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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찍어 쑤욱 4] 버클리 음대 유학을 바로보자!

2001. 4.29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버클리 음대...


한국에서 좀 한다하는 뮤지션들의 성역과도 같은 곳. 일반 사회에서의 하버드나 MIT 처럼 엘리트 뮤지션의 보증수표와도 같이 통용되는 이름이자, 음악적 실력의 증거이자, 세련됨과 지성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지는 이 곳.


버클리 음대의 이름과 명성은 이미 십여년 전 부터 유학 후 돌아온 이곳 출신 뮤지션들을 통해 서서히 알려졌다. 당시 울나라에서는 선진적이었다고 할 퓨전 재즈 계열의 연주와 세션 위주의 음악 활동 스타일을 보여준 그들은 그때까지의 이른바 토종 딴따라판의 촌스러움과 영세함의 이미지를 일신시키키 시작했고, 이후 버클리 음대를 향한 유학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는 이곳 출신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각종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버클리의 이름은 음악인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는 이름이다. 특히 최근에는 Psy, 양파 등 출신 뮤지션들이 국내 활동을 재개하며 더더욱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뮤지션 지망생들에게는 앞선 음악을 배우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음악인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로 자리매김한 이곳...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딘지 의심도 가고, 이래저래 개운치 않은 뒷말이 은근히 도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는 한번 명철하게 확인해 볼 때가 되었다.


버클리 음대 유학. 과연 어떤 의미인지...





 Berklee? Berkeley? 


버클리 유학의 의미를 생각하려면 일단 이 학교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전에 먼저 한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자.


버클리 음대는 그 발음의 유사성땜에 U.C Berkeley, 즉 University of California 버클리와 아직도 혼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U.C 버클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버클리 시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명칭으로서, 60년대 히피즘 운동의 온상이기도 했던 명문학교다. 그런만큼 울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동부 아이비리그 사학들에 비견되는 명성을 오랜 기간 누려왔고, 아직도 그 각인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다.








    이게 U.C Berkeley... 위 사진하고는 다르지?


반면, 우리가 버클리 음대라고 말하는 곳은 동부 끝의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다운타운에 위치한 대중음악 전문 학교로서 유씨 버클리와는 전혀 무관할 뿐더러 심지어 철자도 다르다.


정확한 명칭은 Berklee College of Music 이고, Berklee 라는 이름은 이 학교의 창립자인 Lawrence Berk 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발음상으로만 들으면 미국인도 혼동할 수 있으므로 울나라 사람들에게 구별이 안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하튼 이 두개의 학교가 전혀 다른 곳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는 점...


물론 이는 뮤지션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버클리 음대의 명성의 적어도 일부분은 이런 착각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문제다.


 


 그럼 Berklee 음대는 어떤 학교냐?


방금 말했듯이 버클리 음대는 보스턴 다운타운 한길가의 건물 몇개를 사용하고 있는 작은 학교다. 수목이 우거진 큰 캠퍼스도 없고 운동장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음악학원 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는 작은 규모의 버클리 음대를 무시해 버릴 수 없는 것은, 일단 이 학교는 미국에 흔해빠진 이름만 칼리지인 학원 이 아닌 분명히 정부의 인가가 난 4년제 대학이라는 점이다. 울나라에서는 칼리지라고 하면 2년제 전문대학을 연상하지만 북미에서는 영어학원에서부터 4년제에 이르기까지 널리 통용되고 있다.


특히나 미국에서도 4년제 대학으로서 대중음악만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 이름도 고명한 줄리어드나 커티스를 위시해서 버클리와 같은 보스턴에 위치한 NEC (New England Conservatory)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음악대학은 많고, 상당수는 재즈 등을 교과목으로 체택하고 있지만 대중음악만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흔히 버클리와 비견되곤 하는 캘리포니아의 Musicians Institute (MI)가 기본적으로 음악 학원 - 일부 4년제 학위 코스를 체택하고 있지만 - 라는 점을 생각해 볼때 이 부분은 분명한 버클리의 메리트이다.


또 1945년에 창립되어 나름대로 60년을 바라보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각 분야의 커리큘럼 역시 상당히 전문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평을 받는다. 기타 등 전문 연주자를 지향하는 사람은 물론, 음악 생산 현장의 각종 분야에 걸쳐 다양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칙 코리아랑 앨범 같이 낸 이 아저씨가 여기 부교장...


그 역사와 명성 만큼이나 이곳을 거쳐간 유명 뮤지션들도 많다. 현재 부사장으로 있는 비브라폰의 대가 Gary Burton 은 물론 Steve Vai, Al DiMeola, John Scofiled, Bob James, Keith Jarret, Jan Hammer, 그리고 Dream Theater 등 세계적인 대가급 뮤지션들의 족적이 이곳에 남아있음은 분명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버클리 음대는 전세계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들 만한 메리트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되는 권위있는 대중음악 전문 대학인 것이다.


그런데...


 


 울나라와 버클리 음대 유학


자.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버클리 음대는 그 자체로서 괜찮은 학교다. 


캘리포니아 버클리가 아니라고 해서 거길 흉내낸 짜가 상표의 학교도 아니며 사실 둘을 비교할 이유조차 없이 그냥 다른 학교일 뿐이다. 글고 건물이 작고 캠퍼스나 기숙사가 없다고 수준도 덩달아 낮아질 이유는 없다.


현지 미국인들은 잘 모르는 학교라고 하지만, 어차피 대중음악 공부에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알 수 없는 전문 학교다. 미국이라고 일반인들이 동서양 비교문헌학 분야에 높은 학문적 수준을 가진 작은 칼리지를 알리가 있겠는가. 마찬가지다.


조건부 입학 - 영어나 성적등 정식 학생으로의 자격이 미달됨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보충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용하는 것 - 등으로 들어가기가 쉬운 학교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지만, 이는 규모가 큰 대학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며 명문대에서도 학교 방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방안이므로 큰 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처럼 객관적인 데이타들은 이 학교가 대중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외국학생들, 특히 동양권이나 제 3세계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곳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자, 그럼 이제 버클리 만세! 버클리 출신 울나라 뮤지션들 만세! 하믄 될까??  


잠깐 기둘려라!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랑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버클리 대학 자체의 스펙이 아닌 유학과 관련된 실제적인 문제들을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의 역사나, 커리큘럼, 시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곳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유학생들이 그곳에서 무얼 얼마나 얻어 오는지, 그리고 그게 울나라대중음악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현재 버클리에는 근 200명의 한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전체 학생수가 2000명이 좀 넘는 것을 생각해 볼때 적어도 열명중 한명 정도는 한국 학생이라는 뜻이다. 


이 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버클리 음대는 외국인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며 현재 절반 가까이가 일본,한국,남미 등 전세계에서 모인 외국 학생들이다. 따라서 조건부 입학 등 비영어권 외국인의 입학을 용이하게 해주는 각종 제도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이런 나라들의 뮤지션 지망생들에게 미국의 중심부에서 선진 음악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특성들이 꼭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상식이 허락하는 관점하에서 봤을때, 무슨 유학이든 간에 그 주된 목적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공부 - 유학가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커리큘럼과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함으로서 실력을 배양한다.


 학위 취득 - 학과 공부에 대한 노력의 증거로서 소정의 학위나 수료를 취득한다.


 문화의 체득 - 울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그곳 고유의 문화를 체득함으로서 교양을 높이고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폭넓은 교류 -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외국 학생들과 건전한 접촉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서 실력 배양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물론 유학도 사람 사는 것이니 만큼 이런 것만으로 이루어 질 수는 없다. 음주 가무도 필요하고 빠굴도 하게 되며 가끔씩은 카지노에 놀러 갈 수도 있다. 여하튼 주된 것은 위의 네가지이고, 특히 첫번째의 성취는 가장 중요하다.


여건상 학위를 딸 정도로 오래 공부하지 못할 수도 있고, 성격상 현지 문화나 외국인들과의 교류에 활발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학교를 다니는 만큼 공부 자체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외국에 돈 퍼줘가며 유학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다시말해,버클리 음대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거기에 적을 둔 학생들이 어떻게,얼마나 공부를 하고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그럼 버클리에서 공부하는 울나라 유학생들의 실태는 어떠냐?


모든 유학생을 한두가지 예를 통해 폄하해 버리고 싶은 맘은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버클리 붐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중 상당수의 경우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버클리에 다니는 친구를 둔 보스턴 H 대학교 박사과정 A 씨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 머랄까... 그 학교 코스 제대로 따라갈려면 눈코뜰 새도 없대거든요. 엄청 바쁘고 잠도 못자고... 글고 제대로 졸업할려면 진짜 힘들고요. 그런데 도 울나라 유학생들은 공부를 별로 안하는 것 같아요. 물론 열심히 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보며는 끼리끼리 모여서 매일같이 술먹고 놀러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외국 학생들하고는 연주도 같이 잘 안하고 1,2년씩 있어도 영어도 별로 안느는 것 같고.


실제로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중에서도 (버클리 음대를) 제대로 졸업한 사람은 몇명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도 보면 오래 공부하는 애들이 별로 없어요. 그냥 한 두해 어영부영 있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들리는 말이 버클리에서 진짜 공부를 할려고 온게 아니라 한국에서 버클리 이름이 통하니까 그저 간판이나 따고 여기서 만난 한국 뮤지션들하고 친해져서 한국 돌아가면 인맥이 형성되니까 그것 때문에 한 1년 투자하는 셈 치고 오는 애들도 있다고... 한국에서는 얼굴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여기 오면 형 아우 하고 지낼 기회도 생기니까... (후략)


다시 말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다 이렇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지에서 보여지는 버클리 유학생들의 일면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정말로 음악적 실력을 키우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 으로 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조건부 입학을 위시한 외국 학생들을 배려하는 버클리의 각종 제도들이 돈과 약간의 준비만 있으면 개나소나 입학할 수 있는 학교 라는 식으로 해석되어 음악적 실력도 진지함도 없는 수준 이하의 사람들에게 간판과 인맥을 만들어 주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버클리 유학의 부정적인 일면인 것이다.








이게 버클리 성적표다. 누구하나 관심갖는 이 없는...


실제로 조건부로 입학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조건을 채우지 못한 채 그냥 돌아오는 학생들도 많다. 쉽게 들어간 만큼 영어나 음악적 소양이 떨어져서 학과 공부는 거의 포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일단 귀국만 하면 이들에게는 버클리 출신 이라는 간판이 붙고, 객관적인 실력과는 무관하게 선진 미국의 음악을 제대로 전수받은 인텔리로 포장되게 된다. 물론 실제 졸업 여부나 학교에서의 성적 같은 것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1년 정도의 학비와 미국 체류비를 투자함으로서 충분한 반대급부를 얻은 셈이다. 음악 실력이 아닌 간판과 인맥을 말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버클리에서만 벌어지는 사태는 아니다. 얼마전 본지를 통해 실린 수기 나의 음악 인생 을 통해 캘리포니아 MI 에서의 실태도 간접적으로 알려진 바 있지만, 실은 음악 유학만의 문제도 아니다.


90년대 들어 미국 유수의 대학에는 울나라 유학생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MBA (경영학 석사) 열풍은 물론이고 온갖 부문에 걸친 학부생은 물론 석,박사 지원자들이 미국 전역에 좍 깔린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물론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을 것이나, 부정적인 면들도 많았다.


실제로 약 7년간 미국에서 박사 과정 두개를 밟으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인 K 씨는 미국 유학생들의 실태를 이렇게 고발하고 있다.


우스운 일 많죠... 아니 박사과정을 밟는다는 사람이 영어 한마디도 못한다면 믿겠어요? 이 사람은 영어가 안되니까 한글로 리포트 써서 후배 도움 받아가며 자기 글을 번역을 하는데 와중에 또 남의 페이퍼(일종의 리포트) 베껴서 내고... 매일 한국 사람들하고만 어울려서 술먹고 고기먹고 놀고... 그러다가 나중에 주임교수 찾아가서 이러더랩니다.


 "박사학위 못갖고 돌아가면 한국에서 기다리는 와이프와 애들이 다 굶어 죽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교수님..."


순진한 미국인 교수들은 이렇게 계속 통사정하면 정말 사정이 급박한 줄 알고 학위 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미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학위 구걸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요즘은 잘 안통한다고 들었지만... 암튼 이랬던 사람이 한국 돌아가면 이제 하버드 출신의 석학으로 변신하는 거에요. 미국에서 어떻게 살았던 간에 박사학위만 갖고 돌아가면 끝이니까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니까 억울하죠. 학교에서 한국인 평판도 점점 나빠지고...








하버드 출신 이라는 사실이 과연 실력을 증명해 주는가?


보다시피 앞의 버클리 예와 아주 비슷한 식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좀 극단적인 예지만, 한국 유학생들의 어이없는 행태는 이외에도 다각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것이 그리 드물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명문 학교에 어떻게든 입학할 방법을 찾아서 어영부영 학생반 백수반으로 다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명문대를 다녔다는 간판으로 엘리트 행세하며 밀어붙이는 구도 말이다.


버클리 다녀와서는 이러기에도 오히려 쉬운 것이, 굳이 학위를 딸 필요조차 없다는 거다. 일반 사회의 직장이나 대학, 연구소등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어쨋든 명확한 학위를 요구받게 되지만 대중음악의 경우는 그 특성상 그런 부분들이 유야무야되기 때문이다. 또,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어떤 기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중들을 향한 간판이라는 점에서도 다르다. 이런 경우 졸업여부나 성적여부를 확인해 볼 마땅한 주체도 없다.


그저 명문 버클리를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은 그런가보다, 실력있나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인 것이다...


 


 옥석을 고르는 귀는 우리 스스로 가져야 한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단지 버클리 음대를 나왔다는 사실은 그 뮤지션의 실력에 관해서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못한다.


일단 졸업이 아니라 그저 출신이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그 말 속에 도사린 함정을 잘 살펴야 한다. 출신이라는 말에는 조건부로 입학해서 한 6개월 놀다 온 것에서부터, 수료는 물론 쌔빠지게 공부해서 졸업장 딴 것까지 모든 스펙트럼이 포함되는 것이니 말이다.


한편 버클리는 사실 똥통학교고 거기 다녔던 넘들은 다 날라리다 라는 식의 극단적인 부정론도 당근 성립하지 않는다. 버클리 음대가 그렇게까지 폄하될 수준도아닐 뿐더러, 학생들중에도 분명히 제대로 공부하고 노력하는 넘들이 상당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들의 노력이 시덥잖은 사이비들에 의해 폄하되는 것은 열라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졸업 안하고 한 1,2년 있다가 돌아온 넘들은 다 엉터리인가? 그렇지도 않다! 음악적 성향에 따라서는 학교에서는 어느정도 공부만 하고 현지에서 클럽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울나라에서 음악활동 중 부족함을 느꼈던 특정부분을 버클리에서 한 1~2년 공부함으로서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도무지 누가 제대로 된 넘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지 않냐구?


천만에! 방법은 간단하다. 


버클리 출신이라는 간판을 아예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우리가 어떤 뮤지션의 학교 생활을 추적할 수도 없고, 성적표나 졸업장을 요구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그런 증명서 자체가 그리 중요한게 아닐 수도 있다고 볼때, 입학마저 쉬운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 뮤지션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데이타는 솔직히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헛된 것이다.









  이 학생증 한장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그가 보여주는 실력과 음악, 오직 그것만으로 평가해야 한다. 버클리 출신이 아닌 다른 뮤지션들과 같은 기준으로 말이다. 미국 대중음악팬들이 버클리나 MI 출신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음악인들을 평가하던가?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귀를 믿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귀를 갖기 위해서 오랜 시행착오와 오류, 편견을 극복해 온 것이다.


진정 버클리에 가서 열심히 노력하여 음악적 실력을 쌓은 뮤지션들은 스스로도 헛된 간판보다는 실력 자체로 평가받는 것을 원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들은 날라리 사이비들이 버클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을 것이며, 같은 범주속에서 이해되는 것조차 억울해 할테니 말이다. 그들을 위해서도, 이제 버클리 출신 운운하는 수식어를 남발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우리 대중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십만명의 버클리 출신 뮤지션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스스로의 귀를 발전시켜 자신의 힘으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벌은 물론 티비 출연, 립싱크, 표절, 판매량 조작, 매스컴에 의한 이미지 메이킹...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음악에 대한 스스로의 주체적인 평가 능력과 기준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런 것들에 현혹될 수 밖에 없다.


음악판에 정의가 꽃피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협잡이 끼어들 수 없는 내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자. 버클리 음대가 잔머리 잘 굴리는 넘들의 간판으로서가 아니라, 오직 음악 실력을 키우기 위한 장으로만 조용히 사용될 수 있도록 말이다!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