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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원 추천0 비추천0


























<번지점프를 하다> 검열결과        
발신자
수신자
 

     오랜만에, 딴지 영진공 사무총장 한동원
    < 번지점프를 하다 >를 봤거나, 당 영화에 대한 웬만한 사항은 다 알구
     있는자. 또는 이런거 다 알아도 상관 전혀 없는자.
등    급      사랑을 위해 목숨 바치는 설정은, 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용서할 수 없는 냉혈관객 관람불가
     동성애 비시무리한거 근처만 가도, 온 몸 부르르
       떨려오는 꼴통 보수세력 관람사절 
     이외 모든 관객 관람가




 


동성애.


환생.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있어 전혀 도움이 안되는 난해스러운 제목과, 밋밋하기가 배영만 코높이를 능히 능가하는 남녀 주인공 얼굴만 덜렁 박아놓은 포스터와, "사랑을 느끼는 신비한 기억..."이라는 감흥 별루 없는 진부찬란한 헤드카피.


이들에 의해 뻔한 연애질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당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해 떠도는 얘기들에는, 상당히 의외로 동성애환생이라는 범상치않은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검열 상영이 시작되기 직전, 동행했던 비공인 검열인에게 이 두 단어만 떨렁 듣고 검열에 임한 본 위원, 이 두개가 도대체 어떻게 이병헌과 이은주의 연애질과 연관이 될까나..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내내 검열에 임했더랬다.


머, 당 영화의 정체에 대해서는, 마지막 대사 빼구는 영화 한 편을 몽조리 다 보여줌으로써 영화언론 공정거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는 <눌러! 영화세계>, <출발! 비됴세계>등의 영화관련 테레비 푸로들에 의하여 이미 까발켜질대로 까발켜졌다구 사료된다. 심히 조까튼 상황이긴 하다만, 어쨌든 이런 경위로 당 영화에 대해서 알만한건 다 알고 있는 관객 제위는 아래의 검열 보고서 열람을 하는 바이다.


허나, 당 영화에 대해 전혀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않은 관객제위는 이 대목에서 잽싸게 빠꾸버튼을 누질른 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당 영화 관람 과정에 착수하기 강력 권장하는 바이다.


앞으로도, 영화언론의 기본 개념조차 망각하고 있는 테레비 푸로들과, 각급 영화관련 소견제출란과, 니덜 친구의 오도방정 주디에 의해서 당 영화의 내용이 만천하에 까발켜질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 영화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봐야 그 재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다. 뭐, 당 영화가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센스>등의 막판 뒤집기 반전같은걸로 승부를 거는, 그런 카인드 오브 영화는 아니다만 말이다.


하여튼, 요즘 한국영화들의 잇단 쒯행각에 갈갈이 찢어진 가슴을 부여안고 분루를 삼키고 있는 관객제위라면 관람을 권장한다. 당 영화의 시나리오는 최근들어 본 위원이 접한 한국영화의 시나리오 중 최고되겠다.


거의 <존 말코비치 되기> 수준에 필적할라구 할 뻔한 수준 정도라는 것만 얘기해 두도록 한다. 머, 아님 말구지만.


그럼 이만 각설하고, 본격적인 검열 보고를 시작한다.




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여 여기꺼정 보고서를 열람하고 있는 발칙한 관객 제위도 있으리라고 믿는다. 본 위원, 이미, 하지 말라구 하면 더욱 절라 하구 싶어진다는 만고의 진리를 충분히 간파되고 있었노라.


해서, 가급적 당 영화에 대한 중요한 부분은 얘기 안하려구 노력하겠다. 떼구 떼구 장기두면 도대체 뭐갖구 두겠냐마는..


우쨌던, 이런거 안 갖다 붙이면 형사고발이라두 되는지 죽어라구 갖다 붙이는 "퓨전멜로 블럭버스터"라는 또 하나의 야시꾸리한 장르명과는 달리, 당 영화에는 소위 블록버스터 하면 떠오르는 특징은 전혀 없음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전원일기> 또한 휴먼영농 블록버스터라구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한마디로, 당 영화에는 삐까뻔쩍한 특수효과, 엄청난 물량, 확끈한 액숀, 떼거리로 몰려나오는 인건비 절라 비싼 스타덜 등의 소위 블록버스터라구 읊어지는 영화의 특징같은건 전혀 없다 이거다.


블록버스터라 불리우는 영화들마냥 떼돈 벌구 싶은 주최측의 간절한 심정은 알겠으나, 아무데나 블록버스터 이거 갖다붙이면 매우 곤난하다. 뜬금없는 카피는 영화의 정체에 대한 관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인 것을..



사실, 그 그림만 뚝 떼놓고 봤을때, 당 영화는 <나도 아내가 있었음 좋겠다>, <하루> 등의 최근의 연애질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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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우(이병헌 분)와 태희(이은주 분)의 애정행각을 보여주는 1983년 부분과, 그 17년 뒤인 2000년,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83년 부분은 화면을 다소 탈색시킴으로써 옛날 필이 묻어나도록 조치했다는 점 빼고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것두 그리 대단할 껀 없다만..


또한, 당 영화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들에 대한 잔잔...한 세부묘사에 치중하고, 그걸 통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잔잔무비의 법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위 영화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물론, 그런 잔잔한 세부묘사를 통해서 웬만한 코메디 영화를 능가하는 재밌는 장면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도 다를 바 없고.


이 뿐만이 아니라, 지포 라이타/숟가락/새끼 손가락/딸꾹질 등의 특정 지형지물과 습관을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쏘쓰로 삼는 수법 역시 비시무리들 하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나도 아내가..>도 동전/우산/CCTV/마술쑈/캠코더 등으로 하염없이 잔잔 에피소드들을 나열해가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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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젓가락은 ㅅ 받침인데 왜 숟가락은
ㄷ 받침이냐?



하지만 당 영화를 일반적인 잘 만든 연애질 영화와는 사뭇 다른 영화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단연 시나리오다.


이건 단순히 대사와 감정처리가 자연스럽고 설득력있다는 얘기 뿐만은 아니다. 그건 연애질 영화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자, 쌩기초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그거 말구, 당 영화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뭐냐하면, 다름아닌 상상력 되겠다. 그것도 돈 안드는. 이거이 뭔소리냐.


대부분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좃건반사적으로 SF 영화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상상력이란 무시무시한 우주괴물이나 생각해내는 능력 따위가 아니라는건 니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거질러>, <아마게똥>, <용개뤼>등으로 대표되는 빈약한 상상력(이랄것도 없지만두)은 기껏해야 헛돈들인 공허한 비쥬얼만 만들어낼 뿐이라는 것은, 이미 궁민적 합의가 도출되어 있는 사항이 아니던가.


당 영화는, 상상력과 그것을 제대로 된 얘기로 풀어나가는 구성력은 그 어떤 떼돈들인 특수효과도 능히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CG, 미니어쳐, 애니메트로닉스, 모션컨트롤 등등등의 삐까뻔쩍한 고난도 기술 없이도 영화는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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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위원이, 서슴지않고 작년 개봉작중 최고로 뽑아버리는 <존 말코비치 되기>


이건 이미 작년,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기발찬 상상력의 영화가 만천하에 증명한 사실이니, 구질구질하게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평소에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는 진부한 얘기를, 자신만의 재밌는 스토리로 설득력있게 풀어나간다는게 상상력이란것의 실체 아니겠냐.


이것이 단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구별해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단순한 반짝 아이디어 하나갖구 죽어라 말두 안되는 얘기 밀어붙이는 영화, 우리가 어디 한둘 봐 왔더냐.


하여튼 당 영화의 시나리오는, 대좃상 올해의 시나리오 부문 후보로 한큐에 가뿐히 오를 정도로 훌륭하다. 상상력 뿐만이 아니고, 대사의 재미와 감정묘사에서도 그렇고, 구성력에서도 그렇다.


어떻게 훌륭하냐구? 어허, 그런건 자세하게 얘기하면 재미 없쥐. 본 공사는 영화언론 윤리 심의위원회의 공정거래규정을 완전준수한다닝깐 자꾸 그러네..



그러나 콘돔이 세 빡스라도 낑궈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이, 이런 시나리오도 연출이 젓같으면 쒯덩어리가 되고마는거,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1021op_01104.jpg근데, 충무로 연출부/조연출 10년 짬빱을 과시하는 당 영화의 감독 김대승은 전혀 신인(사실은 꽤 늙은 신인이다만)같지 않게 깔끔하고도 매끈한 연출을 해버렸으니, 이 아니 놀라울쏘냐. 극장에서 온몸 비틀리는 요가동작을 유발하는 닭살이나, 휴지 씹어넘기듯 목에 턱턱 걸리는 장면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카인드 오브 영화에서 그게 어디냐구..


하지만 83년 파트가 끝나고, 2000년 파트가 시작되는 중반부까지, 영화는 재밌긴하지만 평범한 연애무비의 범주를 별루 넘어서지 않는다. 그 옛날 80년대의 촌시럽던 풍취를 매끈하고도 재밌게 잘 살리긴 했지만 말이다. 하긴 이 정도만으로도 꽤 괜찮은 연애질 영화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거야 머 이 영화에만 해당되는 얘기겠냐.


근데 이 영화가 숨겨놓은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반부 이후부터, 앞부분에서 다소 뜬금없게/앞뒤없이 보여진 사건과 대사들의 비밀(이랄꺼까지야 없지만, 우쨌던)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보통의 잘 만든 멜로영화 필에서 한 똥꼬 더 나간다.


전반부에서 생략하구 넘어갔던 사연들을 조금씩 얘기함서 현재와 교차시킴으로써, 과거(1983년)와 현재(2000년) 사이의 연관성을 점점 드러내는 후반부는 웬만한 미스테리 영화 못지않다. 적어도 <텔 미 썸딩>보다는 더 미스테리스럽다.


근데, 이 후반부에 대해서 좃선의 기자는 "앞 부분 너무나 자상하고 찬찬하게 늘어놓았던 드라마의 속도와 색깔은 관객들이 급반전을 받아들이는데 결과적으로 방해물이 된다"는 얘기를 했던데, 한마디루 까는 소리라구 본다.


앞 부분의 "자상하고 찬찬"한 연애질 과정이 없다면, 뒷부분에서 등장하는 아주 생소한 카인드오브 연애질의 감정적인 설득력은 도대체 어디서 얻겠냐 이거야.


만약, 이 영화의 앞부분이 위 얘기처럼 어물쩍 넘어갔더라면, 위 재래식 언론인은 아마 지금쯤 이런 얘기를 읊조리고 있지 않을까나.






지나치게 생략되고 비약적인 앞 부분의 연애담 덕분에 이 영화의 급반전은 어떤 개연성도 가지지 못한 억지가 되고 말았다. 우짜고저짜고..



사실, 이 영화 후반부의 "급반전"(사실 그닥 "급"한 반전도 아니다만)를 "받아들이는데" "방해물"이 되는건, "이야기 전체의 속도와 강약을 장악하지 못한 연출" 때문은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좃선의 또다른 기자가 한 테레비 푸로에 출연하여 읊조린 내용을 볼작시면 이렇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동성애 영화로 비치기 때문에 문제다." 이 또한 까는 싸운드라구 본다.


감독의 의도야 어쨌건 관객들이 동성애로 받아들이면 동성애인거구 아님 아닌거지,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영화를 받아들이는게 뭐가 문제냔 말이다. 관객들이 감독 의도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잘 만든 영화냐? 까구 있네.


게다가 당 영화의 감독은 시사회장에서 이런 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동성애에 대한 얘기들이 있는데요, 결국 중요한건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는 얘길 하구 싶었습니다.."


근데 이 기자, 여기에 한 술 더떠서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가 우피 골드버그의 몸을 빌려서 춤을 출 때, 실제 화면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아닌 데미 무어가 패트릭 스웨이즈하구 춤을 췄는데, 그렇게 했음 좋았을껄 그랬다"구 깐데 또 깐 싸운드를 읊조린다.


1021op_01105.jpg이 영화에서 이런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몽조리 그렇게 처리해버렸으면 월매나 영화가 젓같아 졌을지는, 코딱지만큼만 생각해두 끔찍하다. 아니다. 젓같아지기 이전에 월매나 왔다리 갔다리 필로 혼란스러워졌을지만 생각해봐도 되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니덜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덜 하시라.


게다가, 당 영화,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위의 기자가 읊조렸던 방법으로 처리를 하고 있다. 주인공 인우가 "태희야, 너는 왜 날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니..!"하면서 울부짖는 장면도 그렇거니와, 막판, 용산역 플랫폼에서 상봉을 하는 장면에서도 이런식의 처리를 했다.

여기서 더 짤없이 이거 절대 동성애 아녀요라구 해야 속이 풀리냐? 수구기득권 꼴통 찌라시의 영화기자로 있음서, 나름대로 진보적인 척해야하는 니덜의 입장이 이해가안가는 바도 아니다만.


본 위원은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얘기가 나올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이 정도까지라도 눈치 안보고 밀어붙인 배짱이 영화를 보통의 연애질 영화와 확실히 다른 영화로 만든 결정적인 요소라구 본다.


덧붙여, 이 영화에 대해서 어정쩡한 퀴어영화니 우짜니 하면서 세상 동성애 영화는 지 혼자 다 본 듯 꼴깝을 떠는 넘들 얘기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음이라는 것도 읊어두고.



어쩌다가 재래식 언론 얘기, 그중에서도 좃선 얘길 하게 됐담. 우쨌던 본론으로 돌아가자. 어디까지 했더라? 음, 시나리오.


시나리오와 연출 외에도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특히 이병헌의 연기는 매우 굿이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코흘리는 아동들을 모아놓고 "..했느냐?" 대사를 읊던 이병헌을 기억하시는가. 의외로 뺀질한 얼굴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구수한 연기를 보여주던, 그 공력이 이 영화의 전반부(1983년 부분)의 순진한 촌시러움을 재현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음이다. (주)


담배 멋지게 피기, 엥기는 이은주가 잡은 팔에서 어정쩡 찻잣 내려놓기 장면 등에서 그가 보여주는 다분히 찐따같은 연기는, 80년대 연애질 영화들의 주인공이 보여주던 필을 꽤 그럴듯하게 재현하고 있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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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끼머리 흘러내린 어정쩡 표정연기를 보라


그리고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된 후반부(2000년 부분)에 들어서면서, 이병헌은 그 찐따스러움을 완전 털어버리고 나름대로 쌔끈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결말로 치닫고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본의아니게 망가져가는 인간이 보여주는 격한 감정이나 초췌한 모습도 잘 연기하구. 하여튼 이병헌, 연기 잘했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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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 얘가 요번판엔 꽤 괜찮았어


또한, <아나키스트>에서 설득력없는 씨발씨발을 남발함으로써, 많은 관객들을 짜증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던 이범수는, 당 영화에 와서야 드디어 자신한테 맞는 역할을 맡았다. 이병헌의 꽈 동기라는, 비중 별루 없는 역이긴 하다만. 하여튼 80년대 풍의 촌시런 껄렁껄렁함을 감만에 별다른 오바없이 연기하고 있다.


근데 이은주에 관해서는 별루다. 세번째 영화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 경직돼있는 듯한 연기는 전반부 연애질의 애틋한 필을 다소 까먹는다. 머, 국어책 낭독 등의 용서못할 만행을 저지르는건 아니다만..


아무래도 당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배우는 인우의 직속제자 현빈역의 여현수였다고 사료된다. 어린넘인데도 불구하고 연기를 어색스럼 별루 없이 꽤 괜찮게 한다. 데뷔작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아주 애매하고도 특이한 상황에 처한 고삐리를 이 정도로 연기했으면 잘 한거지.


더불어, 얘의 심히 여우스러운 여자친구 혜주로 나오는 홍수현은, 연기는 별루지만 관람하기에는 꽤 해피했다는 거뚜 언급해두고.. 어헝..



근데, 2000년 부분의 초기에 등장해서 담배가게 아자씨한테 싸대기 맞는 양아 고삐리 캐릭터는 왜 나왔는지 알 수 없음이다. 머, 인우의 멋진 선생으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캐릭터였겠지만, 얘가 나와서 <죽은시인의 사회>필을 짜낼 필요는 없었다고 사료된다.


이 뿐이 아니라, 초반부 인우가 조소과 강의실에 낑궈들어간 장면 등, 웃겨보겠다는 의도가 지나쳐 오바를 하는 장면들도 가끔씩 튀어나온다. 코메디 영화두 아닌데 적당히 하지 그랬냐.


또한 아닌게 아니라, 앞 부분의 연애감정에 대한 절제가 과하여 뒷부분의 절절한 애정행각이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태희 캐릭터가 인우 캐릭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고, 각을 잡아서 얘들 연애질에 정을 붙일 여지가 줄어들었다.


물론 이 연애행각이 왜 "운명적"인지에 대한 단서가 후반부 막판에 제시되긴 하지만, 그게 뭐 그리 후두부 가격할만큼 놀라울것도 없는데가가, 결정적으로 타이밍이 늦었다고 본다. 하긴, 영화를 미스테리스러운 구성으로 만들려구 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을꺼라고 우기면 이해가 안되는 바도 아니나, 기본적으로 당 영화는 어쨌든 사랑에 목숨거는 연애질 영화가 아니더냐.


그러나 본 위원의 견해로 당 영화의 결정적인 패착은 역시 결론을 보여주는 막판 5분이었다고 본다. 물론 수미쌍관의 묘를 발휘한건 환생을 다룬 당 영화에서 괜찮은 구성이었다고 보지만, 결말을 꼭 그렇게 마침표 딱 찍고 나오듯 마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촌시럽게시리. 영화 제목이 번지점프를 하다이니만큼 그거 꼭 함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나?


하여튼, 당 영화의 찌라시에도 대문짝만하게 박혀있는 인우의 나레이션은, 앞에서도 줄창 들었던거라 별 감흥이 없음이다. 오히려 닭살스러우면 닭살스러웠지. 어차피 모험스럽게도 동성애 비시무리한 얘기도 깔았는데, 거기에 걸맞게 열린듯한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서 관객들이 되씹을 수 있는 여백을 줬더라면 훨 좋을뻔 했다.



오랜만에 장타로 썰을 풀려니 다소 후달리는 경향이 없지 않은 바, 이쯤에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


어쨌든, 이런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당 영화는 꽤 재밌고도 흥미로운 영화였다. 그리고 본 검열위에서 지지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라 사료된다.


특히, 앞에서도 읊조렸다시피, 당 영화(특히 시나리오)는 한국영화가 승부를 걸 수 있는, 그리고 걸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어디인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멜로다 액숀이다 SF다 뭐다 장르가 중요한게 아니다. 제작비 얼마를 때려박고 어떤 첨단 특수효과를 동원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어떻게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이고 재밌는 얘기를 보여줄 수 있는가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명제라는 얘기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모두.




- 딴진공 개봉영화 검열위원장 겸
사무총장 한동원


(sixstrings@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