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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다 우원회] <몽스터 주식회사>, 무서운 게 있다

2002.1.17.목요일
딴지 영진공 비됴 검열위



 


본 우원, 얼마 전 <몽스터 주식회사>라는 회사를 탐방하고 왔다. 그거이 뭐 하는 회산가... 하고 보니 몽스터(주) 라고 디주니사의 괴물들 관리하는 계열사 이름이두만. 세상에나~


<몽스터 주식회사>, 디주니라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아동삘 미국 영화사가 픽사라는 그쪽 바닥에선 꽤나 알아주는 디지털그래픽 디자인 회사랑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숑, 다시 말해 만화영화다. 이 재주많은 영화에는 제목부터해서 몇몇 의미삼삼한 뒷다마가 있어 보였다. 고걸 함 꼼꼼히 파 보았더니. 흐미~ 쪼까 무서븐 게 있었으니...


디주니, 이름이야 죽은 미국할배 이름따서 디주니지만 그게 어디 디주니라는 고유명사로만 끝날 이름인가. 디주니사는 미국이란 정말 이상한 나라의 한자락 세포분열이자 최전방 문화선전대 아닌가.


그래서 사실, 본 우원 디주니의 작품마다 틈틈이 숨어 있는 미국에 대한 거짓환상과 제3세계에 대한 중상모략과 서민대중에 대한 흑색선전을 재수 없어 한다. 그렇다고 갸들의 그 화려한 환쟁이 내공을 깡그리 무시하진 못하고 때론 감탄도 하곤 했다. 본 우원 좀 얍샵하다. 이해들 해라.   


모기 새끼같은 요정이 날아다니다 띵하고 마법 한번 땡기면 폭죽이 터지고 성인지 궁전인지가 환해지던 디주니 타이틀 로고를 웬만한 장년들까지도 알고 계시리라.









이 꼬마전등 기억들 나시나?


최근에는 만화영화 볼라치면 본편에 앞서 팅팅거리며 뛰어다니던 꼬마 탁상전등을 기억하시는 분들 역시 많으리라. 이 꼬마전등의 현란함이 바로 픽사의 간판그림 되겠다.


컴터강호의 초절정고수 중 하나인 스티부 자부수가 맹근 픽사의 이 섹시함은 늙은 공룡 디주니에겐 졸라 달콤한 유혹이었다. 결국 그 둘 사이 연애질이 시작됐고 그 결실로 똘똘한 아그들이 줄줄이 나왔는데 <벅스 라이프>니 <토이 스토리>니 하는 애들이 갸들이다.


열흘가는 붉은 꽃은 없듯이 금슬 좋던 둘 사이에도 근래 들어 슬슬 금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강호절정섹시 픽사와 늙은 공룡 디주니의 계약이 <몽스터 주식회사> 이후 3편의 공동작업만 남았는데, 픽사가 은근히 디주니에 수익배분 가지고 불만을 내비치는 등 좀 위태해 보인다. 만약 계약이 연장되지 못한다면 찬호팍 날라간 다저스꼴 되는 거 아닌가도 싶은데.... 미안타. 쬐금 조잡한 비유였다.


예상컨대 디주니는 픽사의 재주가 아직은 한참 쓸만하고 픽사도 디주니의 배급력이나 재원이 아쉬운지라 자기 혼자 지지고 볶을 욕심을 부리기엔 힘이 부친다. 결국 둘 간의 문화제국주의 첨병으로써의 음란한 야합을 그리 쉽게 깨긴 힘들 거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 가장 최근디주니와 픽사의 마지막 불꽃같은 결실로 나온 이쁘고 잘난 효자가 바로 그 돼지털애니메이숑 <몽스터(주)>였던 것이다.
 



근데 이 <몽스터(주)>가 단순히 아이들 비명소리로 먹고사는 괴물들 세상 이야기같지만 그 뒤에 또한 쏠쏠한 숨은 그림들이 있다. 그 숨은 그림들을 좀 봐보자.


이전에 드림웩스가 만든 <슈렉>의 악당 파콰드성주가 디주니의 마이클회장을 본 따서 만들어 낸 캐릭터였다는 건 그 바닥에선 공공연한 사실. (갸들끼리 사이가 좀 안좋다.) 드림웩스가 이렇게 디주니를 놀려먹자. 이번에 디주니가, 디주니사장으로 있다가 드림웩스로 떠나간 카젠버그를 <몽스터(주)>의 악당몽스터 랜달로 그려냈다.


카젠버그의 디주니에서 드림웩스로 회사 바꿔타기는 랜달의 변신기술이었다. 여기에다가 한 술 더 떠 1등 몽스터 셜리(디즈니)를 시샘하고 엉겨붙는 랜달(드림웩스)은 마지막엔 패배한다는 졸라 속보이는 결론을 이끈다. 랜달은 결국 카젠버그였다는 야그를 하고 잡은거다.


디주니넘들이 샐쭉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초록이 동색이라고 카젠이 자슥, 지가 우리하고 뭐가 그리 다르나. 거기서 거기인 주제에 옛 친구 그리 비비 꼬아버리고 그라믄 안돼지.











디주니의 마이클 회장과 드림웩스의 카젠버그


디주니애들은 드림웩스의 <슈렉>을 디주니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에 배아파 떼쓰며 앙탈부리는 동네 건달쯤으로 치부하고 싶은 것이다. 이쯤되면 몽스터도시를 구하고 꼬마인간 부를 살리기 위해 방울소리나게 뛰어다니는 셜리와 마이크는 현실세계의 괴물들인 디즈니의 업자들 바로 자신들이라는 야그가 된다. 야들 순정만화 주인공 맹키로 눈빛마저 반짝이며 우리는 어린이를 사랑해요.라며 씨부렁 대고 있다.


좌우지간 좀 뻔뻔하다. 그런 개인감정이야 지들끼리만 만나 그냥 맞짱 뜨면 되지, 애들 보는 만화영화에서까지 웬 추태인지. 쯧쯧.


이렇게 소인배들 악다구니는 가당치 않은데, 넘들 손재주는 참 놀랍지 않은가. 이야기도 솔솔찮게 재밌고 말이다.


말로만 듣던 셜리의 털가닥들은 정말 한올, 한올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예전 <토이 스토리2> 에서 나오던 경탄이, 사실은 한치 앞도 못 보는 본 우원의 근시안이였음을 깨달았다. 슬쩍 쪽도 팔렸다. 부의 티셔츠 질감도 보통재주가 아니라는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셜리가 눈밭에서 나뒹굴어지던 장면에선... 윽, 신음소리까지 나왔다. 아. 무서븐 놈들.
 



솔직히 보고 나서 내내 머리를 때리고 두통으로 신음을 하게 했던 진짜 무서븐 건, 갸들의 짜잔한 손재주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그넘들의 놀라운 상상력이었다.


당 영화를 보매, 같이 간 친구놈 딸아이가 엄니 뱃속나이꺼정 세는 정겨운 우리셈으로 이제 4살반이다. 아마 부보다 한 살정도 많을까 싶은데, 요놈 평소 행실이 그야말로 부다. 막돼먹은 사내넘들보다 조신하긴 하지만 그래도 극성맞은 이 꼬마 아가씨가 한시간 반을 별 움직임도 없이 영화를 보더라. 신기하기까지 했다. 보고 나서 지딴에도 재밌었는지 상당히 기분이 좋아서 많이도 재잘거렸다.


그렇다. 이 영화의 타켓은 역시 어린이들이다. 물론 어느새 만화가 어린이들만의 것은 아닌 게 되었지만 어린이들에게 주는 떨림은 어른들의 그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런 영화를 보여주는 건 상당히 좋은 일인 것이, 본인 어릴적만해도 이런 현란함과 상상력을 차마 경험해보지 못했는데(고거이 참으로 억울한 거이다.) 그런 갈증으로 인해 생긴, 본인을 포함한 낫살이나 먹은 이들의 메마른 고지식함을 후대 아이들에게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아 그렇다.



수천만개의 문을 관리하며 어린이들의 비명을 뽑아서 에너지로 환원하는 괴물세계라. 이런 거 본 우원같은 맹한 인간은 생각할 엄두조차 못할 상상력이다. 사실 더 무서운 건 그런 상상력을 개똥보다 못하게 취급하던 우리네 교육이것지. 아직도 조카나 동생이 학교라는 이상한 곳에서 배우는 걸 가끔 들여다볼라치면 답답하고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씨바.


영화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만화든, 모든 문화활동의 근간은 상상력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상상력없이는 멋진 자동차도, 고성능 반도체도 다 개꿈이다. 이렇다면 상상력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선입관과 편견과 좃선틱한 똥고집은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가 아니고 그 무엇이랴.


픽사의 손재주같은 건 조금만 시간을 주면 우리네 젊은 테끄니꾸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도 있을 성싶다. 성공시대봐봐라. 아무리 어려운 기술도 양놈, 왜놈 어깨너머로 다 가져다 몽조리 베껴버리는 그 놀라운 능력을.(이거 범죄다. 이거이 도둑질아니고 무언가. 산업도둑. 우리, 언제꺼정 이런 짓만 하고 살 수 없잖아.) 그러나 자유로운상상력과 그것을 용인하는 성숙되고 어른스런 다양성의 사회는 쉬운 게 아니다. 지금 정신차려도 한참 걸린다.


고생하는 친구들 하릴없이 은근히 까대는 평단이나, 기자나, 본 우원같은 넘들도 재수없긴 마찬가지지만 신문, 그 이상한 신문이 연애편지질이나 하고 있을 때 정통 사이비 언론딴지이기에 이런 쓴 소리 좀 해야겠다.


근래 영화판의 상업적 호황을 타고 별 이름 없는 영화사라 하더라도, 시나리오 공모전 같은 거 할라치면 만만치 않은 분량의 시나리오가 수백편씩 몰려 들려온단다. 대단들하지. 그런데 문제는... 모두 글재주도 있고 아는 것도 많고 똘똘한 친구들 같은데, 서로 서로 비스무리 남다를 게 없더란다.


좀 구성이 떨어지고 미사여구는 부족해도 새벽잠을 깨울만한 기발함이 있었음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젊은 작가들부터 학생들까지 단편영화, 많이들 찍는 모양이다. 역시 좋은 일이다. 그런데 늘상 그 속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하는 건, 묘사되는 치열함조차 거기서 거기로 똑같은 판박이. 교만한 나르시즘의 행진이다. 재주꾼 몇몇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 정도 가지곤 택도 없다. 그 정도 재주꾼은 널리고 널려야 한다. 그리고 더욱이, 우리가 필요한 건 몇몇 재주꾼이 아니다. 세상이 바뀌어야한다.


본 우원, 굵직한 메이져 영화사가 만드는 영화에 어영부영 똥부스러기 냄새나는 거, 별로 걱정 안 된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의 시나리오나 단편영화가 뻔할 뻔자로 돌아가는 거 정말 싫다. 이것이 모두 그렇게 어린 시절, 어린 머리를 옥죄던 못난 어른들 때문일 거다. 씨바. 조폭시리즈가 한국영화중흥기를 휩쓸게 내비 둘 수밖에 없는 것도 다 그놈의 상상력이 없기 때문 아니던가.



지금도 혹시 우리도 모르게 주위의 어린 친구들을 옥죄고 있지나 않은지 둘러보자. 자식들을, 조카들을, 옆집 꼬마를, 과외해주는 꼴통 고삐리꺼정 우리 모두 그들의 황당무지로운 이야기도 경청하고 그들이 좀더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자.


씨바, 그렇다고 지하철안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이들꺼정 경청한답시고 내버려두고 주위에 민페끼치는 건 바른 시민이 할 짓이 아니다.
 



또 무서븐 거 하나만 더 간단히 이야기하자.


임마들이 부의 천진난만과 셜리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다. 함 보자.


그저 부가 셜리에게 온갖 인형을 집어주며 자기방에서 놀자는 모습으로 간단하게 그려냈지만, 이거야말로 입이 벌어지도록 완벽하면서도 오바없이 잘 된 표현 아닌가. 넘들의 똘망하고 막힘없는 연출의 힘이렸다. 픽사가 무서븐 넘들이란 건 바로 이런 기본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부가 집어주는 인형이 <토이 스토리2>의 카우걸 제시이든, 뭐든간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는 그걸 가지고 대단한 상업적 감각... 운운하는데 그런 잔재주만 보고 있으니 잔재주만 배우는 거다. 이런 간단한 장면으로 둘 사이의 천진한 우정을 군소리없이 표현해내는 그런 멋드러진 연출에서 기껏 배운다는 게 부가 건네주는 인형이 무슨 무슨 인형인데 그건 어디 영화에서 나온 거더라... 이런거냐?


금방 말했지만 픽사의 영화가 진짜 무서븐 건 실감나는 그래픽이나 다른 작품에 나온 캐릭터로 장난하는 게 아니라 기본기다. (개인기 아니다.)


그림 잘 그리는 재능도 좋고, 패러디나 카메오같은 좀스런 장난도 좋고, NG장면 모음도 좋다. 하지만 그런 건 기본기가 졸라 바닥에 잘잘잘 깔려있어야 빛을 발하는 거다. 당근스런 이야기 아닌가. 부는 우정과 사랑을 가르키는데 그 손에 들린 장난감만 보고있으면 안 된다. 오늘날 얄팍해만 보이던 양놈 만화영화, <몽스터(주)>에서 배운 교훈이였다. 졸라.


마지막으로 함께 당 영화를 본 친구넘의 그 가시 돋친 한마디 씨바 놈들, 상상력의 끝을 모르겠다. 우리 시대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영화 못 만든다. 내 자식의 자식의 자식 때라면 모를까. 이거이 틀린 말이 되길 바란다. 내 자식 때 쯤에선 우리동네애들도 그럴싸한 거 하나 맹글었슴한다.




별걸다 디벼보기 우원



버디
(yibud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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