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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외설교사" 김인규
- 음란한 것은 성기노출이 아니라 얼굴노출이었다 -

 

2001.06.14.목요일

딴지 특별취재반

 


성기노출이 문제가 아니라 얼굴노출이 문제다 

 

19세기 말 활동했던 토마스 이킨스(Thomas Eakins)는 미국 미술 역사의 주요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누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실주의 화가였고,  표현의 한 수단으로 사진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에 새로이 등장한 사진기술을 미술가들은 당연히 응용하려 했다. 그런데 똑같은 인간의 몸인데도, 이게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등장하자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이것은 예술이 아니라 외설이라면서....

 

이킨스는 모델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려서 작업함으로써 이런 사회를 비판했다. 결국 문제는 몸이 아니라 "얼굴"이 드러났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가리는 순간 그 나체는 익명의 나체, 미의 표현이 되고, 그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외설이 된다. 이 얼마나 이상한 기준인가.

 

똑같은 일이 120년 후 한국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술교사 김인규의 누드 파문은 한국이 딱 120년만큼 문화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2000년대가 아니라 조선 철종 시대를 살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는 재래 매스컴들은 교사의 누드가 화두에 오르자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작가의 작품세계보다는 교사가 벗었대라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매스컴은 여론을 몰아갔고, 결국 그는 그가 꿈꾸던 작가의 타이틀이 벗기워진 채 외설교사로 낙인 찍혀 버렸다.

 

그의 홈페이지에 80만명이 방문했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 국민의 대다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80만을 제외한 나머지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판단하는 것인가? 진정 우리들에게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판단할 기준과 시간이 있었더냐. 아니 예술과 외설의 대립이라는 구도 자체가 합당한 것이기나 하더냐.

 

이렇게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은 예술, 외설 공방 속에서 오늘도 가십거리로 그의 일상을 떠들어 댄다. 그 교사 있지? 아 왜. 지하고 부인하고 벗은 사진 인터넷에 올려서 뉴스에 나온 사람 있잖아. 그사람 구속 됐대. 하하하.......

 

 


 

검찰은 두 번에 걸쳐 미술교사 김인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1세기 명랑사회를 지향하는 본지, 우리는 19세기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당장 가야 하는 곳은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라는 사실을 이 사건에서 확인하고 충격받았다.

 

언제까지 19세기 중반에 머물러 있을 텐가. 우리도 빨랑빨랑 대한제국 건국도 하고 외국의 문물도 받아들이고 서구열강 활개치는 20세기를 어여어여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20세기에는 진입해야 21세기 명랑사회고 자시고가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자 그럼 독자제위들이여, 같이 가 보자꾸나. 아래의 링크들을 누르시라.

 

20세기 산업사회(?)를 졸라 향하여~

 

[스케치] 두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이너뷰] 그의 작품세계를 짧은 시간에 훔쳐보다
[분석] 딴지기자가 본 작가 김인규의 작품세계

 

 

딴지 특별취재반 최내현(asever@ddanzi.com)
백작가 (baggy@ddanzi.com)
함주리 (dandy@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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