쟁이 나서 전투가 벌어지면 반드시 철모끈을 풀고 전투에 임하란 거다. 이게 뭔소리냐? 총알의 압력이 철모에 도달하면 철모는 회전하게 되는데 이때 철모끈을 턱에 조여매고 있다면 당근 머리가 돌아가며 목뼈를 분질러 버려서, 뭐 더 이상 이승의 생은 기대할수 없는 처지가 되는거다.


그런디, 건담도 직립보행을 한다. 만약 70m 정도의 거리에서 흉부쪽에 직격탄을 맞았다면? 설사 뚫리지 못하는 방패로 막았다 쳐도 뒤로 발라당 자빠지는건 각오해야 한다. 하긴 건담이 총알 맞고 뒤로 발라당 자빠져 주인공이 사망하면 그런 애니메이션을 누가 보겠누? 우주의 대 로망이 아니라 우주의 대 코메디 건담 뽀다구를 누가 원하겠냐 말이다.


이제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넘어가 보자. 물론 건담에서는 앞서 설명한 건다리움이란 특수 재질의 장갑으로 몸체를 둘러 그 방호력을 높였다고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좋은 창이 있으면 좋은 방패가 있기 마련이고 이는 역설적으로 완벽한 방패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건담 애니메이션에서 보듯이 건담도 총을 맞으면 팔다리 떨어져 나가고 이는 지온공국의 자크도 마찮가지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상황에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 과연 근거리에서 총을 피할수 있는 사람이나 운송장비가 존재할수 있느냐에 딴지를 걸고 싶은거다. 사람이 육안으로 사격을 한다면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물체를 빗 맞출수는 있을거다. 그러나 이 건담은 FCS(Fire Control System:사격통제장치, 사통장치)를 분명히 장비하고 있다!









쥔공이 사격통제장치(이하 사통장치)의 일종으로 보이는 조준경을 눈 쪽으로 가져가고 있다. 설마 망원경은 아니것쥐?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루크 스카이 워커가 X-WING을 몰고 죽음의 별 환기장치에 한방을 먹일때도 이와 비슷한 사통장치를 사용하는 모습이 나왔다.


SF영화나 SF애니메이션에서 쥔공 앞에서 미슬은 껌이요, 120mm 전차는 새총이 되며 중무장의 중형 헬기나 전투기는 낙동강 오리알 마냥 헤메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거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오사마 빈 라덴 형님이나 후세인 아자씨등은 현재 행방이 오리무중이지만 그들을 보필하고 조언하던 참모들은 일찌감치 저 세상분들이 되셨다. 이렇게 현실세계에서 전쟁이나 혹은 기타 환란이 닥친다면 과연 살아남을 쥔공들은 몇분이나 계실까낭? 이 현실세계의 울나라가 보유한 제 3세대 전차인 K1A1을 잠깐 살펴 보자.







바로 요넘이다. 외국의 군사평론가들이 전차라기 보단 마치 날렵한 스포츠카 같다는 극찬을 마지않은 전차되겠당! 다덜 요런걸 우리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걸 자랑스러워 해라. 물론 일정 부분을 미국에 의지하여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운건 자랑스러운거다!







K1A1의 내부 모습 되겠다. 딱 보면 뭐 별거 아니군 그러겠지만 32bit DSP프로세서를 장착한 전차용 탄도계산기가 장착되어 있으며 120mm 탄을 목표에 정확히 맞출수 있는 측풍 탐지기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 야간 전투를 위한 열영상장비와 이를 위한 디지털 영상처리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전차장의 표적획득을 위한 장비와 획득한 표적정보를 바로 포수에게 전송하는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당근 포수는 전차장이 획득한 목표를 향해서 60km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며 목표물을 이세상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릴수 있다. 더욱이 유도장비로 유도되는 포탄도 아니다. 뭐 요즘은 활강포의 장착으로 대전차 유도미슬을 날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의 주력은 비 유도포탄인 것이다.


이쯤되면 좋은 사통장치와 비 유도포탄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적을 제거하는 K1A1 전차가 어리버리한 건담보단 훨씬 성능이 좋아보이지 않냐? 그런디 요즘은 이런 장비를 갖추고도 타국에 비해(북쪽 친구들 제외) 부족한 점이 있고 더 이상의 개량 여지가 없어서 K1A1의 후기형 전차 K2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거 보면 국방부 아저씨들도 밥만 축내는 아저씨들은 아닌거 같다.


더 재미있는건 K1A1의 사통장치에서 모으는 각종 정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0.5초가 걸리지 않는다. 즉 요넘을 몰고 전장을 돌아 댕기다가 못보던 넘이 보이면 사통장치를 통해 요넘이 적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만약에 적인 것으로 전차장이 판단했을때 전차 포수가 즉시 대응사격에 임하는 시간이 불과 1~3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뭐 어디까지나 스펙상의 얘기지만 말이다. 하긴 1차 걸프전때 우리보다 좋은 사통장치를 갖춘 미국 아자씨들의 M1 전차는 적과 아군 구분없이 쏴제껴서 아군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만...


또한 일반적인 사통장치에는 표적에 관한 속도감지기란 것도 장착되어 있어서(울나라에서 사용중인 구닥다리 중의 구닥다리 전차인 M48에도 요넘이 장착되어 있다) 표적을 빗맞추는 빈도수를 줄이고 있다. 솔직히 거의 빗맞추는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세계도 요로코롬 무시무시하다. 한넘이라도 더 저세상으로 보내려고 각국은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이는 곧 국가의 안보에 직결된다. 우주세기의 건담 개발자들은 아마도 밥만 축내는 인간들이 만들었던가 아님 지구연방이나 지온공국의 군수뇌들이 아주 겁나게 돈이 많아서 실험정신이 투철하던가 둘중 하나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쩌면 그토록 빗맞출수 있겠는가?


이런 결론도 나올 수 있겠다. 엄청 구린 사통장비를 건담이나 자크가 장비했던가 조종사들이 훈련을 게을리 했던가. 그러고 보면 자크나 건담이나 조종사들의 훈련모습 등은 당췌 보이질 않으니(<건담 0083시리즈>와 <08 소대>에서는 사막과 같은 곳에서 훈련비스므리 한거 하긴 한다!) 아마도 조종사들이 훈련을 게을리 한게 정답인거 같다.


설마 우주세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K1보다 못한 사통장비를 갖추고 전투에 임할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참고로 북쪽 친구들의 T-60계열과 72계열의 전차들도 레이저 조준경과 탄도 계산기가 장착된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설마 우주세기 건담이 지금의 북쪽 친구들 보다 못할려구?...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음편에서는 건담이 탑재한 각종 미슬과 움직임, 전술 등을 다룰 예정이다. 흥분하지 마시고 기둘려 주시라.


글고, 3부의 내용은 대망의 명작 마크로스를 분석할것이고 얼마전 공개된 마크로스 제로를 주로 중점 분석 할 것이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구해서 보시길 권고한다.


 


딴지 군사과학부 상임 리포터
여름눈 (hunter@algoman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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