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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J-Rock 의 세계를 디비주마 -3-


2001.2.13
딴따라딴지 부설 일본딴따라문화연구소장 카오루


이번 호에서 다룰 넘들 역시 지난 호에서 못다 디빈 엑수타시계열의 비주얼 뮤지션인 히데와 글레이 되겠다.


 히데 (hide, hide with spread beaver, zilch)










  바이오 그라피


엑수 저팬의 기타리스트 노릇을 하다가 1993년, 밴드의 활동이 잠시 주춤해진 틈을 타 솔로 활동에 나선다. 두 번째 솔로 앨범 <Psyence(1996)> 발표후 엑수 저팬은 해산. 솔로 활동 당시의 세션들을 모아 Spread Beaver라는 밴드를 만들고, 외국 뮤지션들과 결탁하여 zilch라는 이름의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어서 두 활동을 병행해 나가려 하던 와중에 1998년 5월 2일 동거녀의 집에서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앨범 디스코 그라피


1994. 『hide your face』
1996. 『Psyence』
1998. 『3.2.1.zilch』
1998. 『Ja.Zoo』


 음악 디비기







1. 빨간색 머리를 선호한다.
2. 자국내에서 당대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던 밴드에서 활동했었다
3.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한 곡내에서도 다양한 아이템 
  을 구사한다.
4. 그러다가 나중에는 한 우물을 파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5. All Round Player (작사/작곡/편곡/연주)
6. 도무지 가사를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7. 히든 트랙까지의 간격으로 다음 앨범 출시 시기에 대한 암시를  제공하기도 한다.
8. 앨범의 첫곡은 항상 앨범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연주곡으로 시작 한다.


 


이게 다 뭐냐고? 여흥으로 곁들여본 히데와 서태지의 공통점이다.







암튼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장르 전시장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태지의 음악세계는 히데가 건드린 음악의 다양함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다. 


첫 회에서 간단하게 언급을 했었지만, 요넘의 작품들을 다 망라해보면 90년대 락 토양에 뿌리내리고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음악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이넘의 산만한 음악세계를 다소나마 엿볼 수 있는 곡들을 들어 보도록 하자.


음악듣기 <Psyence> (『Psyence』 첫 번째 트랙)


무슨 60∼70년대 첩보 수사물 테마음악같은 느낌의 빅밴드 재즈 스타일의 편곡으로 출발한다. 여기에 블루지한 기타 솔로와 테크노 비트가 가미된다.


음악듣기 <Rocket Dive> (『Ja,Zoo』수록곡)


대중적인 멜로디의 펑크락을 기조로 하고 있다. 도입부와 결말부에 50년대 로커빌리의 코드진행을 차용하고, 효과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고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엑수 저팬 해체후 새롭게 출발하는 히데의 마음가짐을 담고 있는 곡이라고 한다.


음악듣기<Blue Sky Complex> (『hide your face』수록곡)


스티브 바이의 밴드에 있었던 세계적인 세션 맨 T.M.스티븐스(베이스)와 테리 바지오(드럼)가 참가한 곡으로, 펑키한 브라스락이다. 


음악듣기 <Doubt 97> (『Ja,Zoo』수록곡)


『hide your face』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곡을 나인 인치 네일스 풍으로 리믹스한 곡 되겠다.


 


이렇듯 다양한 음악양식의 편력 속에서도 히데가 유달리 방점을 두고 애착을 가졌던 장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더스트리얼 장르였다.







 일렉트로니카/테크노가 강렬한 기타프레이즈, 그리고 왜곡된 보컬과 결합해서 발전한 극단적인 형태로서의 저 음악은, 과격하고도 다양한 음원을 십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하드 디스크 레코딩 방식으로 지 혼자 앨범 작업을 하는 히데의 구미에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넘의 솔로 앨범에서 중심축을 가지고 있는 곡들도 역시 인더스트리얼 넘버들이었고, 나중에는 프롱, 프로페셔널스가튼 밴드에서 데리고 온 양넘 뮤지션들과 zilch라는 이름의 인더스트리얼 전용 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산만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는 넘이긴 하지만, 이넘의 솔로 앨범들에는 각각 어떤 일관성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포괄하고, 심지어는 한 장르 속에서도 여러 음악들을 꾸겨넣는 히데의 작업들은 오히려 잡다하기 때문에 히데 음악답다는 이상한 정체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넘의 최고 걸작 앨범인 <Psyence>앨범으로 그 정점에 이르게 되는데. 전작보다 프로그래밍의 냄새가 강해지고 곡마다의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컨셉트 앨범과 같은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엑수 저팬 해산후 솔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 넘의 음악세계는 양쪽으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Spread Beaver라는 이름의 밴드와는 비교적 팝적인 성향의 곡들을 발표하고, Zilch라는 이름의 밴드랑은 인더스트리얼계열의 음악만으로 밀어 부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죽는 바람에 오래는 못 갔다. 


음악듣기 <Pink Spider> (『Ja,Zoo』수록곡)


엄밀히 말해, 기타리스트로서의 히데는 그다지 뛰어난 테크니션은 아니다. 지금까지 들어 본 곡들에서도 느꼈겠지만, 연주도 비교적 쉽게쉽게 가는 편이다. 기타를 어느정도 치는 넘이라면 쉽게 카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겹겹이 여러 음원으로 사운드의 층을 쌓고, 다른 장르/음원과의 접합을 통하여 곡의 분위기가 일순간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만드는 등의 연출력은 참으로 발군의 실력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연출력 또한 마찬가지다


<Bacteria>에서는 강렬한 노이즈 속에 갑작스레 재즈 프레이즈가 튀어 나오고, 데뷔 앨범에 실린 <Eyes Love You>나 <Tell Me>가튼 곡에서도 평범한 소프트 락의 진행 속에 스페니쉬 기타/탱고 리듬/레게 리듬을 삽입하여 편곡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Pink Spider>에서도 낮게 깔리는 기타리프와 구질구질한 음원의 루핑속에서 터져나오는 키보드의 공명감이 난데없는 환희를 선사한다.


히데의 솔로 활동은 향후 솔로활동을 하게 되는 루나 씨의 스기조, J, 이노란과, Spread Beaver의 멤버이자 글레이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했던 다이(D.I.E)의 솔로앨범에도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음악적 영향력 외에 히데는 레모네이드(LEMONed)라는 레이블을 설립하여 Zeppet Store, Shame가튼 후배 뮤지션들을 양성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히데가 만든 다국적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 밴드 zilch



히데 사후 스기조는 <I for you>라는 추모곡을 만들어 루나씨의 이름으로 발표했으며, 사망 1주기를 맞아 99년도에는 히데의 선후배 뮤지션들(호테이 도모야스, 벅틱, 엑스타시/레모네이드 계열 뮤지션들 모두 다)이 모여 추모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나인 인치 네일스, 미니스트리, 피치시프터, 벡같은 뮤지션들은 히데의 zilch앨범을 리믹스하여 『Bastard Eyes』라는 추모 앨범을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와 같이, 히데의 음악에는 일본 냄새가 비교적 없는 편이다. 그리고, 대단히 다양하고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 많기 때문에, 락팬, 특히 서태지 음악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기대해도 손해볼 일 없을 듯하다.


 


 글레이 (GLAY)









 바이오 그라피


1998년, 일본에는 포케몬과 그레이라는 숙어가 생겼다. 포케몬은 포켓몬스터, 그레이는 락 밴드 글레이를 말한다. 이건 바로 98년 이후 일본 최고 히트 상품을 일컫는 용어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선에 서 있는 밴드, 글레이가 오늘 살펴볼 엑스타시 계열의 마지막 뮤지션이 되겠다. 뭐, 서태지랑 합동 공연을 한다는말도 설왕설래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넘들도 많으리라 본다.


이넘들, 출세한 촌넘들이다. 일본 지도 저 위쪽에 있는 홋카이도 출신의 고딩친구인 타쿠로(기타)와 테루(보컬)가 고딩어때부터 음악할 결심을 하고 또다른 친구 히사시(기타)와 후배 지로(베이스)를 꼬셔서 팀을 만든다. 그리하여 1991년 동경으로 무작정 상경해서 음악활동을 해 나가는 와중, 요시키의 눈에 들게 된다. 데뷔때부터 드러머는 따로 두지 않고, 레코딩과 라이브시 세션을 기용해서 활동한다.


1994년 요시키는 이넘들의 데뷔 싱글 <Rain>을 친히 작곡/프로듀싱 해주고, 엑스타시의 간판으로 밀 생각을 한다.








글레이의 <Soul Love>싱글 자켓.... 울나라의 문 어쩌고 란 밴드 생각나지 않냐?


1996년에 이넘들의 싱글 <Glorious>가 5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두 번째 앨범인 『BEATout!』이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뜨기 시작한다. 근데 이넘들이 진짜로 대박을 터뜨린 것은 1997년도에 발표한 싱글 <However>였다. 


저 곡이 실린 이넘들의 베스트 앨범 <Review>는 그당시까지는 전무한 500만장의 판매실적을 올리게 된다. 그 뒤로는 나오는 앨범마다 200만장을 넘기는 수퍼스타가 되었고, 1999년 글레이 엑스포 투어에는 단일 공연으로는 최다 관객수인 20만명이 운집했다.


 앨범 디스코 그라피


1994. 『재와 다이아몬드』
           - 인디 데뷔 앨범
1995. 『Speed Pop』 
         - 메이저 데뷔 앨범
1996. 『BEATout!』
1996. 『Beloved』
1998. 『Pure Soul』
1999. 『Heavy Gauge』


 음악 디비기


단순화한다면, 이넘들의 음악은 팝적인 하드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이넘들의 음악에서 팝적인 것, 상업적인 것 빼고서는 이야기가 불가능하다. 아티스트이면서도, 아이돌의 느낌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넘들 히트곡의 절대다수가 발라드곡들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넘이 보컬을 맡고 있는 테루


이넘들 음악 최고의 미덕은 편하다는 데 있다. 테루의 보컬은 여타 비주얼 계열의 보컬이 다소 중성적인 음색을 띠는 것과 달리 남성적이면서 댄디하다. 연주는 국내에도 유달리 카피밴드가 많을 정도로 심플하다. 기타 솔로도 어렵게 가는 법이 없이, 주선율의 감흥을 유지/확대할 수 있을 정도만큼만 충실하게 가는 편이다.


아마도, 이런 노선은 첫 싱글을 만들어 준 요시키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바로 그 곡 <Rain>은 기존의 요시키 작품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만큼, 쉽고 단순하다. 중간의 피아노 솔로만이 유일하게 요시키의 냄새를 팍팍 풍긴다.


음악듣기 <Rain>








인물은 젤 딸리지만, 없으면 밴드가 안굴러가는 음악적 중추, 타쿠로


이후,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타쿠로가 밴드의 거의 모든 곡을 작곡하면서(보컬인 테루가 만든 유일한 곡 <주말의 Baby Talk>이『BEATout!』앨범에 실려 있는데, 이후 작곡에 신경쓰지 않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요시키가 만들어준 - 이른바 글레이 코드를 철저히 준수한다. 하지만, 이넘, 리프 만드는 거와 멜로디(특히 발라드에서) 만드는 실력은 괜찮다. 물론, 대중적 친화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말이다. 500만장이나 팔아치우게 만든 곡이니 오죽하겠는가? 문제의 그 곡이다.


음악듣기 <However>


메이저 데뷔 앨범 『Speed Pop』까지의 이넘들은 엑수 저팬의 자기장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강하게 드러낸다. 앨범 제목처럼 하드한 곡들은 거의 스피드 메틀이고, 타쿠로와 히사시의 트윈 기타도, 배킹과 솔로에서 하모니를 맞춰서 엑수 냄새를 팍팍 풍긴다. 게다가 히데와 파타가 가끔씩 써먹던 뮤트 주법의 리프와 솔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나중에는 글레이표 리프와 솔로에서 전매특허처럼 등장하게 만든다.








기타리스트 히사시...역쉬 어디서 본 스타일 같지 않냐?..


그러다가 두 번째 앨범 『BEATout!』부터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타쿠로와 히사시의 역할도 어느정도 분담이 되고, 무엇보다 키보디스트인 다이(D.I.E)가 편곡에 관여하게 되면서, 사운드가 더욱 풍성해진다. 


기타가 각각 따로 놀기 시작하고, 음원의 공간이 확장되어 간다는 측면에서, 이넘들은 초기 엑수저팬 친향적인 태도에서, 루나씨의 방법론에 가까워 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잘 드러난 두 곡을 들어보자. 데뷔무렵의 곡 하나와, 최근 싱글히트 곡 하나다.


음악듣기 <Freeze My Love>  (『Speed Pop』 수록곡)
           <Winter, again>  
(『Heavy Gauge』 수록곡)


이넘들의 스타일이 완성된 것은 『BEATout!』앨범 히트의 여세를 몰아 그해 말에 바로 내놓았던 세 번째 앨범 『Beloved』에서였다. 강렬하면서도 쿨한 느낌의 곡들 사이에, <However>의 대박을 예고하는 발라드 <Beloved>같은 곡이나, 어쿠스틱의 질감이 가미된 편곡들도 많아진다. 


그리고, <However>의 대박 이후 내놓은 『Pure Soul』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대중적으로는 굉장한 인기를 얻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전작 이미지의 반복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유혹>가튼 곡에서는 전형적인 글레이 표 하드락과 하드코어 리프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어색하다.









베이시스트 지로


그러다가 작년에 발표한 앨범 『Heavy Gauge』에 와서 글레이는 전작들에서 한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아이돌로서만 인식되는 것을 거부하고,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본 작에서는 세련된 스트링 편곡과, 일렉트로니카 음원, 더욱 분방해진 기타의 주법과 톤, 그리고 여성 코러스 등까지 적극적으로 가미하여 한차원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들었던 <Winter, again>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기타의 톤에 관한 고민도 한층 무르익은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글레이의 이미지대로, 마냥 편하게만 들을 음악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Heavy Gauge』앨범의 수록곡인 <Level Devil>을 들어보면, <유혹>에서의 시도가 얼마나 어설픈 것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퍼 스타의 자리에서도 새로운 모색을 멈추지 않기에, 글레이는 향후의 귀두가 주목되는 넘들이라 하겠다.


음악듣기<유혹>
           <Level Devil>

 




 


지금까지 소개한 네 뮤지션 외에 엑스타시를 거쳐간 비주얼 밴드에는 요즘 한참 뜨고 있는 디르 앙 그레이(Dir en grey)라는 넘들이 있다. 현재까지 두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스스로는 비주얼 계열로 불리기를 거부했던 글레이와는 달리, 적극적인 비주얼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넘들 되겠다.










요시키의 또다른 자식들 디르 앙 그레이



음악적으로는 어둡고 칙칙한 색채를 표상하며, 작·편곡에 있어서 엑수 저팬, 루나 씨, 그리고 히데의 인더스트리얼적인 방법론까지 골고루 물려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넘들만의 색깔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초심자들을 위한 소개는 일단 유보하기로 한다. 글고 본 기자의 필명은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혀둔다...


다음 회에서는


     비 엑스터시 레이블의 비주얼 뮤지션들
     : 라르크 앙 시엘, 말리스 미제르 


가 열분덜을 기다리고 있다. 잔뜩 기대하시라. 이상!





딴따라딴지 부설
일본딴따라문화연구소장
카오루(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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