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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다시 읽는 한국 인물 열전(10) - 고주몽 2탄

2003.6.22.일요일
딴지 역사부




 


  먼저 바로잡고 넘어갈 거 있다


1탄 끝부분에서 유화가 알을 낳았는데 부피 9.0ℓ, 무게 8.72㎏ 짜리 빅싸이즈라고 했다. 근데 기사평난에 ...님(이걸 뭐라 읽어?)이 이런 칼날같은 댓글을 달아주셨다.


"지금의 되와 그때의 되가 달랐다고 생각되는데... 참고로 중국 전한 때의 1승(, 그러니까 한 되)은 0.198리터, 후한시절의 경우에는 1승이 0.202리터쯤 됩니다. 고구려 건국시기를 전한 말엽이라고 생각하면 중국의 단위를 기준으로 5승은 약 1리터... 알 치고는 크지만, 여기 애가 들어있다고 하면 좀 그렇네요"


허거덕~ 돗자리 또 사고쳤구나. 시대에 따라 도량형이 쫌씩 차이가 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의 9배나 차이가 날 줄이야. 그래서 책을 찾아보니 진한(秦漢) 때 1되()는 대략 0.2ℓ(=200㎖)란다(丘光明 편저, 『中國歷代度量衡考』, 과학출판사, 1992). 5되짜리 알이면 1.0ℓ란 말이네. 에혀~ 9.0ℓ에서 글케나 많이 쫄아들다니. 길쭉하고 네모난 팩우유 정도 부피구나.


그럼 『사기』·『동국』·『유사』 등이 쓰여진 고려시대엔 어땠을까. 『고려사』를 디벼봐도 감을 못잡겠네. 근데 공민왕 22년 평주에 우박이 내렸는데 크기가 되빡만 했단다. 그러니 그때 1되도 0.2ℓ 정도로 봐야지 않겠나. 0.2ℓ 짜리 우박도 직빵으로 맞으면 아작날텐데 1.8ℓ짜리 우박이라면... 넘 크지 않나. 암튼 무식을 깨쳐주신 쩜삼님께 다샨번 감사드린다.



  주몽, 산전수전 끝에 부화하다


다시 본론이다. 오늘은 2탄 성장편이다. 유화가 알을 낳자 금와왕은 불길하다고 해서 알을 내다 버린다. 다음은 이에 대한 여러 기록들이다.
 






































































 


주몽(=동명) 엄마


태어날 때 형태


처치 방법


사후 조치


논형


탁리국왕의 시녀


사람


①돼지우리에 버렸으나 돼지가 입김을 불어주어 죽지 않음②마굿간에 넣었으나 말도 입김을 불어주어 죽지 않음


①알라가 천재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쫄은 왕이 엄마에게 주어 노비처럼 기르게 함 ②이후 소와 말을 기르게 함


위략


고리국왕의 시녀


사람


위와 같음


①위와 같음②이후 말을 기르게 함


후한


색리국왕의 시녀


사람


위와 같음


엄마에게 기르도록 함


양서


탁리국왕의 시녀


사람(1탄 표에서 알이라 한 것은 잘못이므로 바로 잡는다)


①돼지우리에 버렸으나 돼지가 입김을 불어주어 죽지 않음


①엄마에게 돌려줌


위서


하백의 딸


닷되짜리 알


①개에게 주었으나 먹지 않음②돼지에게 주었으나 먹지 않음③길에 버렸으나 소와 말이 비켜 감④들에 버렸으나 새들이 깃털로 감싸줌⑤갈라보려 했으나 깨뜨리지 못함


①엄마에게 돌려줌②엄마가 물건으로 싸서 따뜻한 곳에 둠


북사


하백의 딸


닷되짜리 알


『위서』와 같음


『위서』와 같음


수서


하백의 딸


큰 알


?


?


사기


하백의 딸 유화


닷되짜리 알


『위서』와 같음


『위서』와 같음


동국


하백의 딸 유화


닷되짜리 알


①마굿간에 넣었으나 말들이 밟지 않음②산에 버렸으나 짐승들이 지켜줌③흐린 날에도 알 위에 항상 햇빛이 비춤


엄마에게 돌려줌


유사


하백의 딸 유화


닷되짜리 알


『위서』와 같음


『위서』와 같음



요기선 사람 말고 알로 태어났다고 나오는 기록만(『위서』·『유사』) 살펴보자.


① 개하고 돼지한테 줬더니 이넘들이 먹지 않더란다. 개나 돼지라고   해서 암꺼나 다 먹냐? 칼로도 톱으로도 잘라지지 않는 1.0ℓ짜리
   초합금알을 지들이 어케 먹어?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데... 특
   히 돼지 얘, 대체 어케 알을 잡고 먹겠냐(참고로, 얼마 전 돗자리
   는 개가 계란을 먹더라는 증언을 들은 바 있다. 물론 요리한 거 아
   니다. 그 개는 마당에서 잘 놀고 있는 닭 날개도 뜯어먹더란다).


② 길에 버렸더니 소나 말이 비켜갔단다. 그럼 소나 말은 짱돌이 앞에   있어도 그냥 밟고 가냐? 갸들도 본능적으로 피할 건 피한다(주변에   소나 말이 있으신 분들, 함 해보시고 결과좀 갤챠주시라).


③ 산에 버렸더니 짐승들이 지켜줬단다. 지켜주긴 뭘 지켜줘. "무엇
  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주위에 모여서 쑥덕댔겠지.


④ 들에 버렸으나 새(들)이 깃털로 감싸줬단다. 1.0ℓ짜리 알을 깃털
   로 감쌀 수 있는 새라면 독수린가. 새들이라면 맻 넘이나 그 위에
   올라가 비비적댈 수 있었을까.


⑤ 흐린 날에도 항상 햇빛이 비췄단다. 나같으면 땅 속 깊이 파묻었겠
   다. 기름에 하염없이 튀기거나...(돗자리 니넘은 왜 그리 심사가
   꼬였냐... 하고 욕하셔도 할 말 없다. 딴지걸기로 작정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


뚜껑 열린 금와왕, 연장을 써서 알을 뽀개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한다. 결국 알을 유화에게 다시 돌려준다. 위인전 보면 이 때 유화가 암탉처럼 알을 품었다고 많이 나오는데 그거 아니다. 뭔가로 싸서 따뜻한 곳에 그냥 뒀더니 지가 알아서 깨고 나온거다【以物裏之 置於暖處 有一(男)兒 破殼而出】.


그럼 얜 대체 크기가 어케 되냐. 앞서 알의 부피를 1.0ℓ 정도로 잡아봤다. 1탄에서 타조알의 부피는 1.65ℓ, 무게는 1.6㎏ 정도라 했으니, 1.0ℓ면 대략 1.0㎏ 정도 아녔겠나. 이거 미숙아 아닌가. 미미의 인형놀이감이구나. 필통에다 재워도 되겠네. 근데도 울음소리는 엄청 컸다거나【啼聲甚偉】(『동국』) 골격이 특출났다고 하니【骨表英奇】 모를 일이구나(사실 모를 일도 아니다. 누군가 영웅으로 맹글어주려 할 때 쓰는 공식이다. 신기한 태몽도 흔한 수법이다. 태몽이 위인을 맹글어주는 게 아니라 위인이 태몽을 맹글어주는 거다).



  부여의 왕자들, 명궁(名弓) 주몽을 시기하다  


주몽은 태어난 지 1달만에 자유자재로 말을 하더란다. 그때 엄마에게 활과 화살을 맹글어 달라고 한다. 파리들이 자꾸 눈을 빨아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엄마가 활과 화살을 맹글어 주자 그걸로 파리들을 몽조리 쏴 죽였단다(『동국』). 다른 자료엔 이런 말 없고, 그냥 7살 때 지 손으로 활과 화살을 맹글어 쏘는데 백발백중이었단다.


금와왕에겐 7아들이 있어 주몽과 함께 놀았는데, 재주가 쨉이 안된다. 지들 아부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면 역시 개구리왕자 주니어인 이넘들이 뭐 별 수 있었겠냐만, 암튼 주몽은 1:7의 수적 열세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특출났단 거다. 주눅들지 않고 방방 뜨는 모습이 보기 좋다. 뭐 그러니까 애 아닌가.


문제는 얘들이 커가면서도 이런 전세가 역전되지 않는단 거다. 예씨(禮氏) 여자와 결혼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왕자들과 그들에게 빌붙은 신하들의 심기는 꼬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금와왕에게 주몽을 일찌감치 없애자고 조른다.


그치만 금와왕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대신 주몽에게 말 기르는 일을 맡긴다. 왜 금와왕은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1탄에서 말했다. 주몽을 자기 아들로 알고 있는 거다(『동국』에서는, 일부러 천한 일을 맡겨 그 의중을 떠보기 위해서였다고 나온다).



  주몽의 명마(名馬) 빼돌기기-알라들이 보고 배울까 무섭다


말 기르는 거, 그래도 왕자급인 주몽으로선 쪽팔렸겠지. 왜 불만이 없었겠는가. 그치만 주몽 하는 짓좀 보시라. 말들을 잘 살펴봐서 일부러 날렵한 준마(駿馬)는 못먹여 야위게 하고, 허접한 둔마(鈍馬)는 잘먹여 살찌게 한다. 그랬더니 금와왕은 살찐 것은 자기가 타고 여윈 것은 주몽에게 주더란다(이 말, 마굿간에 짱박아두지 않고 사냥할 때 탔다면 금방 뽀록났을텐데...)


이런 얘기도 있다. 말을 기르게 되자 열받은 주몽은 부여를 떠나려 하지만, 유화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그러자 유화는 자기도 맘이 아프다면서 대신 아들이 먼길을 떠날 때 탈 적토마를 골라준다. 글고 이 넘 혀 밑에 바늘을 박는다(이것도... 일종의 혓바늘이다. 오라메디연고 생각나네). 불쌍한 말, 아파서 먹이도 못 먹고 시름시름 여윈다. 나중에 금와왕이 이 말을 주몽에게 주니 바늘을 뽑아 잘 키웠단다(『동국』).


자~알 하는 짓이다. 말 기르는 거, 비록 말직이지만 그래도 일종의 공무원이다. 나라의 명마를 지가 띵겨먹어? 물론 할 말 있다. 재주도 없는 것들이 왕자랍시고 깝죽거리며 지한테 딴지거니 서럽기도 하겠지.


그치만 주몽 처신에도 문제는 있다. 아무리 못낫더라도 왕자는 왕자다. 그 예우는 해줘야 한다. 아무리 드러워도 말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게 서러워서 왕이 탈 명마를 빼돌려? 이건 횡령이다.    


언젠가 말했던 적 있다. 슬기와 잔꾀는 다르다고 말이다. 알라들이 배워야 할 건 잔꾀가 아닌 슬기다. 고주몽 위인전에 빠짐없이 실려 있는 이 너절한 잔꾀 얘기를 읽고 대체 뭘 배우란 말인가. 한직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공무원 아닌가. 천대를 받았으니 그래도 된다꼬? 그래... 알라들 글케 갈쳐라.



  주몽의 거침없는 행동-대범과 무례는 다르다


몇 년 전 실화 한 토막. 은사님과 학생들이 노래방에 갔다. 은사님의 열창 중, 한 여제자가 노래를 중단시키고 지 노래를 입력했다. 순간 노래방의 열기를 얼려버린 그 싸늘한 냉기... 그 여제자는 대범했나 무례했나?(그 여제자 정말 멋지긴 하더라)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알라들에게 그 여제자를 모범으로 삼으라 할 순 없는 일이다.


고등학교에서 선생들과 학생들이 친선축구를 한다고 치자. 체력이나 기술이 쨉이 되겠는가. 뭐 3:0 까지는 봐줄 만 하다. 근데 이 짜슥들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13:0을 맹글었다면? 축구에 목숨 걸고서 인생 팽개친 넘들이다. 선생들도 인간이다. 그넘들 두고두고 갈리고 뽂인다. 속 좁은 선생들만 탓하지 마시라.


무슨 얘길 하려는가. 주몽의 처신이 그랬단 거다. 그는 이미 활쏘기로는 부여를 평정했다. 활쏘기에서 캡이었다면 사냥에서도 당근 짱이었을 게다. 실제로 그랬다. 사냥에 나갈 때마다 혼자 방방 뜨며 딴넘들의 야코를 죽였다. 고주몽! 참으로 꿋꿋하구나. 사냥이란 요새로 치면 골프다. 운동의 기능도 있지만 친선 내지 사교의 역할도 한다.


그래, 주몽은 자기를 서자(庶子) 취급하며 7:1의 쪽수로 뭉개려는 왕자들 앞에서 갑빠잡고 싶었을 거다. 이거 잘못한 거 아니다. 그치만 왕자들은 물론 금와왕과 함께 사냥을 나가도 능력껏 설치고 다녔다. 안되겠다 싶어 주최측에서 화살을 적게 줬는데도 허벌나게 잡아댔다.


한번은 금와왕과 왕자들, 신하들이 달랑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주몽은 여러 마리를 잡아왔다. 뚜껑 열린 왕자들이 주몽을 나무에 묶어놓고 사슴을 빼앗아가자 주몽은 그냥 나무를 뽑아버리고 갔단다(『동국』). 또 화살을 달랑 1개만 줬는데도 짐승을 많이 잡았단다(『위서』『북사』).


어케 그럴 수 있냐고? 간단하다. 총알과 달리 화살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화살 하나로 얄짤없이 짐승 한 마리 잡는다. 글고나서 화살 뽑아 다시 씀 된다. 만약 빗나갔다면 그 화살 찾는 거 보통 일이 아니다. 그치만 백발백중의 솜씨라면 화살 한 개만 있어도 그만이다. 열나 귀찮긴 하겠지만...


암튼 대부분 기록에서 공통되는 점은, 사냥 얘기가 나온 바로 뒤 왕자들과 신하들이 주몽을 죽이려 계획을 세운단 거다(『위서』·『북사』·『수서』·『사기』·『동국』·『유사』).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다. 싸나이답지 않냐고? 글타. 맞다. 허나 잘못하면 싸가지 없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가늘고 길게 살자"는 돗자리의 인생관과도 어긋난다.


자기 형편이나 주변 상황에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고 떳떳하게 자라는 거 정말 중요하다. 알라들은 글케 커야 한다. 그치만 인화(人和) 도 필요하지 않은가. 왕자들한테 치받은 건 별로 시비걸 생각 없다. 그치만 금와왕까지 사냥하러 나온 마당에 매번 분위기 잡치게 했다는 건 아무래도 경솔한 듯 하다. 실력 발휘도 자리를 봐서 눈치껏 해야 한다. 처갓집에서 고스톱 치며 장인어른께 쓰리고에 오광에 피박 앵겨드리면 안된다.   


(요걸 읽고 난 와이프의 반론: "주몽이 금와왕의 서자였다면 아빠한테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했을 거다. 지 능력이라고 해봐야 활쏘기 빼고 뭐가 있나. 그래서 사냥터에선 앞뒤 가리지 않고 열나 잡아댄 거다. 또 첨엔 몇 마리만 잡고 끝내야지 했다가도 막상 사냥터에 나감 지도 모르게 신들린 듯 본능적으로 잡아댔을 수도 있다. 니도 쌩맥 딱 500cc만 마신다고 다짐해놓고 날밤 깐 게 한두번이냐?" 할 말 없다. 우리 와이프, 주몽같은 터프가이 좋아한다).



  주몽과 그 일행, 대장정에 오르다


왕자들과 신하들이 주몽을 죽일 계획을 세우자 이를 눈치챈 유화는 아들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채근한다. 이에 주몽은 오이(烏伊)·마리(摩離)·협보(陜父) 등 친구들과 함께 부여를 떠난다(친구가 2명이란 기록도 있다). 이후 주몽은 다시 엄마를 보지 못한다. 임신 중인 아내 예씨도 두고 간다. "만약 당신이 아들을 낳거든【汝若生男子】... 나를 찾아오게 하구려"라는 그지같은 당부만 남긴 채 말이다(딸을 낳거든 찾아오지 말고 걍 모녀끼리 쌔쌔쌔 하며 살란 뜻이다).


근데 탈출 사실이 알려져 일행은 부여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열나 토끼다 보니, 허걱~ 강이 앞을 막고 있다. 이걸 어쩌나. 뭘 어째. 헤엄쳐서 건너야지. 그치만 우리의 주몽, 집안 끝빨을 써서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요 부분에 대한 기록들이다.
 
































































자료


어디에서


어떻게 하니


어떻게 됐나


논형


엄체수(掩遞水)


활로 물을 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위략


시엄수(施掩水)


활로 물을 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후한


엄△수(掩△水)


활로 물을 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오름


능비


엄리대수(奄利大水)


"나는 황천(皇天)의 아들이고 엄마는 하백의 딸인 추모다. 나를 위해 갈대를 잇고 거북을 떠오르게 하라" 고 함


갈대가 이어지고 거북이 떠오름


양서


엄체수(淹滯水)


활로 물을 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위서


대수(大水)


물에게 이르기를, "나는 해의 아들(日子)이고 하백의 외손이다. 오늘 도망가는데 추격병이 이르렀으니 어떻게 강을 건너리요"라 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북사


대수


위와 같음


위와 같음


수서


대수


위와 같음


물고기와 자라가 쌓여 다리가 됨


사기


엄체수(淹遞水)=개사수(盖斯水)


물에게 이르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고 하백의 외손이다. 오늘 도망가는데 추격병이 이르렀으니 어찌할까"라고 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동명


엄체(淹滯)=개사수(盖斯水)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탄식하기를,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인데… 빨리 배와 다리를 보내주소서"라고 하고서 활로 물을 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유사


엄수(淹水)


물에게 이르기를, "나는 천제의 아들이고 하백의 손자인데 오늘 도망치다 추격병이 이르렀으니 어찌할까"라고 함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됨



기록마다 달리 나와 강 이름이 뭔진 잘 몰겠지만 지금 송화강(松花江)이라고도 나온다. 글고 『능비』를 빼면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되었단다. 또 활로 물을 쳤다는 기록도 여럿이다.


왜 물을 쳐? 충격요법이다. 빳떼리로 물고기 안 잡아보셨는가(넝담).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동명』만 빼면, 주몽이 물을 보고 명령하거나 호소했더니 즉빵 반응이 나타나더란 거다. 따라서 주몽의 외할아버지가 물을 다스리는 하백(河伯)인 건 확실하다.


근데 이럴 때 앵간하면 친할아버지가 나서야 한다. 근데 하늘은 잠잠하다. 반응이 없다. 해모수의 아빠인 천제(天帝)께서 유화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으셔선가? 그치만 말이다. 며느리가 곱든 밉든 내 아들 새끼면 그래도 손자라서 예쁘고 살가운 법이다. 그치만 천제께선 잠자코 계신다. 왜? 주몽이 해모수의 아들이 아니라서다. 아니, 어쩌면 애당초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 아닌 사칭범이었을 수도 있다.



  물고기와 자라로 맹근 다리 건너기


주몽 일행이 건넌 건 바다가 아녔다. 따라서 이때 떠오른 물고기들은 붕어·빠가사리·쏘가리·메기 등 민물고기였을 거다. 근데 주몽 일행이 도망칠 때 걷지는 않았을테니 말을 타고 이 다리를 건넜을텐데... 다리의 견고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리의 구성을 함 살펴보자. 주재료가 물고기였을까 자라였을까.


① 자라>물고기 : 말을 타고 건넜다면 일케 되어야 한다. 왜? 물고기 위주의 다리라면 미끄러워 건널 수 없다. 적어도 자라 등짝 정도는 되야 그나마 말이 딛고 건널 수 있다. 그 자라가 물고기들 사이에 듬성듬성 박혀 있다면 말의 스탭이 꼬일 수가 있다. 따라서 촘촘할 정도로자라가 많아야 한다.


② 물고기>자라 : 말을 안타고 건넜다면 일케 되는 게 좋다. 그 경우 걍 주~욱 미끄러지는 거다. 오죽 잘 나가겠는가. 단, 이 때 물고기의비늘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이른바 역린(逆鱗)일 경우 잘 나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물고기들의 피부 희생이 너무 크다.


특히 방향잘못 잡으면 아가미가 위험하다. 또 자라는 앵간하면 가장자리에 박아놓는 게 좋다. 주몽 일행의 등짝이 다칠 수 있어서다. 물고기가 얼키고 설켜 다리가 된 게 잘 이해가 안 되심... 에버랜드에 있는 튜브슬라이드나 워러봅슬레이 생각하심 된다. 아님 뱅어포라도...









자라떼(이 정도면 밟고 건널 만 하다)


돗자리 생각엔 아마도 ②였을 거 같다. 수적으로 자라가 딸리지 않았을까. 물고기야 이넘저넘 온갖 잡어까정 끌어대면 그래도 어지간히 모을 수 있겠지만 자라야 어디 그리 떼거리로 모을 수 있었겠나. 글고, 말이 있더라도 타지 않고 그냥 다리 위로 미끄러뜨린다면 ② 역시 될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능비』의 기록이다. 이거 어쨌든 고구려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이니 말이다. 다른 데선 물에 호소한 걸로 나오지만 여기선 명령한 거다. 요구한 재료도 색다르다. 갈대를 잇고 거북을 띄운다. 아마 갈대로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거북들을 깔았을 거다. 이래야 거북을 밟아도 물에 가라앉지 않을 테니... 물고기와 자라보담 훨 그럴 듯 하다.



  "차라리 용을 보내줄 것이지" 생각하실지 몰겠지만...


여기서 이런 의문을 던지실 분도 계시겠다. 왜 물고기나 자라처럼 올망졸망한 것들만 짠~하게 떠올랐냐고. 그치만 강에서 사는 넘들 중 요때 쓸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가. 없다. 용이 있쟎냐고? 허긴 용 한두 마리면 주몽 일행쯤은 널널하게 건네줄 수도 있었겠다.


근데 말이다. 용은 강()에선 안사는 거 같다. 적어도 울나라 용은 하늘()이나 바다(), 연못()이나 우물()에서만 사나보다. 해룡(海龍)은 들어봤어도 하룡(河龍)은 임씨 그분 빼면 없쟎은가(『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훑어보니 글케 나온다. 뭐 돗자리가 틀릴 수도 있겠다. 울나라 용 전문가가 심형래씨 빼곤 떠오르지 않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누가 강에 사는 용 찾으시면 알려주시라).


암튼 일케 해서 주몽 일행은 어렵사리 강을 건너고, 이들이 건너자 어별교(魚鼈橋)는 좌르르 흩어지고 추격병들은 버~엉 찌게 된다. 한 고비 넘겼구나. 언제나 이 고생이 끝날꼬...(1주일만 참아라).



덧붙여,
1탄을 쓰고나서 보니 돗자리가 못본 자료와 연구가 여럿이다. 특히 우리측 기록의 ‘주몽(=추모)’와 중국측 기록의 동명을 같은 인물로 보느냐 마느냐의 논쟁도 아직 진행형이다. 고주몽이 해부루와 이복형제란 기록도 있고... 재미로 쓰는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저거 참고할 게 많다. 담번에 소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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