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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루이 뷔똥 비즈니스란..?

2002.1.16.수요일

딴지 국제부
 




 
 

 

 

 


샹젤리제와 오페라 거리, 그리고 쌩 제르망 데프레...

 

프랑스 파리, 거기서도 잘 나가는 거리들 이름 되겠따.

 

 

여름 방학 두 달 동안 매년 몇 만 명씩 유럽에 떼거지로 몰려와 똑같은 데서 밥 먹고 똑같은 데서 잠자고 똑같은 데서 사진 찍고, 그리고 한국 가선 어? 너도 거기 가봤냐? 나도 거기 가봤는데..하며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은 여행했구나... 즐거워하는 우리네 대학 청춘들의 배고픈 추억이 서린 거리들.

 

 

커피 값 10프랑(꼴랑 1700원 되겠따)이 아까와 지천에 널린 노천 까페에 앉아볼 생각도 못하는 우리네 학생 배낭 여행족들에게는 멀고 먼 남의 나라 부자 거리, 발 디뎌본 것만도 황송한 일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버뜨.... 무겁고 지친 이들의 발걸음을 위로하는 유혹의 손길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루이 뷔똥 아르바이트라... 잘만하면 평생 발도 못 들여놓을 고급 매장 구경도 하고 짭짤한 수익 올려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프랑스식 풀코스 정식에 샤넬 빠이브, 엄마 얼굴 주름살 다림질하듯 쫙쫙 펴줄 랑꼼 링클 프리 나이트 로오션까지 장만할 수 있으니 내 어찌 그냥 가리... 고달픈 배낭 여행족의 창자 밑바닥까지 화안히 뚫어보는 소위 전문가들의 달콤한 유혹이 그대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한국 분이시죠?"

 

 

비행기를 타고도 열 두시간을 날아온 머나먼 이국 땅에서 난데없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이 한마디, 아아 동포여, 핏줄은 이리도 진하단 말인가? 태극기를 이마빡에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을 어찌 알았단 말이드냐...

 

 

반가운 마음에 뒤돌아보는 순간 그 전문가님,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미소와 함께 회유 작전에 돌입한다.

 

 

....모시라? 대리 쇼핑? 내 두 손에 현찰과 여행자 수표를 고이 쥐어 줄 테니 하나에 3-4000 프랑씩 하는 루이 뷔똥 가방에다 2-3000 프랑짜리 지갑 두어 개 끼워 6-7000 프랑 어치만 사다 주면 비즈니스 전문 용어로 소위 코미숀 5-7%, 못해도 3-400프랑이 그냥 떨어진단 말이쥐? 얼....

 

 

"이게 뭐냐믄 말이죠, 루이 뷔똥 매장에서는 하도 가방 살려는 사람이 많아서 한 사람 앞에 정해놓고 두 세 개만 팔거나, 아님 아예 안 팔아 버리거든요. 왜, 일본 애들, 루이 뷔똥이라면 사족을 못 쓰자나여. 여기까지 가방 사러 왔다가 못 산 애들 대신 가방 사주고 코미숀 받는 거야요."

 

 

여기다, 외국에서 고생하는 유학생 함만 도와주세여, 이걸루다 돈 벌어서 부모님께 선물 사 드리세여....까지 나오면, 웬만해선 넘어가고야 만다.

 

 

하고 많은 가방들 중에 어떤 모델을 사 와야 하는가, 가방 잘 사는 필살기, 매장 구조 및 기본 회화까지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 후, 이 전문가님들은 넘 착해서 남의 돈 쥐고 튈 생각은 꿈에도 못 해본 순진 무구한 나를 고스라안~히 믿고는 1000프랑자리 아멕스(American Express) 수표 몇 장에 현찰 2000프랑을 쥐어주며 루이 뷔똥 매장 내부 구조도까지 그려준다.

 

 

 

 

 

 

 

 

 

"아시겠져? 알마나 몽수리, 도빌 가방에 겹지갑 하나, 열쇠 고리 하나여~, 물건 안 준다 그래두 끝까지 사오셔야 해여, 빠이팅!!"

 

 

 

 

 

 

 

루이 빠이브 거리와 샹젤리제가 만나는 길모퉁이, 말로만 듣던 루이 뷔똥 본점 앞에 가면 기상천외한 광경이 그댈 기다리고 있다. 가게 문 앞부터 매장 벽을 돌아 쭈~욱 줄선 동양뇬넘들…뜨아!

 

 

그렇다. 전문가의 말씀대로 손님이 하도 많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잘 나가는 매장 아니던가. 최소 30분을 기다려 매장 안에 들어서면 척 보기에도 오만해 보이는 직원들이 초라한 그대를 아래 위로 양 옆으로 싸늘히 훑어볼 것이다. 1994년부터 루이 뷔똥 아르바이트생들 지겹도록 봐온 매장 직원들, 척 보면 그대가 짜가 손님이란 거 알고도 남는다. 아르바이트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모조리 싸잡아 인간 취급 못 받는 게 보통이다. 뜨악한 기분에 능청을 떨며 주변을 둘러보면 유창한 니혼고로 니혼징 손님을 상대하던 직원들 틈새에서 엄동설한에 바깥 바람 쐬인 자지 모냥 볼품없이 쪼그라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대를 상대할 직원이 대뜸 꺼내는 말이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메이야? 물건이 다 떨어져? 본점에 물건이 없다면 어디 가서 루이 뷔똥 가방을 사야 한단 말이드냐? 우겨도 소용 없다. 옆에 선 니혼징이 내가 노리던 그 가방을 골라 드는 걸 보고 저건 뭐냐고 우겨봐도, 예약해 둔 물건 가져간다는데야 뭔 말을 하겠나. 아아, 그러나 이런 방해 공작에도 우리 대한의 건아들은 구걸하다시피 해서라도 가방을 사 들고 오고야 마는 것이었으니, 의지의 한국인이란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것이었따. (모시라...? 몬 샀다꼬? 문디,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런기라.)

 

 

우여곡절 쇼핑을 마친 후 허겁지겁 문을 밀치고 나오면 전문가가 그 앞을 떠억 지키고 서 있다. 혹여나 돈 들고 튈까봐 지키고 있었다는 생색 하나 내지 않고 그대를 다시 샹젤리제 뒷골목에 모셔가 훠언한 미소를 지어보일 것이다. 거스름 돈 몇 프랑 쯤은 그냥 가지라고 깨끗하게 지폐 선에서 계산을 마치는 매너 앞에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며, 매장 안에서의 그 모든 불안과 모욕감은 손안에 잡히는 빠리빠리한 지폐의 질감 앞에서 한갓 가난한 육체에 깃든 불필요한 자존심의 산물일 뿐이다.

 

 

여기서 잠시 한 께스띠옹 하고 넘어가겠슴다이~(영어로는 케스쳔 되겠따)

 

 

도대체 이 루이 뷔똥 비즈니스란 뭔가? 글고, 그 루이 뷔똥 전문가님들은 와땀시, 머땀시, 누구땀시 사시사철 어두운 길모퉁이에 서서 지나가는 한국 여행자들을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진단 말인가? 누구도 알지 못했던 그 비밀의 역사를 오늘에야 밝힌다. 두둥~

 

 

 께스띠옹1) 그들은 누구인가?

 

 

재불 한인 동포, 한국 유학생, 조선족 그리고 쭝꿜런들 되시겠따.

 

 

루이 뷔똥 비즈니스를 전직으로 삼는 이들은 소위 업자라 불리운다. 시기에 따라 그 수가 달라지나 대략 한국인이 15-20명, 조선족이 30-80명, 중꿜런이 30-60명 선으로 유지된다. 주로 샹젤레제가 그 활동 지역으로, 루이 뷔똥 매장이 문을 여는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총 거리 1 킬로미터 남짓한 그 거리에 평균 100명 가량이 한국인 배낭 여행객들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 되겠다. 

 

 

 께스띠옹2) 왜 한국 사람인가?

 

 

  하나. 말이 통한다.

 

 

 

 

 

 

 

 

 

 

 

재불 한국인과 조선족 업자들은 대부분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말 통하는 한국 사람 붙잡고 얘기하는 건 당연지사 되겠따. 쭝꿜런들은 데데거리는 영어가 통하니까 한국 배낭 여행객을 선호한다.

 

 

  두울. 말 잘 듣는다.

 

 

한국 배낭 여행객들은 대부분 순진하다. 말하는 대로 꼬박꼬박 다 믿어준다. 게다가 코미숀 얘기하면 눈빛이 달라지면쎠 진지한 자세로 돌변한다. 여권 번호 정도만 적어 둬도 쫄아서 돈 들고 튈 생각은 꿈에도 못할 뿐더러, 모험심과 탐구심이 왕성해 약간의 위험 정도는 무릅쓴다. 게다가 의지가 강해 무슨 수를 써서든 주문한 가방을 사오고야 만다.

 

 

  세엣. 딴 넘들보다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니혼징들은 쩜만 수상한 냄새만 나도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쭝꿜런들은 큰소리 빵빵치고 들어가선 하나도 못 사고 쫒겨나오기 일쑤다. 프랑스 넘들은 동양 마피아라고 경찰 부른다. 미국 넘들은 코방귀를 끼며 말도 안 들어주고, 기타 잡다한 외국 넘들은 돈 들고 튀기 일쑤다. 남은 건 의리의 한국인 뿐… 

 

 

 께스띠옹3) 도대체 얼마나 남기에?

 

 

어제 본 그 사람, 오늘도 어김 없이 샹젤리제 길모퉁이에서 다른 한국 넘 붙잡고 똑 같은 썰을 풀고있다. 얼라리요~ 돈을 얼마나 벌기에 허구언날 이 일에 매진한단 말이더냐? 모기가 똥꼬를 문 듯, 심장 밑바닥에 뽀록지가 돋은 듯 간질간질 애타는 그 느낌, 으흐흐… 필자도 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이라 그 기분 잘 안다. 울 엄마는 이 초조한 느낌을 똥쭐이 탄다고 표현하신다.

 

 

계산 함 해 보자.

 

 

어제 그대가 6000프랑 어치 가방과 지갑을 사 온 코미숀으로 받은 돈은 구매액의 5%, 300 프랑이었따. 빠이빠이 한 후, 업자는 그 가방을 다시 중간상에게 넘기고, 원가 + 코미숀을 받는다. 얼마? 시기에 따라 최저 12%에서 최고 27%까지, 평균으로 21-24%를 남긴다. 그대에게 준 5%를 빼고도 최소 16% 남는 장사다. 다시 말해 그대가 300프랑(53000원) 받고 흐뭇해 할 때, 업자는 1000프랑(17만 5000원) 벌며 기분 째지고 있었다는 말씀 되겠따.

 

 

게다가 한국 넘들은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고, 한 명이 하겠다고 나서면 우루루 같이 나서는 덕에 운만 맞으면 여름 한 철 벌어 바깡스도 가고 일년 내내 잘~ 먹고 잘~ 산다. 게다가 유로 라인 기차를 타고 한국 사람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돌아 제 발로 찾아오는 넘들도 쏠쏠하게 있지 않던가. 그 뿐이랴, 면세점에 우리네 효자 효녀들을 데리고 가면, 쓰고 간 돈의 5-7% 정도가 코미숀으로 떨어진다.

 

 

우~쒸… 열 받냐? 

 

 

 여기서 께스띠옹4) 루이 쀠똥 가방, 이걸루 머하나?

 

 

예리한 독자는 눈치챘을 것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가방 팔아 떼돈 버는 업자들 위에는 블랙 마켓을 움직이는 검은 조직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혹쉬… 말로만 들어본 마피아? 글치만 말이다, 루이 뷔똥 가방이 아무리 잘 나가기로서니 그렇게 비싸게 사들인 가방으로 마피아가 뭘 한단 말이냐? 사시미 칼이나 총이 아니라 가방으로 적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려쳐 죽이는 비장의 필살기가 새로 개발된 것은 아닐까…

 

 

본격적으로 이빨을 풀어보겠따. 루이 뷔똥 가방의 유통 루트와 판매 조직의 실체를 밝히노라. 쿠궁~

 

 

머리 속으로 커~다란 피라미드를 함 그려바라. 그리고 그걸 세 층으로 동강낸다.

 

 

젤 아래층에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업자들이 우글거리고 서 있따. 말했다시피 이들의 밥그릇은 한국 배낭 여행객들이며 밥상은 샹젤리제 되겠따.

 

 

 

 

 

 

 

 

 

 

 

그 바로 윗층에는 업자들이 사 온 가방을 수집하는 중간상, 업계 전문 용어로는 콜렉터들이 있따. 필자의 더듬이에 걸린 콜렉터는 대략 12-15명 선이다. 이 중, 언제나 변함없이 물건을 수집하는 굵직한 넘은 9명 가량이다. 80% 이상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에서 온 넘들이고 가끔 쭝꿜런, 응가에 나물 건더기 나오듯 어쩌다 니혼징도 있따. 이들이 하는 일이란, 각기 지정된 장소에서 (주로 거리 구석의 한적한 까페 되시겠따) 업자들을 기다리다가 가방이 도착하는 즉시 현금으로 계산하고 대형 가방에 밀어넣는 작업 되겠따. 보통 보조 콜렉터 2-3명과 함께 일하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돈이 없는 업자들에게 가방 사 올 현금과 여행자 수표를 빌려주고 자기에게만 물건을 판매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들이 하루에 동원하는 현금은 최소 3-4000만원, 성수기에는 억대로 늘어난다.

 

 

콜렉터들에게는 나름의 수칙이 있으니

 

 

1) 깨끗한 현금 거래 - 거래가 깨끗하지 못하면 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가방 수집 못하는 콜렉터는 얄짤없이 자격 박탈이다.

 

 

2) 엄격한 코미숀 담함 -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업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다른 콜렉터들이 지급하는 커미숀보다 0.5%라도 더 불렀다가 재수 없으면 초상난다. 참고로 이 바닥에선 일년에 한둘씩 꼭 비명 횡사한다.

 

 

3) 정보 누출 극소화 - 섣불리 비즈니스 정보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개인 정보를 흘렸다간 자칫 경찰에 잡혀가서 모은 가방 다 뺏기고 가진 현금마저 몽땅 압류된다. 입에 지퍼를 꼭꼭 채워야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손봐 줄 때가 온 것 같따.

 

 

 께스띠옹5) 어디로, 뭐땀시 팔려가나?

 

 

도대체 루이 비똥 가방은 어디메로, 뭣땀시 팔려가는 것이드란 말이냐? 으흐흐... 잘 안다, 오랜 기다림에 초조해진 그대들의 기분. 울 아부지는 그 기분을 쎄가 만발이나 빠진다고 표현하신다.

 

 

좆타.... 다시 콜렉터로 함 돌아가보자. 콜렉터들은 그렇게 모은 가방들을 자가용 트렁크에 때려 싣고 투숙하는 호텔방에 돌아가서 전문가의 손길로 최소한의 용적으로 접어 겹겹이 쌓인 사과 상자에다 차곡차곡 담는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요놈의 사과 상자가 문제다. 앞으로는 사과를 광주리에 담아 팔라~) 그리고 정기적으로 우체국 가서 우편으로 부친다. 어디로? 홍콩이다.

 

 

얼~ 홍콩? 띠바... 마피아 마짜나...

 

 

잠깐, 여기서부터는 필자도 업자들과 콜렉터, 경찰관들 및 루이 뷔똥 직원들에게서 구두로밖에 확인하지 못 했으므로, 내가 전해 들은 바가 과연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알고 싶음 홍콩으로 날라가서 마피아 바닥을 니 손으로 함 디비바.

 

 

덤으로, 대부분의 업자들은 이때까지 썰 푼 것 이상은 모른다. 그리고 관심도 엄따.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오직 더 많은 가방과 더 높은 코미숀 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콜렉터 위에는 소위 Boss가 있다. 쭝꿔에서는 짱깨(이꼬르 쥔장), 니혼고로는 오야붕, 한국말로는 총수 되겠따.

 

 

루이 뷔똥 업계에서 내가 아는 선까지 5명의 보스가 있따. 본토 쭝꿜런 1명, 나머지는 몽땅 홍콩 넘들이다. 콜렉터들과 일가 친척 관계이거나 콜렉터의 일가를 보호해 주는 형식으로 그들과 뗄레야 뗄 수 엄는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콜렉터들이 파리에서 발송한 우편물은 일단 홍콩으로 건너가, 홍콩에서 수출용 콘테이너 선박 화물 속 깊숙이 묻혀 태평양을 건넌다.

 

 

여기서 또 한 께스띠옹 하고 넘어가겠따. 왜 하필 홍콩인가?

 

 

국제 무역항, 홍콩. 이곳을 통해 유통되는 수출입 물량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 많은 물량을 일일이 분석하고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고로 루이 뷔똥 가방 뭉치가 비교적 쉽게 세관을 무사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세관에서 걸리더라도 미리 돈을 좀 쥐어주면 그냥 통과된댄다.

 

 

그래서, 이 가방들은 어디로 흘러 들어간단 말이드냐?

 

 

이렇게 콘테이너에 실린 가방들은 이 물건이 진품임을 증명하는 영수증과 함께(물건 구입 시 꼭 챙겨 나와야 할 필수품이다) 일본에 상륙, 주요 쇼핑가에 즐비한 명품 부띠끄로 최종 접수된다. 이 부띠끄란 곳은 루이 뷔똥 뿐 아니라 샤넬, 구찌, 헤르메스까지 명품이란 명품은 다 모아놓고 판매하는 곳이다. 즉, 일본의 명품 부띠끄 쥔장들이 지역별로 한 두명씩 홍콩의 보스를 통해 필요 물량을 공급 받는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보스가 이들 니혼징에게서 받는 수수료는 모든 비용을 합해 75-80%에 육박한다…

 

 

그런데, 쫌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서 사면 일본 도처에 널린 정식 루이 뷔똥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무지 비쌀텐데, 어떤 눈 먼 넘들이 여기서 가방을 사 간단 말이냐고?

 

 

여기서 루이 뷔똥의 특이한 판매 방식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따.

 

 

 

 

 

 

 

 

 

 

 

LVMH. 세계 명품 시장의 선도 주자로 루이 뷔똥헤르메스(핸드백 및 빠~숑 소품), 세포라(향수 및 화장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사치품 업계의 대부 되겠따. 이 넘들의 목표는 많이 팔아서 떼부자 되는 게 아니다. 고귀하신 집안의 고상한 싸모님, 싸장님들만이 애용하시는 세계 최고의 고급 명품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것 되겠따. 따라서 우리 같은 멍멍이나 송아지들은 매장 안에 발을 들여 놓은들 가방 구경시켜 주신 것 만으로도 황송해야 할 판이다. 참고로 가방을 잘 사기 위한 조건은 1) 돈냄새 폴~폴 나는 맵씨 2) 골드 회원 신용카드 3) 빵빵한 국적 되겠따. 여기서 국적이란 주로 일본과 미국을 지칭한다.

 

 

다시 일본 명품 부띠끄로 돌아가자. 이곳의 주 고객은 루이 뷔똥 매장에 들어갔다가 부티가 안 나서, 또는 일시불로 지불할 신용 카드가 엄써서 가방 만져보지도 못하고 튕겨난 어둠의 자식들 되겠따. 부띠끄에서는 멍멍이든 송아지든 암한테나 다 판다. 게다가 18개월 장기 할부까지 된다. 어린 것들이 뭔 수로 그 비싼 가방을 일시불로 지불할 것이냐, 십중팔구 할부로 지불한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이자가 붙는다. 그리고 이 이자의 대부분이 프랑스 파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그대들은 루이 뷔똥 비즈니스란 무엇인지 대~강 감 잡았을 것이다. 그럼, 대굴빡 헤쳐 모여, 다시 함 생각해 보자.

 

 

파리에서 돈 번 넘들은 죄다, 한국 관광객부터 업자, 콜렉터 할 것 없이 불법 수입을 올린 것이다. 사업 비자도 없고 세금 낸 것도 없으니... 게다가, 프랑스 정부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500프랑짜리 홍콩산 위조 지폐와 위조 여행자 수표의 대부분이 바로 이 루이 뷔똥 콜렉터와 업자들을 통해 일반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대췌 프랑스 경찰들은, 또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인 루이 뷔똥은 뭘 하고있는 걸까?

 

 

느그읏~하게 샹젤리제에 한 일주일 죽치고 앉아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논픽숀 휴먼 먹이 사슬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백 여명을 헤아리는 업자들과 루이 뷔똥이 고용한 전문 추적반 200여 명의 보이지 않는 전쟁 - 추적반은 업자들과 얘기하는 관광객 발견 즉시 무전기로 매장 내 감시원에게 그 인상 착의를 소상히 보고하고, 이 불행한 인간은 영문도 모른 채 빈손으로 쫓겨나게 된다. 이들은 업자 리스트 작성과 감시, 필요시 경찰 신고를 맡는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업자들을 덮쳐 여권 없는 넘들을 잡아가는 경찰 - 주로 불법 체류 조선족들과 쭝꿜런이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고향으로 송환된다. 현금과 싸인 안 된 여행자 수표를 넘 많이 가지고 있거나 루이 뷔똥 가방을 여럿 가지고 있는 넘들도 가끔 하룻밤씩 유치장에서 자고 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왜 일이 크게 터지지 않는가? 루이 뷔똥, 머리 빈 넘들 아니다. 이 업계 전체 구조 맨 아래서 버글대는 잔챙이 한국 업자 몇 명 잡아들여선 이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있다. 적어도 굵직한 콜렉터 이상급을 합법적으로 잡아 들이려니 골머리를 썩는 것이다. 

 

 

일단, 대리 쇼핑의 현장을 목격해도 딱 부러지는 증거 잡기가 어렵다. "나는 사고 싶은데 매장에서 팔질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사 달라고 했다, 돈 준 적 없다", 이러면 끝이다. 가방 수십 개를 들고있는 콜렉터를 잡아도 "이거 사 온 사람한테 돈 준 적 없다. 우리 나라 가서 팔 거고, 프랑스에서 이거 팔아 돈 번 적 없다, 이래 버리면 당췌 <명분>이 서질 않는다. 콜렉터들이 관광 비자로 호텔에 묵는 이유를 알겠냐? 결국 돈 거래 현장을 사진으로 박아버리는 수 밖에 없으나 멀뚱하니 사진기에 찍히고 있을 넘들이 아니다. 보조 콜렉터들이 추적반과 경찰의 동태를 감시하다 수상하다 싶으면 바로 핸폰을 때려 위험을 알리는 네뜨워끄의 미학!! 

 

 

여기서 함 씹고 넘어가자. 루이 뷔똥, 그 황폐한 정신 세계를 파헤친다. 

 

 

더러운 인종 차별주의자! 미국 사회의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이 곳. 그대가 백인이면 일단 동양 뇬넘들 다 서는 줄에 구차하게 끼어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엄따. 극진한 대접 속에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사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다. 간 큰 yello monkey가 저 인간은 왜 줄 안 서냐고 한 마디 하면 예약 손님이라 그렇다고 둘러댄다. 말하자면 입 아프다.

 

 

 

 

 

 

 

 

 

 

 

썩은 냄새 풍기는 국적 논리! 그대가 아메리칸이면 만사 오케, 무제한 판매한다. 니혼징이어도 아리가또, 가방 두어 개에 소품도 몇 개씩 판다. 그러나 한국인, 가방 하나 지갑 하나 사면 운 좋다. 쭝꿜런이면 주로 구경만 하고 나와야 한다. 하물며 국적 불명의 깜시일 경우, 매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쫒겨 나온다. 죄명은 품위 미달.

 

 

오만 불손한 손님 맞이! 가게 밖에 손님들을 줄 세워 놓고 카메라라도 올라치면 이걸로 광고한다. 이봐라, 우리 이러케 잘 나가는 브랜드다아~ 띠바, 내가 니 시다바리가… 

 

 

이런 브리짓뜨적인 것들이 있나... 분노에 치를 떠는 그대, 과연 자격 있는가? 

 

 

일본 뇬들 루이 뷔똥이라면 사족을 몬 쓴다고 비웃을 때,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무더기로 널린 가리지날 명품을 뒤돌아 봐라. 한국 여인들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머시라? 가리지날인지 몰랐따꼬? 무지도 죄다! 그래도 일본 뇬들, 가리지날 부끄러운 줄은 안다. 어린 것들이 좋은 건 알아서 비싼 명품 들고다닌다꼬? 니혼과 한국, 물가 차이 세 배만 잡자. 10만원 짜리 가리지날 사는 우리와 30십만원 짜리 오리지날 사는 그들 사이에 차이란 엄따. 배낭 여행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젠 스포츠, 우리나라에서 떼돈 벌었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대동 단결하여 무더기로 사 댄 덕이다. 울 학생들 한 달 용돈이 끽해야 2-30만원 하던 그 때 올 수입 젠 스포츠 가방 가격이 7만원이었따. 할 말 있나? 

 

 

그 / 러 / 나 ….

 

 

진짜 문제는 바로 돈만 되면 뭐든 한다는 삐뚤어진 돈의 논리에 있다. 

 

 

프랑스의 한국 교민 사회는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그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 기껏해야 슈퍼마켓과 식당, 여행사, 민박 등 전적으로 한국 관광객들에 기대는 단순 직종이 대부분인 까닭에, 업자들은 돈이 아쉬운 교민 사회의 맹점을 손쉽게 파고들었다. 업자들은 민박집과 여행사 싸장님들에게 루이 뷔똥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두당 100프랑, 또는 사온 금액의 몇 프로를 소개비로 떼 주고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거나, 아예 루이 뷔똥 전문 민박이란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소문을 듣고 아예 이걸루다 돈을 벌어 여행 경비에 보태려는 학생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이젠 단가가 10배 이상 높은 헤르메스 핸드빽과 다이아 박힌 롤렉스 시계까지 취급하며 루이 뷔똥 업자들은 번창 일로를 걷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품 가리지날로도 모자라, 국제 마피아의 사치품 밀무역 거래 앞잡이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는 박살이 나고, 일부 업자들은 홍콩 마피아 대신 자기 이름이 국제 블랙 리스트에 오르건 말건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로 손님 가로채고, 서로 사기치고 한국에서 가리지날까지 들여와 뿌리는 행각을 벌이고 있으며, 개처럼 벌어도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는 논리 아래 그 아름답고 우아하던 샹젤리제는 오늘도 소리 없는 아우성과 먹고 먹히는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그대는 아는가? 물건 구입 시 매장 내 컴퓨터에 기록된 그대의 여권 번호는 출국하면서 면세를 받지 않았다는 간접 증거와 함께 고스란히 블랙 리스트로 작성된다. 그리고 루이 뷔똥은 언젠가 이 모든 자료를 간접 증거로 디밀며 대한민국을 통째로 엿먹일 비수를 갈고있따. 

 

 

그럼에도 오늘, 샹젤리제에선 돈 함 벌어보겠다고 본업을 때려치고 나선 조선족과 유학생들이 비굴한 미소로 그대를 유혹한다. "불쌍한 동포, 어려운 유학생, 한 번만 도와주세여, 코미숀 많이 드려여, 에?" 

 

 

이 모든 풍경을 안고, 그 모든 사람들의 한숨을 쓸어 안고,
오늘도 세느강은 유유히 흐른다..... 

 

 

 

 

 

 

 

 

 

 

파리에서....
박평자 (parismirabeau@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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