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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나라 현실에서의 엠피쓰리


자... 이만하면 관련된 팩트 들은 대체적으로 다 전달되었을 걸로 본다. 그럼 이제 진짜 본론에 들어가보자.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에 대한 소송제기 역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아직까지 완전히 판가름나지 않은 미국의 냅스터 송사껀의 추이에 따라 국내에서의 법적용 문제 역시 가늠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해 작년 말경, 국내 뮤지션 신해철이 인터넷상에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린 글이 떠돌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한국 음악계에 직접 몸을 담고 있는 그가 최초로 딴따라계의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이기도 하니 그의 글을 통해 관점을 추스려 보도록 하자.


다음은 신해철이 쓴 글의 요약본이다. (원문보기)








 


요지: 엠피가 판매를 촉진한다는 것은 사실이라 해도 선진국 야그고, 울나라의 현실을 곰곰히 되새겨 봐야 한다.


 불법음반이 판치는 울나라 현실에서 꽁짜 엠피의 유통은 다
  쓰러져 가는 넘 등짝에 칼 꽂는 행위나 같다.
울나라 아티스트들은 음반 판매외에 수입을 건질만한 곳이 
  하나도 없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무지 강국이다
 저작권에 대한 제도와 인식 역시 후진적이다.
 창작자로서 기분나쁘다.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엠피 유통은 득보다 실이 많다.


 



위 글에서 신해철이 지적한 사항들은 구구절절 옳다. 다 맞는 말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그의 말대로 울나라 현실에서 음반 판매 증가 운운은 맞는 얘기가 아니기도 하며, 본질적으로 논의의 실익도 없는 부분이다. 왜냐? 디지털 복제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엠피의 유통은 단지 초기 과도기에 직면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아 십여년 전 씨디가 LP를 대체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mp3 유통이 가속화될 거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야기이다. 거기다가 씨디라이터기의 가격은 절라 내려가고 있다. 7년전 CDR 의 가격은 오백만원을 상회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자,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요 엠피에 대한 인식이 그냥 좋다, 싫다로 감정표현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가 지적한 대로 울나라, 인터넷은 무지 강국에 들어간다. 덕분에 mp3의 대중화 수준 역시 미국 뺨칠 만하다. 이 문제를 그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것인가? 


그렇게 본다면 울나라 인터넷 유저들의 대부분이 저작권 문제에는 쥐뿔의 양심도 없는, 인터넷을 악용한 범법자로 전락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머 사실 무단복제 소프트웨어의 유통 상황을 보면 이런 오명을 쓴다한들 별로 변명할 말이 없을것도 같다.


그러나,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은 미국등 여러 선진국 유저들조차 유독 엠피쓰리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을 갖는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신해철 류의 엠피쓰리 비판은 결국 그저 자기 입장만을 반영하는 단선적인 것 이상이 될 수는 없다. 이해는 가지만...


따라서 이 지점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거대한, 범세계적 변화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하는거다! 


몇번이나 강조했듯이 엠피쓰리 문제는 각종 여건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발생한 것이지, 한두사람의 사기꾼이 모여서 궁리하고 퍼트린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건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사항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에게서 컴퓨터를 뺐어 버리지 않는 한 그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누가 머라고 말하던 엠피쓰리 문제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법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엠피 유통은 득보다 실이 많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법률적 문제의 해결보다는 엠피 유통은 득보다 실이 많다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까 공짜 엠피는 일단은 무조건 막아야 된다는 얘기인가. 물론 이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고, 실제로 미국 RIAA나 메탈리카는 법에 호소해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별로 신통치 못했다.


당연한 것이, 이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사실이다. 즉 전혀 실현 가능성이없고, 따라서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는 얘기다.








뉴텔라의 가공스러움은 냅스터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 이유는, 냅스터와 소리바다를 폐쇄시키거나 심지어 냅스터의 유료화가 추진되기만 하더라도 아직 별로 안 알려져 있는 누텔라라는 초강력 파일공유 프로그램이 급부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냅스터나 소리바다처럼 메인 서버가  존재해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 주는게 아니고, 전혀 중계 서버가 없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쓰는 사용자들끼리만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의 파일들을 공유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가가호호 불시 방문 단속을 하지 않는 한 적발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 게다가 현재 소스 프로그램까지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그리고 만약 어떤 방법으로든 누텔라가 무력해진다 하더라도, 그 단점을 보완한 또다른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이 계속 등장할 것 역시 뻔한 일 아닌가.


장차의 법규와 제도가 어떤 식으로 기술의 진보에 발맞춰 갈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엠피쓰리를 듣는 거에 대해 지나치게 떳떳해 하지는 마쇼라 이야기하는 것도 울나라의 현실에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잊혀질 공산이 크다. 몇백만원짜리 정품 프로그램의 복제품을 쓰는데도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게 국내의 현실 아니든가? 


게다가 굳이 이런 한국적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카피레프트/정보 공유라는 새로운 이념과 윤리를 들고 나오는 입장이 또 하나의 전세계적인 조류로서 팽팽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떳떳해 하지 마라는 것도 시대의 정언 명령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 어쩌잔 말인가.


엠피쓰리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기 이전에, 대세를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장 생산적인 대처방법을 신중하게 찾아내는 노력을 다같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부터 실제로 주목해야 할 것은, 베텔스만과 냅스터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사실과 유니버설 레코드가 MP3 제공 사이트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는 등의 뉴스들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이해관계를 가진 장사꾼들의 대처가 되려 더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냅스터측이 주장한 비됴론 이나 씨디 판매 촉진론의 논리적 적합성을 받아들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바보는 없다. 모든 기업은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에 확보한 힘을 바탕으로 미래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기업의 목표는 수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관련 기업들의 이런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엠피 다운로드 자체와 관련되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자 나름대로의 행보를 내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또한 엠피쓰리가 단순한 불법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조류로서 분명한 잠재적, 실체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물론, 이를 금지하기 보다는 역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출현 가능성을 읽고 이에 적극 편승하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내겠다는 거대 기업들의 계산이 깔린 것이다.








라이코스, CDnow, BMG, BN books 등을 거느린 미디어 재벌 베텔스만이 냅스터와 제휴를 맺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다.


물론 이것은 현재는 미국적인 시스템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그 구체적인 형태와는 관계없이 결국 국제적인 흐름으로 정착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익의 가능성과 관련된 하나의 예로, 냅스터 속에만도 운송이나 전시, 판매비용은 물론 도소매 유통마진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56.000.000개의 음악 유통망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조만간 1억, 2억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어떤 곡이 단 며칠만에 전세계의 1억명에게 전파될 수도 있는 수단을 인류는 최초로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것이 던져주는 거대한 가능성을 불법 이라는 명목하에 무력화해 버리려 한다면 - 되지도 않지만 - 그건 Decca 레코드 가 비틀즈를 거부한 것 이상의 멍청이 짓임에 분명하다.


구체적인 과정과 결과가 어떤 형태가 되던 간에, 현재는 공중에서 사라지는 듯이 보이는 엠피쓰리 유통 관련의 막대한 부는 분명 어디론가 수렴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와 같은 부의 편향이 아닌, 새시대에 걸맞게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이루어지게 하려면 기존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자세로는 되지 않는다. 현재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뮤지션, 음반 회사, 냅스터, 유저, 심지어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등 관련자 모두가 마음을 열고 윈-윈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현명함을 통해서만 이는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런만큼 이제는 뮤지션들 역시 가능하지도 않은 무조건 금지 주장이나 자기가 처한 입장에서만 바라본 단순한 징징거림 보다는 엠피쓰리를 통한 새로운 음악 유통과 수익 구조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권리를 지켜 나갈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생각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울나라의 경우,  우끼고 자빠진 현행 대중음악 시스템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방치해 둔 채 엠피쓰리 문제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어불성설이다. 엠피쓰리를 새시대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현재 가요계의 명백한 부패 구조나 불합리성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인프라의 구축에 힘쓰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본지가 주구장창 주장하고 있는 바 대로 딴따라판의 선진화를 위한 개혁의 노력을 보다 강력하게 진행하여야만 한다. 지금처럼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엠피쓰리 아니라 앞으로 계속 나타날 그 어느것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 그럼 우린 결국 좆된다.


합리적인 엠피쓰리 문화를 갖고 잡냐? 그렇다면 미국과의 다른 실정을 논할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우리 힘으로 미국보다도 더 나은 합리적이고 새로운 가요판 자체를 만들어 나가자. 그 수밖에는 없다.


마지막으로, 비비 킹 할아버지의 한마디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겠다. 


니가 만든 음악을 선보이는 데 있어서 냅스터는 좋은 수단이다. 단지 저작권이나 비슷한 류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VTR의 확산에 에 반대하던 때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 문제는 아주 잘 해결되었다.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모여서 문제를 해결해 내는 법이니까.



-- B.B. King, 9/13/2000


이상! 




 


- 딴따라딴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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